소설리스트

등급인생-190화 (19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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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건국동맹 문경지부의 건물 안에서 지부장 현철환을 포함한 일행들이 건물 안으로 돌아왔다. 원래라면 이번 문경에 입성하게 된 병주와 그 밑에 있는 대대장 및 참모들을 초청하여 환영식을 가지려고 했지만 내일로 미뤄달라는 병주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현철환은 자신의 방 안으로 휴우 하고 한 숨을 내뱉으며 들어갈 때, 그 곳 안의 쇼파에서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현철환은 그 쇼파에 앉은 이를 바라보자 얼굴을 찡그린다. 그 때, 쇼파에 앉은 이도 현철환을 바라보고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다.

현철환이 거북하다는 얼굴과 말투로 그 인원에게 말한다.

“자네가 또 왜 여기에 있는 건가? 안 그래도 오늘 일이 잘 안 풀려서 심란해 죽겠는데 말이야.”

현철환의 말에 의당 얼굴이 찡그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쇼파에 앉은 이는 자신의 위치를 아는지 오히려 웃는 낯으로 그에게 대한다.

“하하. 오늘 일이 잘 안 풀리다니. 그거 참 안타깝습니다.”

현철환은 그 이의 말과 얼굴을 보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는 문경의 지주들 중 한 집안 하는 사람이었다. 즉 문경의 유력자 중 한 명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현철환은 그를 짜증나게 반응해도 그를 대우할 수밖에 없었다. 현철환은 그의 맞은편 쇼파에 앉아서 말한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나?”

“건국동맹에 자리를 만들어 주십사 하고 찾아왔습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더더욱 얼굴을 찡그린다. 또 그 소리였다. 일제가 패망하고 난 뒤 지방의 유지들 같은 경우 건국동맹에 가입시켜달라는 청원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유지들 중 민중의 지지를 받은 이는 들여보냈지만 민중의 지탄을 받는 이를 함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현철환이 맞은편에 앉은 젊은이, 즉 간씨 집안의 독자인 간성호는 어떻게 판단될까? 현철환이 생각하기에 그의 경우를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뭐라고 말해야 될까? 그를 들이는 편도 들이지 않는 편도 생각하다가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현철환은 그에게 한 가지 사실을 말한다.

“알고는 있나? 문경에 광복군 한 개 연대를 파견했다는 사실을 말이야.”

현철환이 건네주는 말 한 마디에 간성호는 아리송한 얼굴을 짓는다. 그런데 광복군이라면 이틀 전에 경성에 입성한 임시정부의 군대가 아니던가? 한낱 무장세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현철환의 말은 간성호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문경에 입성한 한 개의 연대는 장갑차와 전차들을 이끌고 입성하더군. 그리고 보병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돌아다니는 모습과 그들의 사기 높은 모습을 보니 내가 아는 일본군과 천지차이가 나더군.”

“예?! 그들이 그런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아무래도 문경에 크나큰 변수가 생겼지. 그 연대와 연대장, 그리고 장교들의 정체에 대해서 나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네. 다만 한 가지 사실을 말하자면 그 사람이 길병주라고 하는 사람일 거야. 아마도.”

순간 간성호의 얼굴은 얼어붙고 말았다. 길병주라니. 길병주라면 자신의 집안 소작농들 집안 중 길씨 집안의 차남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간성호는 순간 입술을 떨면서 그에게 묻는다.

“그... 그의 나이와 모습은 어떻습니까?!”

현철환은 갑작스러운 간성호의 반응에 ‘이것 봐라’는 눈치였다. 일단 자신이 모르는 연대의 연대장에 대해서 간성호가 뭔가 아는 눈치인 것 같아서 일단 현철환은 찌른다.

“흐흠. 그의 나이는 대략 20대 초반이고, 꽤나 멋진 얼굴을 하더군. 아 옆에 하나의 중년 남성과 그와 비슷한 청년 둘이 있었는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 그의 가족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병사들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더군.”

“......”

간성호는 그 연대장의 얼굴을 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현철환의 말을 들어보니 거의 대다수가 자신이 알고 있는 길병주의 모습과 일치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인지 간성호의 모습은 다급하기 그지 없었고, 현철환에게 급하게 물어본다.

“그들은... 그들은 어디로 간다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현철환은 예상외의 간성호의 반응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흠흠 거리며 한 마디 말해준다.

“난 자세히 몰라. 일단 내가 보기에는 농암면 쪽으로 연대를 이끌던데.”

“!!!”

농암면이라면 자신의 집이 있는 사현리를 포함한 행정구역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간성호는 급히 일어서고는 현철환에게 인사를 한다.

“저...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급하게 나가는 간성호의 뒷모습을 보면서 현철환은 외친다.

“자네 어디 가는가?! 자네!”

급한 얼굴의 간성호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문밖으로 사라지자 현철환은 이 때까지의 간성호의 반응을 보고 추측했다.

“쯧. 알기 쉽군. 간성호와 여기에 내려온 연대장 사이와는 뭔가 있는 모양이군. 잘 알고 있는 사이인 것 같은데?”

순간 현철환은 간성호를 건국 동맹에 가입시켜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이번 문경에 파견되는 광복군 연대장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문경의 안정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임시정부와 건국동맹 간의 시비가 일어나면 여기는 아마 화약고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연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야 돼. 무력은 저 쪽에서 쥐고 있다.”

현철환은 그 말을 중얼거리면서 장고를 시작한다.

한편, 고향 사평리 외곽에 도착한 병주, 병윤, 그리고 길남효, 김민숙과 그녀가 안고 있는 아기, 송감연 및 그들을 호위할 한 개의 소대 병력은 마을의 풍경을 바라본다.

“휴우. 돌아왔구나. 내 고향에.”

병윤은 감회에 젖은 눈빛으로 아직 변하지 않은 고향을 바라본다. 병주 역시 감회가 새롭다는 얼굴을 짓는다. 송감연은 조금 어두운 얼굴로 말한다.

“아마 난 집으로 들어가면 죽겠지. 아니 죽을 거야.”

길남효와 김민숙 역시 고향 모습을 바라보고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린다.

“이제 돌아왔네. 집으로 가자. 집으로...”

“......”

그 때, 이들을 호위하는 소대장 조주영 소위가 병주에게 경례를 하고,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이런 오지에는 왜 오시는 겁니까?”

그 말에 병주는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여기가 내가 살던 고향이야. 자네들이 여기에 온 이유는 조금 할 일이 있어서 그렇다네. 물론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말을 하게나.”

그 말에 조주영 소위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한다.

“연대장님의 부탁인데 어찌 저희들이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조주영 소위가 얼른 고개를 숙이자 병주는 할 말이 없어진다. 원래는 고호윤을 비롯한 자신의 심복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그들의 일이 급우선인지라 어쩔 수 없이 조주영 소대를 이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마을사람 중 아주머니 한 명이 머리 위로 짐을 이고 가다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에구머니나 하고 놀란다. 총을 번쩍이는 군인들의 모습에 아주머니는 놀란 가슴을 두근거리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 때, 한 명이 나서서 그 아주머니에게 말한다.

“아니 순이 아니야?”

김민숙이 놀란 얼굴의 그녀에게 말한 것이다. 순이댁이라고 지칭되는 아주머니는 김민숙의 얼굴에 깜짝 놀라 그녀에게 반갑다는 듯 다가가며 말한다.

“아니 넌 민숙이. 작년에 하늘로 꺼진 네가 왜... 그리고 웬 군인들이 여기에 찾아오고.”

김민숙은 그 말에 시선을 병주에게 향한다. 그러자 군복을 입은 병주가 김민숙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순간 순이 아주머니라는 사람에게 인사한다.

“잘 지냈습니까? 아주머님.”

순이 아주머니는 병주의 얼굴을 보고 순간 놀란다. 작년에 사라졌던 길씨의 집안사람들이 등장하는 모습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아니 이게 무슨...”

순이 아주머니는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김민숙에게 말한다.

“저 군인들은 뭐고?”

순간 김민숙은 그녀에게 말한다.

“저 군인들을 지휘하는 장교가 내 둘째 아들이야.”

순이 아주머니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그녀와 병주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군인들이 그들을 보고는 멀뚱멀뚱 서 있는 것도 말이다. 순이 아주머니는 그 둘을 보고 기쁘다는 듯 말한다.

“출세했네. 출세했어. 유일하게 마을에서 대학 간 청년이 이렇게 떡하니 장교를 하다니 말이야. 그런데 왜놈들이 패망했다던데.”

그 말에 김민숙은 농담 말라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한다.

“내 아들이 일본군에 있지 않고, 광복군에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마을에서 하자고.”

순이 아주머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서 김민숙 그녀와 수다 떨기에는 그래 보였다. 결국 순이 아주머니는 마을로 향하는 길목을 군인들을 포함한 일행들에게 안내를 해준다.

순이 아주머니의 안내에 마을에 도착한 병주와 병윤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 돌아다닌다. 그리고 순간 마을사람들이 몰려들어 병주의 일행들을 지켜보았다.

“아니. 군인들이라니.”

“세상에. 저런 멋진 모습을 한 청년이...”

“출세했네. 출세했어.”

“작년에 사라졌던 길씨네가 돌아왔네.”

마을사람들은 군인들을 포함한 일행들을 한창 수군거린다. 그 때, 한 사람이 그 일행들 중 한 사람을 보고 소리친다.

“너어... 너어! 너 이놈의 자식!”

순간 마을 어른들 중 한 사람이 우락부락한 손길로 감연을 붙잡으며 말한다. 군인들이 순간 제지할까 생각이 들지만 병주의 지시에 그만둔다. 감연을 붙잡은 마을 어른 송씨는 감연을 흔들어대며 말한다.

“이 썩을 놈의 자식! 어디에 있었어?! 어디에 있었어?!”

“아... 아버지... 이 것 좀 놓고.”

“에휴! 이 아버지 속을 썩이는 못난 자식 같으리라고! 이야기는 나중에 듣겠다. 따라와!”

감연은 순간 병윤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내지만 병윤은 피식 웃고 그 눈빛을 무시하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병주는 순간 다른 눈빛으로 조주영 소위에게 보내더니 그 일행들을 이끌고 어딘가로 떠난다. 군인들이 순간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 마을사람들은 무슨 일 있는가? 라는 생각에 빠진다.

그 때, 마을 어른들 중 장씨가 길남효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가 포옹한다.

“이 자식! 죽는 줄 알았네!”

길남효는 장씨를 보고 말한다.

“씨발. 1년 너무 길었다.”

장씨는 그 말에 기쁜 듯 눈물을 지으며 그에게 말한다.

“술이나 한 잔 마실까?”

“술? 좋지.”

길남효와 장씨는 하하호호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는 어딘가로 떠난다. 김민숙은 그 둘을 보고는 에휴 하며 한 마디 한숨을 내지른다.

한편, 병주가 이끄는 한 개 소대는 어느 집 대문에 도착하였는데, 마침 그 집 안에 들어가려고 했던 마름 방씨가 그들의 모습에 놀라 말한다.

“아니... 댁들은 누구시오?”

병주는 방씨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말한다.

“오랜만입니다. 마름 아저씨. 저 병주입니다.”

방씨는 병주의 얼굴을 보고 놀라며 말한다.

“아니. 넌 작년에 소식이 없었던 병주 아니냐? 그런데 저 군인들은 누군가?”

“......”

병주는 그 물음에 침묵하자 순간 방씨는 눈치를 챘다. 방씨는 그에게 한 마디 한다.

“박출환 그 개자식을 찾는 건가?”

병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에휴. 한 발 늦었어. 그는 지금 여기에 없다. 아니 문경에서 몸을 사라졌다.”

순간 병주의 얼굴은 깜짝 놀라며 방씨에게 다가서서 말한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방씨는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내가 왜 자네에게 거짓말해야 하나? 지금 마을 사람들이 박출환을 때려죽이려고 박출환의 집은 물론 면 쪽 관공서까지 쳐들어왔지만 몸을 내뺀 것을.”

그 말에 병주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박출환이 몸을 내빼다니. 이 개자식을 때려죽이려고 온갖 고생을 다 했건만. 방씨는 그의 반응을 살펴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이 집 안에 이봉호가 있다네. 박출환과 가장 친한 이니까 뭔가 아는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 쪽에서 보호를 해가지고 곤란하던 찰나야.”

그 말에 병주의 눈빛은 다시 살아나며 순간 방씨에게 인사한다.

“정보 고맙습니다.”

그리고 조주영 소위에게 눈짓을 하며 군 병력을 이끌고 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끼이익! 철컥!-

“헉! 헉!”

순간 차를 몰고 나타나 차에서 내려 양복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 군인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외친다.

“머... 멈추시오!”

병주가 외친 사람의 모습을 보더니 얼굴을 찡그린다. 돌입하려는 이 집안의 독자인 간성호였다. 간성호는 병주의 모습에 깜짝 놀라면서 말한다.

“박출환은 여기에 없습니다.”

“이봉호가 여기 안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키세요.”

간성호는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기다려 주십시오. 내 이 집 안에 들어가 이봉호 그 자식을 데리고 나올테니 말이요.”

병주는 그 말에 신뢰할 수 있냐는 얼굴로 간성호를 쳐다본다. 하지만 간성호의 얼굴은 절박했다. 병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간성호에게 말한다.

“내 인내심은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그러니 빨리 데려오세요.”

간성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집 안에 빨리 들어간다. 하지만 병주는 박출환이 없다는 소식에 울분을 참기 힘든 표정이었다. 그래서 대문 옆에 있는 돌멩이를 걷어차며 외친다.

“이 개자식! 살아 있어라! 살아 있어라! 너를 지옥 끝까지 찾아가주마! 박출환! 너를 붙잡아서 사지를 잘라버리고, 눈알을 뽑아버린 뒤 몽둥이로 떡으로 만들어 불로 태워버릴 테니!”

박출환에 대한 깊은 원한과 엄청난 분노를 담은 병주의 외침과 살기는 조주영 소위를 비롯한 소대 병력들은 몸을 벌벌 떨었다. 그건 방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씨는 병주의 모습을 보고 생각한다.

‘그 개자식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얼마나 개같이 분노하는지는 잘 알겠어.’

방씨는 병주의 살기에 두려워 하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갔다. 하지만 조주영 소위를 비롯한 소대 병력들은 병주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같이 생각한다.

‘아니 박출환이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이기에 괴물이라고 불리는 연대장님의 원한을 샀을까? 그 것보다 우리를 이끈 것도 사실 그 인간을 붙잡기 위함인가?’

============================ 작품 후기 ============================

박출환 튀었네요. 역대급 사이다를 원했지만 박출환이 위험을 감지하고 튀었어요. 이 바퀴벌레, 모기같은 자식.

아마 댓글들이 폭주할 것 같습니다. 은근히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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