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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병윤과 병주가 자신들의 집을 보수하고 있을 동안, 그들의 아버지인 길남효는 평상위에 앉아서 평상 중심 위에 위치한 탁상을 기준으로 맞은편에 자신의 가장 친한 친우인 장씨, 장성환을 보고 술을 한 잔 마시고 이내 그를 향해 끄윽 거리며 말한다.
“하. 감옥에 갇힌 지가 1년이 조금 넘었어.”
“그 악랄한 곳에서 살아 돌아왔잖아. 그러면 다행아닌가?”
길남효는 장성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 한 마디를 더 한다.
“그래. 몸 성히 돌아온 것도 다행이지. 그리고 해방이 되고나서 경성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 그 임시정부의 주석이라는 백범 김구라는 선생과 건국동맹의 수장이라고 말하는 몽양 여운형 선생도 만났어.”
“이 사람도 원 농담은. 그 유명한 이들이 자네를 만나는 줄 아는가? 택도 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
장성환은 타박하며 길효남의 술잔에 탁주를 붓는다. 길효남은 끄윽 거리면서 이내 술잔을 한 번 더 넘긴다.
“내... 내가... 이 자식아... 그 유명한 사람들을 만났다니까... 즈... 증거도... 있어... 이 자식아...”
“아휴. 알았다. 알았어. 그래. 그 사람들과는 어떻게 만났는데?”
장성환이 피식 웃으며 길효남에게 빨리 거짓말을 했다고 자진신고 하라는 표정을 짓는다. 길효남은 그런 표정에 오기가 생긴다.
“이 자식... 이 자식이... 임마... 내 아들들이... 어떤 인간인지... 알어...? 야 임마... 내 둘째 아들은... 군대를 이끄는... 연대장... 연대장... 이야. 응? 전차... 장갑차... 대포... 여러 개... 가지는 군대...의 수장... 이라고...”
장성환은 그 말에 뒷골이 댕기는 표정이었다.
“쳇. 나이 보니 연대장은커녕 소대장에 임명된 거 아니야?”
“아휴... 이 자식... 못... 믿네...”
그 말을 한 직후, 길효남은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평상 위로 뻗어버린다. 그리고는 쿨쿨 자기 시작한다. 장성환은 저 모습에 골치라는 표정을 짓는다.
한편, 병윤과 병주는 이제 거의 밤이 시작될 무렵 집의 청소와 정리, 그리고 보수를 완료했다. 방 안에 베개와 이불은 없어도 잘 수는 있을 것이다. 병윤과 병주는 감회가 새롭다는 시선으로 자신의 집을 살펴본다. 그 때, 경계병을 서던 한 사람이 병주에게 다가가 묻는다.
“저. 연대장님. 지금 밤이 깊었는데. 저희들은 어디서 잡니까?”
병주는 그 말에 아! 하고 이제야 자신을 호위하는 경계병을 신경 쓰는 듯 했다. 병주는 조금 곤란한 얼굴로 자신에게 묻는 경계병을 보고는 이내 말한다.
“이 곳 마을에 비어있는 방을 마련해야겠군.”
“저희야 여기서 천막치고 잘 수는 있습니다.”
사실 경계병 둘은 이 집 구석에 짱박아 두었을 뿐 자신의 개인배낭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개인배낭 속에는 천막과 침낭이 있었으니, 그걸 이용하여 적당한 지형을 찾아 천막을 치고 잘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주는 그 둘이 그러기에는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그 둘에게 말한다.
“내가 지금 마을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너희 둘 잘 곳을 마련해두마. 이 시간부터 경계는 해제한다.”
“예. 알겠습니다.”
경계병 둘은 병주의 명령을 듣고는 총을 다시 한 쪽 어깨로 멘다. 병주는 시선을 병윤에게 두며 말한다.
“나는 이 사람들 잠 잘 곳을 알아봐야겠다. 혹시 나 찾으면 그렇게 알려줘.”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알겠어요. 형님. 갔다 오세요.”
그 말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은 병주는 곧 경계병들을 이끌고 사라진다. 집에 홀로 남게 된 병윤은 감회가 새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집을 바라본다.
‘8년 전에 가출하더라도 금방 누나를 찾고 돌아갈 수 있었는데. 너무 오래 걸렸네. 그래도 다행이다.’
병윤은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면서 추억의 물건은 없었는지 살펴봤지만 전혀 없었다. 남는 것은 폐가 직전이었던 이 초가집 하나뿐. 하지만 병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병윤이 8년 만을 초가집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병윤의 감각에 인기척이 들었다. 병윤이 고개를 돌려 인기척의 정체를 확인하자 그곳에는 양 손에 짐들을 들고 나타난 어머니 김민숙이 오고 있었다. 어머니 김민숙은 병윤과 이내 보수된 가족의 집을 보고 싱긋 웃으며 말한다.
“에휴. 내 새끼. 집고치고 있었어?”
“예. 예. 어머님.”
언제 들어도 반가운 어머니의 목소리에 병윤은 쑥스러운 말투로 대답한다. 어머니 김민숙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마루에 양손에 든 짐을 내려놓고는 병윤의 얼굴을 매만진다.
“에휴.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 내 아들아.”
“죄송합니다. 어머니.”
“엄마. 엄마 거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훌쩍 커버렸구나.”
“......”
“그나저나 병재와 효순이는 언제 온다고 하더냐?”
그 말에 병윤은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리고는 김민숙에게 말한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해방되면 바로 돌아가겠다던 큰 형인데. 갑작스럽게 귀국이 지연되어서. 아무래도 작은 형의 통신을 써서 정보를 알아볼 수밖에 없네요.”
“그래... 그래도 그 둘은 건강하게 잘 있지?”
김민숙의 안타까운 표정에서 나오는 질문은 마치 희망을 갈구하는 것 같았다. 병윤은 그 기대에 부흥하고자 안심 시키고자 과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걱정 마세요. 큰 형과 누나는 잘 있어요. 곧 돌아올 수 있어요.”
그 대답에 김민숙은 안심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병윤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병주는 어디 갔냐?”
“작은 형은 지금 작은 형을 호위하는 경계병 두 사람의 잘 곳을 찾기위해 마을사람들에게 부탁하러 갔어요.”
“그래? 알겠다.”
그 때, 김민숙 등 뒤에 있던 아이가 깨더니 울기 시작한다.
“우움... 으... 으앙!”
김민숙은 등 뒤 포대기로 감싼 아이를 천천히 내려놓고는 아이를 진정시킨다.
“에구구. 우리 공주님. 뭐가 서러워서 울어?”
“으응... 헤헤...”
여자아이는 김민숙의 얼굴을 보더니 밝은 미소를 짓는다. 그 때, 병윤이 김민숙과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여자아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여자아이는 순간 병윤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살펴본다. 순간 병윤은 여자아이를 번쩍 들고는 말한다.
“네가 우리 집 막내 동생 효혜구나! 오빠 해봐!”
“...... 으... 으으...”
그 순간 효혜는 갑작스러운 병윤의 행동에 울먹거린다. 병윤은 순간 당황하면서 효혜를 바닥으로 내려놓는다. 그리고 효혜는 얼른 자신의 어머니 김민숙에게 쪼르르 가면서 김민숙의 치마 끝을 붙잡으며 병윤을 경계심 있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김민숙은 효혜를 싱긋 웃으며 달래주다가 이내 병윤에게 곤란한 얼굴로 말하면서 미안해한다.
“너를 낯설어하는 것 같다.”
“예. 아무래도 효혜가 눈을 뜨고 저를 처음 봤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김민숙은 효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병윤을 가리키고는 말한다.
“자. 저 키 큰 오빠가 너의 막내 오빠야. 막내 오빠 해봐.”
“......”
효혜는 낯설어하는 눈빛으로 병윤을 쳐다볼 뿐이었고, 김민숙은 휴우 하고 한 숨을 지른다. 그리고 병윤에게 시선을 돌려 말한다.
“차차. 나아지겠지.”
그 말에 병윤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효혜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예. 시간이 필요할 듯싶네요.”
그 때, 마침 자신을 호위하는 경계병 둘을 민숙하는데 성공시킨 병주가 다시 집 안으로 돌아오고는 자신의 어머니 김민숙과 효혜, 그리고 어색해하는 병윤을 발견하고는 어머니에게 꾸벅 인사한다.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어머니?”
“내 친우들에게 베개와 각종 도구들을 챙겨왔다.”
“으음. 내일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내드릴 물품을 줘야겠습니다.”
김민숙은 그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에휴. 됐다. 친구 사이에 뭘.”
그 때, 효혜가 병주의 모습을 보고 김민숙의 치마 옆에 숨은 채 보고 있었다. 병주는 효혜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한다.
“효혜야. 내 둘째 오빠다. 기억나냐?”
효혜는 병주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젓는다. 하기야 병주를 바라본 지 꽤 되었다. 효혜가 6~7개월일 때, 병주가 일본군에 탈영하였으니 병주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효혜는 결국 병주를 낯설어하자 병주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한 숨을 내지른다. 그리고 일어서서 병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이러다 막내 여동생에게 우리를 남으로 보는 것인지 걱정이다.”
“왠지 공감되는군요.”
병주와 병윤은 효혜를 다시 한 번 쓰윽 보더니 이내 자신의 어머니 김민숙에게 시선을 두며 말한다.
“어머니. 이제 여기서 있기 뭐하니. 안으로 들어갈까요?”
김민숙은 그 말에 효순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인다. 먼저 김민숙과 효순이 마루에 앉아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고, 이내 병주와 병윤이 각자 신은 신발을 벗으며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병윤은 보수를 하는 와중에 문 옆에 설치한 버튼을 누른다. 순간 방 안은 불이 켜지면서 밝아진다. 김민숙과 효혜는 갑작스러운 빛에 조금 얼굴을 굳힌다.
“에구머니나!”
“으응... 으으... 으앙!”
병주는 둘의 반응에 머쓱 거린다. 그 때, 병주가 앉은 채로 종아리를 툭툭 치고는 말한다.
“갑작스럽게 불을 켜면 어떻게 해?”
“으음...”
병주는 병윤을 보고 에휴 한 숨을 내지르며 일단 김민숙과 효혜의 눈을 가리고, 마루로 데려가 일단 가린 손을 풀고 둘의 눈 적응부터 시킨다. 효혜는 히끅 거리며 이내 눈을 반짝이며 방 안, 방 밖의 시야를 살핀다. 방 안의 환한 빛에 둘의 시야가 적응이 되자 비로써 둘은 안정이 된 것 같았다.
김민숙이 호들갑을 떨며 병주에게 묻는다.
“이... 이것이 뭐냐?”
“조명이에요. 밤에도 빛을 비칠 수 있게 만든 거죠. 어머니도 백열등에 대해서 잘 아시지 않나요?”
“그... 그건 도시에서나 볼 법한 물건이잖아.”
“마을에 들여놓은 설비 중 가정용 태양광발전기와 조명을 집을 보수하던 중에 설치했어요.”
“그 가정용 태양광발전기는... 무슨?”
김민숙의 물음에 병주는 자세히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설명했다. 병주의 설명에 김민숙은 아! 하고는 방 안의 환한 빛을 놀란 얼굴로 바라본다.
“그... 그 것이 내 아들 병윤이 발명했다고?”
“예. 어머니.”
김민숙은 조금 기가 막힌 듯 방 안 병윤을 쳐다본다. 지금 병윤 앞에는 효혜가 기분 좋은지 방 안을 폴짝폴짝 뛰놀고 있었다. 병주는 김민숙에게 방 안으로 들어가자고 권하자 김민숙은 조금 믿기기 힘든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대낮처럼 환한 방 안을 김민숙은 어벙한 눈빛으로 살펴본다. 방 안 어두울 때, 등잔불을 피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때, 효혜는 폴짝 폴짝 방 안을 발발 돌아다니다 이내 김민숙의 품 속에 들어간다.
김민숙은 에휴 한 숨을 내며 자신의 차녀 길효혜를 안아들고는 이내 병윤과 병주에게 시선을 두며 말한다.
“지금은 더운 여름철이니 이불 깔 필요는 없겠고, 베개 배고 자면 되겠네.”
“예. 어머니.”
그렇게 방 안에 있던 가족들은 베개를 꺼내들고, 불을 끈 뒤 오랜만에 돌아온 이 집에서 잠을 청한다. 병윤은 베개를 머리에 두는 와중에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본다. 8년 전 가출했을 당시의 그 천장은 아니지만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 이때쯤에 일어나서 나는 누나를 찾고자 가출했지.’
병윤은 천장을 보면서 계속 생각한다. 큰 형과 누나는 잘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내일 무엇을 할지. 고향에 들어오면서 할 계획들은 어떻게 할지. 모든 고민들이 그에게 쏟아진다. 그러나 이내 병윤은 스르르 눈을 감으며 한 가지 생각한다.
‘다시는... 다시는 가출하지 말자. 집에 와서 다행이다. 다행이야.’
생각이 흐물흐물해진 병윤은 곧 무의식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같은 시각, 재생치료센터에 미국 정계인사들에게는 싱먼 리 혹은 프린스 리라고 불리는 이승만 박사와 그 일행들이 찾아왔다. 사무소장 시렌은 그와 그의 일행들을 골치아프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끄응. 미스터 길은 바쁩니다.”
그 말에 이승만이 피식 웃으며 시렌에게 말한다.
“미스터 길이 바쁘다고 하여도 내 소식을 들으면 언제든지 달려 나올 것이야. 지금 내 앞길을 가로 막는 건가?”
“하아...”
“안에 병재군에게 전하게. 아니면 비키시던지.”
“끄응...”
시렌은 직원들을 동원하여 저들을 막을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저들을 부른 것은 병재인 것 같았다. 시렌은 할 수 없다는 듯 이승만에게 말한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당신이 원하는 병재 군을 불러...”
그 때, 시렌의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더니 이내 그에게 말한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등 뒤 인기척의 목소리, 시렌은 잘 알고 있었다. 시렌이 고개를 등 뒤로 돌리자 시렌은 역시라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병재가 발을 맞추어 나타난 것이다.
“하아. 미스터 길. 정말 이래야 되는가?”
“......”
그 때, 이승만이 시렌에게 말한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게. 미국 정계 쪽에서 이야기를 미리 나눴으니 자네에게 불이익은 없을 거야.”
그 말에 시렌은 고개를 돌리며 이승만에게 한 가지 경고한다.
“그 것이 사실이기를 빌겠습니다.”
시렌의 쏘아붙이는 눈길에 이승만은 피식 웃고는 이내 시렌을 지나치는 병재를 옆에 두고는 시렌에게 말한다.
“금방 이야기 될 거야. 그러니 기다리게.”
시렌은 그 말에 영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이승만과 그 일행들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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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내용 관련해서는 일단 고치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걸릴 듯 싶습니다. 그래서 계속 연재를 하던 와중에도 조금씩 고치고 있으니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