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6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문경에 위치한 건국동맹 문경 지부에는 환영식이 열렸다. 건국동맹 지부장 현철환을 비롯한 건국동맹의 간부들과 지역의 유지들이 환영식을 준비하고 참석했다. 하지만 역시 환영식의 주요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광복군 간부들과 연대장 병주였다.
정복을 입은 병주가 상석에 앉아서 조금씩 한식을 먹고, 술을 조금씩 마시며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상류층에서 자라난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현철환이 이윽고 병주에게 물어본다.
“그런데 연대장님은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올해 22살이요.”
“상당히 젊을 줄은 알았지만 상상 이상이군요.”
“......”
“하하 그 나이에 이만한 직위라 하면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인맥 아니면 능력, 저는 후자로 생각합니다만.”
병주는 그 말에 조금 쑥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 부족한 몸을 지휘부에서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하하. 그렇습니까?”
현철환이 그런 말을 하며 미소를 짓자, 옆의 건국동맹 문경 지부 간부들과 유지들 역시 미소를 짓는다. 그 때, 그들 중 한 명이 병주에게 물어본다.
“그런데 연대본부는 어디로 선정할 생각입니까?”
병주는 그 질문에 간단히 대답한다.
“군사상 비밀이라서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으음. 죄송합니다.”
현철환은 병주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진 이를 속으로 질책하고는 이내 병주를 살펴보며 한 가지 말한다.
“그나저나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문경에 내려온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실례가 안 되면 알려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알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순간 건국동맹 문경 지부의 간부들과 유지들의 눈이 급속도로 병주에게 집중되었다. 병주 옆의 간부들 역시 병주를 향해 시선을 둔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병주는 싱긋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일단 문경의 산업을 접수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경의 산업이라면... 가은읍 왕릉리에 있는 은성탄광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아무래도 석탄산업인 만큼 접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석탄이라면 군데군데 많은 데...”
“그 것 말고도 이유가 있습니다.”
현철환은 이유가 있다는 병주의 말에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일단 문경에 탄광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곳은 지금 일본인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이 접수하여 자치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어서 일단 시설을 보존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병주는 여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싱긋 웃고는 설명해준다.
“먼저 문경 위에 충청북도 단양군이 하나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단양군이라면. 그 석회석이 나오는 곳을 말입니까?”
“사실 시멘트라는 것이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습니까? 일단 개발 및 재개발을 위해 우선적으로 접수해야하는 산업입니다.”
현철환은 조금 놀란 눈치로 병주를 쳐다본다. 그리고 문경의 위치가 그런 이점이 있다는 것도 사실 신기했다. 일단 문경의 탄광과 단양의 석회석은 아무래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었다.
“흠흠. 일단 은성탄광을 재개발을 하는데 주력을 하겠군요.”
“물론입니다. 사실 석탄을 그냥 불을 피우는 것보다 어느 물품의 원재료에 해당됩니다.”
“그 말씀은?”
“석유변환기술.”
순간 광복군의 간부들과 건국동맹 문경 지부와 그리고 이곳의 유지들은 얼굴이 굳어진다. 석유변환기술이라고 한다면, 한 마디로 석탄을 석유로 바꾸는 기술을 의미한다. 석유가 어떤 물건인가? 일본제국이 그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에게 선전포고를 한 가장 중요한 자원이 아니던가?
현철환이 몸을 떨면서 병주에게 한 가지 묻는다.
“그... 그... 그런 기술이... 광복군에서 보유... 하고... 있습니까?”
그 말에 병주는 고개를 젓고는 현철환에게 대답한다.
“그건 아니라고 볼 수 있지요. 제 동생 병윤이라고 있는데, 중경에 사업을 한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산업 관련 경영과 기술 등은 제 동생이 할 몫인 것 같습니다.”
“......”
병윤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현철환은 이 곳 점촌역에 수많은 기계 설비들이 도착하고, 그 것들을 광복군이 엄중히 경계를 서고 있는 사실을 안다. 현철환은 그것을 알아보고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들은 문경을 공업화 지역으로 선정하려는 모양이다.
‘이... 이건... 상당한... 기회야. 탄광 밖에 없는 시골에서 선진기술을 도입하는 도시가 될 수 있어. 이건.’
순간 유지들 역시 수군수군 거린다. 사실 유지들의 입장에서 병주가 말한 건수는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방향이 될 수 있었다. 잘하면 한낱 중소지주에서 공장의 사장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환영식은 병주의 파문을 던지는 말에 문경 발전 토의회로 바뀌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병주가 있었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할 때쯤 어느새 환영식도 끝이 났다.
그리고 현철환은 식이 끝난 뒤 따로 병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연대장님. 그 동생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까?”
병주는 환영식이 끝난 직후 엉겨 붙는 현철환을 보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낸다. 병주가 아무리 무력을 지닌 군대의 수장이라고 하더라도 역시 문경의 지역민심을 모으기는 힘들었다. 일단 건국동맹 문경지부라는 것이 문경의 민심을 잡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힘들 듯 싶습니다.”
“......”
“오늘은 그 녀석에게 일이 있어서 아마 내일이나 모레에 찾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조금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병주에게 물어본다.
“호... 혹시. 문경에 세우는 공장들에 대해서 알 수 있겠습니까?”
“그건 제 동생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
“그래도 원하시니 한 가지 힌트를 드리지요. 가장 먼저 은성탄광을 개업할 것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예. 아까 그 것은 환영식에 들어서 알고 있는 사항이지 않습니까?”
“그 것 외에도 다른 것은 많습니다. 산업은 사실상 무수하니 말입니다. 일단 제가 말할 수 있는 범위라면 기계생산 가공 산업, 그리고 태양광 발전 산업을 말할 수 있습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기계생산 가공 산업의 경우는 온갖 기계들을 생산하는 곳이 아닌가? 하지만 태양광 발전 같은 경우는 조금 생소한 경우였다.
“그 태양광 발전 산업이라는 것이 어떤 경우입니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원리로 한다면 태양빛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방식이라고 들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내일 찾아갈 동생 녀석에게 물어보십시오.”
“......”
현철환은 병주의 말에 몸이 조금씩 떨려 온다. 공포감으로 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희열감으로 떠는 것이다.
‘대... 대박이다. 대박이야. 저 이들이 들어온 것은 대박이라고.’
무수한 산업들이 문경에 속속 건설된다는 생각을 하니 현철환은 몸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현철환에게는 병주는 경계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마땅히 협조해야할 대상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렇게 현철환은 자신과 문경의 미래에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한편, 병윤과 감연은 병주의 군부대에서 내온 차를 타고, 병사들의 호위 속에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병윤은 광복군에서 은성탄광에 대한 보고서들을 읽어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흐음. 일단 일본인 사장 내외는 쫓겨난 지 오래 이고, 지금은 노동자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감연은 그 말에 조금 얼굴을 굳히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쯧. 노동자들이 자치를 하고 있으면 일이 어렵게 되겠는데.”
“솔직히 공산주의인가 뭔가 하면서 난리를 부리면 솔직히 안 될 것 같군.”
“일단 설득부터 해보자고. 석탄이라는 물건은 아무래도 석유로 변환시킬 때 쓰이는 가장 중요한 원재료이니 말이야.”
병윤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한 마디 말한다.
“석유. 중요하지. 그 것에 비해서는”
“또 그 생각하고 있었냐?”
“규소 연료가 중요하지 않겠냐? 석유보다는?”
“에휴. 너도 참 별종이다. 지금 석유변환기술도 감지덕지인데. 규소 연료라니. 물론 규소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원소인 것은 알지만 규소 연료를 생산할 때, 필요한 설비들과 산업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잖아?”
“넌 왜 이렇게 부정적이냐?”
“현실을 말한 거다. 멍청아.”
“......”
병윤이 조금 침묵하자 감연은 병윤의 얼굴에 내가 너무했나? 싶었지만 이내 한 마디 하고 만다.
“가능은 하겠지만 돈은 억수로 들 걸? 일단 은성탄광에 집중하자고. 그 놈의 규소 연료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고.”
“빌어먹을 자식.”
“뭐 이 썩을 놈아.”
병윤은 중경공단회장이었던 시절에 한 번 규소에 대해서 검토를 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규소화합물이 연료 디젤에 비해서 경제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쪽으로는 처음이라서 이 일은 감연에게 공유하는 형편이었다.
규소는 사실상 지구의 구성성분 중 가장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원소였다. 즉 세계 각지에서 규소는 넘쳐난다고 볼 수 있었다. 규소는 모래, 즉 이산화규소로 존재한다. 순수한 규소를 얻기 위해서는 환원을 시켜야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병윤과 감연에게 걱정거리는 없었다.
다만 연료성 규소화합물을 생산하는 것과 더불어 규소화합물을 이용할 수 있는 동력기관의 개발, 그 외 무수한 설비들을 개발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감연은 이 일에 대해서 그냥 병윤에게 꿈만 꾸라고 충고를 했다.
그렇게 둘이 규소화합물에 관련해서 아옹다옹하고 있을 시점에 차는 은성탄광 앞으로 도착한다. 은성탄광은 지금 광복군 소수만이 경계를 서고 있었고, 나머지 경영과 노동 같은 분야는 노동자들이 결집해서 세운 자치 운영회를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병윤과 감연은 자신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만난다. 바로 이 곳 탄광의 경계를 서고 있던 중대장 이서영 대위였다. 이서영 대위는 둘을 보고 한 마디 건넨다.
“상부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럼 이 곳 탄광의 사무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병윤과 감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이서영 대위를 따라간다. 얼마 걷지 않아서 병윤과 감연은 사무실 안에 도착하고는 사무실 한 구석에 마련된 쇼파 위로 앉고는 이서영 대위에게 말한다.
“이 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치 위원회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서영 대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즉시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이서영 대위는 성큼성큼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병윤과 감연은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사람일지 궁금한데?”
“일단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쯤 이서영 대위는 작업복을 입은 누군가를 데리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조금 험한 얼굴의 사람으로 사람 잡게 생긴 사람인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병윤과 감연의 맞은 편 쇼파에 앉으면서 둘을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 곳을 인수하러 온 사람들이 댁들이오? 이거 완전 애송이들이군.”
그 말에 순간 이서영 대위의 눈빛이 험악해진다. 그 때, 병윤이 이서영 대위를 진정시키고는 오히려 그 사람에게 웃는 낯으로 대하며 말한다.
“당신의 이름부터 듣고 싶습니다.”
그 말에 기고만장한 표정의 그 사람은 큰 소리로 자신을 소개한다.
“나 말인가? 이곳에서 8년을 일한 마필준이야. 광부 일을 한 지는 수십 년이 되었겠지. 아마도.”
마필준의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한눈에도 아니 병윤 자신이 파악하기에도 마필준은 천생 광부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곳을 인수하러 온 사람들이 나이어린 애송이들이라니 상당히 기분이 나쁘군.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라고.”
병윤은 오히려 피식 웃으면서 마필준을 대하며 한 마디 말한다.
“광부의 경험과 경영의 경험은 다른 법입니다?”
“흥. 군대의 끈을 놓은 애송이처럼 보이는데?”
“좋습니다. 마필준씨. 당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순간 병윤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그 분위기에 병윤을 우스운 애송이로 보았던 마필준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이거 뭐야? 저 청년에게서 산전수전의 경험자같은 기세는...’
“물... 물어봐.”
“일단 당신을 포함한 자치 운영회의 일원들이 이곳의 탄광을 개발하고 석탄을 캐내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캐낸 석탄은 어디서 판매할 생각입니까?”
마필준은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한다.
“석탄을 살 용의가 있는 상인들은 많아.”
“하지만 해방이 되고, 지금 일들이 끊어졌습니다. 모든 계약은 날라가고 말입니다. 소수의 상인들이 당신들의 석탄을 구매할 생각은 있지요. 제 말이 틀립니까?”
그 물음에 마필준은 정곡을 찔렀다. 사실 그러했다. 일단 필요한 수요량만큼 석탄을 캐내기는 하지만 해방 전보다는 일을 쉬는 날이 많아졌다. 비록 그 빌어먹을 징용 때문에 겨우 입에 풀칠하기는 하지만 지금이라고 나아지지 않았다. 해방 전에는 닥치고 일을 하면 되었지만 지금의 경우는 탄광에 대한 모든 부분을 살펴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치 운영회의 입장에서는 힘든 점이 많았다. 마필준은 병윤을 쳐다보며 스산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흥 너희들이라면 다르다는 말인가? 좋아. 아까의 질문을 돌리지. 석탄들을 증산하고 판매할 때, 너희들은 어떻게 판매할 계획인가?”
병윤과 감연은 그 말에 싱긋 웃는다. 병윤은 자신만만하게 한 마디 말한다.
“꼭 판매해야 합니까?”
그 순간 마필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병윤을 쳐다본다.
“그 말은?”
“석탄이라는 것은 연료가 되기도 하지만 제철에 중요한 원재료라는 것은 잘 알다시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의 석탄은 무연탄 아무래도 제철용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할 것입니다. 연탄으로 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걸 모르는 인간이 어디 있나?”
“하지만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면 무연탄을 제철에 쓸 수도 있을뿐더러 석유변환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마필준은 병윤의 그 말에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거 완전히 사기꾼 아닌가?
“웃기는 소리하지 말고. 꺼져. 이 씨발놈들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 작품 후기 ============================
졸지에 병윤과 감연은 욕을 얻어먹었네요.
댓글들이 부족합니다. 댓글들을 주세요. 많이 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