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99화 (19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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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5년 8월 20일 아침 9시, 경성 중앙청(전 조선총독부) 대문에서 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단상 주변에서 인부들이 이번 연설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중앙청에 안의 방에서 임시정부의 각료들은 연설준비에 앞서는 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흠. 아아. 그나저나 지금 전국 각지 관공서에 TV설치는 어떻게 되었나?”

김구는 선전부장 엄항섭에게 고개를 돌려 묻자 엄항섭은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일단 되는대로 군 단위로 TV를 배치하기는 하였지만 그 이하 면과 마을에서는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인천의 입성은 4일 전에, 그리고 경성으로 들어간 지는 겨우 3일 정도 되지 않았는가? 일단 되는대로 군부대 및 동원할 수 있는 교통편을 이용하여 전국 각지에 TV를 보급한다고 하지만 그건 관공서만 이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김구는 그 말에 한 숨을 내뱉는다.

“휴우. 어쩔 수 없지. 일단 사정이 생기는 대로 TV 연설을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 길 씨 형제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나?”

그 물음에는 내무부장 권양무가 답했다.

“일단 문경으로 내려간 제 5 보병사단 3연대장은 문경의 건국동맹과 협조 관계를 다지며 행정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중경공단 회장은 어제부로 문경의 은성탄광의 불하를 완료했고, 이윽고 제철, 기계, 그 외 산업들을 신설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김구는 그 말에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쯧. 그 녀석들은 거기서 지낼 생각인가? 거기 말고도 사업할 장소는 많을 듯 싶은데?”

“주석 각하께서 그들을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단 며칠도 안 되지 않았습니까? 지켜보십시오. 그리고 임시정부에서 길러온 자본가들과 연구원들의 제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구는 권양무의 말에 그 것이 옳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자본가들과 연구원들을 재빨리 적산기업에 불하를 받게 해야 했다.

중경에 있을 때보다 여기서의 할 일이 폭주하고 있었다. 거기다 조선에 진주한 세 개 국의 고문관들의 말들도 들어야 하니까 신경 쓸 것도 많았다. 하지만 김구는 우선 이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을 기해서 한반도의 전 동포에게 연설을 해야 했다. 선정부장 엄항섭이 중경 임시정부 시절부터 TV 방송국을 운영한 적이 있으니 다행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일은 그 TV를 이용하여 화려하게 자신들이 귀국했다는 것과 더불어서 나라가 나아가야할 길을 발표해야 했다. 김구는 자신이 그 TV에서 촬영되는 것에 대해 거북하게 여기지만 그래도 전국에 있는 동포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수단이 TV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라디오도 있다고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듣는 것보다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을 믿는 편이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김구는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의 시간을 확인한다. 이제 곧 연설할 시간이 다가왔다. 김구는 목을 흠흠 가다듬고, 중앙청 대문 앞에 마련된 연설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김구가 연설장 위 연단으로 딱 섰을 때, 연단 밑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임시정부가 들어서고, 거의 처음으로 정식선언을 하는 편이니 경성 시민들은 조금 불안하지만 거의 기대가 찬 눈빛이었다. 김구는 그런 시선에 눈을 떼지 못하고, 목을 가다듬어서 자신의 멋진 연설을 위해 아아 거린다.

연단에서는 TV에서 송출하기 위해 촬영장비들을 든 사람들이 순간 김구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윽고 시간이 된다. 먼저 사회자가 나서서 이 연설의 개막식을 올리는 것을 알린다. 그 후 연단 밑의 사람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린다.

-짝짝짝짝! 짝짝짝짝! 짝짝짝짝! 휘이익!-

사회자의 소개가 있고, 대화가 시작되고는 이제 시간이 지나 김구의 연설 차례가 다가왔다. 김구는 마이크에 대고 아아 하고는 슬슬 입을 떼기 시작한다.

“친애하는 국내외 동포 자매 형제들이여. 파시스트강도의 최후의 첩벽을 고수하던 일본제국주의는 8월 15일에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여 스스로 항복과 패망을 자처하였다.

일본제국주의자의 패망으로 인하여 온 세상이 기뻐 뛰는 중에 있어서 조국의 해방을 안전에 목도하면서 3천만 조선민족이 환희 작약하는 중에 있어서 본정부가 근 30년간에 주야로 그리던 조국을 향하여 전진하려는 전석에 있어서 일찍이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기 위하여 본 정부를 애호하고 독려하던 절대다수의 동포와 또 이것을 위하여 본정부와 유리전전하면서 공동 분투하던 동포의 앞에 본정부의 포부를 고하려 할 때에 본 주석은 비상한 감분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일국의 흥망과 일민족의 성쇠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운이 단절되는데 있어 수치심 인소가 허다하였다. 하면 금일의 조국이 해방되는데 있어 각고하고 장절한 노력이 있었을 것은 3척의 동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허다한 우리 선열의 고귀한 열혈의 대가와 중·미·소·영 등 동맹군의 용맹한 전공이 없었으면 어찌 조국의 해방이 있을 수 있었으랴.

그러므로 우리가 조국의 독립을 눈앞에 전망하고 있는 이때에 있어서는 마땅히 먼저 선열의 업적을 추상하여 가슴 속 가득 찬 경의를 올릴 것이며 동맹군의 위업을 선양하여 열열한 사의를 표할 것이다. 우리가 처한 현 상황은 건국강령에 명시한 바와 같이 건국의 시기로 들어가려는 과도적 계단이다. 다시 말하면 복국임무를 아직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건국의 초기가 개시되려는 계단이다.

그러므로 현하 우리의 임무는 번다하고도 복잡하며 우리 책임은 중대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 조국의 독립을 완성함에는 우리의 한 단어 한 문장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다 영향을 주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매사를 임할 때에 먼저 치밀하게 분석하여 명확한 판단을 내리고 명확한 판단 위에서 용기 있게 처리하여야 한다.

본 정부는 이때에 당면정책을 선언하도록 하겠다. 이것으로써 현재 상황에 처한 본 정부의 포부를 중외에 천명하고자 함이며 이것으로써 전진노선의 지침을 삼고자 합니다. 또한 이것으로써 동포제위의 당면노선의 지침까지 삼으려하는 것이다. 친애하는 우리 동포 자매 형제들이여 우리 조국의 독립과 우리 민족의 민주단결을 완성하며 국제간의 안전과 인류의 평화를 증진하기 위하여 본정부의 당면정책을 실행하기에 공동노력하자.

임시정부 당면정책으로는 본 주석이 선언하겠다.

첫 째, 본 임시정부는 최우선적으로 본 정통정부를 완성해야할 것.

두 번째, 우리 민족의 해방과 급우선 독립을 위하여 혈전한 중·미·소·영 등 우방민족으로 더불어 절실히 제휴하고 연합국헌장에 의하여 세계일가의 안전 및 평화를 실현함에 협조할 것.

세 번째, 연합국 중에 주요한 국가인 중·미·소·영·불 5강에 청하여 먼저 우호협정을 체결하고 외교도경을 별부해야할 것.

4) 동맹군주재기내에 일체 필요한 사의를 적극 협조할 것.

5) 평화회의 및 각종 국제집회에 참가하여 한국의 응유한 발언권을 행사할 것.

6) 국외임무의 결속과 국내임무의 전개가 서로 접속되매 필수한 과도 조치를 집행하되 전국적 보선에 의한 정식정권이 수립되기까지의 국내과도정권을 수립하기 위하여 국내외 각층 각 혁명당파, 각 종교집단, 각 지방대표와 저명한 각 민주영수회의를 소집하도록 적극 노력할 것.

7) 국내 과도정권이 수립된 즉시에 본정부의 임무는 완료된 것으로 인하고 본 정부의 일체 직능 및 소유물건은 과도정권에게 교환할 것.

8) 국내에서 건립된 정식정권은 반드시 독립국가, 민주정부, 균등사회를 원칙으로 한 신 헌장에 의지하여 조직할 것.

9) 국내의 과도정권이 성립된 후에는 국내 일체 질서와 대외 일체 관계를 본 정부가 부책 유지할 것.

10) 교포의 안전 및 귀국과 국내외에 거주하는 동포의 구제를 신속 처리할 것.

11) 적의 일체 법령의 무효와 신 법령의 유효를 선포하는 동시에 적의 통치하에 발생된 일체범인을 사면할 것.

12) 적산을 몰수하고 적교를 처리하되 동맹군과 협상을 진행할 것.

13) 적군에게 핍박 출전한 조선인 군인을 국군으로 편입하되 동맹군과 협상 진행할 것.

14)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와 매국노에 대하여는 공개적으로 엄중히 처분할 것.

이상으로 열 네 개의 조항을 우선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순간 단상 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우렁찬 박수소리가 비가 오듯이 쏟아진다. 김구는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단상 밑 사람들의 목소리에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짓는다.

한편 같은 시각, 문경의 사현리에 위치한 길씨의 집에서 설치된 TV 화면 속에서 김구의 연설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마을사람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TV를 쳐다본다. 어떤 한 아주머니는 이걸 보고 외친다.

“에구머니나. 이게 뭔 요상한 물건이다냐?”

어떤 한 중년 남성은 저 TV의 화면을 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길씨네가 돌아오면서 요상한 물건을 들여놓는구만. 저 안에 사람이 들어있나?”

길남효는 저 TV 화면을 아리송하게 지켜본다. 사실 어제만 하더라도 병윤이 저 쓸데없는 물건을 왜 설치를 하는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해왔지만 이 화면을 보여주자 눈이 커진다.

“이... 이게... 뭐냐? 병윤아.”

병윤은 그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표정으로 간단하게 대답한다.

“텔레비전이라는 물건인데 라디오랑 비슷한 물건이에요.”

“라디오? 사람의 목소리를 원하는 곳에 전파하는 그 물건을 말이냐?”

“예. 다만 저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이지만 말이에요.”

“허... 너 중국에서 이런 것도 만들었냐?”

그 말에 병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길효남에게 대답한다.

“저랑 감연이랑 같이 만든 작품이지만요.”

그 말에 순간 마을사람들은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저런 신기하고 요상한 것을 자신의 같은 마을 출신인 병윤과 감연이 만들었다니. 감연의 아버지, 송동호는 감연을 보고 머리를 강아지처럼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 놈의 자식은 조금 쓸데없는 것을 만들어가지고. 하여튼 겁나 신기한 것을 보여주었네.”

감연은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그 TV를 왜 여기에 설치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병주 형님께서 연대본부에 설치한 중계기 덕분에 이쪽으로 전파가 닿는 것 같군.’

감연은 조용히 자신의 아버지 송동호와 얼굴을 맞대면서 TV화면을 지켜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구의 연설은 끝이 났다. 그 후에는 사회자가 나서서 이런 말 한 마디를 한다.

“이 화면을 보시는 분들께는 상당히 아리송하고 요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원래 이 물건은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도 만들어지는 TV라는 물건입니다. 이해가 가지 않으시는 분이 있다면 라디오를 떠올리면 될 것입니다. 즉 이 TV라는 물건은 그 것과 비슷한 물건입니다.”

사회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이제 마이크를 선전부장 엄항섭에게 넘긴다. 엄항섭은 마이크에 아아 하고는 한 마디 말한다.

“3천만 재외 동포 자매 형제들이여. 앞으로 이 TV라는 물건을 통해서 각지의 소식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요. 신문 혹은 라디오를 통해서 입장을 전달할 텐데, 그 전달수단 중에 이 TV라는 물건이 추가하였소. 그리고 이 TV를 통해 이번 선전부에서 마련한 것들을 방영할 것이니 많은 관심을 바라오. 이상이오.”

그 이후, 화면은 끝이 나면서 치지직 거린다. 병윤은 이제 TV의 전원을 꺼버린다. 마을사람들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TV를 지켜본다. 길남효와 어머니 김민숙은 놀란 얼굴로 병윤에게 말한다.

“마치 혼이 빨리는 것 같은 물건이야.”

“내가 경성에 있을 때만 해도 이런 물건은 없었는데 말이야.”

순간 마을사람들도 두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듯 수군거린다. 젊은 청년들과 중년 남성 여성 중심으로 수군대는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저 요상한 물건이 여기에 배치된다고?”

“허. 저 것을 통해서 세상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이야. 세상 많이 좋아졌네. 몇 년전만 하더라도 라디오라는 신기한 물건이 나왔는데 말이야.”

반면 마을에서 존재하는 나이가 든 노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물건인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물건이라니.”

“귀신 들린 물건이야. 저런 물건이 왜 존재하는지 쯧쯧.”

노인들은 TV라는 물건에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여준다. 역시 세대차이가 확 나타났고, 병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뭐. 어차피 접해보면 사람들은 금방 익숙해지니까 말이야.’

그 때, 길남효가 병윤의 몸을 툭툭 치면서 묻는다.

“저 TV라는 물건을 우리 집 안에 놓을 생각이냐?”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예. 저 TV라는 물건을 통해 세상 각지의 소식을 알 수 있으니 꽤 편리하지 않으세요?”

길남효는 그 말에 자신도 동의한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병윤에게 마을사람들로 눈짓을 준다. 마을사람들의 반응에 병윤은 아! 하고 뭔가 깨달았다. 아무래도 이 집 안에 TV가 설치된다면 마을사람들이 자신의 가족들의 집을 들락날락할 것 같았다.

“저 사람들이 TV를 보기 위해서 우리집을 찾아올 것 같은데. 어찌하면 좋겠냐?”

병윤은 그 물음에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아버지 길남효에게 대답한다.

“마을 중심에 비어있는 집 같은 것은 없습니까?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 같은 곳이요.”

그 말에 길남효는 생각하다가 병윤에게 말한다.

“그 장소에 대해서는 마을사람들과 말을 하면서 알아차리고는 그 장소가 마련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우선적으로 그 곳에 발전시설을 설치해야 되겠지요.”

“그 태양광이라는 뭔가 하는 지붕에 설치된 그거 말이냐?”

병윤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게 있어야 저런 전자장비가 작동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한 마디로 지붕이 필요하다는 소리이군. 그 외에는?”

“마련된 집의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마련하면 이제 냉장고, TV, 그 외 에어컨, 선풍기, 엄청난 수의 전자 제품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으음. 그 장소에 그런 제품들을 들여보낸다고?”

“뭐 어차피 제 재산이니까 말이죠.”

길남효는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병윤이 중국에서 번 재산이니 자신이 쓰는 것은 어차피 당연하다 여겼다. 하지만 길남효는 배가 아픈 것은 사실이다. 마치 자신의 재산을 남들이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 같은 그런 배 아픔이 느껴진다. 길남효는 이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에효. 너도 생각이 있으니 알아서 하겠지. 알겠다. 그럼 이 애비는 마을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네가 말한 방법들을 말해주겠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김민숙이 병윤의 옷을 잡았고, 병윤은 고개를 자신의 어머니에게 돌린다. 어머니 김민숙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병윤을 쳐다본다.

“저 TV라는 물건에서 아까의 화면은 언제 나타나는 거냐?”

“으음. 글쎄요. 내일 모레는 지지직거릴 것이 분명하고, 자세한 것은 제 작은 형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머님.”

김민숙은 병윤의 대답에 조금 시무룩해진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TV라는 요상한 물건이 자신이 배 아파 난 자식들 중 한 사람이 만들었다는 소리에는 자랑스럽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병윤을 쳐다본다.

‘역시 내 아들들은 다 훌륭해.’

요즘 김민숙은 비슷한 나이의 중년 여성들에게 수다를 떠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김민숙이 돋보였다. 하나같이 김민숙이 낳은 자식들이 전부 다 성공을 하였으니 당연한 말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요즘 따라 자신의 친우들이 김민숙 자신에게 부탁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자면 병윤이 향후 세울 업체에 취직을 시켜달라든지 아니면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이 많았다.

그런 부탁을 들을 때마다 김민숙의 표정은 환해진다. 언제 그런 부탁을 받아보겠냐? 사실 해방 전, 흩어지기 전 길씨 네도 마을사람들에게 그런 선망들이 존재했다. 가족들 중 유일하게 한의사, 대학생을 배출하였으니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지금은 그 아들들이 귀국하고 나서는 주요 요직에 떡하니 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그 아들들을 낳은 김민숙과 길남효 부부에게는 마을사람들의 부러움이 존재했다.

옛말로 조선사람들에게는 자식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 가장 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저 김민숙 길남효의 사례이니 한 마디로 눈에 보이는 편이었다. 결국 잘난 아들들 때문에 두 사람의 콧대는 날로 높아진다. 거기다 오늘 신기한 물건인 TV도 들여놓았으니. 김민숙은 아직 어려서 말을 못하고, 자신의 손을 꽉 붙잡은 효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잘난 오빠들을 둔 딸이니 만큼 자신의 아들들만큼 둘째 딸아이도 성공할 거라는 기대감이 효혜에게 쏟아진다.

============================ 작품 후기 ============================

불쌍한 효혜, 잘난 오빠들 덕분에 새빠지게 고생하게 생겼어요.

휴우. 일단 초반부를 확실히 다듬고 있는데 설문내용은 그만두겠습니다. 그리고 원래 설문에서는 능력치 성장 부분과 설정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출판관련해서 후자의 경우를 선택하라고 하네요. 기술들의 성장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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