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00화 (200/633)

0200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마을에서는 TV로 떠들썩한 김구의 발언을 듣고 있을 때, 간씨 일가 역시 병주와 감연의 도움을 얻어서 TV 하나를 구하고, 이 김구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었다. 간씨 일가의 가주인 간병철은 김구의 연설이 다 끝나고, TV 화면이 치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옆의 하인에게 눈짓을 하여 꺼버리게 만들었다. 간병철은 조금 걱정 어린 얼굴로 간성호와 그의 부인 조신혜를 바라보고는 한 마디 물었다.

“아들아. 넌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

간성호 역시 간병철과 같은 얼굴이었지만 간성호의 말에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은 웬만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자부할 수 있었다.

“친일파 제거라는 명목은 사실상 우리 집안은 비켜나갈 것 같습니다.”

간병철은 그 말에 조금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

“예. 일단 문경 지부의 건국동맹에게 들은 내용들과 그 길씨 네의 아들들에게 들을 내용을 조합해보면 시대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우리 집안이 매국노로 여기고 처벌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간병철은 그 말에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다. 사실 해방 전 자신의 집안 역시 일본인과 관계를 많이 맺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다지 주류는 아니었다고 볼 수 있었다. 빨리 주류를 들어가기 위해서 간병철이 그 양아치 자식 박출환을 자신의 딸에게 혼인까지 시키겠는가?

하지만 하늘은 뒤바뀌었고, 이제 나라는 독립했다. 그리고 간병철과 간성호는 자신의 집안이 결코 주류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다행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해방이 되었다고 간씨 일가에게 밝은 미래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소작농 일가였던 길씨 가족들의 부상이었다.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다. 그 길씨의 가족들이 마을에서 지낸다고 하지만 그 아들들이 임시정부의 주요 요직에 있다고?”

간성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저들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으로 다가와서 다행이지. 본격적으로 행패를 부린다면, 간씨 일가는 망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자면 박출환과 사돈 맺은 관계를 가지고 공격을 한다면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 길씨 네에게 끝장날 수 있었다.

지금 문경에 있는 군대는 중전차와 장갑차는 물론 기관총, 소총, 수류탄, 각종 전투, 전쟁을 위한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문경에서 그들에게 반항할 수 있는 무력세력은 없었다. 그리고 군대의 수장은 바로 길씨 네의 차남 길병주가 아닌가? 더욱이 경성에 있는 친우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길병주의 위업이 매우 자자해서 이번에 사단장으로 진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렀다.

“예. 적어도 문경에 내려온 주력세력들 중 군대, 경제권을 쥐려는 자들이 바로 길씨 일가입니다. 즉 예전처럼 우리가 저들을 소작농 일가처럼 봐서는 안 됩니다.”

간병철은 그 말에 입맛이 썼다. 사실상 아들들의 소식이 없어지고, 그 집에 김민숙이 홀로 남게 되자 간씨 일가는 그들의 지원을 끊어버렸다. 즉 어찌되도 좋을 집안이라고 여기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역전되었다. 언제든 앙심을 품어서 간씨 일가를 공격해도 늦지 않을 힘을 가졌다. 다만 간성호의 빠른 결정으로 이봉호를 길병주에게 넘겨서 겨우 관계를 해소시켰다. 그 양아치 녀석 박출환을 붙잡아서 넘기지 않는 것에 대해선 뼈가 아프지만 말이다.

“흠. 그렇지. 사람 인생이라는 것은 역시 쉽게 볼 수는 없는 일이라는 말이 맞았다. 그런데 저번에 네가 알려준 제안에 대해서 나도 심사숙고를 해본 적이 있다.”

간병철의 말에 간성호는 집중하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본다. 간병철은 입맛이 텁텁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며 말한다.

“어제, 그 길병윤이라고 하는 길씨 일가의 삼남이 해준 제안에 대해서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저번에 네가 알려준 농지개혁이 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는다. 더욱이 네가 건국동맹을 돌아다니며 얻은 정보 속에서 3.7제를 시행한다는 생각에 우리 집안이 위기감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성호는 간병철의 말에 자신도 십분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해방이 되고 나서 많은 것이 바뀌고 있었다. 일단 조선인들 위에서 귀족처럼 군림하던 일본인들은 대다수 거지꼴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본인들 밑에서 알랑방귀를 끼던 사람들 역시 불안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많은 변화라 한다면 역시 민중들의 농지 관련한 문제였다. 이 곳 한반도의 역사 중에서 지금까지 지켜온 지주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이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농민들은 지주를 혁파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 농민들의 외침에 기름을 붙는 자들이 바로 빨갱이라고 지칭되는 공산주의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뿐만이 아니라 우파라고 자청하는 이들 역시 지주제에 대해 의문사항을 들고 있었다. 그건 지금 지주인 간씨 일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지주 신세를 그만두어야 할 지도 모른다.

“일단 지주 3, 소작농 7몫으로 정하는 3.7제 관련해서는 제가 한 번 건국동맹에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버님. 우리 간씨 일가 역시 농장의 신세를 벗고, 자본가의 입지를 다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

간병철은 간성호의 말에 침묵을 지킨다. 원래 간병철 역시 이 땅을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운영해왔던 이가 바로 간병철이었다. 비록 자신들이 주류는 아니었지만 땅 주인이었고, 어느 사람들보다는 상류층에 가깝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간병철이 바라보는 간성호 역시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온 몸으로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간성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들을 조합하여 이 곳 간씨 일가의 가주인 간병철에게 제안한다.

“제가 알아보니 사실상 그 길병윤이라는 길씨 일가의 삼남 역시 보통이 아닙니다. 지금 이 방에 설치된 TV 역시 그와 감연이라는 친우가 개발한 제품입니다. 더욱이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라는 시설 역시 그들이 도와줘서 설치를 했고요. 그리고 어제 은성탄광의 불하를 완료 받고, 본격적으로 그 곳의 석탄생산도 돌입할 것이라고 전달받았습니다. 그 외에 화학, 기계, 전자, 무수히 많은 산업들이 이 문경에 신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 삼남은 어리다. 알고는 있는가?”

“어린 것은 둘째 치고, 그와 감연이라는 두 친구는 임시정부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는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임시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제 친우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을 가리켜 수 억 명을 먹여 살린다는 억생재, 그리고 만 번을 부탁하여 얻을 수 있다는 만고초려라는 칭호를 받은 천재들입니다. 실질적으로 중국에서 수 천 만 명이 일한다는 중경공단의 회장직을 했다고 하니 능력만큼은 검증을 받은 셈입니다. 그런 이가 우리에게 제의를 했습니다. 나이, 지위를 떠나서 그들은 우리에게 관계를 맺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으음...”

간병철은 그래도 미심쩍다는 표정을 짓자 간성호는 답답하다는 듯 간병철에게 예를 들면서 말한다.

“작년 그 양아치 녀석을 그 귀한 제 여동생에게 결혼시킨 것은 우리 집안의 실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놓치면 이 기회를 놓친다면...”

작년 박출환과 사돈 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 언급하는 간성호의 말에 간병철의 얼굴은 궂어졌다. 조금 분노가 치민 얼굴로 간성호를 바라본 간병철은 그를 향해 호통을 친다.

“그 자식 이름은 또 왜 나와?!”

하지만 간병철의 호통소리에도 간성호는 기죽지 않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 말을 들어달라는 말입니다. 솔직히 우리가 제공할 것은 그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땅 덩어리입니다. 그 곳에서 금싸라기가 되는 공장을 짓겠다는데 장고를 하다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간성호의 외침에 간병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봐도 그 땅의 쓸모는 없어 보인다. 역시 자신의 아들 간성호의 말처럼 해도 좋을까? 라는 마음이 기울여지지만 간병철은 문득 자존심이 생긴다. 자신의 집안의 소작농이었던 길씨 네의 아들에게 머리를 굽히다시피 행동을 해야 하는가? 라는 자존심이 불쑥 튀어나온다.

“더 생각을 해보겠다. 너는 일단 건국동맹에 정보를 모아봐라.”

간성호는 그 말에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치며 간병철에게 말한다.

“아버지! 이건 기회입니다!”

“시끄럽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아는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습니다.”

간성호는지지 않겠다는 듯 간병철에게 큰 소리로 대답하자 두 사람의 눈 사이에는 번개가 빠지직 거리는 듯 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보았던 간성호의 아내 조신혜는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둘을 쳐다본다.

김구의 연설이 끝나고, 병윤과 감연은 병주의 소개로 건국동맹 문경지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집무실에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는 두 사람을 보더니 싱긋 미소를 짓고는 인사를 한다.

“반갑습니다. 건국준비위원회 문경 지부의 지부장 현철환이라고 합니다.”

병윤은 현철환의 인사에 자신 역시 인사를 한다.

“동협 개발회사의 사장인 길병윤입니다. 이쪽은 부사장인 송감연입니다.”

병윤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손짓으로 현철환에게 송감연을 소개하자 송감연 역시 현철환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말한다.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동협 개발회사 부사장 송감연이라고 합니다.”

연설을 전후로 건국동맹에서 건국준비위원회로 뒤바뀐 문경지부의 지부장 현철환은 두 사람에게 쇼파를 가리키면서 말한다.

“앉으십시오. 오늘 우리 세 사람에게는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병윤과 감연은 현철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쇼파에 앉고, 탁자를 기준으로 현철환과 병윤, 감연은 쇼파에 앉아서 서로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이제 현철환은 슬슬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운을 떼기로 한다.

“어제 은성탄광을 불하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임시정부에게 정식 불하권을 받았으니 필요한 산업을 재가동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흐음. 그렇군요. 그 외에도 어떤 산업을 불하받으실 생각입니까?”

“으음. 일단 문경에 있는 기존의 산업들을 불하받을 생각이기는 한데. 어제 살펴보니. 그다지 경제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산업을 직접 차릴 생각입니다.”

현철환의 그 말에 어제 병주가 이야기해주었던 것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현철환은 일단 기존의 산업을 보류시키겠다는 병윤의 말에 조금 뜸을 들이다가 한 번 찔러 본다.

“제가 이 곳 젊은 연대장의 말을 듣기로는 동협 개발회사의 사장이 문경 위쪽 단양군에 분포된 석회석 지대를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작은 형님께서 들으셨다면 그건 분명 맞는 일일 것입니다. 일단 시멘트라는 재료가 건축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를 하기 때문이죠.”

현철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시멘트라고 한다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물건이다. 무려 근대적 건축에 사용하는 녀석들이 아닌가?

“단양군의 석회석 광산에서도 어제의 은성 탄광처럼 그 곳의 노동자들이 자치위원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제가 그 쪽으로 한 번 알아봐드리겠습니까?”

현철환의 호의에 병윤은 좋다고 생각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자신이 생각하는 산업의 복구와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 그래주시면 감사합니다.”

“하하. 문경의 발전을 위해서인데. 이 정도의 협력은 당연하지요. 그런데 호기심이 들어서 하는 소리인데. 다른 산업이라 하시면 어떤?”

병윤은 그 질문에 꼭 말을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병주의 소개로 만났고, 또 현철환은 저래 보여도 문경에서 꽤나 유력자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알리는 것이 좋았다.

“자세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일단 태양광 패널, 즉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공장부터 지을 생각입니다.”

병윤의 말에 현철환은 아! 하고 놀란 얼굴로 병윤을 쳐다본다. 해방이 되고나서부터 가장 신기했던 사실은 컬러TV가 들여온 점, 그리고 병윤이 말하는 태양전지가 들여왔다는 점이다.

태양전지는 병윤과 감연이 중국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발명하고 만든 전력방식이었다. 발전소를 지을 시간과 장소, 그리고 자본이 없었기에 소규모의 발전방식을 찾다가 이 태양전지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원래 태양전지는 반도체의 전자를 이동시켜 전력을 얻는 것인데, 두 사람은 아예 다른 방식을 채용했다. 즉 태양빛을 흡수시키는 물질을 개발했다는 말이다.

처음 두 사람이 발명한 물질로 만든 태양전지의 효율은 겨우 5%밖에 되지 않아서, 공장 가동도 겨우겨우 되었지만 병윤이 공학관련 기술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지금 생산하는 태양전지의 효율은 이제 60%에 가까웠다. 한 마디로 다른 발전방식보다 승부를 볼 수 있는 발전방식이었다.

‘그리고 단가도 싸고, 유지비도 싸니. 좋지. 화력 발전소, 수력 발전소를 지으라고 한다면 지을 수 있겠지만 역시 태양전지만한 것이 없겠지.’

사실 태양전지의 기술 대다수를 병윤과 감연이 독점하고 있었다. 아니 비기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기술을 두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중경공단에서는 두 사람이 발명한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는 기계와 그 기계를 돌리는 사람은 있어도, 절대로 두 사람처럼 기술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 양산화시킬 수는 없었다.

“흠흠 태양전지라 한다면 그 지붕에 설치한 투명한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원리를 따지면... 흠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간단히 줄여서 말하자면 태양빛을 전기로 만드는 발전 방식입니다.”

“태양빛을 전기로?”

“예. 빛은 에너지로 되어 있다고 들어서. 이것을 차용했지요. 광자효과라고 해가지고 조금 복잡한 내용이 들어가지만. 더 들으시겠습니까?”

그 말에 딱 봐도 복잡하고 이해가 안 가는 설명을 시작하려는 병윤의 말에 현철환은 고개를 젓는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대화 정도로 하는 것이 좋았다. 현철환은 병윤을 보고 한 가지 물었다.

“으음. 그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산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병윤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죠. 발전소만큼 대량 발전은 아니고, 면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다른 발전 방식과 비교해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니 말입니다.”

“흠. 공장을 돌릴 전력을 태양전지를 이용하여 보급하게 된다면, 그 TV, 라디오, 백열등 전자제품을 돌릴 가정용 전력도 이 태양전지로 보급할 계획입니까?”

이번에는 병윤 대신에 감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우선 공장용, 가정용을 나눠서 개발, 양산화할 계획입니다. 그 외에 대규모로 발전소를 지어 다른 지역에 보급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차후 생각하기로 하겠습니다.”

병윤의 설명을 들은 현철환은 그 말에 장고를 한다.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방식이라니. 이거 상당히 놀랍군. 저 두 사람이 왜 억생재, 만고초려라는 칭호를 받는지 알겠군. 우선 대규모 발전소의 경우는 일제가 수력, 화력발전을 지었을 뿐 그 발전소를 지을 기술은 우리 조선인에게 없다. 그러니 새로운 발전소를 지을 수 없다면 공장의 가동도 멈추게 되겠고, 한 마디로 산업이 마비가 되겠군. 하지만 저 두 사람이 생산하려는 태양전지가 전국 각지로 보급하게 된다면...’

지금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였다. 기계들과 조명, 난방, 통신, 그 외 대다수가 전기가 필요했다. 한 마디로 전기의 수요량이 증폭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 두 사람이 그런 시장에 발을 딛게 된다면? 이 한반도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을 때, 아마 전기 관련 부분에서 저 두 사람에게 예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철환은 그런 예상까지는 너무하다고 싶었고, 일단 후에 세워질 나라는 폼으로 세워둔 것은 아니니 자신이 걱정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생각했다.

“흠흠. 그 태양전지 외에도 세울 공장이라는 것도 따로 있습니까?”

“으음. 무수히 많습니다. 철근 및 강철제품을 생산하는 제철소와 제강소, 그리고 제품을 생산하는 공작기계를 만드는 기계공장, 은성탄광에서 나오는 석탄을 가지고 석유로 변환시키는 정유공장까지 말이죠.”

‘한 마디로 중화학 공업은 자신들이 직접 세우겠다는 말이군. 하지만 이건 상당히 기회다. 우선 그 중공업은 북쪽에 치우쳐져 있으니 말이다. 문경에 그런 산업들이 쏙쏙 세워지게 된다면. 흐음. 이 문경은 시골이라고 부르기 어렵게 되겠군.’

“시간이 지나 이곳의 한반도에 정식정부가 들어서게 된다면 아무래도 그 정부와 협의를 해서 이 문경 곳곳에 상하수도 설비들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상하수도라면. 허.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고 오셨군요.”

병윤과 감연의 계획을 일정부분 들은 현철환은 곧 이 문경의 가치가 대폭 증대된다고 예상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땅값은 증폭되겠지. 하지만 현철환은 높아진 땅값으로 두 사람에게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중의 나진 사태처럼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이 문경 같은 시골 땅은 많았지만 이렇게 무수히 많은 산업들을 신설할 자본가와 기술자들은 저 두 사람이 유일했다. 뭐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저 두 사람만큼은 아니었다.

‘이거 상당히 잘 보여야 돼. 그렇게 되면 내 가문도 번성하게 될테니 말이야.’

현철환은 두 사람에게 아부할 생각으로 머릿속을 꽉 채운다. 우선 현철환이 생각한 것은 자신이 이끄는 건국준비위원회의 인원들을 움직이며 저 두 사람에게 전격 협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권으로 난리가 나겠군.’

경성에 있는 본부장 몽양 여운형 선생에게 듣기로는 요즘 좌파 우파로 나뉘면서 설전을 한다는 상황을 전해 받았다. 독립한 지 며칠이 되었다고 벌써부터 정치질이라니. 하지만 현철환은 이해가 되었다. 해방 전 일제에게 엄청 억눌려 있었는데, 이제 해방이 되고 나니까 목소리를 드높여 올 때도 되었겠지 라고 생각한다.

현철환은 두 사람에 싱긋 미소를 짓는다. 이제부터 자신은 저 두 사람을 보물처럼 여겨야 했다. 자신의 가문을 번성시키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 작품 후기 ============================

태양전지 관련해서는 솔직하게 원역사와 고증이 안 맞습니다. 원래부터 쓸 때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발하게된 비화가 이 게임 비슷한 설정으로 만들었다고 했고, 말이죠. 원래 원역사에서 태양전지는 반도체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원역사에서 반도체는 이제 발명하려던 제품이고, 지금의 이야기에서는 감연이 한창 생각하고 있던 물건이죠. 솔직히 제 생각으로 1년 뒤, 병윤과 감연 두 사람이 양자컴퓨터를 아예 새로 개발한다는 이야기로 잡고 싶은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의견을 댓글로 많이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200화가 되었네요. 휴우. 이제 이야기가 20% 나아갔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