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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5년 8월 23일(북미 기준), 미국의 백악관 안에 있는 접견실 안에 있는 탁자와 그것을 중심으로 주변의 의자들이 2개 있었고, 그 2개의 의자에는 각각 사람이 앉아있었다. 한 사람은 상대편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는 것이 티가 난 노년의 백인 남성이었고, 한 사람은 그를 보면서 오히려 여유를 느끼는 한 노년의 동양인 남성이었다.
“이런 짓을 꾸밀 줄이야...”
노년의 백인 남성, 이 백악관의 주인인 루스벨트 대통령은 여유가 느껴지는 노년의 동양인 남성, 이승만을 향해 가증스럽다는 얼굴을 짓는다.
“저희들을 귀국시키지 않으니까 자꾸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오히려 이승만이 이렇게 툭 내뱉자 루스벨트 대통령의 얼굴은 더더욱 구겨진다. 4일 전, 벌어졌던 인종차별의 실태에 대한 기사가 전미를 향해 날라 갔다. 인종차별이야 미국 내에서 흔한 일이었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그 인종차별이 안 좋다고 인식은 하고, 고치려고 시정은 하고 있지만 사람 의식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가? 인종차별의 대상이 보통 사람이었으면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냥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미를 방방곡곡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은 바로 그 험한 인종차별의 대상이 재생의학의 창시자인 길병주, 그리고 그의 동료인 정필중이었다는 소식이다. 두 사람은 그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근처 가게를 들렀다고 항변하고, 그런 험한 꼴을 당했다고 하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은 잘 알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이 탁자 넘어 상대편인 이승만이 꾸몄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국에서 가장 위의 정치적 자리를 얻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직위에 맞지 않게 엄청난 분노를 담아 이승만에게 소리쳤다.
“말해보시오. 왜 이딴 일을 꾸민 것이오?!”
하지만 이승만은 가볍게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대답한다.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희들을 귀국시키지 않으니까 라고 말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승만의 가벼운 반문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지 이빨을 갈았다.
-뿌드득! 뿌드득!-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을 대하는 이승만은 오히려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마치 정원에서 태양을 즐기는 노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여유가 루스벨트 대통령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그런 일을 꾸민다고. 당신네들을 귀국시킬 것 같아?!”
이승만은 손짓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을 진정시키면서 말한다.
“선수들끼리 이러지 맙시다.”
“선수?! 하 초대를 받았더니 엄청나게 오만하군.”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화를 내서야 쓰겠습니까?”
“지금 이 상황에 화를 안 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것이오?!”
“그 일에 제가 영향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은 그가 내렸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닥쳐! 네 놈이 다 꾸민 일이지 않는가?!”
루스벨트 대통령은 욕설을 내뱉으며 이승만을 모독했지만 이승만은 오히려 여유롭기까지 한다. 그 모습을 보니 루스벨트 대통령은 저 얄미운 얼굴을 때려주고 싶은 욕구가 치솟아올랐다. 그러나 비서실장이 간신히 대통령을 만류시킨다.
“각하! 지금 그의 페이스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진정하십시오! 진정!”
“으으... 이 교활한 자식을!”
“......”
루스벨트 대통령이 진정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비서실장이 간신히 만류와 설득을 다해서 일단 루스벨트 대통령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다시 이승만을 대적할 때, 역시나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를 바라보니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가 된다. 이승만은 그런 루스벨트 대통령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죽거린다.
“이제 저와 대화할 마음이 들었습니까?”
“크... 대화라... 하하... 이 교활한 자식. 어디 한 번 지껄여보시오.”
“먼저 병재 군, 그 쪽에 말씀하신 미스터 길과 이 거대한 나라 미국 정부와의 계약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승만이 계약에 대해 언급하자 얼굴이 굳어진다. 이승만은 그런 표정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보고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말하기 시작한다.
“원래 계약상에는 한 쪽 계약 당사자가 집으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다른 쪽이 그것을 최대한 들어준다고 작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맞습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말에 이승만에게 이죽거리며 말한다.
“흥. 그 사항에 대해서 말을 잘 하면 여건이 안 되니까 안 보내준다고 해석할 수 있겠소. 안 그렇소?”
이승만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죽거림에도 오히려 미소를 짓는다.
“그건 아니지요. 집으로 갈 수 있는 여건 중 사항들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그 곳이 적국의 지배 상태가 된다면 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묻겠습니다. 지금 한반도 중 강원도와 경상도는 적국의 지배 상태입니까?”
“하?! 지금 말장난 하자는 건가?”
“말장난은 그 쪽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지금 그 쪽에 미군이 진주해있다고 소식이 파다합니다.”
“......”
“물론 문건 상에서 따졌을 때는 아직 한반도는 일제 지배하에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까?”
이승만의 반문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분노와 짜증이 난다는 얼굴로 이승만을 쳐다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피식 웃으면서 이승만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좋아. 아니 좋소. 그 미스터 길이 당신의 편이라는 것인가? 허. 그의 능력을 보고 안달이 났군. 한반도에서 세력을 꾸리기 위해서 최적화되는 군.”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원래 저를 밀어주기로 약조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 사령관 웨드마이어 장군이 저를 포함한 일행들을 귀국시켜달라고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정보를 어디서 입수했는지 참. 하지만 이거 하나 알아두시오. 그까짓 가난한 한반도보다 미국의 의료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리 미국 정부에게 있어서 이롭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라고 말이오.”
이승만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확고한 대답에 싱긋 웃는다.
“그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까?”
“계약은 언제가 지켜질 것이오. 그 기한은 명시해두지 않았을 뿐.”
“쯧. 안되겠습니다.”
이승만이 그렇게 말하면서 사고를 칠 것 같은 얼굴을 하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얼굴을 보고 골치가 아팠다.
“정말 짜증나는군. 당신 같은 한낱 힘없는 노인네가 지금 우리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가?”
“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계속 이렇게 평행상태에 있는 것이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지겹지 않습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승만의 그 말만큼은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협상을 하자는 것입니다. 어차피 미국에게 있어서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병재 군의 기술이 아닙니까?”
역시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승만은 미국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집었다. 하지만 그에게 감정이 많이 상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어디 한 번 지껄여 봐라는 얼굴로 계속 그를 지켜본다.
“솔직히 각하께서는 그와의 계약을 깨서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키고는 싶지 않으실 것입니다. 제 말에 동의하십니까?”
“......”
루스벨트 대통령의 얼굴은 조금 펴졌지만 이승만 대통령을 보는 시선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사실 가장 이로운 방법은 계약을 지키면서 그의 재능과 기술을 빼내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흥. 그 방법이 생각이 났다면 언제든 그 방법을 썼을 것이오.”
“병재 군은 지금 상당한 향수병에 걸렸습니다. 매번 저에게 귀국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형편이지요. 그의 그런 부탁에 제가 안 들어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각하께서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으실 것입니다. 저번 중국의 장개석 총통의 경우처럼 말이죠.”
“......”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것입니다. 이제 병재군을 귀국시키십시오.”
“장난치시오? 귀국시키면 그와 연결된 제약 및 의학체계가 붕괴된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오?!”
“아아 제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계약상에는 시카고에 있는 재생치료센터는 한반도의 문경으로 이전한다고 포츠담 선언에서도 작성하지 않았습니까? 다만 그 이전하는 한반도의 재생치료센터를 단순히 재생치료센터로 남겨두지 않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 말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얼굴이 풀리고는 조금 미심쩍은 눈빛으로 이승만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한반도로 이전할 재생치료센터를 그 시설에만 국한시키지 않는다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그 규모 이상으로 키우자는 말이오?”
이승만은 그 말이 정답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모습에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한반도로 이전할 재생치료센터의 규모를 키운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오?”
“어려울 것이 있겠습니까? 병재군을 주축으로 한 종합대학병원을 설립하게 된다면 되지 않겠습니까?”
“......”
“물론 그 대학에 유학을 보내서 기술들을 빼올 수 있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계약도 만족시키고, 미국 정부가 탐내는 병재군의 의료기술을 빼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크으... 젠장... 으으으...”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승만의 이야기를 다 듣자. 엄청난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집었다. 지금 이승만은 자신에게 가장 달콤한 유혹을 건네는 중이었다. 이미 일은 터졌고, 미스터 길과 그 일행들을 데려가기도 뭐했다. 억지로 계약을 준수 안 하다가는 국가의 위신이 깎인다. 하지만 의료업계와 제약업계에서 자신들에게 로비를 해준 것을 생각해야 했다.
거기다 미스터 길을 마치 신처럼 받드는 인간들이 모인 정치세력들을 생각하면. 그러나 이승만이 권한 방법에는 그야말로 미국 정부가 가장 원하는 형태의 것이었다. 그의 기술은 재생치료만 있는가? 각종 불치병 및 난치병의 치료기술들도 들어 있었다. 그의 가치는 이제 천정부지를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 것을 생각하면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렇게 머리를 끙끙 아픈 것도 이해가 되었다.
지금 터진 인종차별의 대대적인 상황은 전미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쉬쉬했던 미국의 문제점이 병재라는 거대한 기화장치를 통해 급속도로 부상되고 있었다.
“하아.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그 말을 들은 이승만이 처음으로 얼굴이 굳어진다. 한낱 한 나라의 대통령도 농락했던 그가 처음으로 감정을 보였다.
“시간은 항상 촉박합니다. 각하.”
“이건 나 혼자만 결정한 일이 아니오!”
“......”
루스벨트 대통령의 일갈에 이승만은 조용히 그를 쳐다본다. 하지만 이렇게 대화를 나눴으니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탁도 들어주는 것이 옳았다.
“그럼 가까운 시기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승만은 그 말을 하고나서 의자에서 일어나고는 이내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며 바깥으로 나간다. 루스벨트 대통령 옆에 있던 비서실장은 이승만의 그런 뒷모습을 보고는 시선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두며 묻는다.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각하?”
“...... 하아. 난제야.”
“그 교활한 늙은이의 제안은 거부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거부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그는 지금 정곡을 찔렀어.”
“으음. 그냥 미국 시카고에 있는 재생치료센터의 규모를 키워서...”
“과연 미스터 길이 그 일을 수행하려 들까?”
루스벨트 대통령의 반문에 비서실장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일단 차차 생각해봐야겠어.”
그 말에 비서실장은 꾸벅 인사하고는 말한다.
“알겠습니다. 각하.”
같은 시각, 시카고 재생치료센터 사무소장실에서 병재는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이 곳의 사무소장 에드워드 시렌이었다.
“몸은 어떤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지금 전미는 자네와 미스터 정 때문에 난리가 난 것 알고 있는가?”
“알고는 있습니다.”
“왜 그런 곳에 갔지?”
“그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갔습니다.”
별 말없이 대꾸하는 병재의 말에 시렌은 하아 하고 한 숨을 내지른다.
“자네 그렇게 고향에 가고 싶었던가?”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 머릿속에는 어릴 적 기억이 떠나지 않습니다.”
“......”
“어릴 때 놀던 개울가, 가난한 집이지만 그 집 안에서의 가족들의 웃음소리. 시렌. 저는 여기서의 생활은 이미 지쳤습니다.”
시렌은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좌우로 흔든다.
“자네는 내가 보기에는 환자 같아. 향수병에 걸린 환자.”
“저도 인간인데.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래. 맞는 말이지. 자네는 인간이지. 맞는 말이야. 자네와 그 미스터 정에게 그런 머저리같은 행동을 한 인간들은 어떻게 된 줄은 아는가?”
그 말에 병재은 고개를 젓고는 말한다.
“그다지 알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일부로 행동한 것이 확실하군.”
“......”
병재는 침묵을 하자 시렌의 확신은 더 깊어진다.
“자네가 이 병원의 주축이라서 근신이라는 말을 못 하겠고. 내 신세 아주 처량하군. 다른 사람이 앉았다면 자네를 보고 자네는 이제 해고라고 말하는데 말이야.”
“그 해고를 당했으면 좋겠네요.”
시렌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병재에게 말한다.
“글쎄. 다른 사람이 여기에 앉았으면 해고 대신에 자네의 바지를 붙잡으면서 돈을 더 줄테니 나가지 말아달라고 말할 것 같은데.”
“......”
“솔직히 내 마음을 말하지. 난 자네에게 솔직히 말해서 힘이 되어 주고 싶어. 자네가 머릿속에 앵앵거리는 그 고향에 꼭 데려가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지만 내 직위를 봐. 난 이 재생치료센터의 사무소장이고, 엿 같게도 내 상관은 정부야.”
“시렌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죄송하다는 것은 아는군. 그래. 자네가 무슨 잘못이겠나? 자네는 충분히 계약사항을 준수하고 있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다 강짜를 부리는 그 엿 같은 정부 때문에 안 그런가?”
“......”
“일단 근무에 들어가게. 내가 해주고 싶은 최선의 말은 그 것뿐이야.”
시렌은 그 말을 하고나서, 크게 한 숨을 내쉰다. 병재는 그런 시렌의 모습에 지난 번 일이 조금 후회가 되었지만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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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그로꾼 싱먼 리
일단 능력치 재설정 및 초반부 설명등 보충하는 내용은 4월 4일에 진행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