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05화 (20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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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5년 8월 25일(미국 동부기준), 미국 워싱턴 백악관, 한 접견실에서 병재, 그리고 이승만 박사가 한 의자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루스벨트 대통령과 국무부 장관 에드워드 스테티니어스 주니어가 앉아 있었다. 지금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뭔가 상당히 고민이 많은 표정이다. 하기야 그럴 만도 했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필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평상시에는 그 선택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판단하기는 하지만 역시 현실은 시궁창이라서 도와주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쉽사리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루스벨트 대통령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두 명의 동양인에 대해서였다.

앉아 있는 네 사람의 중앙에 탁자가 있었고, 각 사람의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잔이 탁자 위로 놓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커피 잔을 들고 여유롭게 음미를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얼마만큼의 긴장과 침묵이 흐르고 있는 것일까? 백악관에 배치된 경호원들과 루스벨트 대통령 옆에 서 있는 비서실장,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스테티니어스 국무부 장관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사실 동양인 한 사람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만 교활하기 그지없는 고약한 늙은이로 치부해버리면 되겠지만 문제라면 그 노인 옆에 앉아있는 한 동양인 청년이 될 것이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면서 분위기를 살피는 동양인 청년, 병재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이 분위기 속에서도 병재는 연신 생각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앉아있다는 그런 중압감 속에서도 병재는 거릴 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스테티니어스 국무부 장관은 병재의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사건을 떠올렸다. 바로 전미를 강타하게 만들어버린 인종차별 문제였다. 그 문제의 당사자가 자신의 앞에서 조용히 침묵하고 고고하게 분위기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스테티니어스 국무부 장관은 전미를 강타한 인종차별을 부정하고 만다. 저 조용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피어오르는 저 동양인 청년이 한낱 쓰레기 같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맞고 다녔으리라 믿기 어려웠다. 아니 지금의 그 기세 분위기를 피어오른다면 그 쓰레기 같은 놈들도 필시 살이 떨리고, 이빨을 딱딱 거릴 것이 분명했다.

‘재생치료센터 사무소장 시렌이 준 보고에 따르면 그가 이번 일을 일부로 저질렀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던데. 저 모습을 보니까 사실이군. 겉모습으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이지만 지금 발산하는 분위기와 기세를 느끼자니 역시 범상치가 않아.’

스테티니어스 국무부 장관은 눈동자를 굴리면서 계속해서 병재를 관찰하고 있었다. 옆의 그 교활한 늙은 동양인이 저 무시무시한 동양인 청년을 어떻게 꼬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생각해도 저 조합은 매우 신기했다. 그 때, 자신의 왼쪽에 앉아 계시는 자신의 상관이자 미합중국의 대통령인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가 서서히 입을 연다.

“많은 심사숙고를 거쳤소.”

이때까지의 분위기를 깨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남은 세 사람의 눈빛이 바뀐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동양인 노인 이승만 박사를 노려 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저번 당신의 제안에 대해서 우리측 각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소.”

그 말에 그 역겨운 동양인 남성 이승만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후후.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 저는 다른 말을 안 하겠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마치 속을 꿰뚫어보는 이승만의 시선에 짜증이 났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저 이승만의 등 뒤에 마치 자신들을 조종하는 저 늙은 인형사의 손짓이 연상된다.

“당신의 제안. 우리 미 정부측에서 상당히 짜증나는 결론이었소. 결론적으로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이 났소.”

이승만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에 미소의 깊이가 더욱 진해진다. 이 대화를 바라보는 병재의 눈빛은 조금 흔들리다가 이내 제 자리로 돌아간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저 역겨운 동양인 노인에게 침을 뱉고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자신의 국무부 장관에게 돌리고, 말한다.

“우리가 결정했던 사안들을 정리한 것을 보여줘.”

스테티니어스 국무부 장관은 그 말에 마치 상관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놀라는 이등병처럼 놀란 얼굴로 긴장하며 예! 예. 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대답하면서 탁자 위로 수북한 서류들을 꺼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마치 책과도 같은 서류들을 보면서 조금 골치가 아팠고 속이 쓰리다는 표정으로 이승만 박사를 쳐다보며 말한다.

“이 것이 우리가 제안하는 조건들이요. 한 번 읽어보시오.”

이승만 박사는 눌루 랄라 하는 표정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이 내건 서류들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살피면서 얼굴이 굳다가 펴지다가 이내 굳다가 펴진다. 하지만 이승만 박사의 반응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았다. 마치 전부 자신이 예상한 범위 안에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승만 박사는 다시 서류를 병재에게 건넨다. 병재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고는 서류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

병재는 침묵하면서 서류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과연 어떤 족쇄들이 나와 내 동료들을 향해 묶어댈까? 뭐 역시나 이승만 박사가 말한 범위 그대로였다. 일단 병재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자신의 일터가 세워진다는 것에는 진배가 없었다. 다만 그 일터의 범위가 상당히 커졌다. 기존의 재생치료센터 뿐만 아니라 아예 대학종합병원 수준으로 격상되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신의 고향에 의학대학을 세우겠다는 같은 의미였다. 그리고 그 대학병원에 병재 자신이 대학의 일정 지분을 갖는 주요 교수나 다름없었다. 뭐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병재 자신이 그 대학의 총재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와 동일했다.

그러나 혜택이 있다면 족쇄도 있는 법. 여기서 문경에 건립될 대학병원의 연구자료는 추후에 세워질 한반도의 국가와 미국이 서로 공유하게 된다는 부분이 있었다. 즉 한 마디로 병재의 기술을 직접적으로 빼먹겠다고 달려드는 꼴이었다. 그러나 병재는 그런 대목에서 당황하지 않았다. 그 것조차 이승만 박사가 말한 상정 범위였기 때문이다.

‘쯧. 재밌게 만드는군. 내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의학기술들을 공유하게 만들겠다니. 이것이 미국의 본심인가?’

하지만 병재는 그런 미국의 욕심이 이해가 되었다. 어떤 병신 같은 국가가 잡으면 대박이 될 인재를 순순히 넘겨주는 경우는 없었다. 그 경우가 단지 기득권층의 미움을 사서 내쫓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병재는 서류들을 모조리 다 살펴보면서 침묵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읽은 서류들을 탁자 위로 정갈하게 정리한다. 두 사람의 반응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건 아니라고 소리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넘어가는 반응 때문이다. 이승만 박사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오히려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이 서류들을 자세히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전 인류를 위해 의료기술을 공유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대통령 각하의 깊은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이승만 박사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무슨 개소리를 하고 앉아 있는가? 라는 말이 함축된 표정을 짓는다. 의료기술의 공유는 맞는 말이지만 전 세계로 공유라? 어떤 미친 인간이 전 세계로 그런 기술을 공유하겠는가? 루스벨트 대통령은 짜증난다는 얼굴로 이승만 박사에게 일축한다.

“그딴 시답잖은 소리를 하지 마시오. 당신도 꽤나 더러운 곳을 돌아다닌 것 같은데. 당신 말처럼 선수끼리 이러지 맙시다.”

“하하. 이거 농담도 참. 예. 예. 알겠습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저의 의견은 미국 측의 제안에 찬성하겠습니다.”

이승만의 찬성에 스테티니어스 국무부 장관과 루스벨트 대통령은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하지만 이내 그에게서 병재로 시선을 돌린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저 서류를 작성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병재의 대답을 기다린다. 병재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분위기를 잡으면서 이내 서서히 입을 연다.

“많은 생각을 하였지만 저의 생각은 박사 님의 생각과 동일합니다.”

한 마디로 병재의 찬성 소식에 루스벨트 대통령, 그리고 스테티니어스 국무부 장관은 마치 큰 산을 넘긴 표정을 짓는다. 자신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의료기술을 공유하게 되는 결정인데도 이런 잔혹한 서류에 동의하다니. 루스벨트 대통령은 병재를 쳐다보면서 생각한다.

‘미스터 길이 이런 더러운 서류에 찬성하게 될 줄은 몰랐군. 그렇게 된다면 여러 가지의 경우들 중 크게 두 가지의 경우가 있겠군. 하나는 정말 미스터 길이 향수병에 깊이 걸려있다거나 아니면 저 역겨운 노인네의 마수에 넘어갔다는 경우. 아니면 둘 다 일수도 있겠지.’

루스벨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한다.

“일단 이 사항들은 의회에서 통과한 사항이오. 물론 정식적으로 통과한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상원 하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서 모은 것이니 의회에서 통과한 것과 진배없는 일이오.”

이승만 박사는 그 말에 진한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이제 저와 제가 이끄는 동지들을 이끌고 한반도로 귀국할 수 있겠군요. 후후. 한반도에 미국의 심기와 부탁을 거슬리지 않겠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

이승만의 말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짜증이 났다.

‘흥. 미스터 길 관련한 문제로 심기를 잘만 건드렸으면서 이제야 협력을 부탁한다니. 웃기는 일이군.’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렇게 이승만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이내 흠흠거리며 두 사람에게 말한다.

“우선 한반도로 가는 직항 비행기는 없소. 그래서 하와이를 거치고, 비행장이 있는 섬들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한반도에 있는 미군 기지에 도달해야 귀국할 수 있을 것이오.”

이승만 박사는 귀국한다는 소리에 절로 미소가 흘러나오며 말한다.

“이번에 얼굴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 되겠군요.”

“당신 얼굴은 보고 싶지도 않소.”

병재는 저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서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와중이다. 그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고개를 돌려 병재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말한다.

“미스터 길. 당신에게 많은 짐을 짊어가는 것 같소. 저번에 나의 천형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오. 그리고 저번에 있었던 그 사건에 대해서 전 미국인이 그런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병재는 그 말에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말한다.

“저는 그 일에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각하를 치료한 것은 제 직업 의지의 문제입니다.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덕목이라고 알고 있으니 마음을 써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공식적으로 미스터 길 자네를 자주 찾아가겠소.”

“휴우. 저야 상관없는 일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에 병재는 한숨을 쉬면서 편한 표정을 한다. 스테티니어스 국무부 장관은 루스벨트 대통령과 병재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가? 생각을 하다가 이내 기억을 떠올린다. 바로 루스벨트 대통령의 장애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저 병재였던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그렇게 네 사람의 만남은 잘 마무리가 되었고, 병재와 이승만은 경호원들의 호위 하에 건물을 빠져나간다. 이승만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병재를 쳐다보며 말한다.

“어떤가? 나의 방식이. 자네에게 많은 족쇄는 되었겠지만 그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가?”

“기술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제 가족의 얼굴을 보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제 여동생의 얼굴을 제 가족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고요.”

이승만 박사는 그 말에 쯧쯧 거리더니 한 마디 했다.

“이거야 원. 여전히 능력에 비해서 소망은 가족적이군. 그렇게도 가족들이 보고 싶은가?”

“익숙지 않은 환경 속에서 떠올리는 것은 가족들의 얼굴과 고향 생각뿐입니다. 그건 박사님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승만은 병재의 물음에 굉장히 복잡한 얼굴을 하고는 병재에게 대답한다.

“글쎄. 과연 그럴까?”

병재는 그 말에 이승만에 대해 뭔가 말은 하고 싶었지만 이만 그만두었다. 왠지 상당히 복잡한 얼굴의 이승만을 바라보니 묻는 것이 실례인 것 같았다. 이승만 박사는 그런 병재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말한다.

“눈치는 빠르군. 원래 눈치 없는 작자들이 꼬치꼬치 캐묻고는 하는데. 자네는 물러 나는군.”

이승만 박사의 말에 병재는 얼른 대답한다.

“사람의 아픈 과거를 묻는 일은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제가 다니는 병원에 제 여동생이 있지 않습니까?”

이승만 박사는 그 말에 씁쓸하게 웃고는 병재에게 말한다.

“그래. 맞는 말이야. 뭐 잘 생각했어.”

그렇게 두 사람은 건물을 빠져나가면서 대화를 해댄다.

같은 시각, 경성으로 돌아온 김구는 인촌 김성수의 집을 방문하여 그를 만난다. 인촌 김성수는 자신을 찾아온 김구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호화로운 접견실로 안내하고는 곧 자리를 잡았다.

“주석 각하께서는 나라를 팔아먹은 인간을 왜 찾아왔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김성수의 친절한 말투 속에서도 뼈가 있는 문장들에 김구는 씩 웃으면서 김성수를 바라보고는 말한다.

“쯧. 자네의 매국 질이 과연 진심으로 매국 질을 했을까? 그저 자신의 재산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한 것이지 않은가? 자네 사남이 독립운동을 한 것을 보면 자네의 생각도 알만하지 않은가?”

김성수는 그 말에 후후 웃으면서 김구에게 말한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2년 전만 하더라도 저는 일제의 침략행위를 독려하고, 무고한 청년들을 엄청 무시무시한 전쟁터 속에서 가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런 제가 돌을 안 맞을 자신이 있겠습니까?”

솔직히 김성수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지금 한반도가 독립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일제가 악화되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김성수는 한반도의 독립은 꿈에서나 찾아볼법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은 틀렸고, 지금 자신이 생각해도 허망하게 독립해버렸다. 겨우 2년만 버텼으면 독립하고, 당당하게 서 있을 것인데. 그 것이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다. 그 때, 김구가 그런 복잡한 표정의 김성수를 보고는 말한다.

“뭐. 자네의 행동도 이해가 가기는 하지. 일제 좋아하는 이들이 어디 있나? 그저 일제의 총칼이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못하는 것이지. 이제는 나라가 독립되었고, 이제 자네의 힘이 필요하다네.”

“저를 기용하는 것은 주석 각하에게 상당히 오명이 됩니다.”

김구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뭐 자네의 경우는 애매하기는 해. 하지만 이 일을 영원히 속죄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국가에 잘못한 만큼 헌납하겠다고 한 뒤 새롭게 출발하면 될 일이 아닌가? 내가 그런 아량도 못 베풀 만큼 속이 좁은가?”

“......”

김구의 말이 맞기는 했다. 친일문제는 언젠가 자신의 인생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숨긴다고 해도 숨길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은폐한다고 돈을 쓰는 비용보다 오히려 김구의 말처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당당히 말하고 선처를 하는 것이 더 비용이 쌀 지도 모르는 일이다.

“흐음. 원하는 것을 듣기 전에 이 것 하나만 약속해주십시오.”

김구는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김성수에게 말한다.

“얼마든지 말만 하게. 뭐가 필요한가?”

“문경의 그 병윤과 감연이라는 친구 말입니다. 저의 귀에도 화제가 되었더군요. 그 동협 태양-0전지라는 물건인가? 전력을 생산하는 아주 획기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그 친구들과 만나는 것을 중재해주실 수 없으십니까?”

그 말에 김구는 아까의 기쁜 표정을 닫고는 조금 불편하다는 얼굴을 한다. 김성수는 갑작스러운 김구의 반응 변화에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석 각하에게는 걱정하실 사항은 없습니다. 그저 사업적인 영역에서 대화를 할 생각입니다. 그 정도는 허락해줄 용의가 있지 않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어렵다는 얼굴을 하고는 이내 고민을 하더니 생각을 끝낸 후 한 숨을 지으며 김성수에게 자신의 결정을 대답한다.

“그 두 사람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는 말게. 그 걸 어길 시에는 난 자네라는 사람을 안 보겠네.”

“......”

김성수는 김구의 과민반응에 왠지 모를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나를 속이려는 방법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두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아온 나에게 있어서는 그 두 사람이 열쇠가 될 수도 있는 사항이야.’

인촌 김성수는 그렇게 생각을 끝마치고 이내 김구에게 묻는다.

“주석 각하의 말을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씀해주십시오. 일단 들어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흐음. 알았네. 내 단독직입적으로 말하지.”

김구의 단독직입적인 대답에 김성수는 일순간 긴장을 한다. 김구는 흠흠 거리고는 이내 진중한 표정과 음성으로 김성수에게 말한다.

“자네 한국독립당에 입당하게나.”

“한독당이라면?”

“그래. 임시정부 내에서도 수많은 계파들이 있다는 것은 자네도 잘 알거야.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건네는 제안에는 바로 내 계파에 자네가 들어가주면 좋겠다는 입장이야.”

“흐음. 요즘 건국준비위원회 때문에 곤란을 겪는 모양인 것 같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불쾌한 얼굴을 하고는 김성수에게 말한다.

“그래서 자네의 대답은?”

“한독당에 입당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친일문제 관련해서 주석 각하가 힘을 써주실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 작품 후기 ============================

휴우 인촌 김성수에 대해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입니다. 독립유공자이면서 동시에 친일파인 인물이니 말입니다. 사실상 한국의 정치와 언론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논란점에 대한 생각을 얼른 댓글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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