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08화 (20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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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심의호의 가옥 안은 그야말로 약초 냄새로 배어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병재를 포함한 5명은 조심스럽게 심의호가 있는 방 안에 들어간 뒤 양반다리를 취하며 앉는다.

심의호는 병재, 그리고 정필중, 노송규, 채병호, 김강연을 보더니 이내 병재에게 말 한 마디를 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너의 동료냐?”

병재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흠. 보이는 분위기를 보니. 역시 범상치 않아 보이는군.”

“......”

그리고 심의호는 병재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쯧. 처음에는 일을 하겠다고 떼를 쓰던 소년이 지금 이렇게 돌아온 것을 보니까 감회가 새롭군. 이제야 10년 만인가? 아니지. 원래 2년 만에 만나는 것이지. 그래도 몸 건강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스승님께 폐를 끼쳤습니다.”

심의호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병재에게 말한다.

“폐는 무슨 폐. 모습을 보니까 세상에 너의 명성을 만방에 떨치던데.”

“그 말씀은?”

“며칠 전에 네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재생치료라고? 허어. 네가 정녕 신의 경지에 다가가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지. 옛말에 어른들이 한 말들 중 틀린 말이 없다고. 청출어람. 청출어람 하는데 그게 너의 경우인지는 몰랐다. 하기야 내 밑에서 배우면서 낌세는 이미 눈치채고 있지만 말이야.”

병재는 그 말에 긴장한 얼굴을 한다. 심의호는 병재와 그 주위의 사람들을 훑어보면서 다시 병재에게 시선을 두고 말한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이는군. 전부 다 나를 넘어선 것 같군.”

그 말에 병재를 포함한 모두들 긴장을 한다. 심의호가 말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병재의 스승이라는 존재는 그저 그래 보이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어보니 심의호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병재가 특별한 듯 보였다.

“넌 애초부터 여기에 오면서 괴물 같았지. 내 모든 것을 배워온 경험과 지식을 거의 1~2년 만에 전부 터득한 괴물이야. 그런 괴물이 무려 6년 동안 나의 일을 도우면서 2년 동안은 세상의 바깥을 나갔으니. 흠. 이제 나에게 무엇을 바라냐? 이제 나에게 빼먹을 것이 남아 있냐?”

“으음.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이니 스승님의 얼굴을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스승님을 다시 현역으로 모시고픈 마음이 들고요.”

심의호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병재에게 손사래를 친다.

“현역은 무슨 얼어 죽을 현역이냐? 난 이제 여기서 노후나 보내는 것만 해도 족하다. 다행히도 내가 제자로 들인 인간들은 많았지만 너만큼 특별한 인재를 길러냈다는 것에 만족을 해야지. 이제 나이가 20대 후반 정도 되었으니 아무래도 이제 모든 의학은 네 녀석의 손을 거치겠지.”

심의호의 말에 정필중, 노송규, 채병호, 김강연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심의호가 말하지 않아도 지금 그렇게 되어 있었다. 병재는 긴장한 얼굴로 심의호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러지 마시고, 이참에 스승님의 명의대로...”

“치아라. 난 노후나 보내고 싶다. 흥. 내 모든 것은 조신혜에게 넘겨주었다. 내 가 작성한 것들은 너에게 넘겨줘봐야 쓸모없는 것이 되니 말이다. 그래도 이 말 한마디를 해야겠다. 이제 나라는 족쇄에서 벗어나라. 이제 나는 수많이 저무는 해고, 너는 이제 떠오르는 해다.”

심의호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았다. 그리고 정필중이 들어보니 심의호는 자신의 존재 때문에 병재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병재의 기초를 만들어준 사람인만큼 정필중은 심의호를 긴장한 얼굴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심의호는 병재를 제외한 네 명에게 시선을 두며 말한다.

“뒤에 있는 네 분도 들으시오. 내 앞에 있는 제자 녀석이 당신들의 보는 눈만큼 아무래도 큰일을 치른 것 같소. 그리고 내 제자 녀석을 잘 보살펴 주시오. 이래뵈도 재능은 천재라서 세계에 만방으로 재능을 떨칠 이오.”

그 말에 네 사람은 심의호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한다.

‘이미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의신으로 말이죠. 세계의 무수히 많은 의사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구름떼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심의호는 마지막으로 병재를 보면서 축객령을 내린다.

“이제 꺼져. 넌 너의 길을 가라. 난 노후나 즐겨야겠다.”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심의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스승님.”

심의호는 그 말에 콧웃음을 치면서 말한다.

“징그러운 놈. 오지마라.”

그렇게 병재 외 4명과 심의호의 만남은 끝이 났다. 이제 심의호의 집에서 벗어나 다시 하산하는 길에서 정필중이 병재를 웃으며 쳐다본다.

“병재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스승이라니. 하기야 지금의 자네를 보니 저 심의호라는 스승 역시 괴물이라고 불리만하더군.”

병재는 내려가는 길 와중에 정필중의 말에 한 숨을 쉬고 대답한다.

“여전히 제 스승님은 여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 상당히 웃겼지. 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네가 특별하다는 말에 웃었지. 하기야 스승의 경지를 앞지르는 제자라니. 그 것만큼 두려운 경우도 또 있겠는가?”

“......”

정필중은 피식 웃으며 병재에게 한 마디 더 말한다.

“또. 자네가 제자를 들여 봤자 자네를 능가할 인간은 없어 보이는군.”

병재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정필중에게 화답한다.

“글쎄요.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고 하니까. 저를 능가할 실력을 가진 고수들이 산재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정필중은 간단히 병재에게 대답한다.

“그건 아니라고 보는군. 세상은 넓다고 하더라도 병재 자네를 뛰어넘을 인간이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쯧. 왜 미국이 자네를 붙잡기 위해 안달하는지 잊었는가?”

“......”

병재는 그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이제 발걸음을 계속한다. 5명의 사람들이 내려가자, 산의 입구에는 일단의 사람들이 5명을 기다린다. 바로 사무소장 에드워드 시렌 외 기존의 재생치료센터에 근무했던 직원들이었다. 시렌은 5명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병재에게 묻는다.

“자네 스승은 잘 계시던가?”

“예. 건강하더군요. 그리고 노후를 즐기고 싶으니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자네를 길러낸 사람이라고 하니. 나도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 말에 정필중이 앞에 나서서 시렌을 말린다.

“그럴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 사람이라는 것이 야인생활을 할 때, 모르는 이가 찾아오면 아무래도 역정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시렌은 그 말에 아쉽게 되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때, 병재가 시렌에게 묻는다.

“저 마을 사람들의 예방 절차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시렌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병재의 물음에 답한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나. 지금 의사들이 흉악한 질병들을 예방하고 오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 시골에도 나 같은 사람들을 봤나봐. 그다지 놀라는 얼굴이 아니더군.”

병재는 그 말에 민망한 얼굴을 하면서 시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아무래도 제 형제들 때문에 미군 소속의 군인들이 자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거 참.”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자네의 형제들 역시 대단해. 한 사람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군 고위층에다 한 사람은 나라의 경제 및 기술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니. 지금 미군에서 쓰이고 있는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공장의 총책임자가 자네 동생이라고 하더군. 이거 참. 대단한 형제야.”

“말을 들으니 제 동생들은 이미 활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자네 역시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활약하자고.”

시렌의 말에 병재는 절로 미소가 흘러나오며 시렌에게 대답한다.

“예. 제 형제들이 앞서 간 만큼 저도 뒤쫓아 가야죠.”

시렌은 병재의 대답에 마음이 드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제 병재 뒤에 있는 네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자네들도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찾으면 알겠지?”

정필중이 그 말에 네 사람의 대표 격으로 말한다.

“흥. 염려마시지요. 물고기가 물을 버리고 갈 수 있답니까? 고향에서 제 아내와 딸들을 찾고나면 얼른 바로 문경으로 이사할 생각입니다.”

시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 좋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럼 뒤에 있는 네 사람은 며칠 뒤에 보세나.”

그렇게 시렌과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문경에 위치한 점촌역에서 의사 가운을 입은 병재와 양복을 입은 네 사람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이제 잠시 동안의 이별이군요.”

양복을 입은 정필중이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며칠간의 이별이라고. 가족들 짐을 싸고, 여기로 돌아올 것이니 기대하라고.”

“후후. 네 사람의 일은 준비시켜두겠습니다.”

정필중은 일을 준비시키겠다는 병재의 말에 투덜거린다.

“쯧. 이거 이사절차가 끝나면 개고생을 할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대화를 하고나서 병재와 네 사람의 잠시 동안의 이별의 때가 다가온다. 병재는 기차가 떠나는 와중에 손을 흔들자 네 사람 역시 손을 흔든다.

정필중과 노송규는 걸어나가 자신의 고향 마을에 도착했다. 정필중은 노송규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정말 오랜만의 공기다. 안 그러냐?”

노송규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오랜만의 공기지. 내 아내와 딸들을 만나고 싶다.”

정필중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나저나 나와 네 녀석은 전부 아들이 없고 딸들 천지인 것 같다.”

“그리고 둘 다 아내와 딸들이 억세다는 것도 동일하고 말이야.”

“일단 오랜만의 고향이니 집에서 가보자고.”

“그렇지. 내 아내와 딸들 모습이나 보고 싶어.”

정필중과 노송규는 기대를 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고향 마을의 풍경을 감상한다. 그 때, 마을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놀라면서 두 양복을 입은 장년 남성들을 살펴본다.

“허. 내가 지금 헛것이 보이는 건가?”

정필중과 노송규는 자신들을 발견한 마을사람에게 다가가 말한다.

“오랜만이군.”

“쯧. 자네는 아직까지 농사를 짓고 사는군.”

그 말에 마을사람은 헹 하고 두 사람에게 말한다.

“여기에 살면 농사를 지어야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정필중과 노송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맞는 말이야. 내가 이거 실언을 했군.”

“자네가 살아가야할 길에 너무 참견을 했군.”

“그래요. 그래도 몇 년 전 떠난 사람이 정갈하게 고향에 오는 모습을 보니까 좋습니다.”

정필중과 노송규는 그 말에 피식 웃는다.

“그래. 그러면 나중에 봅세.”

그런 식으로 정필중과 노송규는 마을에 있는 마을 사람들과 만나면서 각자 자기집으로 돌아간다. 정필중은 익숙한 집구석을 보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본다. 집 안 여성들은 정필중의 모습을 보더니 놀란 얼굴을 짓는다. 그리고 정필중의 아내 신기숙은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면서 정필중을 맞이한다.

“여보야? 여보. 여보... 여보...!!!”

신기숙은 곧장 달려들더니 정필중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집 안에 있던 딸들 역시 아빠를 부르며 정필중에게 달려들더니 안는다. 정필중은 하하 웃으면서 신기숙과 딸들에게 말한다.

“오랜만이야. 나 돌아왔어.”

신기숙은 정필중을 안으면서 엉엉 운다.

“흑. 흑. 진짜 여보구나. 여보야. 내 남편 정필중이네.”

“아빠! 아빠!”

“우와! 아빠 멋있다. 아빠 멋있어!”

정필중은 자신의 아내와 딸들이 반겨주는 모습에 이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 후 잠시 진정을 하고는 정필중은 자신의 집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정필중의 아내 신기숙과 정필중의 딸들 정혜련과 정혜화는 정필중의 이야기에 한창 빠져 들었다.

“......”

“우와...”

“아빠. 멋있어.”

신기숙은 황당하다는 듯 정필중을 쳐다보며 말한다.

“이 양반이 징용에 끌려갔더니. 정신이 홱까닥하고 돌아온 거 아니에요?”

정필중은 신기숙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원통을 꺼내고는 이내 원통 안을 열더니 하나의 증서를 떡하니 보여준다. 신기숙은 증서의 내용들을 읽어보다가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몰랐다.

“이게 뭔 꼬부랑글씨들이에요?”

신기숙의 물음에 정필중은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게 그 영어라는 문자야. 뜻을 읽어보면 재생치료센터의 의사 증명서와 같은 거지. 이제야 믿겠어?”

신기숙은 허망한 표정으로 정필중을 쳐다본다. 자신의 남편, 정필중이 저런 모습의 사람이었는가? 싶었다. 징용 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남편은 자신과 똑같이 무식하다고 여겼는데. 지금 바라보니 마치 대학교수와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건 마치 정필중의 얼굴을 한 다른 사람의 모습과 똑같았다.

“당신. 정말 저와 결혼한 정필중이 맞는 거에요?”

“이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럼 내가 정필중이지. 다른 사람이야? 나 당신과 같이 잤던 정필중이야.”

정필중의 말투에 신기숙은 역시 자신의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평상시에 저런 말투로 자주 신기숙을 뭐라 하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신기숙은 지금의 남편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정말이지. 너무 변한 것 같아서 말이에요.”

신기숙이 그렇게 말하자 정필중은 오랜만에 늙은 얼굴의 자신의 아내가 마치 새색시처럼 귀여운 것처럼 느껴진다. 그 때, 13살의 정혜련은 정필중이 떡하니 바닥에 내려놓은 증서를 보더니 이내 머리 아프다는 얼굴을 한다.

“아. 모르겠다. 아빠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한편, 8살의 정혜화는 여전히 감탄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 정필중을 쳐다보며 입을 벌리고 말한다.

“우와. 아빠. 멋있어.”

정필중은 자신의 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 작품 후기 ============================

휴우. 병재의 가장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네 사람을 모습을 그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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