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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사랑채의 방 안, 김강연은 굳은 얼굴로 증서의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본다. 증서 내용은 김강연, 채병호가 예상했듯이 김강연의 가족이 이 사랑채의 주인이자 이 방에서 장죽을 든 채 앉아있는 노인에게 빚을 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증서에 써져 있는 내용에 갚아야할 빚이 500원이 아니라 1000원이었다는 것이다.
장죽을 든 노인이 김강연의 굳은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왜? 이해가 안 가나?”
“......”
김강연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는 노인은 미소를 짓더니 이내 김강연에게 마치 친절한 표정으로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자네도 세상을 살아보면 부채를 지는 이도 알아보았지? 그런데 빚이라는 것은 이자가 따라오는 법이야.”
“아버지에게는 500원이라고 들었는데.”
장죽 든 노인은 눈을 치켜들더니 김강연에게 피식 웃으며 말한다.
“몇 년 전에 진 원금이잖아. 그러니 원금에 이자를 더해서 딱 1000원으로 하자고. 그리고 이 걸 지불한 뒤에는 빚관계를 청산하자고.”
김강연은 옆에 앉아있는 채병호를 바라본다. 여기서 김강연은 들어가기 전, 채병호에게 신호를 만들었는데. 채병호가 자신들의 돈을 탐낸다면 양 쪽 눈을 깜빡이고, 그나마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오른쪽 눈을 깜빡인다고 만든다. 김강연은 오른 쪽 눈을 깜빡인다.
채병호는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김강연을 바라보지만, 김강연은 다시 한 번 오른쪽 눈을 깜빡인다. 채병호는 할 수 없다고 한 숨을 쉬고는 이내 양복주머니에서 손을 넣은 뒤 돈을 꺼내면서 노인 앞바닥으로 밀어준다. 장죽을 든 노인은 눈동자가 커지면서 채병호가 내민 돈의 액수를 확인한다. 조선은행 100원 지폐 10장, 딱 1000원이었다. 노인은 잽싸게 지폐 10장을 확인하면서 희희낙락한다. 그리고 김강연은 대신 증서를 꽉 쥐고는 노인에게 말한다.
“이것으로 빚을 청산한 셈입니다.”
장죽을 든 노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그래. 알겠네. 아까 받은 그것이 차용증이니까 마음대로 하게나.”
김강연은 그 말에 휴우 하고 한 숨을 쉰다. 사실 김강연 역시 난리를 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사랑채에 들어가기 전, 채병호와 염려스럽게 대화한 것은 저 노인네가 자신들을 돈 버는 기계로 보고, 억지를 부릴 때를 대비한 것이다. 지금 저렇게 놓아줄 생각을 한다면 김강연과 채병호는 저 노인에게 볼 일은 없었다.
그 때, 한 사람이 부리나케 사랑채의 방 안으로 들어와 급하게 말한다.
“저... 저 가주님! 가주니이임!”
유모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급하게 장죽을 든 노인에게 헉헉 댄다. 장죽을 든 노인은 무례하게 자신의 앞을 다가온 중년 여성에게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무슨 일이기에. 이 소란인가?!”
유모는 노인의 호통소리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급하게 노인에게 말한다.
“지금. 아가씨가... 아가씨가...”
노인은 유모의 아가씨라는 말에 얼굴이 삽시간에 변한다.
“지금. 내 손녀딸이 뭐가 어쨌기에.”
“지금 아가씨가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장죽을 든 노인은 그 말에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는 부들부들 몸과 얼굴이 떨리면서 중년 여성에게 말한다.
“어서... 어서... 그 사람을 불러... 어서! 어서! 빨리!”
중년 여성은 그 말에 예! 예! 하고는 빨리 사랑채의 방 밖으로 부리나케 나간다. 그리고 노인은 방 안의 김강연과 채병호를 무시하고는 얼른 뛰쳐나가 어디론가 향한다. 채병호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자 황당한 얼굴로 김강연을 시선에 두고는 말한다.
“허.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저렇게 돈 귀신같은 노인네가 얼굴이 귀신 본 듯 하얗게 질리고는 헐레벌떡 뛰쳐나가는지 원.”
김강연은 채병호의 말에 별 일 없다는 표정을 짓고, 채병호에게 말한다.
“어차피 여기서의 할 일은 끝났어요. 우린 나갈 준비나 하죠.”
“으음. 알겠어.”
김강연과 채병호는 곧장 일어서서 방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그렇게 사랑채 밖 마루에서 발걸음을 옮겨 디딤돌에서 신발을 신고 있을 때, 이 저택의 주인인 노인네가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사람에게 다급하게 말한다.
“어서 어서. 빨리 내 손녀딸을 살려주시오. 빨리.”
그 말에 의사 가운을 입고, 둥그런 안경을 쓴 한 사람이 노인을 보고 진정하라고 일본어로 말한다. 김강연과 채병호는 일본어를 알아들으며 저 의사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아. 알았으니 이거 놓으십시오. 그리고 돈은 준비되었지요?”
“내 돈은 얼마든지 주겠으니 어서 빨리 살려만 주게.”
그 말에 일본인 의사는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노인의 안내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제길. 어서 빨리 내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이 불치병 환자에게 발목을 잡혀 가지고. 흥. 여기서 돈이나 뜯고, 얼른 밀항선을 타서 귀국해야겠어.”
김강연과 채병호는 일본인 의사의 말을 듣고,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는 얼굴로 노인, 그리고 하인들과 일본인 의사 일행들을 쳐다본다. 채병호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김강연에게 말한다.
“해방되고 나서 왜인 의사들은 다 나간 줄 알았는데.”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듯싶네요. 어차피 여기서의 일은 끝났으니까 그만 돌아가요. 어서 우리 가족들을 이사시킬 준비를 해야죠.”
“사람 야박하기는.”
김강연은 채병호의 투덜거림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형님도 가족들에게 대하는 마음이 제가 저 사람들에게 대하는 마음과 같습니다. 저 사람들이 우리 마을사람들을 들들 볶았으면 들들 볶았지.”
김강연의 단호한 대답에 채병호는 결국 할 말을 잃는다. 그 때, 두 사람은 저택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저택에 일하는 여성들의 수군거리는 말들을 듣는다.
“그런데. 아가씨. 불치병이라며?”
“그래. 무슨 백혈병이라고 하던데.”
“우와. 무섭다. 백혈병이라면 치료할 수 없는 병 아니야?”
“그래. 부유한 곳에서 태어난 것도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니 돈보다 건강이 최고인 것 같아. 하필이면 재수 없게 백혈병이라니 말이야.”
“흥. 자업자득이지. 매번 마을 사람들에게 빚으로 괴롭히지 않았어?”
“아니야. 아냐. 그게 말을 들어봐. 사실 빚으로 괴롭히는 것은 5년 전부터 있었잖아? 그리고 그 5년 전이...”
“아. 아가씨가 처음으로 그 불치병에 걸리신 날이야?”
“그래. 아무래도 생명을 잇기 위해서 큰돈이 필요했나봐. 일단 5년 전부터 치료해온 저 일본인 의사가 한 말에 따르면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약값이라고 하던데. 흥. 약값은 개뿔이. 저 왜인 의사 필시 주인을 봉으로 삼은 거겠지.”
“으음. 안 됐네. 그런데 백혈병도 심해지고, 에휴. 불쌍도 하지. 아니 아가씨가 질병에 빠지면서 마을까지 불행해지는 건가?”
“그 일본인 의사의 말에 따르면 십만원의 돈이 있다면, 그 미국으로 보낼 수 있다고 하던데. 자신이 미국의 재생치료센터와 연결된 브로커라고 말이야. 그 곳에는 팔과 다리가 잘려진 사람도 치료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주인이 광적으로 돈을 모은다고 하더군.”
“칫! 그 놈의 재생치료센터가 뭐라고. 하기야 자녀들을 잃고, 마지막으로 남은 혈육이 저 아가씨 하나뿐이니 모든 돈을 가지고, 아가씨를 치료하고 싶겠지. 에휴. 그런데 그 재생치료센터가 사실이기는 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래도 저 일본인 의사의 말을 들어보면 그 재생치료센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는데 말이야.”
김강연과 채병호는 여성들의 수군거림을 듣고는 기가 막혔다. 이 모든 불행이 선주의 손녀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촌극이었다니. 채병호는 김강연에게 피식 웃으며 말한다.
“재생치료센터. 재생치료센터 하니까 상당히 웃기네. 그리고 그 왜인도 웃기는 군. 10만 원을 먹기 위해서 이런 사기극을 벌이다니 말이야.”
“그 사람들 사정입니다.”
김강연은 그렇게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다시 김강연이 발길을 옮기기 시작하자 채병호는 급히 김강연의 뒤를 따라간다. 그때, 두 사람의 등 뒤에서 크나큰 목소리들이 들린다.
-웃기지 마라! 얼른 내 손녀딸을 살려내라!-
저택을 떠나가라 외치는 목소리는 아무래도 이 저택의 주인인 것 같았다. 김강연과 채병호는 그 목소리에 짜증이 났다. 채병호는 김강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이러다 난리 나겠군. 어떻게 할래?”
김강연은 그 말에 짜증난다는 얼굴을 하고 채병호에게 말한다.
“제길. 치료는 해줘야겠지요. 하지만 우리 가족을 핍박한 선주 녀석이 희희낙락거리게 만들 수는 없겠고. 아 그러면 되겠네.”
김강연은 이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채병호를 바라본다. 채병호는 왠지 악마같은 김강연의 얼굴에 무덤덤한 말투로 말한다.
“무슨 대가라도 치르게 만드려고?”
“흥. 마을 사람들의 빚을 불사지르라고 할 것입니다.”
“으음.”
“거기서 그 선주 녀석이 돈을 중요시 하는지. 아니면 자기 손녀딸을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겠지요.”
채병호는 그 말에 에휴 하고 한 숨을 흘리며 김강연에게 말한다.
“알겠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치료해줄 생각이었네.”
“쳇. 그 선주 녀석은 여전히 짜증나고 재수 없네요.”
결국 김강연과 채병호는 발길을 돌려 다시 저택 안으로 향한다. 그리고 노인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에 다다랐을 때는 난리가 났었다. 당황한 일본인 의사가 흉신악귀 같은 노인을 상대하는데 매우 당황한 표정이었고, 일본인 의사 주위에 몽둥이를 든 저택의 하인들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일본인 의사는 당황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아니! 지금 여자아이의 그 불치병은 지금 치료할 수 없어요. 미국에 있다는 재생치료센터의 의사들이 아니라면 치료할 수 없다고요.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노인은 일본인 의사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한다.
“이 개잡놈 같은 왜노 새끼가 누구를 속이려고 그래?! 재생치료센터? 재생치료센터?! 지랄. 내가 미국에 있는 내 친우의 말에서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리고 네 녀석이 나에게 받은 돈이 얼마냐? 수 만원이 넘었어. 이 자식아. 그 돈 처먹었으면 내 손녀 딸 살려내라! 못 살려내면 넌 죽는다.”
일본인 의사는 노인의 호통과 주변에서 몽둥이를 들고 살기가 이는 하인들의 눈빛에 몸이 자동적으로 떨리고, 입이 딱딱 붙는다. 그리고 일본인 의사는 억울하다는 듯 외친다.
“아니 진짜로 재생치료센터는 있어요. 있다고요. 믿어주십시오. 그 곳은 모든 의사들이 아는 성지 같은 곳이라고요.”
일본인 의사는 그렇게 살려달라며 외치지만 노인과 하인들의 눈빛은 일본인 의사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노려본다. 그 때, 김강연과 채병호가 나섰고, 순간 노인은 두 사람에게 노려보면서 외친다.
“너희들은 뭐야!? 일이 끝났으면 여기서 떠나.”
김강연은 그 말에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노인에게 말한다.
“일이라. 아직 안 끝났네요. 그 놈의 재생치료센터. 에휴. 받으세요.”
김강연은 양복 안에서 원통을 꺼내더니 노인에게 던져준다. 노인은 김강연이 무슨 헛짓거리를 하는지 몰랐지만 호기심에 김강연이 던져준 원통을 받고, 그 원통을 열었다. 원통 안에는 둘둘 말린 종이가 있었다. 노인은 원통 안에서 그 종이를 꺼낸 뒤 펼쳐서 읽는다. 종이의 내용은 영어로 되어있었다. 당연히 영어는 몰랐던 노인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김강연을 노려보고는 말한다.
“이게 뭐야? 알파벳인 것은 아는데. 이걸 건넨 이유가 뭐야!?”
“그 재생치료센터에 재직한 의사가 저입니다. 그건 의사 증명서이고요.”
노인은 김강연의 재생치료센터에 관련된 말을 하자 순간 혼란이 온다. 그리고 김강연과 채병호를 바라보더니 이내 일본인 의사에게 증서를 건네고는 이내 화난 말투로 경고를 준다.
“네 녀석이 영어를 알고 있지? 그럼 이 증서의 내용을 읽어봐. 하지만 속일 생각은 하지마라.”
일본인 의사는 그 말에 빠르게 끄덕이면서 노인이 건네준 증서를 받아서 찬찬히 읽더니 이내 말하기 시작한다. 일본인 의사는 증서의 문장 하나하나대로 읽는데, 정말로 김강연이 미국의 재생치료센터에 근무하는 의사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인 의사는 놀란 눈빛으로 김강연과 아까의 그 증서를 번갈아서 쳐다본다. 설마 했던 그 재생치료센터에 재직했던 사람이 지금 여기에 있을 줄이야.
그 때, 노인은 일본인 의사의 행동을 보고, 눈치를 챈다. 일본인 의사의 반응을 보았을 때, 아무래도 김강연이 재생치료센터에 근무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노인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김강연을 쳐다보며 말한다.
“흥. 그 것이 어쨌다고. 내 손녀 딸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김강연은 그 말에 간단하게 대답한다.
“치료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환자를 보면 알 수 있겠지요.”
“끄응. 제길. 들어와.”
노인은 곧장 자신의 사랑스러운 손녀가 있는 방 안으로 김강연과 채병호를 안내한다. 그리고 오들오들 떨던 일본인 의사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바로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방 안에는 파리한 모습의 한 15살의 소녀가 고통스러워하는 얼굴로 이부자리에 누워서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김강연은 그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순간 얼굴이 심각해진다. 노인은 김강연의 얼굴을 보면서 화난 말투로 말한다.
“행여나. 내 손녀딸이 살 수 없다는 말은 하지 마라!”
그 말에 김강연은 흥 흥 거리면서 노인을 보고 말한다.
“아. 치료는 할 수 있으니 지켜만 보십시오.”
김강연은 양복 안에서 예의 침통을 꺼낸 뒤, 침통의 침들을 꺼내더니 곧 집중한 얼굴로 순간 소녀의 몸 곳곳을 침들로 찌른다. 이게 무슨 짓인가? 살펴보는 노인과 일본인 의사는 입을 열린 모습으로 김강연의 치료 모습을 살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김강연은 계속해서 1시간 동안 소녀의 치료를 계속한다.
그 때, 소녀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이 순차적으로 편안한 얼굴로 바뀐다. 파리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병마는 이겨낸 것 같았다. 김강연은 그 모습을 하면서 휴우 하고 한 숨을 쉰다. 노인은 입이 떡 벌어진 얼굴로 김강연을 바라보며 놀란 말투로 소리친다.
“어... 어떻게... 어떻게 된 거야?! 어... 어떻게...”
김강연은 노인의 말투에 간단하게 대답한다.
“생을 붙여주었습니다. 아직 치료까지는 되지 않았고요. 그런데 죽기 전까지 몇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이 소녀도 운도 좋지.”
“으으. 원하... 원하는 게 뭐야? 아까의 그 빚? 아니면 뭐...”
김강연은 그 말에 이제야 미소를 지으며 노인에게 말한다.
“이제야 이야기를 할 때가 온 것 같군요.”
노인은 순간 김강연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간청한다.
“제... 제발... 제발... 내 손녀딸을 살려주게. 제발... 하나밖에 안 남은 나의 유일한 혈족이야. 제발... 뭐든 다 할 테니 뭐든지 할 테니. 손녀딸을 살려주게. 치료해줘. 난 그 것밖에 바라는 것이 없네.”
김강연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노인에게 말한다.
“뭐든지? 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럼 말하죠. 이 마을사람들이 진 빚을 모조리 불태우세요. 마을사람들을 힘들게 한 그 빚들을 탕진시키고, 다시는 빚으로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마세요.”
“하아. 그래. 그 것이 자네가 원하는 건가? 그래. 내 손녀를 살릴 수 있으면... 아니 살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얼마든지 하겠어. 대신... 대신 내 손녀딸을 살려주어야 하네. 아니 살려야 하네...”
노인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리면서 김강연의 요구에 승낙한다. 김강연은 노인의 대답에 예상치 못했는지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원래 자신의 생각으로는 절대 마을사람들이 진 빚문서들을 태우지 않겠다는 노인의 반응이 예상되었는데 말이다. 김강연은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젠장. 일단 지켜보기만 하세요. 에휴. 여기에 발목 잡혀서 병재 형에게 혼쭐나게 생겼네. 에고고...”
============================ 작품 후기 ============================
어쩌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되었는가?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이렇게 이야기를 이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ㅠㅠ
이렇게 이야기를 진행하니 왠지 많은 말들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아니 쏟아져 주세요. 저는 관심종자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