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20화 (22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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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문경에서 가장 번화한 구역인 점촌 일대에서 효혜와 장평균은 눈을 반짝인다. 그런 두 아이의 모습에 병재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자신도 점촌 일대를 두리번거린다. 문경에서 점촌은 역을 중심으로 번화한 곳이었다. 저번 경성에 방문했을 때보다는 이 점촌 역시 시골이나 다름없었지만 효혜와 장평균에게 있어서 이런 점촌의 모습에 활짝 미소를 지을 만 했다.

그렇게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장들이 있는 곳을 방문한다. 여러 아주머니, 어머니들이 가판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보인다. 장평균과 효혜는 그 모습을 보면서 눈을 반짝인다.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이 눈에 천지였다.

우선 병재와 효순은 아이들 옷부터 사기 위해서 일단 아동용 의복을 가판대에 내놓은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자 아주머니는 손님들이 오는 것을 감지했는지 호호 웃으며 아이 둘을 바라보더니 이내 의사 가운을 입은 병재에게 눈빛을 반짝인다.

“에구구. 부부 끼리 오셨네. 저 두 아이는 아이들이고?”

아주머니의 그 말에 병재는 조금 얼굴을 굳히다가 이내 대답한다.

“하하. 옆에 있는 여자는 제 여동생입니다. 그리고 앞에 남자아이는 제 아버지의 친구 아들이고, 여자아이는 제 여동생입니다.”

그 말에 아주머니는 박수를 치면서까지 깜짝 놀라며 말한다.

“에구구. 내가 잘못 알았네. 그 것보다 모습을 보니까 아주 성실하게 생긴 청년이구만. 그래. 여동생 둘과 이 남자아이와 같이 왔다고?”

“예. 이 아이들에게 입힐 옷이나 있을까 찾아왔습니다.”

아주머니는 병주의 묻는 말에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럼. 잘 찾아왔네. 잘 찾아왔어. 마침 이 아이들에게 딱 맞는 옷이 있을 거야. 기다려봐.”

아주머니는 그러더니 가판대에 내놓은 옷 말고, 뒤에 있는 짐들을 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장평균과 효혜에게 맞는 수치의 아동용 한복을 꺼낸다. 장평균과 효혜는 그 옷들의 모습에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효순에게 옷을 늘어뜨리며 말한다.

“사줘! 사줘! 저거 사줘!”

장평균의 말에 효혜 역시 장평균의 말을 따라한다.

“사떠! 사떠! 저거 사떠!”

효순은 이내 자신의 오빠인 병재를 쓰윽 보자 병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물었다.

“얼마입니까?”

아주머니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두 개에 20원만 줘.”

“20원이라. 잠시만요.”

병재는 의사 가운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이내 지갑에서 두 장의 화폐를 꺼내고는 아주머니에게 건네자 아주머니는 날렵한 손놀림으로 지폐를 낚아채고 확인한다. 병재가 건네준 지폐 두 장은 정확히 10원이라고 적혀있는 화폐였다. 아주머니는 그 지폐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병재에게 자신이 보여준 아동용 의복 2개를 건넨다. 그렇게 거래를 만족하면서 끝내자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면서 병재에게 묻는다.

“그런데 청년은 그 의복을 입는 것 보니까. 의사인감?”

병재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의사라고 한다면. 그 재생치료병원의 그 의사?”

아주머니의 물음에 병재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묻는다.

“네. 그 의사가 맡기는 한데. 무슨 일로 그렇습니까?”

아주머니는 병재의 말에 끄응 하고 침음성을 흘리다가 이내 대답한다.

“그 재생치료병원이라는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환자를 안 들여보내주는지 모르겠어. 그 군인 두 명이 감시의 눈초리로 살피니 눈치보여 죽겠어.”

“하하. 사실 그 곳은 중요한 곳이라서 군인 두 사람이 경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나쁜 사람들이 그 곳에서 위해를 끼칠까 싶어서 경비를 하고 있지. 환자를 가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그 재생치료병원이 어떤 곳이야?”

“그냥 보통 병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규모가 큰 병원이죠.”

아주머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그래. 알겠네. 내 남편이 몸이 편치 않아서 청년에게 물어봤어.”

병재는 그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런 일이 있다면 여유가 될 때 찾아가보십시오.”

아주머니는 병재의 말에 비로소 만족한다는 미소를 짓는다. 병재는 그 모습에 꾸벅 인사를 하고는 효순과 효혜, 장평균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그 뒤에는 며칠 전 새롭게 꿀꽈배기를 만드는 부부에게서 꿀꽈배기를 산 뒤 효혜, 장평균에게 먹인다. 그렇게 시장 구석에서 아이들을 먹이고, 필요한 것을 사서 밖으로 나가 동료들이랑 자주 먹는 국밥집으로 향한다.

-드르륵-

병주와 효순, 아이 둘이 들어오자 예의 그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병재 외 3명을 바라보고는 반긴다.

“아이고. 어서와. 매번 의사들이 이곳을 찾아오는군.”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한다.

“요즘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이곳밖에 없어서 매번 찾아옵니다.”

“자주 시켰던 것을 줘야겠네. 우선 빈자리로 앉아.”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는 자리를 찾는데. 식당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역시 사람들의 입맛은 본능적으로 이 집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빈자리 하나가 남아 있어서 그 곳에 아이 둘을 앉히고, 효순과 병재 둘이서 앉았다.

그 때, 저 병재의 의복을 두고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의사들이 또 오네.”

“이 곳이 번성하게 된 이유도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여기에 찾아오면서 장사가 잘 된다고 들었는데.”

“원래 그 의사들이 그 몸집 큰 미군의 나라 미국에서 유학했다고 들었어.”

“히야. 그 부유한 나라에서 공부했다 말이야? 팔자 폈네.”

“그런데 문제는 미군에서도 아예 그 곳을 중요시설로 여기고 아예 미군을 상정해두었다는 말이지. 요즘 팔다리병신들을 치료한다는 헛소문이 있나봐.”

효순은 그 수군거리는 소리들을 들으면서 병재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오라버니를 포함한 의사들 실력이 여기에서 흘러나오네요.”

“의사 일을 한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효순은 그 말에 걱정스럽다는 듯 병재를 쳐다보며 말한다.

“휴우. 안 그래도 오빠 일하는 곳은 환자들로 바글거리지 않나요? 그 신유철 큰 오빠에게도 연락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효순이 신유철에 대해 언급하자 병재는 조금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다. 병윤과 호형호제를 하는 신유철은 저번에 병재와 효순이 귀국했다는 소식에 단번에 문경에 찾아와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같이 가족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결국 병재와 효순 역시 신유철을 아예 가족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점은 신유철이 저번에 병재에게 한 말이다. 바로 전쟁 중 사지 잃은 환자들이 많으니 그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대비를 해놓으라고 말이다. 다만 그 점에 대해서는 병재는 지금 병원 규모로는 불가능하고, 미국이 약속한 종합의료병원이 세워지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신유철은 실망을 조금 했지만 안 그래도 작은 병원으로 그 많은 상이군인들을 수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중국 쪽에서 대폭 지원해준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걱정은 마라. 환자 수에 비해 의사 수는 꽤 되니까 말이야. 이번에 조선 각지에 있는 병원들과 제휴하기로 했으니 어느 정도 재생치료 가능한 의사들을 분산시키면 가능하겠지.”

효순은 병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병윤이가 그 대학 건설을 맡기로 되었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미국에서 건설 회사들을 선정하여 짓기로 하였는데. 아무래도 오지에서 그만한 건물을 짓기가 불가능해서 그런지 이 곳 업체들 중 적절한 곳을 선정한 거야.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런데 그 대학 병원은 언제 완공이 된대요?”

병재는 효순의 그 물음에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그 녀석 말로는 최소 1년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일단 부지 선정은 끝났고, 땅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다른 공장들을 건설하기에 바쁠 텐데. 에휴...”

그렇게 병재와 효순이 대화하고 있을 때, 주인아주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을 내놓으며 말한다.

“호호. 사랑싸움은 그만두고, 어서 제 특제 국밥이나 드세요.”

병재는 그 말에 정색하고 말한다.

“사랑싸움이라. 제 앞에 있는 여자는 제 여동생입니다.”

“호호. 내가 착각을 했네. 그런데 의사께서는 아직도 총각이우?”

그 물음에 병재는 대답하지 않는다. 주인아주머니는 병재의 복잡하기 그지없는 얼굴에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호호 웃으며 국밥을 내놓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효순은 병재의 모습에 걱정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말한다.

“오라버니...”

효순의 말 한 마디에 병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한다.

“밥이나 들자고. 휴우. 결혼하면 끝날 일이야.”

“예에. 오라버니.”

그렇게 두 사람은 천천히 숟가락을 들어서 밥을 먹기 시작한다. 장평균과 효혜가 숟가락을 사용치 못하자 병재와 효순이 일일이 두 아이에게 밥을 떠 먹여 준다.

그렇게 네 사람의 즐거운 점심시간이 끝나고, 네 사람은 병원에 되돌아갔다. 병원 앞은 여전히 환자들이 들락날락 거리면서 평범했다. 병재와 세 사람은 병사 둘에게 다가가자 병원 앞에 경비하던 병사 둘은 즉시 병재를 알아보고 말한다.

“들어가십시오.”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네 사람은 병원 안에 들어가자 병원 안 풍경은 여전하다. 그 때, 안내소를 보던 한 여성이 병재를 반긴다.

“어. 선생님 오늘은 동료들이랑 같이 안 가고 왔네요. 그리고 옆에 있는 여성 분과 아이 둘은? 아!”

병재는 여전히 안내 사무원을 보고 있는 루시 시리언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당신도 혹시 오해를 하고 있습니까?”

“겉모습만 보면 오해할 여지가 충분할 것 같은데요?”

병재는 시리언 사무원의 반문에 한숨을 쉬고 시리언 사무원에게 묻는다.

“요즘 일하는 것은 어때요?”

“시카고에 있었던 곳보다 환자 수가 적기는 하지만 언어 문제로 사실상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차라리 제가 그 한국어? 그 언어를 익히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요.”

“불편을 겪는다면 잘 배워두십시오.”

시리언 사무원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쳇. 선생님 덕택에 이런 곳까지 굴러가게 되었는지 알기나 해요?”

“그럼 사무소장에게 다시 시카고로 배정받게 이야기를 드릴까요?”

“마음대로 하세요. 흥.”

시리언 사무원의 대답에 병재는 피식 웃고는 말한다.

“전 그럼 제 근무지로 돌아가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것은 있으십니까?”

“아니요. 그냥 근무지로 돌아가세요. 환자들이 선생님을 기다려요.”

시리언 사무원의 말에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예.”

그렇게 병재는 효순에게 되돌아와서 말한다.

“효순아. 난 일하러 가봐야겠다. 넌 어디에 있을 거냐?”

“아직 차는 안 다니죠?”

“노면전차 계획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병재 역시 생각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잘 모르겠다.”

효순은 노면전차라는 말에 조금 시름에 잠긴 얼굴을 한다. 경성에서의 그 악몽같은 기억이 떠오르는 듯 했다. 병재는 효순의 그런 모습에 조금 당황하면서 말한다.

“아직도 경성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는 것이냐?”

“여공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을 뿐이에요. 그 오쿠보 방직이라는 곳은 아직도 망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 망할 자식들은 이미 망했다고 하더구나.”

“휴우. 다행이네요. 그런데 오라버니...”

효순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묻자 병재 역시 진지한 얼굴을 짓는다.

“그래. 뭐 할 말이라도 있는가?”

“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있을까요?”

“으음.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효순은 그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병재에게 대답한다.

“오라버니와 병재, 병윤이도 열심히 일을 하는데. 저는 좋은 곳에 시집갈 생각이나 하고 있고, 조금 그래서요.”

“그래? 흐음...”

그 때, 효순이 생각한 것이 있어서 병재에게 청한다.

“그 위안부, 정신대를 겪은 여성들을 위해서 하나의 단체를 구성했으면 좋겠어요. 그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고, 후유증이 도지지 않도록 그들을 보살펴 주는 기관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병재는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효순에게 말한다.

“네가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이 오라버니가 어쩔 수가 없구나. 일단 미국에서 내가 세운 형제의 징용단을 위임하고 있는 김충호 형님에게 소개장을 써주겠다.”

김충호라는 이름에 효순 역시 알고 있다는 듯 병재에게 말한다.

“김충호라고 한다면?”

“그래. 지금은 이승만 박사님을 모시고 있는 분이지. 그 사람에게 내가 따로 연락을 해두마. 그리고 어떤 문제든 간에 나와 내 동생들이 팍팍 지원할 것이니 따로 걱정할 것은 없다.”

“오라버니...”

“휴우. 네가 하고 싶다고 하는데. 이 오라버니가 말려서 되겠는가?”

효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예. 열심히 할게요.”

“그래. 이 오라버니는 네가 그런 일을 하면서 네가 당한 상처들을 아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구나.”

“예. 그럴게요. 오라버니. 그리고 일하러 가보세요. 저는 아이들이랑 그 동료의사들의 가족들 집으로 놀러 갈게요.”

“그래라. 그 분들이라면 그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아이 둘을 붙잡은 효순과 병재는 각자 갈 길을 간다. 하지만 병재는 이윽고 걸음을 옮기다가 여전히 효순이 걱정스러운지 잠시 뒤돌아서 효순의 뒷모습을 살펴본다. 지금은 밝게 미소를 짓는 효순이지만 여전히 마음 속 상처는 깊숙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내가 몸을 고치는 의사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내 동생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하지 못하다니. 난 아직도 멀었구나.”

병재는 그런 말을 읊조리면서 씁쓸한 얼굴을 한 뒤 다시 자신의 진료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 작품 후기 ============================

결국 효혜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여러분.

사실 정각에 올린 후기가 없습니다라고 올린 이유는 제가 머리가 아파서 그랬습니다. 결론적으로 건강 챙기십시오. 그리고 관종에게는 댓글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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