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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같은 시각, 경성 중앙청의 한 회의장 안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아니 오고 간다는 표현보다는 서로를 향해 비방을 하는 분위기가 몰고 간다. 건국준비위원회에 앉아있는 한 사람이 벌떡 일어서서 외친다.
“아니. 동협 그룹에게 일감을 너무 몰아주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이 시점에서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기업은 없다고 하지만. 지금의 상하수도 관련 부분은 특혜나 다름없습니다. 가뜩이나 전기도 그들의 손에 지배되고 있는 와중에 물까지 지배되면 해방 전의 일제와 뭐가 다릅니까?!”
그 말에 한국독립당에 속해 있는 사람이 반박한다.
“전기를 지배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오. 그 쪽은 태양으로 전기만 만드시나보오? 화력도 있고, 수력도 있소. 전기 관련해서 걱정할 거리는 없을 거외다. 그리고 상하수도 관련 설비를 허락해준다고 했지. 누가 물 관리까지 평생 통째로 맡긴다고 하였소? 지금 제대로 돌아가는 기관이 없어서 임시로 하자고 하는 것이오. 임시로.”
그 말에 동협 그룹에 대해서 입을 놀리던 사람이 외친다.
“임시로. 임시로 하다가. 그게 평생 갑니다. 지금 경제의 모든 주도권들이 그들의 손에 넣어가고 있습니다. 화학, 금속, 기계, 제철까지 중공업을 포함한 분야들을 말이오.”
그 외침에 반박했던 이가 짜증을 내면서 외친다.
“흥! 그러면 당신이 그런 일을 해보던가?! 지금 이 난장판에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것 같아?! 가뜩이나 함경도에 웅크리고 있는 그 소련 때문에 심란하고, 농업 상황은 가뜩이나 불안한 와중에 거기다 민중들의 불만까지 자네가 다 해결할 수 있냐고?!”
“하. 내 말은 그러니까 동협 그룹에게 일을 몰아주지 말고 관리를 하자는 말입니다. 관리를. 그들이 정말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한 번 감시하고, 검토하면서 밀어줄 때는 밀어주고, 뺄 때는 빼주자는 말입니다.”
“흥! 그럴 시간과 여력이 있겠소? 우리 일은 우리만 잘 하면 돼. 그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가서 볼 일이 아닌가? 거기에 그들이 문경에서 활동하지. 이 곳 최중요도시인 경성에 없지 않나? 무슨 걱정인가!?”
그렇게 동협 그룹에 대해서 설전을 오고 가는 두 사람 외에도 서로 다른 말로 꼬투리를 잡거나 다투는 이들이 회의장을 잡는다. 기본적으로 한국독립당의 당의 군대라고 할 수 있는 광복군의 문제부터 개발 문제, 외교 문제, 또 교육 문제, 각종 문제들을 두고 설전을 벌인다. 임시정부의 주석이자 한국독립당의 당수인 김구는 이 광경을 또 보자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다.
“쯧. 골치가 아프군.”
상대편에서는 여운형 대신에 박헌영이 앉아 있었다. 박헌영 역시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김구를 쳐다본다. 김구 역시 제일 싫어하던 세력이 제 1위가 일제라고 한다면 제 2위는 공산주의자라고 여긴 인물이라서 그런지 박헌영의 얼굴을 거북하게 느낀다.
“태양광 전지의 구매 및 판매에 대해서 할 말들이 많습니다.”
김구는 박헌영의 왠지 모를 말투에 짜증을 느끼며 대답한다.
“흥. 뭔가?”
“지난 번 동협 그룹에서 구매한 태양광 전지의 가격은 평(3.3 m^2)당 5000원이라고 들었습니다. 헌데. 지금 한국독립당에서 구입하고 판매하는 평당 가격은 무려 10000원이나 가까이 됩니다. 교사나 공무원이 한 달에 얼마 받습니까? 한 달에 400원 전후로 받습니다. 그 중 생활비를 300원 쓴다고 하여도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무려 100원. 거의 100개월, 8년 4개월을 저축하고 난 뒤 전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폭거 아닙니까?!”
김구는 그 물음에 박헌영에게 간단히 대답한다.
“폭거라니. 말이 지나치오. 전기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오? 원래 경제논리를 따지자면 10000원도 쌉니다. 지금 외국에서 수출되는 이 기판의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아시오? 무려 5000달러가 넘는 물건이외다. 5000달러라면 지금 환율로 계산되면 1달러 당 15원이니 무려 75000원이오. 거기다 5000달러는 정가이오. 지금은 어떤지 아시오? 수요가 날로 폭증이 되어서 가격은 계속 뛰는 물건이외다. 그런 물건을 겨우 10000원으로 할부를 이용해서 받는다는 것이 그토록 폭거란 말이오!”
“흥! 동협 그룹에서 얼마나 돈을 쳐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기존 판매가를 2배로 파는 한국독립당을 모리배로 부르지. 뭐라고 부릅니까?!”
김구는 그 말에 열이 뻗치면서 한 마디 외친다.
“모리배?! 이 작자가. 지금 장난을! 그리고 오죽했으면 내가 이런 짓을 벌여놓았겠는가?! 지금 그 돈이 없어서 장사를 하는 것을! 그대가 한 번 재정문제를 두고 말해보시오! 어떻게 하면 좋겠소?!”
박헌영은 그 말에 오히려 미소를 띠면서 김구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부정한 재산을 축재한 놈들을 처벌하고, 몰수하면 가볍게 해결될 일이요. 지금 일본인들에게서 거둔 재산만 하더라도 얼마정도 되오?”
김구는 박헌영의 물음에 비웃으면서 대답한다.
“겨우 1년 먹을 식량과 생필품이 다 아니겠소? 흥. 그대의 방법은 그저 그들의 불만만 터뜨리고 저항만 불러일으킬 것이오. 물론 악질 모리배는 처벌한다는 것에 동의를 하지만. 그대가 지목하는 몰수해야할 목록에서 우리 쪽 인원들이 다수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오!”
그 말에 박헌영은 벌떡 일어서서 흥분한 표정으로 김구에게 말한다.
“흥! 잘 말했습니다! 그 목록들 중에서 우리가 지목한 몰수의 대상자들 중 다수가 왜 그대들 당을 지원합니까?! 혹시 그들에게 정말 돈이라도 받은 것인지 의혹이 됩니다!”
“잘났군. 웃기구려! 흥. 그대들에게는 약점이 없다고 여기는가?! 그대들 밑에서 친일파 및 모리배 자식들이 있는 것 다 알고 있소이다!”
박헌영은 김구의 폭탄 발언에 깜짝 놀라면서 화난 말투로 외친다.
“뭐 뭣이?! 이 사람이 진짜 나를 모함하는 것이오!”
김구는 그런 박헌영의 말과 표정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한다.
“흥! 모함이 아니라 사실이겠지. 그대들 사상을 따르면 전에 친일을 한 사람은 용서해주면서 사상을 따르지 않으면 친일파로 몰아붙여서 모함하는 것이 그대들의 특징 아니겠소!”
박헌영은 그 말에 김구를 죽일 듯 섬뜩한 눈빛으로 노려보지만 김구 역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라서 그런 눈빛을 잘만 받아친다. 그렇게 오늘 회의 역시 회의장에 있는 각 정치세력 간의 다툼으로 마무리를 내린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문경의 재생치료병원 근처에서도 퇴근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 중에는 병재가 효순에게 말을 한다.
“이번에 동료들과 함께 같이 밥을 먹기로 하였다. 그러니 너희 셋은 병주가 모는 차량에 탑승해서 돌아가라.”
효순은 병재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예. 알겠어요. 오라버니. 가족들에게는 그렇게 말을 할게요.”
그 때, 병재 옆에 있던 정필중이 효순에게 한 마디 한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군. 괜한 사람을 붙잡는 거 같아서 말이야.”
효순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뭘요. 오라버니가 그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사람들인데. 그 정도 약속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저희 셋은 상관 말고, 일을 보세요.”
병재와 정필중은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효순에게 말한다.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라. 아니 병주가 있으니 몸조심은 상관 없겠군.”
“그래. 맞는 말이지. 그나저나 자네의 재생치료술은 언제 선보일 생각인가?”
“약 재고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되겠죠. 여기에 있는 먹을 것들도 구비해두지 않았는데 그 기술을 쓰면 독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정필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으음. 그렇군.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휴우. 일단 자잘한 병들을 치료를 해주니까 이곳의 소문도 꽤 퍼지는 것 같아.”
“이미 각오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서로 둘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효순은 기분 좋은 미소로 바라본다. 그리고 효순과 두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헤어진다. 그렇게 세 명이 서 있을 때, 한 대의 차량이 재생치료병원을 경비하던 광복군 병사들이 근무하는 대문 앞으로 다가와 정차하더니 운전석 부근의 차문이 열리고, 군복을 입은 한 사람이 나타난다. 그 정체는 역시나 오늘도 역시 차량을 가지고 퇴근하는 병주였다. 병주를 발견한 병사 두 사람은 얼른 경계를 하자 병주 역시 경계를 받아주면서 이내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대문에 자신을 기다리는 효순과 두 아이의 눈초리를 바라보면서 묻는다.
“형님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누님.”
효순은 그 물음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오늘 병재 오라버니께서는 동료들과 약속이 있다고 한단다. 우리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란다. 그러니 우리들끼리 집으로 돌아가면 될 것 같다.”
그 말에 병주는 끄응 침음성을 흘리더니 효순에게 말한다.
“하아. 병윤과 감연 녀석도 오늘 집에 안 돌아올 생각이고, 형님도 바쁘시다고 하니까. 이거 날을 잡았습니까? 쯧. 알겠습니다. 타십시오. 누님.”
그렇게 병주가 직접 차문을 열어주면서 자신의 누나 효순과 효혜, 장평균 두 아이를 차량에 태우고, 오늘 산 옷들과 물건들을 직접 짐에 싣는다. 병사 두 사람은 도와주어야겠다고 행동을 옮기지만 이내 병주가 근무 외 다른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결국 경비에 서고 만다.
그렇게 태울 사람을 다 태운 병주는 두 병사에게 말한다.
“요즘 고생이 많다. 이건 너희들끼리 사용해라.”
그렇게 말을 하면서 병주는 품속에서 돈을 꺼내어 병사들에게 준다. 병사들은 그 돈에 초롱초롱 눈을 빛내면서 병주를 바라본다.
“이거. 혹시...”
“그래. 수고했다는 의미로 주는 것이니 받아라. 어차피 내 돈은 내 동생에게 해결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요즘 막사 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는다고 하더군.”
병사 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아무래도 중국 생활하는 것보다 불편한 점이 많기는 합니다. 그러나 큰 불편을 겪을 사항은 아닙니다.”
병주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병사 둘에게 말한다.
“병사들의 불편 하나가 전투력과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내 신조는 변함이 없다. 다만 지금은 사정이 불편하니 내 동생의 사업이 고도를 오르면 아무래도 동생에게 부탁해서 너희들이 원하는 사항을 해결해야겠다.”
병사 둘은 그 말에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연대장님만 믿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대장님.”
“그래. 고생한 뒤에 동료들이랑 회식이라도 하라고.”
병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차량에 탑승한 뒤 운전을 하고 떠난다. 병사 둘은 병주에게 받은 돈의 액수들을 확인하더니 이내 눈이 커진다.
“허억! 처... 천원?!”
“으아. 내 월급의 두 배네.”
“이렇게 통이 커도 괜찮냐?”
경비를 서던 한 병사의 염려에 다른 병사는 침을 튀기면서 말한다.
“이야. 역시 연대장님을 잘 둬야 한다니까 말이야. 역시 돈 많은 연대장님 밑에서 복무를 하니까 이렇게 행운이 뒤따르지 말이야.”
“그러게. 하기야 중국에 있을 때부터 우리들 잠자리 해결하기 위해 연대장님의 동생에게 매번 부탁하지 않았나? 건물부터 옷, 무기까지 말이야.”
“휴우. 거기다 그 무시무시한 탱크와 야포들까지 말이지. 역시 사람은 인맥이 최고야. 저런 잘난 동생을 두니까 이렇게 지원을 팍팍 받잖아. 안 그래?”
“하기야. 그 동협 그룹의 회장이 바로 연대장님의 동생이니까 그 회장의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된다면 우리도 받는 혜택이 많아지겠지.”
병사 둘은 서로 자신들의 연대장과 연대장의 가족들 이야기에 교대 근무까지의 시간을 보낸다. 이 따분한 시골의 번화가에서 그나마 시간 보내는 것은 역시 가장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길씨 가족의 일대기일 것이다.
한편, 차량에 탑승하면서 운전을 하는 병주는 옆의 운전석에 조신하게 앉아있는 효순에게 말을 건다.
“오늘도 얼굴을 보니까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누님.”
효순은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짓더니 이내 병주에게 말한다.
“상당히 근사한 날이지. 고향에서 돌아와서 지금까지의 일들이 전부 행복한 거 같다. 병주야.”
“누님은 계속 행복하게 사십시오. 누님의 행복은 저희들이 지켜드리겠습니다.”
효순은 그 말에 풋 하고 웃으면서 병주에게 말한다.
“그게 뭐야? 차라리 네 결혼할 사람에게 그런 말을 날려. 애꿎은 나에게 날리지 말고 말이야.”
결혼할 사람이라고 말하는 효순의 단어에 병주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진다.
“아버지 말대로 그냥 혼인 잡을까요? 하아. 형님이랑 저랑 그리고 병윤과는 여자와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효순은 그 말에 뚱한 얼굴을 지으면서 병주에게 말한다.
“여자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여자들에게 다가가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내가 집에 있을 때마다 어디 사는 누군가라고 양복을 입은 이들이 찾아와서 죽겠다.”
“휴우. 저와 제 형제들 때문에 가족들이 피해를 입으니 죄송합니다.”
효순은 그 물음에 투덜거리면서 답한다.
“흥. 오라버니와 너와 병윤이가 오죽 잘나야지. 매번 대궐 같은 집에서 지내게 해주겠다. 무슨 필요한 일이 없는가? 오히려 너무 고개를 숙여서 짜증나는 사람들도 봤어.”
병주는 생생한 효순의 말에 식은땀을 뻘뻘 흘린다. 아버지 길남효가 형제 셋을 배려해서 그런 청을 보류하거나 거절을 하는 것이지. 그런 것 상관없었다면 진작에 결혼시켜도 남을 시기였다. 그렇게 병주는 효순의 말을 듣다가 불편한 나머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그리고 윗 거울을 바라보며 효혜와 장평균의 고히 자는 모습을 바라본다.
“효혜의 신랑감은 정해진 것 같네요.”
효순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병주에게 말한다.
“그렇지. 너무 다정다감해서. 옆집 오빠 동생이 아니라 마치 우리 가족같아.”
병주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솔직하게 장씨 아저씨는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장씨 아저씨와 아버님이 어릴 적시기에 같이 지냈다고 들었어.”
“그래서 매번 형제처럼 자꾸 지낸다고 하네요.”
효순은 그 말에 뭔가 생각나는 듯 떠올린 얼굴을 하더니 말한다.
“아무래도 아버지랑 장씨 아저씨가 혹시 효혜와 평균이랑 이으려고 하는 것 아닐까? 왠지 그럴 것 같아.”
“으음. 아버지와 장씨 아저씨의 관계라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겠지요.”
병주의 답변에 효순은 싱긋 웃더니 이내 자고 있는 효혜와 장평균의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자는 모습은 어느 천사와 같아 보인다.
“그런데 요즘 네 의형제와는 만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구나.”
“주평 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효순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너와 그 사람과의 관계면 그 사람이 네 밑에 배속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함경도 전방에 간다는 것이 의외였어.”
“그 형님의 자존심도 생각해야지요.”
“자존심?”
효순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병주를 바라보자 병주는 이내 답한다.
“원래. 남자라는 동물은 능력 차이 때문에 비참해질 때가 많습니다. 특히 아는 사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공적인 부분에서 그 형님을 돕다가는 그 형님이 싫어할 것입니다. 그냥 자잘한 도움만 주면 되겠지요.”
“으음. 난 잘 모르겠어.”
“원래 남자라는 동물은 그런 것입니다. 누님.”
“......”
효순은 병주의 대답에 아련한 눈빛으로 차의 창문을 바라본다. 병주의 친한 이의 말을 듣고는 효순 역시 자신과 아는 사이의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효순 역시 기억 속에서 자신과 친했던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옥 같은 삶, 거기서 살아온 사람은 자신 혼자였다. 특히나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중국에서 만난 동생이었다. 아무 것도 몰라서 벌벌 떨었던 시절, 자신보다 어렸는데도 불구하고 당당했던 그 아이. 하지만 그 아이는 이제 죽고 없어졌다. 어느새 효순은 과거를 생각하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병주는 그런 효순의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운전대를 잡는다.
============================ 작품 후기 ============================
박헌영의 처음 직접적인 등장과 함께 날로 악화되는 한반도의 정치 상황을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효순의 악몽과 간만에 언급된 최주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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