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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5년 9월 15일, 점촌 영강 강변에서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물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는 이내 점촌을 지나 상주로 갈 것이 분명하다. 병윤은 맑은 물길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 모습에 측근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 생각이 없었다. 단 한 명 여성비서인 손채현을 제외하고 말이다.
“회장님. 이 영강을 기점으로 취수시설을 건설할 생각이십니까?”
병윤은 그 물음에 강을 보다가 이내 손채현에게 시선을 두고 답한다.
“아무래도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제 문경으로 인구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이제 우물 생활은 그만두게 만들어야지요.”
손채현은 그 말에 입을 닫고, 조용히 병윤의 얼굴을 살펴본다. 병윤은 그런 손채현의 눈초리에 뭐 묻었나 싶은 눈치로 그녀에게 묻는다.
“저에게 뭔가 묻었습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우물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분명 취지는 좋지만 우리 관수회사를 인정할까 싶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대답한다.
“인정하는가? 안 인정하는가? 는 둘째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관수회사의 물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은가? 에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손채현은 병윤의 간단한 대답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곽 상무 옆에 있는 한 중년남성이 서 있었다. 남성은 병윤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한다.
“회장님의 부응에 기대하겠습니다.”
병윤은 중년남성을 살펴본다. 중년 남성의 모습은 그야말로 말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서구에서 뭔가 배웠던 그런 사람처럼 보인다. 그만큼 반듯하고, 보는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대단하다고 본능적으로 여길 정도였다. 그의 이름은 박평수, 원래 임시정부에서 근무했던 사람이었다. 임시정부의 생계부에 속한 사람이었던 그가 이번에 병윤이 김구에게 부탁하여 이곳 사장으로 취임시켰다. 원래 그가 맡은 분야가 바로 물 관련 사업이었다. 중국에서 상하수도 설비 관련 일을 도맡아 하였을 때, 중경 한인구역에 상하수도 설비를 진행한 이가 바로 병윤의 눈앞에서 인사를 하는 박평수였다. 한 마디로 그가 관수회사의 사장에 임명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간만에 뵙습니다. 박 사장님.”
박평수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중국에서 상하수도 관련 일을 진두지휘했던 그 모습에 반해서 내려왔는데. 그 일을 저에게 맡겨주신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병윤은 그 대답에 싱긋 웃으면서 박평수에게 말한다.
“박 사장님을 관수회사의 사장에 앉힌 것은 당신의 그 능력 때문에 그렇습니다. 중경 한인구역에서 상하수도 공사를 진두지휘한 것을 아직도 기억이 나는 군요.”
박평수는 그 말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병윤에게 말한다.
“저는 그저 회장님이 모든 지원을 다 해준 것을 따라했을 뿐입니다. 솔직하게 설계도, 인력, 기술자, 설비, 그리고 전문가까지 보내주었는데. 어떤 바보 녀석이 그걸 가지고 일을 망치겠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신뢰가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평수에게 영강을 가리키며 말한다.
“일단 이 영강의 취수시설과 하수시설을 건설하였으면 합니다. 지난 중경에서의 공사 때처럼 그대로 하면 되겠지만 설계, 인력, 설비는 있지만 기술자와 전문가는 아직 전무한 시점입니다. 일단 최대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수고를 해주십시오. 문경의 관수회사부터 시작해서 전국 각지로 수자원을 관리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박평수는 병윤의 말에 지당하다는 표정을 하며 말한다.
“예. 회장님 말씀이 당연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 관수회사를 문경으로 끝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들립니다. 혹시?”
병윤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쉬면서 박평수에게 말한다.
“사실 관수회사, 즉 수자원을 관리하는 기업이 공기업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박 사장님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박평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설마?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병윤의 표정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는 이내 병윤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이번에 그 관수회사를 아예 나라에 매각할 생각으로 일을 벌이는 겁니까? 흠. 물장사만큼 떼돈 버는 일은 없겠지만 회장님은 물가지고 장사할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 그래서 이번 사장에 박 사장님을 추천한 것입니다. 임시정부 소속이었으니 정치인들과의 관계도 원활할 것 같고, 정식정부가 설립된다면 그대로 그 관수회사를 공기업으로 넘기라고 하겠지요.”
박평수는 그 말에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실 물 관리권을 그대로 사기업에게 넘기는 조직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바로 물이 아니겠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 관수회사는 설립한 뒤에 설비를 최대한 갖추고, 물 관리체계를 만드는 점에 주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관수회사로 돈을 벌 생각은 없고, 영역 확장에 주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계자료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투명할 것을 지시하겠습니다. 그러면 공기업에게 매각하기 전까지 우리가 물가지고 장난친다는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박평수는 병윤의 말에 역시라는 생각과 함께 미소를 띠며 말한다.
“회장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중경에서도 설비를 주력으로 했지. 물 관리까지 맡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일은 원래 나라에서 주력해야하는 일인데. 여력이 되지 않으니 우리가 잠시 맡은 것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역시 영강은 아름답군요. 그리고 보기에도 투명하고, 깨끗하고요. 이제 그 물을 후손들에게 잘 보존하여 물려줘야겠습니다.”
병윤의 한 마디에 병윤 주위에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비서 손채현 역시 병윤의 생각에 찬성하는 편이었다.
‘역시 할아버지의 안목은 틀림없어. 저 사람은 진짜 대단해. 포부도 가야할 길도 신념도 그렇지만 그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 카리스마가 있어. 난 사람은 난 사람이구나.’
손채현은 속으로 병윤에 대한 평가를 메기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저 회장님. 이제 발족식을 하러갈 시간입니다.”
그 말에 영강을 바라보던 병윤은 고개를 돌려 손채현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럼 건준 문경 지부로 가보도록 할까요?”
“예. 차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병윤은 손채현의 안내에 따라 전용차량에 탑승하고, 이어서 병윤의 측근들 역시 차량에 탑승하면서 어디론가 향한다.
차량은 건준 문경 지부 앞에 도착했다. 병윤은 건준 문경 지부의 건물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사실상 건준은 한반도 전국의 행정권을 쥐고 있는 단체였다. 지금은 미군, 중국군, 영국군, 소련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소련군은 함경도에 군정을 선포했고, 나머지 군사들은 군정을 선포하지 않고, 임시정부와 건준과의 대화 아래서 일단 행정체계를 존중해주고 있었다. 다만 임시정부에서는 건준이 한반도 전국의 행정권을 거머쥐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어서 건준 지부장들을 하나씩 하나씩 불러서 회유를 하는 실정이었다.
임시정부가 가장 집중적으로 회유하고 있는 대상이 이 건물 안에 있었다. 동협 그룹이 문경에 정착하면서 문경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었다.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커져갈 것이다. 그 때문에 해방 전만 해도 시골이었던 문경이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장소로 변했다.
이윽고, 재생치료병원과 광복군, 미군 대대가 주둔하면서 문경은 지금 혼돈 상에 있었다. 기본적으로 문경의 행정권은 건준이 가지고 있지만 다른 경제나 보건, 군사 관련해서는 임시정부가 거머쥐고 있는 실정이었다. 건준의 문경 지부장 현철환이 그나마 임시정부에게 유화적이어서 다행이었지. 건준의 박헌영처럼 극좌세력이었다면 동협 그룹으로썬 크나큰 곤란을 겪을 것이 분명했다. 현철환이 지금 따르고 있는 사람은 민세 안재홍이었다.
안재홍이 건준을 탈퇴할까 말까 고심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철환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정보였다. 그래서 임시정부 측에서는 현철환과 안재홍을 회유하는 것을 주로 하는 실정이었다.
하여튼 그런 사정을 뒤로 한 채 병윤은 측근들을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안 복도에서 돌아다니는 건준 직원들이 병윤의 일행들을 바라보고는 인사를 한다. 아무래도 병윤이 문경에서 경제를 거머쥐는 인물이라서 문경지부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한눈에 알아본다. 병윤은 가볍게 목례로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면서 넓은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 안의 벽에 ‘축! 동협 관수회사 설립. 하!’라는 내용이 써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방 안 분위기는 발족식으로 시끌벅적했다. 방 안에서 앉아있는 광복군 간부들이 눈에 띄었고, 미군 간부 여러명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병윤을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오는 현철환의 모습이었다. 현철환은 여기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표정을 한 뒤 병윤에게 인사한다.
“이번 동협 관수회사의 설립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현철환에게 대답한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축하받기에는 너무 황송합니다.”
“하하하. 회장님이 문경에서 세우는 공장들이 다 문경 시민들을 위한 것들인데. 축하받아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자자. 자리는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병윤은 현철환의 안내에 따라 방 안에 마련된 자리에 살포시 앉는다. 그 때, 미군 간부 몇 명이서 병윤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이번에 문경에 주둔하게 된 미군 대대 찰스 에드윈 중령입니다. 이번에 한반도는 물론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을 뵈니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그 말에 병윤 역시 벌떡 일어서서 에드윈 중령의 악수를 받으며 대답한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번에 문경에 주둔한 이유를 저 역시 들었습니다. 이번에 재생치료병원의 경비는 물론 그 곳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경비하려고 이곳에 주둔한다고 들었습니다.”
“예. 회장님께서 우리 대대를 위해 주둔지를 건설해주는 것에 대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또 전력 생산을 위해 직접적으로 태양 전지는 물론 각종 물품들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히 생각합니다. 이번에 관수회사를 설립한다고 들었습니다.”
“예. 전근대적인 수자원 이용을 대체하고자 하는 발판으로 이번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문경을 중점적으로 상하수도를 정비할 생각입니다.”
에드윈 중령은 그 말에 놀라면서 병윤에게 묻는다.
“혹시 문경의 상하수도 설비가 끝나고, 전국적으로 영역을 확장할 생각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것입니까?”
“문경 상하수도 설비가 끝나면 대구, 부산을 우선적으로 상하수도 설비를 해달라는 지시가 내려져서 그렇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미군 부대들이 한반도에 거주하면서 물이용에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반도에 있던 일본군 주둔 건물에서 임시적으로 미군 병사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작은 형인 병주가 광복군이 겪는 그 불편함처럼 미군 병사 역시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일이 쏟아지는군.’
그렇게 병윤은 에드윈 중령의 인사들을 받았고, 광복군에서 참석한 간부들의 인사들을 일일이 들었다. 광복군 간부들은 상당히 젊었다. 원래 병주를 따라서 이 문경에 주둔한 경우라서 간부들은 병윤을 어려워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관수회사의 발족식이 시작되었다.
참석한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이번에 동협 관수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박평수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취임소감을 말한다.
“지금의 문경은 상당히 발전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해외에 있는 동포들이 속속 고국으로 귀환하고 있고, 그 사람들은 집을 찾아 일자리를 찾아 문경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우물 혹은 냇가를 그대로 이용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은 이제 버려야합니다. 문경에 사람들이 급속히 유입하면 할수록 물의 수요가 높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합니다. 이번 관수회사가 만들어지면서 저는 세 가지를 맹세합니다.
첫째, 저는 회계내역들을 공개하겠습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물을 무기로 사람들에게 갈취하듯 물의 값을 함부로 높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물 값을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협의하면서 정하겠습니다. 절대 악질 모리배는 되지 않겠습니다.
둘째, 저와 직원 일동들은 모든 능력과 자원을 총동원하여 문경의 상하수도 설비를 빠른 시간 내에 완수하겠습니다. 그리고 깨끗하고, 위생적인 물을 문경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이 풍요롭고, 깨끗한 물을 내린 자연에게 보답을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쓰고 남은 물을 강 혹은 흙 속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수하고, 내보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관수회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동협그룹의 회장님께 감사를 드리고, 또 행정적인 도움을 주신 현철환 건준 지부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에게도 역시 저의 취임식을 지켜봐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를 취하겠습니다. 문경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더 나아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물의 이용에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취임식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협 관수회사 사장에 취임하게 된 박수평의 취임소감이 끝나자 방 안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낸다.
-짝짝짝짝! 짝짝짝짝! 짝짝짝짝!-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지나고, 그 후에 이어진 것은 박평수가 자신이 어떤 식으로 동협 관수회사를 이끌 것인지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가장 첫 번째로 사진들을 이용하여 설비 장치들과 시설 설치 전 영강의 현 상황, 그리고 차 후 계획들을 발표를 이어나간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집중 속에서 박평수의 발표가 끝났다.
그 후에 이어진 것은 방 안에 참석한 사람들의 질문공세였다. 취수설비와 하수설비는 어떤 식으로 공사할 것인가? 또 기간은 얼마만큼 걸리는가? 지금 적절한 물 값은 얼마로 책정하는가? 기존의 전근대적으로 물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간섭할 것인가? 또 아까 취임소감 때 말한 것처럼 회계내역의 공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혹여 다른 기관들이 관수회사의 관리 감독할 여지는 있는가? 그렇게 모든 질문들이 쏟아진다.
박평수는 자신이 가진 자료들을 보면서 질문들에 대해 일일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의 막힘없는 대답에 질문을 했던 사람들의 얼굴에 놀랍다는 듯 박평수를 바라본다. 이곳에 참석한 사람들 중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바로 광복군과 미군 등 군인들이었다. 아무래도 물의 이용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니 아무래도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관수회사의 모든 발족식이 끝이 났다. 그리고 병윤은 이번 관수회사의 사장인 박평수와 비서 손채현과 함께 현철환의 집무실 안에 놓인 쇼파에 앉는다. 병윤의 맞은편에는 현철환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현철환은 지금의 발족식이 끝난 뒤에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병윤은 그의 감정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현철환에게 묻는다.
“무슨 일로 이렇게 불러주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병윤의 물음에 현철환은 얼굴을 풀고, 한숨을 쉬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길 회장님. 이번에 전 건준 지부를 탈퇴하게 되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깜짝 놀라서 현철환에게 묻는다.
“그 말씀은?”
“이번에 민세(안재홍의 호) 선생께서 건준에서 날뛰는 박헌영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건준에서 탈퇴하게 되었습니다. 발족식을 가지기 전에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 역시 민세 선생 따라서 건준에 탈퇴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현철환을 바라보더니 이내 한 가지 묻는다.
“흠. 민세 선생의 성향 상 한독당에 입당하겠군요.”
현철환은 병윤의 추측이 맞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예. 회장님의 말씀처럼 민세 선생께서는 한독당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 역시 한독당에 가입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만약 한독당의 입당이 완료된다면 지금의 이 건준 문경지부가 한독당 문경지부로 탈바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회장님이 염려하실 사항은 없습니다. 건준의 경우처럼 기존의 행정권을 그대로 이양받을 생각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짓는다.
“잘 되었습니다. 원래 제가 한독당의 후원자 역할을 합니다.”
“하하. 그 말씀을 들으니 민세 선생 따라가는 것이 더 옳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번 관수회사의 설립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현철환에게 말한다.
“사실 이 관수회사를 나라에 매각할 생각입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잠시 놀라면서 병윤을 바라본다.
“회장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물 관리에 조금 염려가 되시는 것 같군요. 아까 박 사장이 취임하는 것을 들어보니 저는 물론 문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안심이 되더군요.”
“물장사가 떼돈을 버는 지름길이기는 하지만. 욕 얻은 것은 물론 원망을 한 몸에 받기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이익을 보지 않을 운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후에 세워질 한반도 정통정부가 탄생된다면 아무래도 회장님 덕택에 애를 먹게 생기겠군요. 회장님의 능력으로는 몇 년 되지 않아서 한반도 전체로 상하수도 설비를 완료시킬 것이니 정부가 그 관수회사의 가치를 가치절하하지 않는 이상 사기가 애를 먹을 것 같습니다.”
“운영권을 나라에 맡기고, 지분을 쪼개서 나라에 판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미소가 더더욱 짙어진다.
============================ 작품 후기 ============================
휴. 본격적인 병윤의 사업들은 아무래도 내년에 시작될 것 같습니다.
관종에게는 댓글이 답입니다. 그런데 제가 관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