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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장모의 산소와 외가의 친척들이 잠이 드는 곳을 정리한 세 남성과 어린 여자아이는 하산한 후, 초가집 안으로 들어간다. 초가집 방 안에는 김민숙과 그녀의 아버지가 깨어났지만 눈빛은 멍해 보인다. 그런 모습의 둘은 병재와 효순이 잘 보살핀다.
길남효의 모습을 본 김민숙은 상체를 가까스로 일으킨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제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신 거에요...?”
길남효는 그 물음에 굳은 표정을 짓고,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김민숙은 자신의 남편을 향해 슬픈 눈망울로 보며 말한다.
“어머니 산소만 있었던 것이에요? 아니면?”
길남효는 그 말에 어두운 표정을 한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김민숙은 길남효의 반응을 보고, 이 현실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으흐흐.. 으흐흐... 흑. 흑..흑.”
김민숙은 눈물을 울기 시작한다. 왜 자신의 오라버니들이 이런 꼴을 당했어야 했을까? 김민숙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민숙은 계속 울고, 또 울었다. 어렸을 적에 많이 의지했던 오라버니들이었는데. 지금 그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의 목소리와 얼굴, 모습은 이제 그녀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길남효는 김민숙의 저런 표정을 보면서 자신 역시 저런 표정을 지었을 때가 기억났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그런 기억, 악몽이 떠오른다. 아버지 없이 홀로 자신을 키웠던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가 노동을 팔고, 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면서까지 자신을 키워주었다. 병에 걸려서 하늘에 불려가기 전에, 그 어머니는 외쳤다.
‘제발. 우리 남효. 건강해라. 남효. 건강해. 어머니는 너무 힘들단다. 이제 좀 쉬고 싶네. 그런데 우리 아가. 놔두고 가기는 싫어. 흑... 흑...’
아마 어머니가 죽고 난 뒤, 길남효는 오열했던 것으로 기억났다.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며칠의 시간이 지나, 어머니가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묻고, 갈 곳 없이 떠돌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자신의 아내가 그런 기분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길남효는 섣부른 위로는 독이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길남효는 자신의 아내를 꼭 껴안고는 등을 토닥여준다. 병재, 병주, 병윤, 효순 등 다 큰 네 남매는 그 모습을 보자 무척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다만 아직 어린 효혜만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아버지 길남효는 아내 김민숙의 상처를 보듬어주었고, 자신의 장인어른의 상처 역시 보듬어주었다. 비록 슬프고 암담하고, 절망에 빠졌지만 살 사람은 살고, 죽은 사람은 편히 쉰다는 진리 앞에서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전부는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한편, 병윤은 옆에서 훌쩍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누나 효순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가 그 장소에서 죽었다고 착각했을 때는 정말 죽은 것처럼 암담하고,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내 누나가 건강하니 기분이 묘하네. 그런데 그런 아픔을 왜 부모님이 겪어야 되는 것일까? 하아.’
병윤은 그런 생각을 하고 난 뒤, 역시 인생이라는 것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수많은 경험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하지만 그들 역시 지금의 분위기에서 아무런 말도 못할 것이 분명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병윤의 어머니 김민숙과 외할아버지 김영호는 정신을 차린 모습이었다. 슬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적어도 거동이 불편한 지경은 아니었다. 외할아버지 김영호는 홀로 남은 집구석에서 그나마 건강한 딸의 모습과 그녀의 자식들의 모습에 희망이라도 찾은 모양이다. 김영호는 가족들 모두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한 마디 말한다.
“하아. 이런 꼴을 보여서 미안하구만.”
길남효는 그 말에 긴장한 얼굴을 하며 김영호에게 말한다.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김영호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길남효에게 말한다.
“아니야. 아니야. 이제 이 방에서 홀로 남게 되니까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크나큰 위로와 힘을 주는지 알 수 있게 되었어. 늦었어도 지금에서야 내 딸과 자네와 그리고 내 외손주들의 얼굴을 보니까 내 한을 풀 수 있겠어.”
그 말에 길남효를 포함해서 네 남매가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김영호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한다.
“자네와 장성한 내 외손주들에게 내 부탁이 있으이. 혹여나 지금 내 아들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장례식이라도 제대로 치러주고 싶어. 이 부탁이라도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길남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자신의 뒤에 무릎을 꿇고 있는 병윤에게 시선을 두며 한 마디 말한다.
“장례식 하는데 네 돈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
병윤은 그 물음과 아버지의 강한 눈빛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이럴 때 돈 아끼면 제가 죽일 놈이 될 것입니다.”
길남효는 병윤의 답변에 미소를 짓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장인어른에게 향하고는 말한다.
“장모 어르신과 내 처남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성대한 장례식을 약속합니다.”
김영호는 확정적으로 대답하는 길남효의 말에 기쁜 미소를 짓고는 이내 그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고맙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저번에 봤을 때는 그저 내 딸을 훔쳐간 도둑이었는데. 지금은 내 아들처럼 보이는구나. 비록 자네를 고생시킨 못된 장인이지만 그 부탁을 들어줘서 진심으로 고맙네.”
길남효는 그 말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김민숙 역시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훔친다. 그렇게 추석은 결국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1945년 9월 21일, 추석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외할아버지 김영호가 홀로 사는 이 마을의 어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병윤의 옆에 있는 아버지 길남효와 병재, 병주, 효순, 그리고 추석이라고 해도 병윤의 병에 바로 옆의 지역인 청송으로 한걸음에 달려 나온 비서 손채현과 측근들의 얼굴을 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이 마을의 대표인 한 장년 남성이 병윤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 홀로 사는 김 영감님의 자식들에 대한 장례식을 치러달라는 이야기인가?”
병윤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렇습니다. 비록 몇 년 전의 이야기이고, 제 친척들이지만 지금이라도 위령제와 장례식장을 열어서 그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끄응. 나 역시 이 마을에 사는 일원으로써 김 영감님을 돕고 싶지만 사정이 안 좋아. 내 가족들을 굶어죽기 바쁜 날인데. 남을 신경쓸 여유가 없어.”
병윤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표정을 한 뒤 어렵다는 남성에게 말한다.
“물론 거저 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곳 마을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하는 소리입니다. 장례식장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과 돈을 여기서 지불하겠습니다. 그러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물음에 조금 미심쩍었던 장년 남성이 병윤에게 묻는다.
“얼마정도 지불할 생각인가?”
장년남성의 못 믿는 표정의 대답에 병윤은 눈짓으로 측근들 중 한 명에게 지시를 내리자 그 사람은 얼른 안주머니 속에서 지폐뭉치를 병윤에게 건넨다. 그리고 병윤은 그걸 다시 그 장년남성의 앞으로 내민다.
“세어보십시오.”
장년 남성은 그 자신만만한 말에 지폐뭉치를 의아한 눈빛으로 보면서 얼른 그 지폐뭉치를 들고, 액수를 세기 시작한다. 지폐의 단위는 100원부터 시작했는데, 그 지폐가 100장이었다. 한 마디로 10000원이라는 이야기이다. 장년 남성은 대번에 거대한 액수에 놀라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이... 이것이 참말로 장례식을 하면 줄 수 있는 금액입니까?”
병윤은 그 말에 이렇게 단답한다.
“동협 그룹의 회장에게 허언은 없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장년 남성은 그 즉시 입을 열었다. 동협 그룹이라니? 바로 한창 발전 중에 있다는 이웃지역인 문경에서 거대한 기업들을 열고, 무수히 많은 돈을 버는 엄청난 인물이 아니던가? 장년 남성은 이 마을에 살았지만 마을의 대표인만큼 귀와 눈은 열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청년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알고 있었다. 장년 남성은 자존심 생각할 것 없이 얼른 병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한다.
“동협 그룹의 회장님을 뵈어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장년 남성의 행동에 순간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마을 대표의 앞에 서 있는 청년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자존심을 접어두면서 고개를 숙이는가? 하지만 마을의 몇 몇 사람은 알고 있는 듯 얼굴을 굳히면서 병윤은 물론 그의 측근들과 비서, 그리고 형제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돈과 필요한 물품들을 받은 마을사람들은 곧 김 영감이라고 불리는 김영호의 아들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장례식장을 열기 시작한다. 몇 년 전이라서 그런지 무덤 속에 있는 가족들의 시체는 이미 썩어서 백골이 되었다. 그런 백골들을 정성스럽게 담아서 관 속에 제 자리를 찾게 만든다.
역시 돈의 힘은 대단했다. 마을사람들은 어디서 그런 힘과 물자들이 남았는지 최고의 혜택을 쏟아 붇기 시작한다. 그렇게 상여를 메고, 상여가를 부른 후 다시 정성스럽게 잘 파묻힌 묘에다 관을 이관시키고는 다시 봉우리를 만든다. 그 후 비석에 묻힌 사람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본가를 새기고는 묘의 앞에 정성스럽게 세워둔다.
곧 이어진 것은 산소 앞에 있는 제단에 술들을 올려놓으며 곡을 놓았다. 기본적으로 곡을 울린 것은 역시나 이번 장례식장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김영호와 김민숙, 그리고 길남효와 그의 아들들과 딸들이었다. 그들의 곡이 끝나고, 모든 장례절차는 끝이 났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끝이 나면서 지금의 시각은 거의 저녁에 가까웠다. 마을사람들은 장례식을 모든 것이 끝나자 다들 돌아간다. 그리고 한창 곡을 놓았던 김영호와 김민숙은 효혜를 업은 효순과 병윤의 측근들을 따라서 부축해 하산한다. 그리고 묘 앞에서 끝까지 지키던 길남효와 병재, 병주, 병윤만이 남아 있었다.
길남효는 제대로 이관되고, 정갈한 모습의 묘지에 씁쓸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짓고는 이내 뒤의 세 아들들에게 말한다.
“휴우. 외가에 있는 친척들이 다 하늘에 갔지만 이렇게 편히 장사를 지내니 그나마 응어리진 마음이 풀어지는구나.”
“......”
세 형제는 그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는 그저 무덤에 묻힌 이들을 위해 묵념할 따름이었다. 길남효는 그런 형제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말한다.
“내년에는 내 어머니 산소로 가자꾸나. 그리고 내 어머니도 편하게 장사를 지냈으면 좋겠구나.”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길남효에게 말한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버님.”
“후후. 기대하마. 그럼 우리들도 돌아갈까?”
세 형제는 길남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제 고개를 돌려 하산하려고 했었다. 그 때, 네 남성의 눈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병재는 처음 봤지만 길남효와 병주와 병윤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길남효는 그 사람의 모습에 외친다.
“뉘... 뉘슈?”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삿갓을 쓴 정체모를 사람은 길남효를 바라보더니 이내 쯧쯧거리는 말투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액운이 다 뗀 얼굴이로다. 그러나 자기 자식들의 앞날은 순탄치 않으리라. 이 업보를 어찌하면 좋을 것이오.”
길남효는 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묘한 말투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때, 병주가 분위기를 발산하며 그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더니 이내 묻는다.
“당신은 누구시오? 뉘시기에 이런 옷을 입고, 우리를 찾는 것이오.”
그 사람은 병주의 얼굴을 쓰윽 보더니 이내 혀를 쯧쯧 차더니 한 마디 한다.
“내 소자에게 한 마디 해주지. 지나친 복수심은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킨다네.”
묘하게 자신의 속을 찌르는 검은 두루마기의 사람의 말에 말을 하지 못한다. 그 때, 병재가 나서서 그 사람에게 묻는다.
“흥. 그 복수심은 그 자식이 자초한 일이요. 내 보니 당신은 이승의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승의 일은 이승 사람이 맺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은 병재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그리고 혀를 쯧쯧 차면서 이렇게 말한다.
“쯧쯧.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생을 살린 의사이건만 그대의 속은 오로지 그의 피만을 원하고 있구려. 복수심은 좋지 않소.”
병재는 그 말에 이익 얼굴을 구기면서 그 사람에게 대답한다.
“복수를 생각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야말로 정말 악한 일이요. 그 일로 내가 다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난 할 것이니 운명을 재단하는 일은 그만두십시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은 병재의 말을 듣더니 하아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이내 병윤의 얼굴을 바라본다.
“자네의 얼굴을 보니 매우 신묘하구려. 나로써 자네의 운명은 가름할 수 없구려. 당신의 운명은 당신 스스로 결정하는 것 같구려.”
병윤은 그 말에 남들이 알기 어려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비록 바뀔 수 없는 운명일지라도 도전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비록 거기서 절망하고 낙담하는 인간이 있더라도 그들 중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생명이자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귀인께서는 왜 우리들에게 나타나서 우리들의 운명을 재단하는 것입니까?”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은 그 말에 후후후 웃으며 이내 네 남성들에게 대답한다.
“내 비록. 귀신이라 여기는 몸이지만 이 네 사람에게 흥미가 도는 일이오. 네 사람은 내 도움을 원치 않으신 것 같으니. 이만 이 참견쟁이는 물러날 것이오. 그리고 복수를 생각하는 두 분은 명심하시오. 복수라는 것은 타인을 망가뜨리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그 대가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오.”
병재와 병주는 그 말에 이미 그건 각오하였다는 얼굴을 하고 내뱉는다.
“이미 그건 각오한 일입니다.”
“후후후. 저승에서도 계속 지켜보겠소. 그리고 이곳에서 원통했던 영들이 이제 여기서 벗어나 하늘로 승천하기를 원해서 이곳에 왔소. 비록 네 사람의 앞날은 거대한 운명 속에 마주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주었으면 좋겠소. 복수를 원한다고 하지만 무고한 이를 제발 해치지 말기를 말이오. 업이 그대들을 집어삼킬 수가 있으니 말이오.”
그 말에 네 남성은 침묵한 표정으로 검은 두루마기의 사람을 바라본다. 검은 두루마기의 사람은 곧 네 남성을 지나쳐 갈 길을 간다. 그리고 네 남성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 검은 두루마기의 남성 뒤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눈에서 피눈물이 흘리는 자들, 억울하다고 외치는 자들. 그런 자들을 검은 두루마기의 남성은 위로하면서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네 남성은 그런 놀라운 경험에 허탈하게 웃는다. 그리고 네 남성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한다.
“도대체 그건... 그리고 우리의 앞날이라니...”
길남효는 여전히 아까의 사태에 말을 잇지 못한다. 아무래도 저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은 전설 속에서나 내려오는 저승사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병재가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귀신과 영이라. 매우 흥미롭네.”
병주 역시 한 마디 말한다.
“흥. 이미 우리들 역시 지옥에 끌려간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인가? 웃기는군. 이미 지옥을 거친 우리들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이미 지옥행이 아닌가?”
병윤은 두 형들의 말들을 듣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후후. 매우 신기한 경험이 아니겠습니까? 저승사자와 영들이라니. 무당의 눈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우리 눈에 펼쳤네요.”
병주는 그 말에 콧웃음을 치면서 말한다.
“저승사자? 영들? 흥.”
결국 네 남성은 신기한 경험이라고 여기고, 왁자지껄한 표정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이 네 남성에게 내린 말들이 아직도 마음 속을 떠돌았다.
먼저 병재는 이죽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생각한다.
‘복수라. 복수를 하면 제 자신을 망친다고? 웃기는군. 이미 망치고 있는걸. 이미 난 그 자식을 끝장내기위해 모든 것을 걸고 있거늘.’
반면 병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결심한 표정으로 생각한다.
‘가족의 슬픔과 원한을 남긴 그 녀석을 작살내는 것에 이견이 없다. 그 녀석을 죽이면서 생긴다는 그 업보 역시 감당할 거야. 그 자식을 죽이고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여도 난 마땅히 지옥으로 갈 거다.’
한편, 병윤은 흥미롭다는 기분으로 자신에게 한 말을 되뇐다.
‘아버지 말씀대로 이승에 똥밭을 굴러도 저승보다 좋다고 하던데. 하아. 그나저나 내 운명을 재단할 수 없다니. 그 무슨 말인가?’
마지막으로 앞을 보면서 내려가는 길남효는 이렇게 생각한다.
‘액땜을 다 떼었다고? 거기다 내 아들 녀석들이 거대한 운명에 처한다고. 하아. 정말이지 알 수가 없군. 헛 것을 많이 봤어.’
============================ 작품 후기 ============================
검은 두루마기의 사람은 저승사자이자 세 형제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예언자가 되는 셈입니다.
하하. 많은 댓글들이 쏟아져 내려오기를 기대합니다. 댓글을 댓글을 내놓으라고.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