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27화 (227/633)

0227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길남효와 병재, 병주, 병윤이 그 신기한 일에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병윤의 외할아버지인 김영호의 초가집으로 돌아왔고, 네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갈 때, 그 집의 유일한 방 안에는 서로 김민숙, 효순이 김영호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네 부자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서로의 이야기를 그만하고, 그 넷을 바라보자 길남효는 슬며시 김영호의 앞에 앉으며 그에게 말한다.

“장인어른. 지금 장례식도 끝났으니 저희가 모시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길남효의 진지한 물음에 김영호의 옆에 있던 김민숙과 효순은 깜짝 놀라 길남효의 얼굴을 쳐다보지만 정작 물음의 대상인 김영호는 길남효를 지그시 바라본다.

“......”

어색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김영호는 헛기침을 하고 길남효에게 말한다.

“내 가족들이 묻힌 곳에 떠나기는 그렇다.”

길남효는 그 말에 더 이상 설득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떨군다. 그 때, 김영호의 옆에 앉은 김민숙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니. 그러지 말고. 저희랑 같이 사세요. 아버지. 여기 혼자 있기에는 적적하지 않아요? 그리고 남은 가족들도 저와 제 가족들뿐인데. 아버님 홀로 묘를 지키기에는 저희가 너무 죄송해요.”

김영호는 그 말에 아까의 굳은 얼굴에서 균열이 조금 생긴다. 그리고 어렵다는 얼굴을 하고는 사위인 길남효와 자신의 딸인 김민숙을 쳐다본다. 그러나 아들들이 묻힌 곳을 떠난다니. 그게 말이 되겠는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때, 길남효가 한 마디 말한다.

“저 장인어른. 제 가족의 집은 문경에 있으니. 매번 묘지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희랑 같이 사십시오.”

김영호는 그 말에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분명 자신의 딸과 그 가족들이 아들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장례식을 흔쾌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과연 여기서 벗어나고 되겠는가?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가 이내 김영호는 굳은 표정으로 결심한다.

“안 간다. 여기서 살다갈 거다.”

김민숙은 단호한 김영호의 말에 놀라 외친다.

“아버님! 정말 그러실 거 에요?!”

“시끄럽다. 너희들의 모습을 보니 매우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난 여기서 뼈를 묻기로 하였다. 이제 난 늙었어. 그리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 그런 내가 내 딸에게 업혀가 민폐를 끼치라고? 어림도 없다.”

김민숙은 그 말에 말끝을 흘리며 말한다.

“아... 버... 지...”

김민숙의 슬픈 얼굴을 보자 김영호는 속으로 양심이 찔렀지만 이곳은 자신의 아들들이 묻힌 곳이었다. 여기서 홀로 살아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길남효와 김민숙의 말에도 김영호는 얼굴을 주호도 바꾸지 않는다. 결국 길남효는 포기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김영호에게 말한다.

“휴우.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어르신께서 그토록 원하시는 일인데. 그 누가 말리겠습니까? 대신 이 곳이 문경 옆 지역이니까 자주 찾아가보겠습니다. 그건 어떻겠습니까?”

김영호는 그 물음에 좋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자신은 이곳에 뼈를 묻는다고 하여도 홀로 살기 외롭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지금 길남효가 자주 찾아뵙겠다는 말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김민숙은 그 말을 한 길남효를 속으로 조금 원망하고는 이내 자신 역시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한다.

“휴우. 아버지. 저 역시 자주 찾아가볼게요.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선물을 들고 올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김영호는 그 말에 혀를 차면서 말한다.

“쯧쯧. 내 아들 녀석들과 그 가족들의 장례식을 해주었으면 되었지. 무슨 선물을 가지고 온다고 하더냐? 필요 없다.”

김민숙은 그런 말투를 하는 김영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헤헤. 자주 찾아가볼게요.”

“그래. 그리고 뒤에 있는 너희들도 가는 건가?”

김영호가 이내 시선을 병윤을 포함한 다섯 남매에게 두면서 묻자 병재가 대표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예. 아무래도 일이 있으니 가봐야 됩니다.”

“그렇군. 알겠네. 내 외손주들이 전부 컸으니 이제 일들을 하러 가는구나. 그런데 저 아이들은 결혼이라도 했는가?”

김영호는 이번에 시선을 길남효에게 두고 묻자 길남효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한다.

“그게... 아직. 저. 없습니다. 저 녀석들이 일에 너무 바빠서 결혼할 시간도 없습니다. 저 역시 제 자식들에게 짝을 맺어주고 싶고, 혼인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 녀석들이 마음에 동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김영호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아니. 그게 참 말이여?! 이렇게 다 컸는데. 결혼은 안 하다니. 보기에는 아주 멀쩡하게 생긴 녀석들이... 끄응.”

병재, 병주, 병윤과 효순은 결혼 이야기에 고개를 숙이며 서로 수군거린다. 이거 아무래도 잘못 걸린 듯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할 뿐, 결혼을 확실히 시키겠다는 김민숙과 길남효의 말에 김영호는 진정이 되었다.

“끄응. 저 녀석들을 다시 만날 때는 내 외증손주를 봐야겠다.”

그 말에 자동적으로 네 사람의 고개는 팍 숙여지며 김영호의 시선을 피한다. 오로지 효혜만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다. 그렇게 외할아버지 김영호가 형제들의 결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잘 지냈던 추석은 안 좋게 끝이 났다.

김영호의 배웅 아래 다시 집으로 나서는 병윤의 가족들은 병윤의 측근들을 만나면서 아까 못했던 인사들을 나눈다. 길남효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병윤의 측근들을 바라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악수를 할 뿐이었다. 한편 비서 손채현 역시 병윤에게 새침데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어떻게 되었어요? 일은 잘 마무리 되었어요? 쉬는 날에도 사람을 부르다니 남자로써 매너가 없는 것 아니에요?”

병윤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손채현의 말에 정신을 못차리더니 이내 대답한다.

“끄응. 여기가 오지라서 사람이 없다보니까 불렀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드리겠습니다. 어떤 걸 원합니까?”

병윤의 정중한 말투에 손채현은 얼굴이 화끈거리며 이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 아니에요. 회장님이 곤란에 처해있을 때, 매번 따라가서 일을 들어주는 것이 비서가 하는 역할이잖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휴우. 알겠어요. 하지만 오늘 일은 결코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측근들과 손채현에게 그렇게 말을 하자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면서 병윤에게 화답한다.

-회장님의 명령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갈 자신이 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말한다.

“그렇다고 정말 불구덩이에 뛰어 들지는 마세요.”

그렇게 병윤은 손채현 비서와 측근들과 같이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이 가져온 차들을 이용하여 길남효와 그의 가족들을 태우고 청송에서 빠져나간다. 김영호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내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내 딸내미의 가족들은 정말 잘 사는 것 같네. 에휴. 그래도 딸아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야. 다행이야. 내 딸이 이렇게 찾아와줘서.”

방금 전 결정을 내린 김영호였지만 이내 텅 빈 방 안에 홀로 남게 되자 외로움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굳은 마음으로 결심하면서 되뇐다.

“언제 다시 찾아올고...”

다음의 만남에 기약하면서 김영호는 이내 자신의 딸과 그녀의 가족들이 찾아오기 전의 생활로 되돌아간다.

1945년 10월 2일, 현재 경성에서 한 가지 일로 난리 법석이었다. 이른바 한반도에 거주 중인 일본인들의 처리 문제에 관련하여 발표를 하였기 때문이다. 관공서에 설치된 컬러TV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바라본다. 곧 색깔 있는 화면이 나타나고는 양복을 정갈하게 입은 보도자가 자료들을 가지고 일본인 문제 처리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해방이 된지 한 달 보름이 지났습니다.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우리 말, 우리 글로 이야기하고, 쓰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소식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순간 관공서 앞의 거리를 걷던 행인들 역시 TV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그 곳에 덩어리진 듯 모여든다. 그러나 TV의 일정간격에 완장을 차고, 나무곤봉을 든 관공서의 직원이 사람들이 TV에 몰리는 것을 막는다.

“어허. 질서 있게 보시오. 질서 있게. 비싼 TV 망가지면 그거 당신들이 물을 것이오?”

결국 직원의 제지에 사람들은 혀를 차면서 치사하다는 얼굴을 한 뒤 일정거리를 띠고는 TV화면을 바라본다. TV화면 속 양복을 입은 보도자가 자료를 하나 들고, 그 것을 읽기 시작한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3일 전, 중앙청에서 중국군청, 미군청, 영국군청과 각 당의 합의하에 한반도내 거주중인 일인들의 처리에 대한 법령을 발표 하였습니다. 그럼 녹화장면을 들어보시겠습니다.-

곧 보도자의 화면이 사라지고, 양복을 입은 한 노인이 자료들을 들고, 입에 대며 말을 하기 시작한다.

-현재 시각 9월 30일 오후 7시 30분경으로 한반도 내 일인처리 법령이 통과되었음을 선포하며, 각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본 국적을 가진 일인들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주거지를 즉시 관공서에 등록한다.

둘째, 군청 및 각 당의 송환 명령 없이 절대 일본으로 송환이 불가능하다.

셋째, 한반도 내의 이주는 가능하다. 허나 그 구역은 문경으로 한정한다.

넷째, 문경에서 받는 교육들을 이수 받아야 정식으로 한반도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교육들을 거부하거나 탈락하게 되면 국적 획득은 불가능해지며 송환대상에 해당된다.

다섯째, 일제강점기 동안 벌어두었던 모든 재산들을 몰수를 천명한다. 은행에 있는 모든 계좌들을 동결되고, 앞으로의 거래도 허가제에 따라서 사용된다.

여섯째, 이상 다섯 개의 법령을 어길 시에는 법에 의해 처리될 것이다.

이 여섯 가지의 조항으로 이번 일인처리 법령을 마치겠습니다.-

그렇게 일인처리에 대한 법령의 녹화화면이 끝이 나고, 다시 TV에서 양복을 입은 보도자의 얼굴이 나타나지만 조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당황한 표정과 말투로 보도자는 자료를 들면서 말한다.

-중앙청에서 이런 일인처리 법안을 결정하였습니다. 하루빨리 일인들이 잘 송환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중앙청에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제 사견은 여기서 끝내고, 다음 소식에 들어가겠습니다.-

순간 TV를 보던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왜놈들이 한반도에 국적을 얻는 것에 용인하겠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 놈들이 우리를 얼마나 악랄하게 굴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나올 수 있어?!”

“맞아. 맞아! 이건 잘못 발표된 것이다!”

일제에 대해 엄청난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일본인에게 그 원한을 투사시키면서 흥분하기 시작한다. 곧 그 무리들이 흥분하기 시작하자 TV를 보호하던 직원들이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그 인원들에게 다가간다.

“진정들 하시오. 진정들. 이게 무슨 추태요.”

직원의 말에 흥분되어 있던 사람들이 빽! 하고 외친다.

“아니 직원 분도 들었지 않았소. 그 일인들을 한반도에 사는 것을 용납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말이오.”

직원은 그 말에 조금 심각한 얼굴을 한 뒤 침착한 얼굴로 그들에게 자신이 알 고 있는 것을 설명해준다.

“아까 소식 들었을 때, 못 봤소? 이번에 일인들이 살 곳이 문경으로 제한된다는 곳을 말이오.”

그 말에 흥분한 사람들의 얼굴의 분위기가 꺾인다. 그러나 아직도 설명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직원은 그런 사람들의 얼굴에 휴우 하고 안도를 내비치면서 차근차근 말하기 시작한다.

“일단 소식을 들었을 때, 일인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한다는 것을 들었을 것이오. 안 그렇소?”

사람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그렇소. 그런데 그 건 여기에 광복군이 들어오고, 중국군을 비롯한 연합군들이 들어올 때, 전부 압류했다고 들었소.”

직원은 그 말에 잘 되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그렇소. 그 재산은 지금 압류상태이고, 아까의 그 발표로 그 압류된 재산은 공식적으로 몰수하기로 결정된 것이오. 그리고 사실상 문경에서 새로운 교육을 한다고 하지 않았소? 흥. 그 교육들의 내용을 살펴보니 아주 악랄하더군. 오히려 문경에서 그 교육에 이수하고 있는 일인들이 불쌍해질 정도로 말이오.”

문경에서 받는 교육이 무엇이기에 직원이 저렇게 얼굴표정을 지었는지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과연 일인들이 받는 교육이 얼마나 악랄하다기에. 결국 사람들의 분위기가 난리 직전에서 호기심으로 변하자 직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알려준다.

“아 그러니까 말이오. 내가 듣기로는 문경에서 받는 교육은...”

직원은 나무곤봉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차근차근 문경에서 들은 교육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교육의 내용에 사람들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궁금해지다가 입이 벌어지면서 이내 고개를 떨구는 자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일본제국에 쌓인 것이 많았던 사람들은 직원의 말에 강하게 동의를 하면서 말한다.

“흥. 그런 자식들은 그런 교육을 받아야 돼. 어디 감히 편하게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어? 쯧. 그 교육을 받고 통과하면 조선인으로 인정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있으면 바로 추방될 거야. 하기야 저런 교육이기에 저렇게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겠군.”

그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쌤통이라는 얼굴을 짓는다. 사람들이 얼마나 당한 것이 많은 것인가? 이렇게 해서라도 복수하는 것이 정말 통쾌하지 않은가? 결국 사람들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린 표정을 하면서 다시 TV화면에 집중하고, 사람들에게 설명한 직원은 다시 자신의 일에 매진한다.

한편, 사람들 속에서 직원의 말을 들었던 한 사람은 얼굴이 탈색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끙. 우리에게 얼마나 쌓인 것이 많다고 이리 구는가? 그나저나 문경이라니. 정말 그 곳으로 가면 한반도에서 살 수는 있는가?’

조선어에 대해서 능통한 한 일본인이 한복을 입고선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살핀 것이다. 사실 그는 사정이 매우 복잡한 처지였다. 우선 기본적으로 자신의 아내가 조선인이었고, 또 아이들 역시 그 아내와의 혼혈들이었다. 해방 전에야 번뜻한 직장에 평온하게 살 수 있었지만 해방 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자신의 직장은 물론 지금껏 모은 재산까지 다 압류당한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을 이끌고, 일본으로 송환할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사정을 살폈다.

다행히 아내가 조선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집안이라서 압류된 재산 외에 먹을 것은 걱정이 없었다. 다만 가난하게 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일단 희망이 보인다.

‘그래. 문경이라고 했지. 흥. 아까의 직원이 알려준 교육은 일본제국에 대해 맹렬하게 충성심이 있는 녀석들에게 통하는 방법이라고. 난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일단 중요한 것은 빨리 내 아내와 가족들에게 이 일을 상담을 해보는 거다.’

그렇게 그 일본인은 빠른 발걸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같은 시각, 길씨 일가의 집안에서도 TV의 내용을 보고는 형제들끼리 서로 수군거린다. 병재와 병주는 병윤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두었고, 병재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쯧. 내 아까 너에게 아까 TV에서 발표한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할 건가?”

병윤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한다.

“형님들 잘 생각하세요. 솔직하게 문경에서 체류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지금 2만이 넘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은 절대로 문경에서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총을 쏴도 안 가겠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을 명분 있게 떼어내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습니다. 겉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도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지 않습니까?”

병윤의 말에 병재와 병주는 한 숨을 쉰다. 병주는 얼굴을 구기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끄응. 네가 경성의 그 분들에게 제안했다고 들었다. 하아. 이 일이 한반도에 있는 일인들이 몰려 들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병윤은 그 말에 걱정말라는 표정을 가지고 병주에게 말한다.

“흥. 그들이 완벽하게 일본에 대해서 부정할 생각이라면 받아줄 수 있지만 태어난 민족이 일본인이고, 쓰고 있는 말이 일본어입니다. 태어난 곳이 여기 혹은 정착한 곳이 여기라고 하지만 과연 그 악랄한 교육에서 반발할 여지가 없겠습니까? 우린 그저 그 교육을 거부하거나 탈락한 이를 가려서 추방하면 됩니다. 그 것이 세계의 눈으로 온당하게 비칠 것입니다.”

병재와 병주는 병윤의 말에 한숨을 크게 짓는다. 병윤의 방법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일본의 정신을 아예 부정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만 명분 상 병윤이 말한 방법은 우위에 있었다. 일제의 잔악한 정책과 차별들을 생각하면 병윤이 생각한 방법은 일본인들과 일제에 대해 격분하는 사람들의 화를 가라앉히고, 복수를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휴우 이제 1945년 10월달에 접어듭니다. 한국사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니 공식적인 한반도의 일인들에 대한 송환은 10월 10일에 시작되었다고 나와있습니다. 물론 원역사에서는 일본인들이 다 쫓아냈지만 여기서는 문경에 일본인들이 정착하게 되겠네요. 물론 다음회에 나올 그 악랄한 시험들을 통과한다면 말이죠.

역시나 많은 댓글들을 예상합니다. 난 관종이야. 관심을 달라고. 관심은 댓글이야. 댓글이라고. 댓글을 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