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28화 (22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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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5년 10월 5일, 문경보통학교 조선어 수업의 한 교실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공부에 한창이었다. 양복을 입은 한 사람이 분필을 들고, 기역, 니은, 디귿을 쓰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자 이 글자들이 자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순서대로 기역, 니은, 디귿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리키는 자음을 따라 외치는 겁니다.”

그 말을 한 콧수염이 두드러지는 양복을 입은 한 사람 즉 조선어 선생이 칠판에 적힌 기역을 가리키자 책상에 앉은 사람들이 따라 부른다.

-기역-

그 다음 조선어 선생이 다음 자음을 가리키자 사람들 역시 따라 부른다.

-니은-

그렇게 한창 수업 중에 진행 중으로 모든 자음과 모음을 가르친 조선어 선생은 상당하게 복잡한 얼굴을 한다.

‘휴우. 내가 조선어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조선의 글자에 대해서 배워두어서 다행이군. 이제 일본어는 쓸모가 없으니 말이야.’

조선어 선생을 자처하는 그는 원래 한반도에서 교사를 했던 일본인이었다. 해방 전 황국신민 및 여러 수업들을 가르쳤고, 많은 학생들을 길러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나서 자신의 모든 지식이 쓸모가 없어졌고, 심심할 때 배운 조선어를 배운 것이 그나마 구명줄이 될 줄은 몰랐다.

모든 일본인들이 한반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각종 방법들을 강구하였는데, 어떤 이는 아예 일본 옷들을 태워버리고, 천황의 사진을 불태워 버렸고, 어떤 이는 역으로 창씨개명을 해버렸다. 두 글자의 한자인 것을 한 자를 빼버리면서까지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반도에서 일군 재산들은 모조리 압류를 당해버렸고, 공식 송환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산을 가지고, 밀항하려던 사람들이 전부 빼앗기고, 일본으로 갔다지.’

해방 후, 가질 수 있는 재산을 가지고 밀항하려는 사람들이 도둑 배를 타려고, 일본으로 가려고 했지만 군대를 가진 임시정부 및 조선인 지도자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거기다 임시정부는 정식 배를 가지고 있었고, 조선인 지도자들은 아예 어선들까지 동원해서 밀항선들을 체포하고, 재산을 몰수해버렸다. 심하면 악질 왜노라고 해서 물고기 밥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 오니까 밀항하기에는 쉽지가 않았다. 거기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들은 모두 압류당해 버렸다. 이제 일본으로 송환될 날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휴우. 일본으로 송환되기가 힘든 것은 둘째 치고, 그 곳도 지옥이라고 들었어. 모든 것이 전부 다 파괴되고, 일자리는 물론 집도 구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바로 일본 본토의 상황이 잿더미로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에 한반도에서 살았던 자신들은 한반도의 생활이 익숙하지. 일본 본토는 아무래도 낯선 곳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해방이 되고 난 뒤, 많은 것이 변했다. 일본인들의 지위가 떨어진 것은 둘째 치고 말이다. 이른바 컬러TV의 대중화와 태양광발전기의 등장이었다. 모든 상황을 기록해서 전국 방방곳곳에 설치된 TV를 통해 알려주는 것들은 라디오의 파급력을 넘어 섰다. 사람은 아무래도 귀로 들었던 기억보다 눈으로 각인한 것이 더 효과가 좋았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기는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전기를 쓸 수 있게 만드는 신물이나 다름없었다. 기본적으로 전기라 하면 배전선을 깔고, 복잡한 변전소 및 발전소를 만들어야 했지만 태양광 발전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적당한 건물의 지붕에 설치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전기가 생산이 되었다.

지금 이 문경보통학교의 선풍기도 전기 아끼지 않고, 전부 가동시키게 만든 것도 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의 역할이 컸다. 태양광 발전기를 만드는 그 동협 그룹이라는 곳에서 한독당 문경지부(전 건준 문경지부)와 협력해서 이곳 학교에 기부의 목적으로 설치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라면 기존 학교의 일본인 교장들과 각 주요 간부들이 해임당하고, 조선인 위주로 개편된 것이다. 기존의 일본인 교사는 유임시키기는 했지만 일본어 및 일본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아예 따로 시험을 본다거나 해임을 했다. 즉 다른 교육에 대해선 포용해도 일본에 대한 모든 사항들에 대해서 거부를 하고, 쫓아낸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조선어에 알거나 익숙한 교사 혹은 외부인사 아니면 조선인이 들어와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조선어를 가르치는 선생인 자신 역시 다른 일을 하다가 조선어를 알고 있기에 여기에서 가르치는 교사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지금 자신에게 배우는 학생들의 면면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굉장히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학생들이었다. 그들 역시 한반도로 쫓겨나고 싶지 않았고, 앞으로 살아가려면 조선어는 반드시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이 조선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6일 전, 한반도에 있는 모든 일본인들은 공식 송환절차를 받거나 아니면 오로지 문경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걸자 일본인들이 여기에 모여드는 것이었다.

문경이 동협그룹을 유치해서 수많은 일자리들을 만들고, 몰려드는 인구수에 대비해서 각종 기간산업을 만들며 인구들을 유치한다고 하여서 큰 불편은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건물이 될 것이다. 지금 문경 보통학교에 있는 운동장에서도 일본인 가족들이 천막을 치고 살고 있었다.

일본인에 대해서 화난 것이 많았던 조선인들이 이에 대해서 뭐라 뭐라 욕설과 모욕을 하는 실정이었다. 거기서 버틸 수 없는 일본인들은 그냥 공식 송환을 신청하겠다고 문경의 관공서에 제출하면 끝이었기에 문경에 흘러온 일본인들을 맞이하는 조선인 지도자들은 일본인들이 겪는 상황에 대해서 무시하기 일 수였다. 아니 무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모욕해야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그들의 논리는 한 마디로 ‘우리들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우리들을 지배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살면서 우리들에게 온갖 패악과 착취, 차별을 당연하게 해왔던 너희들이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그런 것을 못 참겠다고 우리에게 항의를 하다니 매우 웃긴 상황이다. 우리들이 호구인가? 너희들을 위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고, 너희들을 위해준다고 행동하면 우리 역시 같은 민족에게 돌을 맞을 것이다. 정 불만이면 송환신고를 하던가? 그 곳에서 잘 지내면 서로 불만 없고 좋지 않은가?’ 이렇게 말이다.

물론 그 말에 분노했던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서 뭐라고 항의하자 거리에 걸었던 조선인 사람들이 돌을 들고 린치를 가해와 폭행사태가 일어났고, 그 사태는 거리를 활보하던 미군 헌병들과 광복군 헌병들이 간신히 진정시켰다. 오히려 더 난리인 것은 악독한 독사의 무리들을 쫓아내라는 조선 사람들의 열렬한 시위들이 일어났다. 결국 항의했던 사람들은 문경에 흘러들어와 간신히 정착하던 일본인들에게 쓸데없는 짓을 했다가 비난을 당하면서 공식 송환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일은 멋모르는 일인들이 분수 모르고, 잔악한 일제의 행위들을 옹호하다가 조선인들에게 정의의 참교육을 받아서 진압된 사태라고 TV에서 나왔다.

결국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어떤 처지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만들어준 사건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태를 겪은 한독당 문경지부에서는 일본인들에 대한 지나친 모욕행위에 대해서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다만 일제를 옹호하거나 일본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를 모욕한다는 것에 대해선 적합하다고 다시 말을 내걸었다.

지금 이 방안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대다수 일본인들이었다. 문경에 흘러 들어온 일본인들은 지금 여기서 정착하기 위해서 발악하는 실정이었다. 지금 봉급을 받는 일본인 교사 역시 한숨을 쉬면서 다시 수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조선어 수업에 집중하는 일본인들은 살기 위해 정착하기 위해서 열심히 필기를 하고,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같은 시각, 문경의 공사현장에 한창 일을 하고 있었던 인부들은 연신 온몸에 흘리는 땀들을 닦고, 공사현장을 바라본다. 해방되기 전만 해도 잡초들이 전부 다 자리를 잡아놓았던 곳들이 어느새 흙먼지들과 거대한 건설장비가 오고가는 곳으로 변했다. 거기에 건설현장에서 시멘트와 철근들이 차곡차곡 도착하기 시작하고는 어느 정도 뼈대를 공사하는 중이었다.

인부는 그런 현장의 모습을 하면서 감탄을 하고는 외친다.

“히야. 해방이 되고나니까 여기도 개발되고 그러네.”

옆에서 같이 일을 하던 한 인부가 쉬면서 그 말에 대답한다.

“그러게 말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들판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동협그룹의 회장님은 무슨 자금이 많기에 이런 건물들을 딱딱 세워놓은 것인지 모르겠어.”

“내가 듣기로는 공작기계는 물론, 각종 기계들을 만드는 공장을 세운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하여튼 문경에서 할 일도 많으니 좋아.”

그 때, 두 인부가 잠시 잡담을 하는 것을 본 완장을 찬 작업반장이 그 둘에게 외친다.

“거기 둘. 돈 받기 싫으면 계속 그렇게 쉬어라.”

인부들은 그 말에 다시 허둥지둥 일을 하러 간다. 원래 쉬는 시간은 1시간 당 10분이었기에 그 외의 시간에 잠시 잡담 및 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완장을 찬 작업반장은 그 모습에 혀를 찬다.

“흥. 쉬는 시간외에 멋모르고 게으름 피우는 인간들은 다 잘라 버려야 돼.”

그렇게 다시 작업 현황을 살피는 작업반장은 곧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곧 쉬는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곧 시간이 지나자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애애앵~! 쉬는 시간입니다! 쉬는 시간입니다!-

공사현장을 관통하는 사이렌 소리와 반복해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에 아까까지만 하여도 일을 했던 인부들은 그 즉시 일을 종료하고, 서로 잡담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였다. 그 중 몇 명 인원들은 자신의 상관에게 다가가 어디어디가 아픈지에 대해서 보고를 한다.

병과 부상으로 인한 저하되는 효율을 회사는 참지 못했기 때문에 병을 억지로 숨기거나 아니면 병을 보고는 아예 숨기는 반장들에 대해서 해고를 선언했다. 그래서 반장들과 인부들은 어쩔 수 없이 보고하거나 아니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에게 이런 조치를 취하는 회사인데 어찌 충성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거기에 회사와 제휴한 병원이 바로 문경 점촌에 있는 재생치료병원이었다. 재생치료병원 역시 의사들의 수를 늘리고, 빈 건물에 영역을 확장하면서 환자들을 받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병원과 동일한 비용이어서 비쌌지만 재생치료병원과 회사가 제휴하게 되면 직원이 감당하는 비용은 싸진다. 대신 임금 중 보험료라고 일정부분 떼먹기는 했지만 대신 일하는 도중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그 보험료가 치료비용에 사용되기에 불만은 없었다.

거기에 재생치료병원은 이름 그대로 사지를 자체 재생시키는 무지막지한 병원이라서 환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1일부터 개시된 재생치료는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파급력을 낳았다.

팔 다리를 재생시키는 곳이라고 들었기는 했는데. 그냥 헛소문이라고 치부를 했다. 그런데 지금 1일부터 시작된 재생치료의 결과는 헛소리라고 여기는 모든 상식을 깨부수고 말았다. 그래서 의사 수에 비해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실정이었다. 사지를 재생시키는 의술인데 다른 병들의 치료는 어떻게 되겠는가? 돈 있든 없든 죽을 날 평생 불편함을 감당하는 병자와 그 병자의 환자들이 문경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동협그룹이 그런 곳과 제휴를 맺은 것이다. 상당히 싼 값에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문경에서는 동협 그룹에 취직한 사람은 옛 일인보다 더하게 혜택을 받는 이라고 했고, 그 결과 동협 그룹에 취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었다.

지금 공사현장을 건설하는 인부들 역시 계약을 맺은 이상 동협그룹의 식구였기에 대우를 해주는 편이어서 건설은 잘 진행되었다. 그런 건설현장을 살펴보는 한 사람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반짝인다.

동협 기계회사의 이사로 임명되었고, 이 공장의 땅 주인의 아들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바로 간씨 일가의 유일한 독자인 간성호였다. 간성호는 정갈하게 양복을 입고는 건설 현장 분위기를 살핀다. 원래 이 땅을 넘겨주기 싫었던 간병철은 고집을 부렸지만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아들 간성호의 의지와 주변 식구들의 지지에 결국 집안의 주도권을 간성호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간성호는 일단 집안의 주도권을 잡자 가장 먼저 병윤이 자신에게 제안했던 기계공장의 일을 수락했고, 지난 달부터 이 기계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현장분위기도 좋고, 건물들이 올라가기 시작하네. 허허벌판이었던 이 쓸모없는 땅이 지금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 곳에서 필요한 기계장치들을 생산한다고 생각하니. 이제 난 소작농들에게 쌀 받아서 사는 그런 부질없는 인간이 아니야. 난 이제 기업인이야. 기업인이라고. 이제 이 공장이 성공적으로 지어지고, 물건들이 쏟아진다면 나 역시 돈방석에 앉게 될 거다.’

자신의 아버지는 소작농에게 흙 팔고, 작물 받아서 집안을 유지했다지만 자신은 다르다. 자신은 동양의 근대화 국가인 일본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일본의 무수히 거대하고, 많은 공장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거기서 떼돈을 버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이제 지주는 공장을 가진 자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한계가 명확하지만 기업가는 한계가 없었다. 벌어들이는 액수의 단위가 틀린 것이다.

간성호는 지금 현장을 금과 은이 흐르는 땅으로 바라본다. 이제 시간이 지나 공장이 완성된다면 공장에서의 물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그 물품들이 판매함에 따라 돈들이 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그 길씨 집안의 셋째 아들은 역시 대단하구나. 왜 높은 사람들이 억생재, 만고초려라고 불리는지 알겠다. 중국에서 수 천 만의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사람이니 업적과 능력의 증명도 끝이 나지 않았는가?’

지금도 동협 그룹을 향해 한반도에 남은 기업들이 제휴는 물론 하청까지 나서겠다고 했다.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한반도의 기업들은 난세와 다름이 없었다. 그런 난세에서 힘 있고,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기업의 품 속에 안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 이제 그 길씨 집안의 아들들을 경쟁상대로 여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고. 그들은 이미 너무 높게 올라갔어. 하지만 대단하구나. 그들은 원래 우리땅에서 소작하던 사람들이었는데 말이야.’

그들에 대해서 아니까 간성호의 마음은 복잡했다. 하지만 자신은 이제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현실을 인정치 못한다면 자신의 집안은 순식간에 도태될 것이다. 간성호는 다시 사이렌이 울리며 부산하게 일을 하는 인부들과 작업반장, 공사하는 모습들을 살펴본다.

문경보통학교,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조선어 수업이 진행하는 한 교실 안에서 무장을 한 광복군 병사들이 찾아온다. 교실 안의 일본인들과 일본인 교사는 광복군 병사들의 모습에 벌벌 떤다. 그 때, 교실을 찾아온 광복군들 중 헌병이라는 완장을 찬 병사가 교사에게 다가가 자료들을 척하고 건네준다. 교사는 두렵지만 의아한 표정으로 완장을 찬 병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 병사가 건네준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

교사들은 자료들의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얼굴이 검게 변한다. 그리고 자료 읽는 와중에도 교실에 있는 광복군 병사들의 눈치를 본다.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광복군 병사들과 자료를 읽는 일본인 교사의 얼굴에 과연 무슨 일이 있는가? 라는 궁금증과 공포가 들었다. 이렇게 병사들이 찾아온 것을 보면, 필시 자신들에게 좋지 않은 것들이 분명하다. 일본인 교사는 흙빛의 얼굴을 하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완장을 찬 병사에게 조선어로 말한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겠습니까?”

병사는 그 말에 비웃더니 이내 한 마디 대답한다.

“싫으면 그만둬라. 할 사람은 많고, 당신을 대신해서 조선인을 부르면 된다. 일본어 아는 조선인들은 많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것 보니까 우리들의 일에 불만인 것 같군.”

그 말에 일본인 교사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손사래를 친다.

“그건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해야 합니다.”

광복군 병사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사에게 말한다.

“내 지켜보겠다.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를 말이야. 뒤에 있는 병사들 역시 이 일을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교육을 거부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뒷일은 책임 못 진다. 알겠지?”

교사는 그 말에 정말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료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조금 괴롭다는 얼굴 표정을 한 채 결국 책상을 앉은 일본인 학생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한반도 각 당과 미군청, 중국군청, 영국군청에서 발효된 일인처리 법령에 대해서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 손에 이 자료들이 문경에서 진행될 교육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먼저 발표하겠습니다. 여러분 외치십시오. 히로히토 천하의 개 쓰레기 자식.”

순간 책상에 앉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웅성웅성 거리더니 이내 교사에게 말한다.

“아니. 그런 말을 어떻게 합니까?”

그 때, 교사가 얼굴을 구기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송환당하고 싶지 않으면 하십시오. 얼른!”

“......”

그 때, 책상에서 앉은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서 외친다.

“천황 개자식. 일왕 개자식. 우리들은 물론 아시아의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과 악랄한 짓을 한 개자식!”

그 순간 저렇게 외친 한 사람에 대해 책상에 앉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그 때, 그 사람에 대해서 불평하는 한 사람이 나타나 외친다.

“흥! 어떻게 일본인으로써 천황을 부정할 생각을 하는가?! 이 불충한 자식! 네가 그러고도 일본인인가?!”

그 모습에 대해 일본인 교사는 일이 났다는 암담한 표정을 짓는다. 그 때, 교실 뒤에서 책상을 앉은 이들을 살펴보던 광복군 병사들 중 아까 교사에게 자료를 건넨 한 사람이 일본인 어쩌고저쩌고 하던 사람에게 다가가더니 이내 관자놀이에 권총을 겨누더니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역시 베짱이 두둑한 일본인이 납셨군.”

그 말에 아까 천황 어쩌고저쩌고 외친 사람은 관자놀이에 권총의 차가운 느낌이 닿자 순간 몸을 벌벌 떨고 항변한다.

“아니... 이게... 무슨...”

그 때, 권총을 겨눈 완장을 찬 광복군 병사는 다른 병사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병사들은 소총을 들고, 제압하더니 이내 줄로 묶는다. 그리고 그 두 명이 줄로 묶은 한 명을 교실 밖으로 끌고 간다. 곧 이어 완장을 찬 병사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는 이내 권총을 다시 제 자리로 넣은 뒤 교사에게 말한다.

“계속 진행하시오.”

그 말에 사태를 멍하니 보던 일본인 교사는 완장을 찬 병사의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한다.

“자. 여러분. 지금 이 곳은 조선의 땅입니다. 아직도 착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여기서 우리들은 일본인이고, 천황은 우리들의 왕이지. 조선인들의 왕이 아닙니다. 만약 천황을 부정치 않으면 절대로 여기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사태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동자는 불안감에 이리저리 굴러간다. 결국 일본인 교사의 수업은 계속한다. 가장 먼저 왜 일본제국이 얼마나 악랄한 국가인가? 를 시작했다. 즉 일본인의 정신 중 하나인 천황 부정부터 시작했다. 메이지 천황이 얼마나 개자식인지를 성토하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이 수업을 듣는 일본인들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그들은 뒤에 자신들을 감시하는 광복군 병사들의 눈초리에 감히 항변하지 못한 채 교사의 수업에 집중한다.

============================ 작품 후기 ============================

전 회에 일인처리 방안 부분에서 중국군청 뿐만 아니라 미군청과 영국군청이 같이 합의했다고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이힛!

이번건 사이다 입니까? 아니면 고구마 입니까? 일단 히로히토 개새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난 관종이야. 관종이라고. 그 빌어먹을 댓글들을 달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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