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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줄에 묶인 한 사람이 광복군 병사 둘에게 무력하게 끌려가더니 이내 학교 복도 구석에 위치한 방 안에 들어간다. 광복군 둘은 그를 방 안에 넣고는 이내 줄을 풀고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간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방 안 분위기를 살펴본다. 그 때, 그의 눈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방 안의 창가 앞에 광복군 장교가 한 명 앉아서 서류들을 처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때, 갑자기 방문의 양옆에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 둘이 억지로 의아한 표정의 그를 우악하게 제압하더니 이내 서류를 쓰던 장교 앞에 놓인 의자에 앉힌다.
장교는 서류를 보다가 자신의 앞에 있는 청년을 쓰윽 보더니 말한다.
“자네 이름은?”
“알아서 뭐 할 것이오.”
그의 말이 기분이 나빠서 그런지 장교의 얼굴은 구겨지고는 이내 아까 강제로 의자에 앉힌 병사들에게 눈짓을 한다. 그러자 병사들은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그 청년을 찍어 눌러 구타하기 시작한다. 청년은 억 하는 소리와 함께 구타를 당하면서 간간히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장교는 그 비명소리가 들리기 좋은 음악처럼 듣는 표정이었다. 그 때, 장교가 손을 들어 구타를 가하던 병사들의 행동을 정지시킨다. 그러자 병사들은 구타당한 청년을 다시 의자에 앉힌다.
얼굴에 피가 흐르고 고통으로 구겨진 얼굴의 청년은 여기저기 밟히면서 공포심에 떤 모습이었다. 장교는 굳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청년에게 물었다.
“많이 다쳤군. 그러게. 왜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나? 다시 한 번 묻지. 자네의 이름은 뭔가?”
“키무라 이사오입니다.”
장교는 그 말에 펜을 들고 서류의 이름을 적고, 다시 청년을 바라보며 말한다.
“생년월일, 그리고 본적은?”
그 말에 청년은 바로 바로 대답한다.
“생년월일은 다이쇼 10년 4월 19일, 본적은 주소를 말합니까?”
장교는 그 물음에 얼굴을 구기더니 이내 짜증나는 말투로 청년에게 말한다.
“다이쇼 몇 년 쇼와 몇 년 부르지 말고, 서력으로 불러. 일본 연호 듣는 거 짜증나니까 그리고 본적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소를 불러라.”
장교의 신경질에 청년은 겁이 난 표정으로 고분고분하게 대답한다.
“서력으로는... 1921년 4월 19일이고, 현재 주소지는 문경의 점촌에 살고 있습니다. 자세한 주소는 잘 모르겠습니다.”
장교는 그 대답에 짜증난다는 표정을 유지한 채 간단히 대답한다.
“됐어. 어차피 주소는 간략히 말해도 돼. 그래. 왜 자신이 여기에 끌려 왔는지 이해가 가는가?”
청년은 그 말에 겁이 난 얼굴로 장교에게 묻는다.
“그... 그게... 아까 수업 중에 반발을 해가지고.”
장교는 그 대답에 비릿하게 웃고는 청년에게 말한다.
“잘 아는군. 시키는 대로 수업에 집중할 것이지. 너랑 나랑 왜 서로 피곤하게 가냐고? 일단 여기에 너의 인적사항에 대해 아는 대로 적어.”
장교는 그 말을 하고 난 뒤 서류와 펜을 청년에게 내밀자 청년은 그 것들을 조심스럽게 받은 뒤 빈 칸에 내용들을 채워 넣고, 다시 장교에게 건네준다. 장교는 그 내용을 바라보고는 청년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그래. 이렇게 잘 하면서. 이번에 일인처리 법령에 대해서 알고 있지?”
청년은 장교의 그 물음에 당황스러워 한다. 자신 역시 자신들의 미래를 처리하는 법령이니까 알 수밖에 없었다. 문경의 관공서에 설치된 TV에서 매번 시끄럽게 떠드는 소식들이 바로 일인처리 법령이니 말이다. 총 6가지로 정리된 법령의 내용들을 생각하자 청년은 자동적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서... 설마...”
장교는 눈치를 챈 청년의 얼굴을 안타깝게 보고는 혀를 차면서 말한다.
“쯧쯧. 안 되었네. 자네는 이제 공식 송환절차를 받을 수밖에 없어. 일인처리 법령 제 4항에 의거해서 자네와 자네의 가족들은 이제 쫓아낼 수밖에 없어.”
장교의 그 말에 청년은 창백한 얼굴로 장교를 바라본다. 하지만 청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장교에게 말한다.
“자... 잘못 했습니다. 잘못 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이제 교육을 잘 받겠습니다. 앞으로 잘 받을게요.”
장교는 청년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 되었다는 표정으로 혀를 찰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 장교의 태도에 청년은 더더욱 절박해진다. 이내 장교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내 절을 하면서까지 빌었다.
“제발... 제발 빌겠습니다. 제가 아까 정신이 나갔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잘 하겠습니다. 송환만큼은. 송환만큼은 거두지 말아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장교는 그 말에 검지로 턱을 긁적이더니 절실히 비는 청년을 바라보며 비릿한 얼굴을 짓고는 애원하는 청년에게 묻는다.
“히로히토는 뭐지?”
“아주 개자식입니다. 개자식 중에 개자식입니다. 태어나지 말아야할 악마의 자식입니다. 무고한 전쟁을 일으키고, 한반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아시아에 모든 사람들을 괴롭히고 학살했습니다. 그 자식은 죽어서도 지옥에서 벌을 받아야할 악종 중의 악종입니다.”
청년의 그 절박한 대답에 장교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이내 청년에게 말한다.
“후후. 이제야 말이 통하는 친구로군. 가봐. 아까 그 수업에 집중해. 이번은 누구나 할법한 실수라고 생각하지. 대신 봐주는 것은 한 번이야. 다시 한 번 여기에 오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송환절차를 받아야 해.”
청년은 그 대답에 얼굴이 환해지면서 고개를 연신 절을 하면서 말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히로히토는 뭐지?”
“아주 나쁜 개자식입니다.”
청년의 대답에 흡족한 장교는 곧 그에게 말한다.
“수업 잘 들어라. 여기서 정착하고 싶다면 말이지.”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교실에 돌아가면서 외치도록 히로히토 개자식이라고 말이야.”
청년은 그 말에 마치 굳은 얼굴과 눈빛으로 끄덕이더니 이내 장교에게 인사를 하고, 방 밖으로 나가서 히로히토 개자식이라고 반복해서 외친다. 장교는 그런 청년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한 마디 중얼거린다.
“옛날. 조선인은 패야 말을 듣는다는 왜놈들의 말이 좆같았는데. 우리는 아예 더 왜놈들을 악랄하게 다루는군. 어차피 수업에 맹렬히 거부하는 녀석만 처리하면 되니까 상당히 편하네.”
장교는 뒤에 있는 창가 너머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문경보통학교의 일과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같은 시각, 문경 점촌의 시가지에 위치한 재생치료병원의 한 진료실 안에는 병재가 한창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자신의 자라난 다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병재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격했다.
“정말... 정말로 고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진정 천인이자 신의입니다. 이 은혜는 어찌해서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병재는 환자의 말에 방긋 웃으면서 환자에게 말한다.
“하하. 이게 의사로써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며칠 치료를 받으면 건강해질 것입니다. 지난 과거의 절망과 슬픔을 뒤로 하고, 이제 새 삶을 찾아야죠.”
환자는 그 말에 연신 끄덕이면서 병재에게 말한다.
“예. 예. 그 것이 맞습니다. 선생님 말처럼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다리병신을 사람으로 만든 의사는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환자의 열렬한 반응에 병재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내 옆의 메리 간호사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메리 간호사는 아까 준비해둔 약들을 병재에게 건넨다. 병재는 그걸 다시 환자에게 건네며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드시면 됩니다.”
환자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재에게 말한다.
“선생님의 말이라면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선생님.”
병재는 그 말에 싱긋 웃고는 환자 뒤에 있는 환자의 가족들을 바라본다. 가족들 역시 너무 감사하다는 얼굴로 병재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가족들은 환자에게 달려들면서 외친다.
“아이고! 다리가 자라다니. 이게 정말. 정말 가능한 일이냐?!”
“정말이지. 신의야. 신의라고! 하늘에서 내려왔어!”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제 아들이 새 삶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환자의 가족들의 말들을 들으면서 병재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흘리고, 병재에게 감사의 절까지 남기면서 다음 환자에게 순서를 넘긴다. 병재는 아까 환자의 기록에 대해서 정리를 한 뒤 다시 환자들을 진료 및 치료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환자들의 진료가 끝나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병재와 정필중은 식사를 하려고 가는 도중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복도를 걷던 정필중이 기지개를 펴면서 병재에게 말한다.
“휴우. 조국에 오면 더 고생을 하는군. 지금 건물의 규모로는 환자들을 수용하기가 어려워. 빨리 자네 동생이 말한 그 종합의료대학을 지어야 하는데 말이야. 지금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었어?”
병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정필중에게 말한다.
“아직 땅을 다지는 시기인데. 뭐 그리 급하십니까? 병윤의 말로는 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던데요. 뭘.”
정필중은 병재의 아무렇지 않은 대답에 놀라며 말한다.
“2년? 허 그렇게 걸리나? 하기야 규모를 생각하면 그 것도 타당하기는 하지만 아예 4조 3교대씩으로 번갈아서 건설하잖아. 그걸 생각하면 생각 외로 건축기간이 빨리 단축될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병재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정필중에게 말한다.
“건설 쪽의 일은 병윤의 일이니 병윤이 알아서 잘 하겠죠. 정 형께서는 정 형의 일에 신경 쓰면 됩니다. 그나저나 딸들이 학교에 다닌다면서요.”
정필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병재에게 말한다.
“그래. 자네 덕분에 말이야. 비록 성과제이기는 하지만 돈이 엄청 벌리니 아무래도 잘 되었어. 일단 벌어둔 돈으로 생계와 내 딸들 학교에 보내고 있어. 그나저나 내 딸들 얼굴은 봤나? 그들 중 하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
병재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이내 정필중에게 말한다.
“아직 어린 아이인데. 벌써부터 딸들의 결혼 타령을 해도 되겠습니까? 적절한 사위나 찾아서 맺어지도록 하세요. 아니면 딸들이 연애해서 결정을 하거나. 딸들 인생을 부모가 함부로 정하는 것도 딸들에게 악몽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정필중은 그 말에 흥 콧웃음을 치면서 병재에게 말한다.
“흥 내 딸을 넘볼 인간들이 있다고? 난 그 자식들을 내 사위로 인정하지 않아. 적어도 자네 정도는 되어야 나 역시 순순히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이야. 자네를 봐. 얼마나 완벽한 사위인가? 다른 곳에서 혼인 맺자고 청탁이 안 들어오는가? 자네 정도라면 자네의 옷자락을 붙잡으면서 제 딸과 결혼시켜달라고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병재는 정필중의 말에 혼인 관련해서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을 하고 대답한다.
“휴우. 짜증나 죽겠습니다. 매번 제 아버지와 어머니가 유력 가문들에게 초대 받거나 아니면 중매쟁이들이 매번 저희 집을 찾아옵니다.”
정필중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그에게 말한다.
“원래. 자네 미국에 있을 때도 미국의 상원의원 및 부자들에게 시달리지 않았는가? 혼인 관계를 맺자고 말이야. 그 거대하고, 엄청난 국가의 유력자들도 자네를 알아보고 붙잡아서 내 딸을 가져달라고 하는데. 이제 막 해방된 조국의 사람들에게 자네는 어떻게 비치는가? 거기에 자네뿐인가? 자네 동생들 역시 엄청 대단하지 않은가? 하여튼 자네 가족도 엄청난 가족들이야. 그 대신 엄청나게 시달릴 것이 분명하지만.”
정필중은 그 말을 하고나서 키득키득 웃는다. 병재는 그런 정필중의 반응에 조금 짜증과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 때, 둘 앞에서 한 여성이 나타난다. 전형적인 간호사 복장을 입은 한 여인, 그리고 병윤의 전속 간호사인 메리 헤임질이었다. 메리 간호사는 둘에게 고개를 꾸벅 인사하고는 말한다.
“식사하러 가시는 것이에요?”
병재와 정필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재가 그녀에게 대답한다.
“예. 동료들이랑 같이 식사를 해결할 생각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그 때, 메리 간호사가 정필중에게 스리슬쩍 눈짓을 하자 정필중은 눈치를 채고, 얼른 병재에게 말한다.
“아 맞다. 급하게 할 일이 생겼어. 미안하네.”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정필중은 자리를 피하는 것이 아닌가? 병재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정필중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이내 알아차린다. 병재는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메리 간호사에게 말한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메리 간호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디론가 병재를 따라간다. 병원 뒷 구석에 있는 한 작은 공원, 그 곳의 벤치에서 병재와 메리 간호사는 앉는다. 메리 간호사는 조금 밝은 미소로 병재를 바라보며 말한다.
“휴우. 선생님과 이렇게 있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병재는 그 말에 복잡한 얼굴을 지으면서 이내 메리 간호사에게 말한다.
“그렇습니까? 휴우...”
괴롭다는 얼굴을 짓는 병재의 모습에 메리 간호사는 결심한 표정으로 말한다.
“선생님의 과거는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은 제가 느끼기에 솔직하게 도망자 같아요. 사람들의 정들을 떼어놓고, 원하는 것을 찾는 방황하는 아이 같아요.”
“......”
“제가 너무 말을 예쁘게 하지 않죠?”
병재는 그 물음에 눈을 깜빡이고는 메리 간호사에게 말한다.
“도망자라... 그게 맞는 말일 수도 있네요. 전 평생 도망치는 비겁자입니다. 그러나 그런 도망 속에서도 언젠가 희망을 찾아서 발버둥을 치는 것이지요. 지금 원하는 것은 이루었습니다. 한 가지를 제외하면 말이죠.”
메리 간호사는 병재의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선생님과 원수 사이인 사람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예. 그 자식과의 악연을 끝내놓지 않는다면.”
“옛날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어요. 개에게 물린 상처는 개를 죽인다고 아물지 않는다고 말이에요. 이제 그만 선생님의 도망은 그만두고, 제발 인생의 여유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환자들에게 실력과 거짓웃음을 파는 것도 제 눈에 안쓰러워 보여요.”
병재는 그 말에 메리 간호사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쉰다.
“죄송합니다. 메리 간호사. 아무래도 전 그 자식을 끝장내지 않으면 평생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을 것 같네요. 그 자식 때문에 우리 가족이 고초를 겪은 것이 평생 잊히지 않아요. 그리고 메리 간호사님. 저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온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저라는 불행한 요소에서 그만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메리 간호사는 그 말에 아! 하고는 멍하니 병재를 쳐다본다. 병재는 슬쩍 일어서서 메리 간호사를 내버려두려고 했지만 이내 메리 간호사가 병재의 의사 가운을 잡는다.
“일단 앉아요. 선생님. 할 말은 끝나지 않았어요.”
병재는 그 말에 한숨을 쉬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메리 간호사는 결심한 표정으로 병재를 바라보더니 이내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아니 미스터 길. 선생님이 가고자 하는 길을 저도 따라갔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원하시는 것이 복수라면 저도 따라갈게요. 이제 혼자 외롭게 있는 것도 그만두었으면 좋겠어요.”
병재는 메리 간호사의 말에 눈이 커진다.
“이제 선생님에게 제 마음은 이미 맡기고 없어요. 선생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신은 저라는 남자와 만나기에는 매우 아까운 여성입니다.”
메리는 그 말에 소리를 지른다.
“자기 비하하지 마세요! 아깝다는 말은 그만 두세요! 온전히 저와 당신만을 보자고요. 능력의 고하는 살피지 마세요. 저라는 인간을 보세요.”
“...... 알겠습니다. 저 역시 당신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를 만나는 것은 둘째치고, 하나 말할 것이 있습니다. 저와 당신에게 있어서 현실은 지옥보다도 더 지옥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네요. 현실이 사랑을 갈라놓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와 만나시겠습니까?”
메리는 그 물음에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예. 당신과 만나는 곳이 뜨거운 지옥 속이라고 하여도 저는 그 곳에서 당신을 만나겠어요. 이제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말하고는 메리 간호사는 병재를 확 안는다. 병재는 메리의 행동에 조금 당황하지만 이내 메리 간호사의 등을 토닥인다. 그렇게 작지만 강한 두 남녀의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아오 내가 이런 연예를 쓰게 만들다니. 일단 전 기본적으로 모태솔로입니다. 저 여자 손(엄마손 제외) 못 잡아봤어요. 그런 제가 이런 연애관련 글을 쓰다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또 연애에 대해서 몰라서 그러는데. 이야기속 연애는 저렇게 되는 것이 가능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