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31화 (23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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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5년 10월 23일, 경성 중구 조선호텔의 한 거대한 연회실 안에는 격식 있게 차려입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거린다. 그들 틈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 기자들은 물론 임시정부의 선전부 직속 방송국과 조선에 있었던 기존 경성방송국을 하나로 통합시킨 한국방송국에서도 촬영 장비를 든 사람들이 서서 장비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러는 한 때에 드디어 조선호텔에서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조선에 있는 각 당들의 대표들이 눈에 보인다. 한국독립당의 당수 김구가 눈에 보이고, 한국독립당 주요위원의원 안재홍 역시 눈에 띈다. 그 뿐만 아니라 조선공산당의 이현상, 건준의 박헌영, 그리고 학병동맹의 간부들이 눈에 보인다. 조선에서 내로라하는 각 세력들이 이곳에 참석하고 있었다.

원래 중앙청의 회의에서 볼법한 대단한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들자 기자들의 눈들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고, 한국방송국의 촬영기사들 역시 자신이 가진 촬영장비들을 동원하여 그들의 얼굴을 촬영한다.

그렇게 각 세력들의 대표들이 한 테이블에 마련된 자리에 속속 앉게 된다. 그러나 각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표적으로 말하자면 박헌영과 김구의 사이를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중앙청에서 벌어진 정쟁을 여기선 벌일 수가 없었기에 자리에 앉은 각 세력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때, 양복을 격식 있게 입은 한 노인이 측근 한 사람을 데리고, 테이블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노인은 반갑다는 눈빛으로 각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바라본다.

“이 보잘 것 없는 늙은이들을 보고자 여기에 잘들 와주었소.”

이승만의 말 한 마디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이승만의 얼굴과 그의 말에 집중한다. 8월 30일에 귀국한 이승만은 지금까지 조용히 활동했다. 일단 측근들을 이끌고 정보 파악에 주력하였으며 자신이 직접 움직일 방향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그 외에도 한독당 당수인 김구의 영입제안이 있었지만 보류시킨다. 즉 정식적인 첫 활동은 이승만에게 있어서 이것이 처음이다.

건국동맹 부의장 박헌영이 미소를 지으며 이승만에게 말한다.

“한낱 보잘 것 없는 노인이라니. 그런 망발을 누가 하겠습니까? 우남 선생께서는 미국에서 거대한 활약을 한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이승만 박사는 박헌영의 말에 기분 좋다는 듯 씩 미소를 짓는다. 그 때, 한독당의 당수이자 임시정부 주석인 김구가 이승만을 바라보며 말한다.

“우남 형님. 지금 이 사람들을 모아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 아둔한 아우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김구의 염려에 이승만은 김구를 쳐다보며 말한다.

“아 내가 이번에 새로운 단체설립을 생각해서 그래.”

김구를 비롯하여 자리에 앉은 인원들은 고개를 들어 궁금증을 표시한다. 이승만 박사가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다니. 이승만은 미군정과 영국군정의 후원을 받는 거물 정치가였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설립한 수많은 단체들 속에서도 그의 가치감은 더더욱 커졌다. 그 수많은 단체는 미정부와 미군정의 지지에 따라 속속 한반도로 옮겨 가는 중이었다. 그런 그가 행동을 개시하다니. 한반도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단체들의 이목이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가운데. 이승만은 얼굴을 바꾸며 말하기 시작한다.

“지금 이 자리는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오. 내가 만리타국에서 고국으로 돌아올 때 다만 유일한 목적은 여러분과 모여 간담을 헤치고 손을 맞잡고 서로 앞날의 일을 어떻게 해 나갈까를 논하겠다는 그 것이오. 그 순서를 결정하자는 것이 이 모임이니 나의 이 모임에 바라는 바는 진실로 크며 여러분도 클 것이외다. 이 방안의 공기는 조용하나 세계 각국이 이 한 곳을 지금 주목하고 있을 것이오.

미국, 중국, 영국 안에서는 조선의 소식이 전하여지기를 일본이 물러 간 뒤 한인들이 자유로 일어나서 60 정당이니 50 정당이니 하고 난립하여 야단법석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아팠소. 그러나 정작 내가 와 보니 여러분들도 차차 손을 맞잡고 나가려는 공기가 떠돌고 있음을 알고 기쁘오. 우리가 당장에 할 일은 나라를 찾는다는 것이고, 이 자리에서 내가 희망하고 또 듣고 싶은 것은 무슨 정부조직이나 대행할 기관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각 당, 각 단체의 주의 주장을 내 세우는 것이 아니리. 힘을 합친다는데 그 무엇이든지 뚜렷한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여 주기 바랄 뿐이오. 나는 40년 동안 갖은 고초를 겪으며 싸워 왔지만 앞으로도 싸워 가는 사람이고, 무엇이든 희생할 마음이오. 여기에 앉은 여러분들도 그만한 생각이 없다면 여기에 참여할 자격도 없고 소용도 없으리라.

지금까지는 소리가 너무 많은 탓으로 세계에서 조선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르고 있고, 향후 조선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소. 그러니 오늘은 그 소리를 하나로 하여 세계에 표명하자는 것이오. 그러므로 이 자리에서는 모든 상호간의 감정이나 관계를 청산해 버리고 지금의 조선사람 형편만을 깊이 생각하여야 하오. 이 판에 잘못하면 40년이고 50년이고 또 남의 노예 노릇이나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외다.

무엇이든지 하나로 만들자! 한 덩어리로 애국정신을 뭉쳐 우리의 원하는 바를 세계에 보여주어야 하오. 이 모임은 실로 조선독립을 위하여 우리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억지로 뭉치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또 뭉쳐 만들려 하지도 않소. 당신들이 뭉쳐서 조선 사람에게 실감을 가르치시오!

그러므로 우리 서로 의논하여 우리가 잘 살 길을 말해 보시길 바라오! 서로 알고 싶은 일이 아니나, 우리가 죽으려면 죽고 살려면 살 길이 이 자리에 있소. 깊이 생각하라. 나의 묻고자 하는 것은 듣고자 하는 것은 어느 단체의 편협된 의견이 아니라 3천만 민족의 원하는바 그것을 대표하는 부르짖음뿐이오. 타국사람이 조선을 알려고 하면 곧 가서 물어 볼만한 책임 있는 기관을 만들어야 하오. 우리의 힘은 이것을 만드는데 바쳐야 하며 그리하여 이 방을 나갈 때는 기쁨의 만세를 부르고 나가도록 약속하도록 합시다.”

이승만의 일장 연설 같은 말들이 끝나자 각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이승만의 말에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한다.

박헌영은 이승만의 말들을 들으면서 생각한다.

‘취지는 좋군. 이 모임을 중심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지겠다는 이야기인가? 일단 계속 지켜봐야 되겠군.’

박헌영 역시 이승만 박사의 영향력을 알고 있기에 지금은 이승만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아는데 집중하자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박헌영과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이승만은 사람 좋은 노인처럼 보이도록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이승만 박사의 의도가 드러나자 이제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박헌영은 이승만에게 고개를 숙이며 먼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우선 이 모임을 결성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 건국동맹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그저 박사님이 말씀하신 취지에 맞게끔 행동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이승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내 노력하겠소.”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하기 시작한다.

“박사님의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게 되신 것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박사님이 우리 민족을 위하여 많은 활동을 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후후. 그건 걱정 마시오.”

이승만 박사는 어느 정도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들을 듣다가 이제 김구가 이승만 박사를 쳐다보며 말한다.

“한국독립당도 형님의 독립촉성중앙협의회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만 해주었으면 합니다.”

이승만은 김구의 그 말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 말대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만 하겠네.”

이승만은 그렇게 김구에게 말하고는 곧 모두를 향해 말하기 시작한다.

“이제 여기서의 첫 번째로 말할 것이 있소.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미군정, 영국군정, 중국군정, 소련군정으로 이루어진 각 네 국가의 위임통치가 언제 끝나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오. 지금 우리에게는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임시정부는 물론 정식 군대도 있고, 행정권도 가지고 있소. 지금의 상태는 반식민지와 다를 바 없소. 무수히 많은 선비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절망하던 그 구한말의 상황과 다를 바가 없소이다.”

그 말에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광복 후 조선의 정치는 구한말과 비슷한 구석에 있었다. 그 것도 을사조약 이후의 구 조선왕조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그 때는 일본이 모든 주도권을 잡았다고 하지만 아직 조선의 행정력과 군대는 살아 있었고, 외교권만 없었다. 지금의 상황 역시 비슷했다. 이승만의 말처럼 확연한 임시정부가 귀국하였고, 군대를 가진 것은 물론이고, 행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구한말과 지금은 엄청난 차이점이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이 구한말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독당의 당수 김구는 그 말에 격하게 공감을 하며 이승만에게 말한다.

“포츠담 선언으로 우리 임시정부를 한반도 정통정부로 인정해준다는 취지가 맞지 않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네 개의 국가의 지도하에 갈가리 찢겨졌습니다. 행정권과 군사권을 가지면 뭐합니까? 거기에 직접적인 정치행사는 군정과 합의해서 풀어야 합니다.”

박헌영 역시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 역시 군정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이 날을 계기로 빠르게 정식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옳습니다.”

박헌영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동의한다. 물론 중앙청에서 벌어지는 정치상황은 개판 오 분 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때, 학병동맹 간부 중 한 사람이 손을 들어 이승만에게 말한다.

“박사님께 묻겠습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반민특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순간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매국노 후손 및 조선귀족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민특위는 수많은 정치단체의 지지를 받으면서 활동을 잘 이어나가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친일 경찰들 중 악질적인 인사들을 처벌하는 재판을 열게 되었다. 전 경찰들 중 민중들에게 적이 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 대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김덕기와 노덕술이었다. 김덕기는 그야말로 가장 흉악하기 그지없는 인물 중 하나였다. 검사 및 변호사는 물론 판사들 역시 그의 죄악에 대해서 혐오스럽기 그지없이 쳐다봤다는 일화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최악질 친일 경찰인 김덕기, 노덕술 외 많은 사람들이 사형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들은 저항하고자 하였지만 이미 수많은 정치단체들은 그들의 처벌에 합의했다. 하지만 건국동맹을 비롯한 수많은 좌파단체들은 그 외에 처벌해야할 친일 경찰들을 봐주었다는 비판을 가했고, 반면 한독당을 위시로 한 우파단체들은 악질 친일인사들을 처벌했으면 되었지. 그 외의 사람들까지 지은 죄보다 더한 죄 값을 치르게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친일경찰들을 처리하고 남은 경찰의 빈자리는 곧 광복군의 헌병들이 메꾸는 상황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학병단체 간부 한 사람이 이승만에게 폭탄을 던진 것이다.

“흐음. 친일파의 처리라. 후속하게 처리해야할 문제이기는 하오. 그러나 사실상 남은 친일파들 중 악질적인 인사들은 대다수 처리하지 않았소?”

이승만의 답변에 질문을 던진 이가 말한다.

“물론 반민특위를 열어서 정의를 실현한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사실상 우파 봐주기가 아닙니까? 카멜레온이 꼬리를 끊고, 도망을 치는 그런 상황입니다. 진정한 친일파들의 처리가 끝나지 않으면 민족정기는 회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안재홍은 얼굴을 구긴 채 질문을 던진 이에게 일갈하기 시작한다.

“민족정기는 회복하는 실정이오! 지금 이 자리에 곤란한 정치문제를 담아두어서는 안 되오. 악질 친일파들의 처리는 지금 하고 있지 않소?!”

그 말에 학병동맹의 간부들 중 한 사람이 비릿하게 웃으며 안재홍에게 말한다.

“선생님의 말대로 악질 친일파들의 처리는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친일파들을 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무엇보다 일제에 대해서 찬양 질을 하러 다니는 인촌 김성수 선생에 대한 죄는 왜 안 치릅니까?! 그 사람이 일정부분 재산을 헌납하면서 용서를 한다고 하지만. 그런 행위로 그 사람의 친일행위가 지워진다고 생각합니까?!”

결국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언쟁을 높이기 시작한다. 역시나 더러운 정치의 싸움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승만은 그런 지겨운 정쟁 속에서도 아무런 표정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볼 뿐이다. 친일파에 대한 언쟁은 30분 동안 이뤄졌고, 조용해지지만 서로 험악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지었다.

그 때, 조선공산당의 이현상이 이승만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데 선생님은 문경의 상황을 어찌 보십니까?”

이승만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는 얼굴을 하고난 뒤 대답한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이지. 문경은. 그런데 물어보는 저의가 뭔가?”

“사실 문경이라는 곳이 뜨거운 감자나 다름없는 곳이지 않습니까? 정치 질이 없다고 할 뿐. 동협그룹에 의해서 지배되는 기업도시라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그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동협 그룹이 지배하는 도시가 과연 용납될 수 있는 구조입니까?”

그 말에 이승만은 굳은 얼굴을 하고나서 그에게 대답한다.

“자네는 문경의 상황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인 것 같군. 그러나 그 동협 그룹이 문경의 행정권을 쥐고 있는 정치단체와 협의해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들었네. 그리고 그 곳의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

이현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이승만에게 말한다.

“선생님도 그 곳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승만은 그 말에 씩 웃으면서 이현상에게 대답한다.

“문경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 정치단체가 어디에 있겠나? 사실상 가장 중요한 시설들이 속속 건립되고 있지 않나.”

“물론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사람 속은 모르는 법입니다. 기업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도시라니. 끔찍하지 않습니까?”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그 도시에서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알아보고 조치를 취해야겠지. 그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는가?”

이현상은 그 말에 뭔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박헌영이 말한다.

“하하. 선생님도 그 곳에 대해서 알고 있었군요. 그리고 완산(이현상의 호) 문경의 일은 신경 끄고, 동협 그룹에 대해서 신경 끄게나. 그들은 잘하고 있는 것은 그대가 잘 알지 않은가?”

그 말에 이현상은 아차 한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하나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 5일 전에 중앙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협그룹을 감사하기 위해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건준은 물론 각종 좌파단체들 및 한독당을 비롯한 각종 우파단체들이 동협그룹의 건물들을 찾아왔는데, 그 중 좌파는 동협그룹을 흠집 내기 위해 열렬히 감사했고, 우파단체들은 그런 좌파들의 활동을 방해하고자 행동했다.

그러나 좌파와 우파가 감사한 결과는 역시 놀라웠다. 좌파는 자신들이 말하는 복지에 대해서 더 잘 되어 있는 동협그룹에 대해서 할 말을 잃었고, 투명한 회계에 자신감이 사라졌다. 흠집을 잡아야 하는데, 너무 깨끗해서 만들 흠집도 없었다. 거기에 동협 그룹의 활동은 매우 정리정연하고, 소통도 원활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결국 동협그룹의 감사는 별다른 일 없이 끝이 났고, 좌파 단체들은 그 일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들이 동협 그룹에 대해서 일제의 그 악질 기업들과 맞먹는 기업이라고 선전선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 것이 일제히 거짓이라고 한 순간에 TV로 전국에 밝혀지니 좌파 단체들은 쥐구멍을 찾기 어려웠다. 건준과 조선공산당을 이 일을 희대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한독당의 후원자 역할을 해주는 동협 그룹을 낱낱이 파헤쳐서 그들의 진실을 까발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 동협 그룹이 얼마나 정상적이고, 양심적인 기업인지만 알려준 꼴이 되었다.

한편 이 일로 동협 그룹과 좌파들 간에 상당히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원래는 좌파든 우파든 별 생각이 없었던 동협 그룹이었는데 그 때의 일로 상당하게 불편한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현상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자동적으로 얼굴이 찡그려진다. 이승만은 그런 이현상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사실 이승만 역시 동협그룹 긴급 감사에 대해서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그룹이 자신이 아끼는 젊은이인 병재의 작은 동생과 그 친구가 세운 기업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박헌영의 수습에 이승만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문경은 그저 단순한 지방도시가 아닌가? 너무 그 곳에 신경을 쓰는 것 역시 헛짓거리나 다름 없네.”

박헌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잘 하고 있는 상대에게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김구는 박헌영과 이현상의 얼굴에 피식 미소를 짓는다. 사실 그 때의 긴급감사에 대해서 김구 역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함부로 행동을 한 건준 등 좌파단체들은 이 일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결과론적으로 좌파단체들은 동협 그룹에 대해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렇게 독립촉성중앙협의회는 결성이 되었고, 그 의장에 이승만이 담당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승만의 발걸음은 천천히 시작되었다.

이틀 뒤, 독립촉성중앙협의회는 전국에 설치된 TV를 통해서 알려지게 되었고, 메리와 함께 있었던 병재는 그 소식을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박사님도 움직이기 시작하는군. 하기야 그 사람의 성격 상 귀국한 뒤 바로 행동할 줄을 알았는데 말이야.”

메리는 병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너무 그 사람에게 신경을 쓰는 것 아니에요? 당신이 그 사람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하지만 당신은 의사이지. 정치가가 아니잖아요.”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는 말이야. 원래 박사님 따라서 그 곳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내 일이 많아서 어쩔 수가 없었지.”

병재의 말에 메리는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다.

============================ 작품 후기 ============================

이 걸 읽는 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이승만의 등장입니다. 결국 그도 활동을 시작했네요.

그러니 많은 댓글들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많이 말입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이승만에 대한 생각은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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