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58화 (25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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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1월 5일, 문경 점촌 역으로 되돌아온 병재, 병윤, 그리고 길남효는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병윤의 측근들은 이번 일로 피곤해있을 것이 분명하여 휴일을 주었고, 지금은 세 사람이 같이 있었다.

세 사람이 간 곳은 병재가 자주 가는 국밥집이었다. 국밥집에서 빈자리를 찾아 자리에 앉은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때, 식당의 주인아주머니가 자기의 단골손님인 병재를 발견하고는 곧 다가간다.

“오늘도 단골손님이 납셨네.”

주인아주머니의 간드러진 말투에 병재는 피식 웃고는 그녀에게 말한다.

“제가 자주 먹던 것으로 주세요.”

주인아주머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아휴 걱정 말아. 오늘도 솜씨 보여줄 터이니.”

주인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 요리를 하러 자리를 뜬다. 병재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시선을 떼고 돌려 자신의 아버지인 길남효와 자신의 작은 동생인 병윤을 쳐다본다.

길남효는 조금 피곤하다는 눈빛으로 병재를 쳐다보며 말한다.

“에고고 죽겠다. 그냥 경성에서 아는 사람들과 술만 마셨는데. 아 그 사람들. 술 못 마셔서 죽는 사람인가? 제길. 내가 술로 지는 날은 처음이다.”

“술 많이 드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적당히 드세요.”

길남효는 병재의 한 마디에 피식 웃고는 말한다.

“내 장남이 의사라서 그런지 나의 건강에 대해 염려하는 건가?”

“그야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지 않는 의사가 뭐에 쓸모가 있겠습니까?”

길남효는 병재의 반문에 말이 턱하니 막혔지만 병재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모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병윤은 길남효를 바라보며 한 가지 묻는다.

“그런데 아버지가 만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해방 전에 내가 감옥에 갇혔을 때, 방에서 같이 지내던 사람들이다. 하는 일에 대해서는 떳떳하지 못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사정들을 가진 사람들이다.”

병윤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아니. 뭐. 아버지가 만나는 이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냐?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말해주지. 그 사람들은 우미관 소속에 있는 사람들이야. 한 마디로 건달들이지.”

건달이라는 단어에 병윤은 아무런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병재는 달랐다. 병재는 조금 언짢은 표정으로 길남효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길남효는 그 물음에 병재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 사람들 그리 나쁘지 않아. 하는 일이 조금 그래서 그렇지. 요즘 농사일은 물론이고, 어디 돈 벌 구석이라도 있는가?”

병재는 그 물음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했다. 다만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에 조금 염려스러운 눈빛이었다. 길남효는 병재의 그런 눈빛에 병윤의 등을 툭툭 치면서 말한다.

“걱정 말어. 이 삼남이 보내준 경호원들이 있으니 이 아버지의 걱정은 하지 말게나.”

그 말에 병재는 입맛이 썼다. 그러나 병윤의 일처리는 빈틈이 없었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들과 만난다고 하여도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그 때, 길남효가 병윤을 바라보며 한 번 물어본다.

“그런데 병윤아.”

“예. 아버지. 말씀하십시오.”

병윤의 당당한 태도에 길남효는 순간 머뭇거린다. 그러나 이내 흠흠 기침을 하고는 병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넌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냐?”

순간 병윤의 표정이 확 변한다. 당당했던 표정으로 수심이 있는 표정으로 말이다. 병윤은 영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한 가지 말한다.

“일단 큰 형님. 결혼부터 먼저 생각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병재는 병윤의 그 말에 즉각 반응하고는 쏘아 붙인다.

“흥. 난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다. 나 역시 병주와 병윤 너 네 둘의 가정이 걱정된다. 핑계대지 말고 어여 결혼이나 하시지?”

병윤은 병재의 그 말에 얼른 시선을 병재에게 둔다.

“아니 형님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는데.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저도 일이 바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습니까?”

병재는 그 말에 지지 않고 소리친다.

“집에 계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려 봐라. 아니 긴말할 것도 없겠군. 네 옆에 계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봐라. 지금 그게 할 소리냐? 나야 사정이 생겨서 이렇게 결혼을 한다고 하지만. 넌 평생 총각으로 살 거냐? 네가 부족한 것이 뭐 뭐 있겠나? 집이 없나? 재산이 없나? 그리고 인맥도 없나? 큰 형으로썬 네가 걱정이야.”

병윤은 그 말에 끄응 침음성을 흘리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남효는 괜히 병윤에게 말을 꺼냈냐는 생각이 확 들면서 아까의 제안을 취소하고 만다. 그런 길남효의 표정을 보면서 병재와 병윤은 눈짓으로 대화를 한다. 병윤은 병재를 바라보며 고맙다는 눈초리를 하고, 병재는 병윤 보고 알아서 잘 하라는 눈초리를 보낸다. 결혼 관련해서 형제들은 짜고 쳤다.

그렇게 세 남자들끼리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던 시각에 주인아주머니가 국밥 세 개를 자리에 앉은 세 남자에게 각자 돌린다.

“어여 들게.”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버지 길남효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 집 상당히 맛있으니 한 번 드셔보십시오.”

길남효는 그 말에 영 의심 없이 국밥 한 숟가락을 덜어 입에 넣었다. 음식 맛은 진미였고, 그렇게 길남효의 한 숟가락 두 숟가락씩 먹기 시작한다. 병재 역시 숟가락을 덜기 시작하면서 먹기 시작했고, 이윽고 병윤 역시 먹기 시작한다.

주인아주머니는 자신의 요리에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 셋을 푸근한 표정으로 쳐다보고는 곧 다른 손님들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병재는 숟가락을 덜면서 아버지 길남효에게 한 번 말한다.

“그런데 제 여동생 효순이 말인데. 제 형제들이 상의한 내용이지만 효순을 중심으로 여성단체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영 뚱딴지 없는 소리냐? 는 표정으로 병재를 바라본다. 병재는 길남효의 표정에도 불구하고 말한다.

“효순이를 집에서 계속 지내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길남효는 그 말에 텁텁하다는 얼굴로 병재에게 대답한다.

“네 여동생을 일본군에게 범해진 여성이라고 방방곡곡 떠들 셈이냐?”

“효순을 저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병재의 그 말에 병윤 역시 자신의 큰 형의 의견을 보태준다.

“맞습니다. 아버지. 제 누나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은 엄청 불행한 일이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제 누나가 당당한 소리를 못하는 것이 더 분노가 오릅니다. 아버지. 범해졌다고 처벌을 요구하는 말이 그렇게 미덥지 않습니까?”

“네 누나를 좋은 것으로 시집보내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길남효가 그렇게 말을 하자 병윤과 병재는 끄응 침음성을 흘리며 길남효를 쳐다본다. 길남효는 두 형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내 비록 효순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을 알지만. 만약 그런 여성단체를 조직하여 효순이 운영하게 하면 효순의 시집살이는 끝이 난 것이 아닌가?”

그 물음에 병재가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해준다.

“과연 효순과 결혼하려는 집안이 효순의 내력을 안 보겠습니까?”

그 말에 길남효는 아무런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기야 효순에게 장가보내려는 집안 역시 효순의 내력을 샅샅이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병윤이 길남효에게 한 번 더 말해준다.

“비록 아버지의 말대로 제 누님이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제 누님을 시집보낼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는 것은 영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 물음에 길남효는 마지막으로 병재와 병윤을 향해 말한다.

“효순의 의사는 물어봤어?”

그 말에 병재와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남효에게 대답한다.

“예. 제 여동생은 그럴 일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제 누님을 그렇게 걱정하시는 것이 옳다고 여기지만 저 역시 누님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길남효는 병재와 병윤의 대답에 끄응 침음성을 흘리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두 아들은 많은 것을 준비한 것 같았다. 길남효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두 아들에게 말한다.

“그래. 네 녀석들 뜻대로 해라. 하지만 내 딸 효순을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게 만들면 네 녀석들을 어떻게 할지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길남효의 승낙과 경고에 병재와 병윤은 기쁘고, 또 긴장한 표정으로 길남효를 쳐다보며 말한다.

“저희들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후후 한반도는 물론 세계에서 명성이 있는 동협 그룹이 제 누나를 중심으로 만들 단체의 뒤로 서겠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제 누나를 눈물짓게 만들겠습니까?”

병재와 병윤의 대답에 길남효는 조금은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길남효는 이 모든 일의 시작이 자신의 결정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사실 11년 전에 효순을 서울로 상경 보낸 배경에는 길남효의 결정이 있었다.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집안의 빚 때문에 먹는 입을 하나 줄이고자 가장 친한 친우인 장씨에게 부탁하여 보냈지만 그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길남효는 상상이 갈 수 있겠는가? 사실 길남효는 효순을 바라볼 때마다 자신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에 저주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 길남효가 두 형제들의 제안에 순순히 동의한 것도 효순을 바라볼 때마다 상기되는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결정 때문에 그런 지옥도를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남성은 그렇게 국밥을 다 먹고 난 뒤에 식당의 주인아주머니에게 값을 지불하고, 곧 식당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점촌의 거리는 계절이 계절이라서 추웠지만 그래도 행인들이 활발히 걸어가고 있었다. 저들 중에는 미군들이 있었고,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나이 든 사람은 조선시대처럼 갓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거리에 간간이 차량이 보이기 하지만 그것들 대다수는 한독당 혹은 문경의 유지들, 미군 소속, 동협 그룹의 것들이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그저 걸어갈 뿐이다. 그런 모습들을 바라본 길남효는 한 마디 말한다.

“여기도 많이 변했구나. 해방 전만 하더라도 한산했던 거리가 이렇게 활기차게 바뀌다니 말이야.”

병재와 병윤은 그 말에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아버지 길남효를 쳐다보며 대답한다.

“여기는 이제 더 발달될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비록 추억의 거리가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거리에 노면전차가 다니고, 하늘 찌를 듯 거대한 건물들이 들어설 것입니다.”

길남효는 아들들의 말에 흡족하듯 미소를 짓는다. 저 당당한 청년들이 자신의 아들이라니 길남효는 정녕 자신이 축복받았다고 생각했다. 그 때, 세 사람 앞에 차량 한 대가 도착한다. 그리고 차량에서 내린 이는 바로 전속 집사 손본규였다. 병윤은 손본규를 바라보며 말한다.

“직접 여기까지 오시다니. 너무 수고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손본규는 병윤의 그 물음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제가 누구 덕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제가 불편해서 못 삽니다. 일단 어서 타십시오.”

병윤과 병재, 그리고 길남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본규가 몬 차량의 차문을 열고, 차량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손본규의 옆 자리는 병윤이 앉았고, 뒷좌석에는 병재와 길남효가 앉았다. 손본규는 자신이 태울 사람들이 전부 탑승하자 이윽고 차량의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다.

곧 차량은 움직이기 시작하고, 손본규는 능숙한 운전 솜씨의 바탕으로 차량은 거리를 요리조리 움직이기 시작하고는 곧 점촌을 떠나 병재, 병윤, 그리고 길남효의 집으로 떠난다.

길남효는 차문을 통해 풍경이 이동하는 것을 바라본다. 경성 역에서 기차를 타고난 뒤 주구장창 봤던 풍경이었지만 질리지 않았다. 다만 점촌을 빠져나가는 길에서 건설현장들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길남효는 이 건물 짓는 것들이 전부 자신의 삼남 병윤이 지시한 일이라는 것에 감탄한다.

시간이 지나, 차량은 곧 집이 있는 사현리에 도착한다. 사현리는 많이 바뀌고 있었다. 병윤의 배려 아래서 집들이 속속 지어졌고, 또 관수회사에서 파견 온 사람들이 시설들을 설비하여 집집마다 물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

차량은 그런 사현리에 도착하고는 어느 집 앞에 끼익하고 선다. 그리고 병재는 내리기 전 손본규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요즘은 어디서 지냅니까?”

“일단 회장님이 주신 돈으로 점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회장님의 가족이 품격에 맞는 곳으로 이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말에 병윤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손본규에게 말한다.

“여기에 별장 하나를 지을 테니 앞으로 그 곳으로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 집을 떠날 수가 없군요.”

손본규는 병윤의 대답에 걱정 말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하하.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알겠습니다. 하여튼 이 사람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회장님은 역시 회장님이시군요.”

그렇게 차량에서 내린 병윤은 손본규를 감사의 인사를 한 뒤 그를 떠나보낸다. 그 때, 집의 마루에서 앉아있던 효혜가 병재와 병윤, 그리고 길남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곧 효혜가 맨발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런 효혜를 붙잡은 이가 있었다. 바로 평상복의 차림으로 있었던 병주였다. 병주는 효혜에게 머리를 작게 쿵 하고는 말한다.

“이런 추운 날에 맨발로 가면 감기 걸려.”

효혜는 그 말에 귀엽게 병주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병주는 신발을 신고, 효혜를 목마자세로 태운 뒤 자신의 형제들과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길남효는 병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네가 집을 지키느라 고생이 많구나. 그동안 일이 있었는가?”

병주는 그 말에 상당히 미묘한 미소를 짓고는 길남효에게 대답한다.

“무슨 일이라. 아버지와 관련된 일입니다.”

“나와 관련된 일? 그게 무슨 소리냐?”

길남효는 의아한 표정으로 병주를 쳐다보자 병주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대답을 한다.

“그게. 아버지의 집안이 있지 않습니까? 그 집안의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길남효는 ‘이 뭔 개소리가 다 있냐?’는 표정으로 병주를 쳐다보더니 곧 마루를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간다. 병재와 병윤은 병주를 쳐다보며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지만 병주는 간단히 그 둘에게 대답한다.

“방 안에 들어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병재와 병윤은 병주의 표정을 보면서 조금 불길한 기색을 느낀다. 그렇게 병재와 병윤 역시 길남효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 때, 병주는 목마를 태운 효혜를 데리고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병재와 병윤이 열려진 방의 문틈을 따라 들어가자 아버지 길남효의 시뻘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방 안에는 어색한 표정의 어머니 김민숙과 효순이 앉아 있었고, 또 두 장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병재와 병윤은 김민숙과 효순의 곁에 다가 앉으며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너희들의 아버지 집안 쪽에서 사람을 보내왔어.”

그 말에 병재가 놀라며 어머니 김민숙에게 말한다.

“아니. 집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병재의 그 물음에 복잡한 얼굴을 지은 김민숙은 눈짓을 하며 길남효와 두 장년 남성이 앉아있는 곳을 보라고 신호를 보낸다. 병재와 병윤은 김민숙의 눈짓에 어쩔 수 없이 길남효와 두 장년남성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길남효는 두 장년 남성에게 분기가 치미는 얼굴로 말한다.

“이 왜진 구석으로 오다니. 전 그 집안과 연이 끊긴 것을 모릅니까?!”

두 장년남성은 길남효의 외침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집안이 잘 되니. 아예 길남효의 친가 쪽에서 사람들을 보내는 군요. 옛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집 안이 가난해지면 발걸음을 오가는 친구들의 발길이 끊긴다고 하고, 집 안이 부유해지면 연락 없던 친척들이 찾아온다고 하더군요.

어서 댓글들을 달으란 말이야! 관심... 관심이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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