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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장씨의 집안, 길남효는 슬슬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신이 들추고 싶지 않았고, 결코 좋은 기억이 없는 그 시절 그 때로 말이다.
길남효는 충청도 금산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 것도 자신의 어머니가 첩실인 신세로 말이다. 일단 그 본가라는 곳이 유복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길남효는 그 곳에서 잘 지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노비생활이 어떤지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본가 가주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본가에서 머슴 생활을 했다. 머슴들과 같이 지내면서 그들에게 배울 것은 다 배웠다. 그리고 아까 집에 다녀온 길장주와 길장현은 그런 길남효를 제 종처럼 알고 괄시를 해댄다.
그리고 매번 부르기로는 더러운 씨앗, 태어나지 말아야할 종자라는 단어를 매번 들었다. 그럴 때마다 길남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쪼르르 달려와 울고불고 했다는 점이다. 그 것을 이야기할 때마다 길남효는 눈물을 짓는다.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길남효에게 눈물을 짓게 만드는 것이다. 병재, 병주, 병윤은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착잡한 심정으로 얼굴이 바뀐다. 그러나 길남효는 계속 눈물을 지으면서도 이야기는 끝내지 않았다.
그렇게 본가에 지낼 때쯤 이었다. 어느 날, 자신은 길장주가 실수로 집안의 위패를 불태운 것을 목격했다. 이 때 당시만 하여도 위패는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고, 위패 소실 사건은 그야말로 길남효가 지칭하는 본가에서도 가장 거대한 후폭풍을 일으켰다. 본가는 물론 집안의 어른들이 발칵 뒤집어졌으며 집 안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그 때, 길장주는 위패 소실 사건을 자신이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아예 길남효와 그 어미가 저지른 일이라고 누명을 씌우고 만다. 물론 길남효는 그대로 길장주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서 밀고했지만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본가의 가주인 길평환이 이를 믿지 않았고, 오히려 길장주의 누명대로 이야기가 돌아갔다.
“그래. 그 일만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서 악몽으로 떠오른 일이야. 남이 저지른 일을 누명 받은 것이 얼마나 개 같은 일인지 말이야.”
병재는 씁쓸한 얼굴을 하고, 아버지 길남효에게 물어봤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그래. 병윤이 네가 누나를 찾겠다고 가출했었던 나이였다. 그 때, 다 쫓겨났지. 그냥 쫓겨났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 집안에서 벌을 받고, 쫓겨나야 했지. 가뜩이나 신세가 비(여성 노예)와 다를 바가 없었던 내 어머니는 그 일로 인해서 억울하게 고문이란 고문을 다 받았지. 머슴들에게 몽둥이를 맞는 것은 예사였고, 그 빌어먹을 본가 년 때문에 내 어머니는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구타 및 각종 악랄한 짓을 당해왔다. 그리고 나 역시 온갖 벌들을 받게 되었지. 머슴들에게 붙잡혀 몽둥이질을 당한 것도 있지만 가장 굴욕적인 것은 그 길장주, 길장현 그 쓰레기 자식들에게 역시 더러운 핏줄이라고 침세례를 받은 것이지.”
병재, 병주, 병윤은 길남효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길남효는 엄청 험난하게 살아온 것이었다. 길남효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이 엄청 지옥이었을 것이다. 길남효는 계속 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 모자는 그 더러운 본가에서 쫓겨났지. 생계를 유지할 수단을 주지 않고 말이지. 하지만 난 그 때 잘 되었다고 속으로 생각했지. 이런 집안에 있을 바에야 밖으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났다고 생각했지. 난 어머니와 같이 한반도를 떠돌아 다녔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는 그 일로 걷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매번 그 일을 두고 회한의 눈물을 지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자의 생존이었지. 어머니는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 하셨다. 집을 얻는 것도 시원치가 않았고, 다른 마을에서도 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 외에 그 마을에서도 외부인에 대해서 경계의 눈초리를 많이 하는 편이었지. 내가 당할 수 있는 그런 억울한 사연들을 다 당했다고 보면 된다. 마을을 갈 때마다 도둑놈 취급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
길남효는 그렇게 이야기할 때마다 병재, 병주, 병윤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라앉는다. 그러나 길남효는 그 말로 끝을 내지 않았다. 아직 할 이야기는 많았다.
“그렇게 우리 모자는 상주 중심으로 갈 때쯤 알게 되었지. 바로 내 어머니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본가에서 받은 것들을 아직도 참아내시고, 살아계셨지.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더군. 어머니의 명운이 끝났다는 것을 말이지. 어머니는 날 두고 떠나기 싫다고 하더군. 나 역시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고, 떠나보내기는 싫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하늘로 돌아가실 때쯤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효남이를 두고, 하늘로 가기 싫다고 말이다. 적어도 효남이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하늘로 가야 하는데. 이 때 가니 엄청 억울하다고 말이다. 난 아직도 그 말들이 내 머릿속에 맴돌고 한다.”
“......”
병재, 병주, 병윤은 그 말에 씁쓸한 얼굴을 지었고, 장씨는 크게 한숨을 짓는다. 옛날에 장씨 역시 자신의 집에서 길남효가 의탁했을 때, 그의 과거를 들었지만 지금 다시 들어도 자신의 친우가 그런 과거를 맞이하였다는 것에 안타까웠다.
“난 어머니가 다시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엄청 슬펐지. 그리고 미친놈처럼 돌아다녔어. 난 그냥 어머니가 긴 잠에 빠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는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지. 난 비로써 어머니가 죽은 것을 인식할 수 있었지. 그 저주받을 세상에서 나 혼자만 남겨두었다는 것도 알았어. 난 나만 알 수 있는 장소에서 어머니를 묻었다. 그렇게 어머니를 내 기억 속과 가슴 속에 안아들었지. 그리고 난 떠돌아 다녔지. 거지처럼 동냥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다가 난 진짜 같은 양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지. 바로 네 옆에 있는 성환(장씨의 본명)의 친부모였다.”
그 말에 뒤이어 장씨 아저씨, 즉 장성환이 병재, 병주, 병윤을 바라보며 말 한 마디를 했다.
“그래. 내 부모가 나만 낳으시고, 더 이상 내 형제 자매들이 없었거든. 내 집안이 우환에 들었나싶을 정도로 말이지. 그 때, 내 아버지가 효남을 들이더구나. 떠돌아서 생활하는 것이 기구해서 더는 못 보겠더군. 사실 난 형제가 생겼다는 점이 더 좋았다. 그리고 효남을 데리고, 매번 놀았지. 그럴 때마다 효남은 좋아했었지. 내 부모님은 그저 내가 죽으면 대가 끊길까봐 효남을 데려왔지만 난 효남을 진짜 형제처럼 좋아했거든.”
길남효는 장성환의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말해준다.
“그런가? 흥. 아무렴 되었다. 그래도 난 부모가 어떤 존재라는 것을 떠올릴 정도로 성환의 부모는 좋았다. 비록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하여도 이 성환처럼 매번 가르칠 때 가르치고, 혼낼 때 혼냈지. 거기에 가난한 살림이라서 굶을 때도 모두가 굻었다. 난 이 시절이 좋았지. 그리고 여기서 정착을 했어. 난 이 성환의 집 안에서 생활했어. 지금의 그 집보다 난 여기가 내 집인 것처럼 느껴졌단다.”
장성환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길남효에게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한다.
“그러니까 그만 오라고. 내 집을 왜 자꾸 찾아오는가? 징그러운 녀석.”
길남효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난 이 집에서 결혼할 때까지 지냈다. 그리고 지금의 내 아내와 결혼할 때쯤 내 친부모 같은 사람들이 돌아가셨지.”
길남효는 그 말을 하고 순간 숙연해진다. 그 것은 장씨, 장성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부모님를 잃은 것이 그렇게 슬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길남효는 회한의 눈빛을 하며 말한다.
“그래. 그 사람들이 하늘로 돌아가셨다는 말에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나와 성환이는 정말로 슬펐지. 그 좋은 사람들이 오래 살았으면 하는데. 하늘이 거둬들이니 말이다. 하하하. 정말 빌어먹을 짓이라고.”
길남효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짓는다. 장성환 역시 길남효를 따라 눈물을 짓는다.
“그 뒤의 이야기는 너희들이 아는 이야기들이다. 나와 네 어미는 지금의 집에 살았고, 지금 이야기처럼 흘렀지.”
병재, 병주, 병윤은 그 말에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장성환이 그런 그들의 얼굴들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이제 네 아버지의 과거를 알겠는가? 네 아버지가 본가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을 얼마만큼 싫어하는지 말인가?”
병재는 그 말에 크흠 헛기침을 하고는 대답한다.
“끔찍했습니다. 제 아버지가 왜 그 사람들을 보고 소리를 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 안에 찾아온 두 사람을 왜 아버지가 쓰레기 취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군요.”
길남효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대답한다.
“뭐 정확히 따지면 너 네들 백부 되는 사람이지만 난 그들을 형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다시 말하면 그들이 날 쫓아냈지. 혈연에서 파버렸지. 이제 와서 본가로 다시 찾아오라는 말을 할 때마다 아직도 내 과거가 떠올라.”
그런데 병주가 의아한 눈빛으로 길남효를 쳐다보고는 묻는다.
“그런데 그 연을 끊어버린 본가가 왜 다시 아버지를 찾아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처음 올 때만 하더라도 제 형님과 제 동생의 명성을 듣고, 빌붙으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까 그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제 형제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더군요.”
길남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그래. 나도 그게 의문이지. 그 짐승들은 인간 같지 않지만 잘 살거든. 소작농 후려치면서 산다고 하지만 집 안 자체가 견고한 집안이야. 큰일이라고 하여도 내가 겪은 그 위패소실 사건을 제외하면 별다른 일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 가문이 왜 나를 다시 찾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 다만 그 때는 정신이 돌아서 그런 의문을 풀 시간이 없었지만 말이다.”
병윤은 그 말에 씁쓸한 얼굴을 하고는 이윽고 말한다.
“아버지. 이런 말을 하기도 뭐하지만. 조금 생각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들이 아버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찾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의아한 눈빛으로 병윤을 쳐다본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찾는다니. 어... 잠깐... 서... 설마...”
병재와 병주는 병윤의 말에 대해서 알아차린다. 말들을 통해 유추한 장성환이 어두운 표정으로 길남효에게 말한다.
“그래. 병윤이 말을 들어보니까 알 수 있겠군. 저들은 너를 초대하는 것이 아니야. 네 아들들을 초대하는 것이지.”
길남효는 그 말에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병윤의 말을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았다. 이미 연 떨어진 자신을 왜 찾았겠는가? 본가에서 가치가 있으니 찾아온 것이다.
“거절하기 잘 했군.”
길남효는 그렇게 말하자 병재, 병주, 병윤은 고개를 끄덕인다. 장성환은 그 말에 휴우 하고 한숨을 쉰다.
“그래. 자네가 감정에 휩싸인 것이 그나마 복이 되었군.”
그렇게 길남효의 처절한 과거 이야기가 끝이 나고, 방 안에 다섯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 그 빌어먹을 본가에서 병재, 병주, 병윤을 노리는 것인지 말이다.
1946년 1월 6일, 회사의 공식 휴일이라서 그런지 길남효의 집 안에는 병재만이 휴일 근무를 나서고, 병주와 병윤은 한껏 집에서 쉬고 있었다. 병주는 병윤을 바라보며 한 가지 말한다.
“그 본가에서 왜 우리들을 찾는지 생각해봤어?”
그 물음에 병윤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한다.
“아직 정보가 부족합니다. 그들의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그 쪽에서 왜 형제들을 노리는지에 대해서 가능성이 몇 개는 있는데. 가능성이 상당히 많아서 추려내기가 어렵군요.”
“그래? 휴우. 어제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우리 집안이 이렇게 격랑을 겪는다고 말이다.”
“......”
병윤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알 수 없는 미소만을 짓는다. 그 때, 효순이 뒤에서 병윤의 등을 탁탁 친다. 병윤은 갑작스러운 손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누나를 바라본다. 효순이 싱긋 웃더니 병윤을 바라보며 묻는다.
“어딜 그렇게 가는 거니?”
“아. 누나. 난 오늘 일이 있어서 말이야.”
효순은 그 말에 휴우 한 숨을 쉬면서 말한다.
“그래? 일이라? 그런데 너 오늘 회사 쉰다고 하지 않았어. 아무리 회사들의 회장이라고 하지만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 아니야?”
그 물음에 병윤은 얼굴이 붉어진 채 우물쭈물 하다가 대답한다.
“오늘은 친구와 이야기를 해야해서...”
“친구라면? 누구? 네 친구. 감연이는 인천 조병창에서 있잖아. 그 먼 인천으로 가는 거야?”
“아니. 여기서 살고 있어. 누나도 알고 있잖아. 그 형칠이 말이야.”
효순은 그 말에 아! 하고는 병윤이 만나자 하는 대상을 알아차린다. 병주는 병윤의 대답에 피식 웃고는 자신도 말한다.
“그래. 형칠이 말이냐? 쩝. 내 고향친구 형반도 저번에 만나기는 했는데 말이지. 그런데 너로써는 영 껄끄럽지 않겠냐? 형칠만 만나는 거냐?”
그 물음에 병윤은 씁쓸한 얼굴을 하고는 대답한다.
“아니. 형칠의 아내인 완서 역시 같이 만나겠지.”
“......”
효순은 그 말에 영 어두운 얼굴을 짓는다. 병윤은 하아 한숨을 푹 쉬고는 병주와 효순에게 시선을 돌리며 대답한다.
“갖다 올게. 일단 우리 회사에서도 중요한 일이라서 말이야.”
병주와 효순은 그 말에 병윤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병윤은 홀로 걷다가 마을의 어느 집으로 향한다. 마을에 흔히 볼 수 있는 초가집이었지만 보통 초가집은 아니다. 자신의 동협 관수회사에서 이 집의 마당에 설치한 수도꼭지가 보였다. 초가집 마루에서 방완서가 포대기로 아이를 등에 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윤은 그런 방완서를 바라보며 상당히 미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방완서는 집 안에 찾아온 병윤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집에 언제 돌아왔냐?”
“어제 돌아왔다.”
“그래? 그런데 오늘은 홀로 왔네. 무슨 일로 찾아왔냐?”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방완서를 바라보며 말한다.
“형칠이 이 집 안에 있어?”
그 말에 방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대답한다.
“그래. 있기는 하지. 지금 자빠져 잠만 자서 문제지만.”
방완서의 독설에 병윤은 피식 웃었다. 그 때, 문이 끼익 열리고는 한복을 입은 청년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나더니 방완서에게 말한다.
“흥. 자빠져 자다니. 내 아내 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말이 험해.”
방완서는 그 말에 짜증난다는 얼굴로 그 청년을 향해 쏘아보고는 말한다.
“아니. 그럼 곤히 자고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할까?! 응. 남들은 농사일이라도 손을 보태고 하는데. 가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잠만 자고 엉?!”
그 말에 청년 연형칠은 방완서의 말에 쩔쩔매다가 이내 대답한다.
“아니. 지금 일을 하려고 하잖아.”
“일은 무슨 일?! 아 일 좀 해봐. 엉?”
방완서가 연형칠을 타박하자 연형칠을 끄응 침음성을 흘리고는 병윤을 바라본다. 그리고 병윤을 바라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내가 부탁한 것은 어떻게 되었어?”
병윤은 그 물음에 미묘한 표정을 보이더니 말한다.
“자세한 것은 방 안에서 이야기하면 되겠지.”
연형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방완서를 쳐다보며 말한다.
“지금 병윤이 찾아온 것도 일 때문에 이렇게 온 것이니 타박 놓지마.”
방완서는 그 말에 흥! 하고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연형칠에게 대답한다.
“에휴. 지아비의 친구하는 사람은 이렇게 번듯하게 사업을 하는데.”
연형칠은 방완서의 말에 끄응 침음성을 흘리고는 이내 병윤에게 말한다.
“아. 얼른 들어와.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야?”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발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앉는다. 연형칠이 병윤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상당히 신수가 훤해 보이는군.”
“너만 하겠어?”
연혈칠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이 자식. 나 놀리는 거냐? 아까 봤지. 결혼 쉽게 하지 마라. 이런 처량한 신세는 언제든 볼 수 있다.”
병윤은 그 말에 푸훗 하고 웃더니 연형칠만 바라보며 깔깔 댄다. 병윤의 반응에 연형칠은 기분이 팍 상한 얼굴을 하더니 병윤을 바라보고 말한다.
“이 자식이. 아오. 너도 결혼해라. 결혼해야 내 심정을 알 거 같다. 이 노총각 자식아!”
그렇게 병윤과 연형칠은 아웅다웅 거린다. 사실 병윤에게 있어서 친구들이란 마을의 고향 친구들 밖에 없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감연일 뿐이다. 그렇게 둘이 유치한 짓거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둘이 대화할 자세가 되자 연형칠은 한숨을 푹 쉬고 병윤에게 말한다.
“그래. 내가 말한 것은 어떻게 되었어?”
병윤은 그 말에 후후 웃고는 이윽고 품속에서 서류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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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가에 대한 이야기는 연형칠 이야기만 끝내고 진행하겠습니다. 과연 본가가 노리는 것이 무엇일지 과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지난 편에 많은 댓글을 바라보니 저 역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이왕에 더 기분 좋으라고 이번 편에서도 그렇게 댓글들을 올리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