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4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금산의 한 기와집 안에 있는 사랑채, 이 저택의 주인이기도 한 길함주는 자신을 언짢게 보는 한 장년 남성을 바라보며 끄응 앓는 소리를 했다. 오래전 쫓아냈던 것이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줄이야 알았겠는가?
지금 제 자식이지만 이미 오래전 호적에서 파인 작자가 자신을 보고, 그런 사실을 들먹인다. 길남효는 자신의 앞에 앉아서 뚱하게 있는 자신의 빌어먹을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 아버지도 아니었다. 저 이는 그냥 쓸모 있는가 없는가를 따져서 버려버리는 인간이었다. 아니 인간이라는 호칭도 아까울 짐승이었다.
“내 한 번 다시 말하는데. 저는 완벽하게 이 집안과 관계가 없습니다. 저번에 갑작스럽게 제 삼남의 결혼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 파기하려고 이 집에 찾아왔습니다.”
“......”
길함주는 얼굴이 차츰 굳어져 가고, 옆에 앉아있는 설상호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일이 잘 돌아가는가 싶었지만 하기야 이런 사태가 올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던 설상호였다. 금산의 작은 가문이 그런 인물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리라 생각도 못했다. 아마 무언가 관계가 있었다면 이 집안은 여기에 있는 것보다 경성에 진출하여 거드름이나 피웠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동협 그룹의 회장과 또 재생치료의 창시자, 그리고 광복군 고위 장교까지 있는 저 집안은 아예 이 집안의 연을 끊으려고 찾아오는 것을 보니 필시 관계가 있었다. 무슨 사정인간 제쳐두고 말이다.
길함주는 길남효에게 당황하면서 말하기 시작한다.
“아니. 남효야. 내 말을 들어봐라. 사실 그 일에 대해서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것에 대해서 내가 사과를 하마.”
길남효는 그 말에 더더욱 얼굴을 구기면서 대답한다.
“사과? 되었소. 이미 30년 더 되는 시간에 이미 관계는 파탄 났소. 난 이 빌어먹을 집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주장하오. 거기 있는 사람은 저번 우리 집으로 자기 손녀 딸을 보낸 집안이오?”
설상호는 길남효가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렇소.”
“아까 이야기를 들어봐서 알겠지만 이 집안과 내 가족은 아무런 상관이 없소. 그러니 쓸데없는 곳에 힘을 쏟지 마시오.”
“......”
설상호는 그 말에 얼굴이 차츰차츰 굳어져간다. 자신의 손녀딸을 이용하여 자신의 가문이 실세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일이 틀어졌다. 그 때문에 설상호는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다. 설상호의 눈치를 보았던 길함주 역시 속이 썩어가는 것이 마찬가지였다. 설상호는 경성에 한 자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일로 저 가문과 일이 틀어지게 되었으니 난감하고 난감할 따름이다.
그 때, 문이 드르륵 열리고, 한 노파가 방 안으로 들어간다. 노파는 방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을 보고 흠칫 놀란다. 특히 길남효의 얼굴을 보고는 더더욱 놀란다. 길남효는 그 노파의 얼굴을 보고,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하게 어린 시절, 본가에서 그나마 사람 취급해준 사람이었다. 머슴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저 노인네가 옛날에 자신을 종으로 취급하고, 이 집안의 적자들이 자신을 괄시하고 있을 때, 그나마 따뜻한 말을 건네준 여자였다.
노파는 길함주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의 옆으로 와서 수근거린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들은 누구고...”
길함주는 그 말에 끄응 앓는 소리를 하더니 이내 말을 하지 못한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노파는 길남효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니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길남효는 그런 노파에게 인사를 한다.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격조하셨습니까?”
노파는 길남효를 바라보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당신은 누구시기에. 이렇게 찾아와서 그러시오?”
길남효는 그 물음에 하아 한숨을 쉬고는 대답한다.
“오래 전 이 저택에서 족보에서 파여서 쫓겨났던 한 아이와 어머니라고 말한다면 기억나시겠습니까?”
그 말에 노파는 얼굴이 굳어간다. 그리고 회한이 담긴 눈빛을 하더니 이내 죄책감이 든 눈빛으로 길남효를 쳐다본다. 노파, 즉 이 저택의 본부인은 길남효가 생각하기에 이 짐승들만 가득한 저택의 유일한 사람인 것으로 기억났다. 오래 전 이 저택에서 쫓겨날 때도 저 본부인이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에게 그나마 멀리 떨어져서 정착해 살라고 패물을 건네준 적이 있었다. 물론 그 패물은 사기당해 잃어버렸지만 하여튼 그 정도로 신경을 써준 이였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서 자신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여인이었다.
노파는 말이 없다가 길남효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오랜만에 돌아왔구려. 그런데 얼굴을 보니까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하는지 알겠구려.”
그리고 노파는 길함주를 째려보기 시작한다. 아마 저 인간이 모든 일을 꾸몄을 것이다. 자신 역시 이런 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기가 막혀서 저 오래전 쫓겨났던 아이가 다시 찾아올 줄을 알고 있었다. 길남효는 노파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고 말한다.
“본부인께서도 알고 계시지만 전 오래전 이 저택과 연을 끊으신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 이야기를 계속 해보게.”
“그런데 이 저택에서 제 셋째 아들의 혼사를 마음대로 결정하였기에 참을 수 없어서 이 저택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노파는 그 말에 길남효 뒤에 앉아있는 세 젊은 청년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에게 엄청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 보기가 자신 없다고 하는 노파마저 저 세 사람이 상당히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노파는 저 대단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그 오래전 쫓겨난 아이의 아들들이라는 것에 꽤 놀라웠다. 그리고 이 일을 자신의 남편이 왜 꾸몄는지 알 수 있었다. 노파는 길함주를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미 족보에서 파인 사람의 아들들을 혼인의 대상으로 쓰다니. 이 집안의 명예도 완전히 버려버렸소. 우리 집안에 인물이 없소? 훤칠한 내 손주 녀석들이 있지 않소? 그들은 무슨 쭉정이라오?”
길함주는 그 말에 쩔쩔매더니 이내 노파에게 대답한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들어봐. 이미 저 이들이 내 핏줄을 가진 자들이야. 오래전 족보에서 파였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지 않았는가? 솔직히 오래전 사건에 대해서 모든 것이 오해였다고 사과를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래서...”
노파는 그런 길함주에게 큰 소리로 대답한다.
“시끄럽소. 아무튼 내 손주 녀석들을 못 미더워한다니. 실망이오. 그리고 당신. 여기에 무슨 낯짝으로 당당히 오는 것이오? 오래전 족보에서 파였으면 이미 이 집안과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오? 썩 꺼지시오. 당신같은 작자를 집에 들여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소이다.”
길남효는 그 말에 공손하게 노파에게 인사를 한다. 아마 자신의 일을 도와준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길남효는 길함주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이제 가보겠소. 그리고 잘 먹고 잘 사시오. 난 이 집안과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소. 그리고 설상호라고 하는 어르신은 이 어이없는 상황을 하루 속히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전 이 집안과 연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릴테니 말입니다.”
설상호는 그 말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왕이면 저 사람을 붙잡아 설득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면식을 했으니 자신이 한발 유리한 것이다.
“그러겠네.”
“그럼 이만.”
그 뒤 길남효는 슬슬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가족들을 보고는 ‘이제 일이 끝났으니 가자.’라고 말하며 방에서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길함주가 길남효의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이 문고리를 넘은 순간 넌 내 가족과 우리 집안과 적이 되는 거다.”
그 말에 길남효는 고개를 돌리고 길함주를 쳐다보며 한 마디 말한다.
“한 번 적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한 번 해보시오. 내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찾아오는 줄 아시오?”
그렇게 말한 길남효는 그렇게 문고리를 넘었다. 그리고 길함주는 폭삭 늙은 얼굴이 되었고, 길남효를 처절하게 부르지만 길남효와 그 가족들은 그 외침을 무시하며 제 갈 길을 간다.
김민숙이 길남효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아까 그 할머니는 도대체 누구에요?”
길남효는 김민숙의 질문에 옛 추억에 잠기는 얼굴을 하고선 대답한다.
“이 저택의 유일한 사람. 여기서 가장 인간다웠던 사람이야. 참 신기해. 내가 알기로는 매번 본부인이 첩을 미워하고 괄시하고, 첩의 아들을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반면 저 사람은 그런 게 없었어. 오히려 우리 둘을 위로해준 고마운 사람이지. 그리고 오늘 저 사람의 얼굴을 보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 말을 하는 길남효의 얼굴은 상당히 복잡해 보인다. 김민숙은 그런 길남효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걸음을 걷다가 길장현이 길남효와 그 가족들을 기다렸다는 눈빛을 한다. 길장현이 길남효에게 말한다.
“가는 거냐?”
“......”
길남효는 상당히 언짢다는 눈빛으로 길장현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이 집안에서 호적 파인 사람은 빨리 꺼져주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길장현은 그 말에 끄응 앓는 소리를 하더니 길남효를 응수한다.
“휴우. 그래. 가라. 얼른 가라. 내 집안의 일로 너와 너의 어미를 쫓아냈으니 그게 당연한 말이겠지.”
길남효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길장현을 바라보며 한 가지 묻는다.
“그런데 이 어이없는 사건을 왜 꾸민 거지?”
길장현은 그 말에 얼굴을 구기면서 길남효에게 말한다.
“흥. 네 자식들을 생각해봐라. 그래 이 모든 것은 욕심이야. 사람이라는 것은 쓸 때 뱉고, 달콤할 때 먹는 것이 진리다. 비록 이 집안이 지역에서 꽤나 이름이 알려졌다고 하지만 다른 번화한 곳으로 가면 그냥 시골의 한 유지일 뿐이다. 그냥 저냥 아무 것도 아닌 그런 집안이지.”
“......”
“그래. 어이가 없겠지. 흥. 내 아들들이 네 아이들만큼 훌륭하게 컸다면 이런 짓거리를 하등 꾸미지 않았을 것이다. 모자란 녀석들 같으리라고. 그리고 어느 유력한 집안들이 우리 집안에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리고 오래 전 쫓겨난 너의 아들들과 혼인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해왔지. 하지만 난 의문이었어. 그런 대단한 구석이 없는 네 녀석의 아들들이 뭐가 좋다고 혼인하자는 것인지 말이야. 그래서 네 놈 집을 찾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한 번 알아봤지.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꾸민 거다.”
길남효는 길장현의 말 한 마디에 얼굴이 굳어진다.
“할 말은 그 것으로 끝인가?”
“흥. 기회는 한 번으로 족하다. 사실 네 녀석이 진정으로 가문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한다면 내 형제들은 물론 집안의 어른들도 다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지난날에 사과하고, 미안해했겠지.”
“그래. 나 때문에 틀어졌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래서 이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고? 하. 웃기는군. 한 번 적이 되어보자고. 이 집안이 센지 내 가족이 센지 한 번 해보자고. 누가 고꾸라지는지 한 번 해보자고.”
길장현은 그 말에 잠시 핼쑥한 얼굴을 짓는다. 저 가족들의 아들들은 만만치 않은 세력을 보유했다. 특히 무력, 경제력을 보유한 집안이다. 아마 인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독당에서 매번 찾아와 부탁을 하는 집안이니 말이다. 길장현은 그런 집안과 맞부딪친다는 생각이 나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모든 책임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어디 한 번 해보자니까?”
“......”
그렇게 길장현이 침묵하고 있을 때, 몽둥이를 든 머슴들이 찾아왔다. 그 중에는 현칠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 현칠이라는 머슴이 길장현에게 말한다.
“이제 일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나으리?”
길장현은 갑작스러운 머슴들의 행동에 하얗게 얼굴을 지르면서 말한다.
“아니. 시작하지도 마. 하지마. 이 자식들아.”
그 말에 머슴들은 혼란스러웠다. 그 때, 길남효가 이빨을 뿌드득 갈고는 길장현과 머슴들을 째려보고는 말한다.
“그래. 왜 이렇게 나와 가족들을 붙잡나 싶었더니만 이런 것이 있었군.”
길장현은 그 말에 손사래를 급하게 한 채로 대답한다.
“아니야. 이건 내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어. 저 머슴들이 멋대로 한 것이다.”
현칠은 길장현의 말에 더더욱 혼란을 느꼈다. 아까 길남효와 그 가족들이 이 곳으로 찾아올 때, 눈치로 보아서 자신 역시 밑에 있는 머슴들을 준비하여 이들을 두들겨 패고는 쫓아내는 일인 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가 상당히 요상했다.
길남효는 그 말에 진정할 가능성이 없었다. 그 때, 주먹을 우드득거리며 한 청년이 앞으로 나선다. 바로 현 군인이었던 병주였다. 그리고 병주는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법적으로 문제 있겠어? 하자 없지?”
병윤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큰 형님과 제가 알고 있는 변호사들은 엄청 많습니다. 다만 형님이 먼저 나서서 행동하면 불리합니다. 저들이 먼저 나서서 위해를 가하게 되면 그 때 행동해도 무방합니다.”
병주는 그 말에 김이 샜다는 표정을 하고는 병윤에게 대답한다.
“싱겁기는. 쯧. 알겠다.”
그렇게 말한 병주는 순간 몽둥이를 든 머슴들에게 살기를 가한다. 이미 전쟁터를 전전하여 죽을 고비를 넘긴 병주의 살기는 보통 집안의 머슴들이 받기 힘든 수준이었다. 머슴들은 흠칫 거리면서 몸이 자동적으로 부들부들 떨린다.
“한 번 위해를 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병주가 길장현에게 위협을 가하자 길장현은 끄응 앓는 소리를 하더니 이내 머슴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빨리 몽둥이를 버려. 이 자식들아!”
머슴들은 그 말에 하나 둘 몽둥이를 땅바닥에 버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칠 역시 낌새를 눈치 채고, 재빨리 몽둥이를 버린다. 길남효는 이렇게 일이 돌아가자 진정되어가고는 이내 길장현에게 말한다.
“하여튼 나는 가보겠어. 이대로 오래 전 끊었던 연을 다시 잇지는 말자고. 나도 이 집안과의 관계를 끊고 싶으니까 말이야.”
“......”
그렇게 말한 길남효는 길장현을 지나쳐 제 갈 길을 갔다. 가족들 역시 길남효를 졸래졸래 따라가기 시작한다. 길장현은 저렇게 당당히 걷는 길남효와 그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니 순간 자괴감이 들었다.
언제 이렇게 차이가 났나? 아주 오래 전만 하더라도 천덕꾸러기 첩의 자식이었는데 말이고, 짜증나서 버렸던 자식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 바라보니 역전한 지 오래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더 이상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만 간다.
현칠은 길장현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때, 길장현은 눈에 불꽃이 튀기더니 순간 현칠의 뺨을 후려 갈긴다.
-쫘아아악!-
그렇게 뺨을 후려갈긴 길장현은 현칠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친다.
“이 미친 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랬지?”
현칠은 그 말에 억울한 감이 있는 표정으로 길장현을 쳐다본다. 그러나 길장현은 더더욱 화가 난 눈빛으로 현칠을 바라보며 말한다.
“지금 네가 꾸민 일 때문에 이 집안 꼴이 망할 뻔했다. 알고 있는가?”
“......”
현칠은 그 말에 속으로 욕이란 욕을 다 하고 있지만 분을 삭이고 있었다. 그 뒤에 길장현은 휴우 한숨을 쉬고는 손짓으로 머슴들에게 할 일이나 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그 뒤로 금산군에 있는 본가는 구름처럼 모여 들었던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아니 원래 있던 자리로 원상복귀 했다. 이미 사람들이 이 금산의 집안과 문경의 길남효와는 연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이가 무척이나 나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 집안의 사람과는 얼른 연을 끊어버렸다. 특히 동협 그룹의 회장과 연을 맺기로 한 설상호의 가족들은 길함주를 욕을 하면서 다시 본 영역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설상호의 집안과 길남효의 가족들과의 인연은 그대로 끊어지지 않았다.
그 뒤, 다시 제 집으로 돌아온 길남효와 가족들은 장씨와 그의 아들 장평균과 함께 장씨의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에게 제례를 들였다.
============================ 작품 후기 ============================
결국 이렇게 본가의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저들도 이제 길남효의 가족들을 들먹이지 않겠지요. 다만 앞으로 주인공들의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