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75화 (27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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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3월 5일, 병윤의 눈앞에 하나의 기기가 보인다. 병윤이 기기의 전원 푸시버튼을 누르자 기기는 윙하는 소리와 함께 가동이 되었다. 기기가 가동이 되자 병윤이 들고 있는 습도계의 습도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기 밑 부분에 투명한 플라스틱에서 물들이 쌓이게 시작한다. 병윤은 기기를 흥미롭게 지켜보았고, 그 기기의 전원 푸시버튼을 다시 눌러서 기기를 끈다. 병윤 뒤에 있는 곽 상무가 병윤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회장님 이 물건은?”

“방 안 공기가 상당히 건조하죠? 실외기 없는 간단한 에어컨입니다.”

곽 상무는 병윤의 말에 이 기기를 살펴본다. 정말로 실외기가 없는 물건이었다. 곽 상무는 의아한 눈빛으로 병윤을 바라보더니 묻는다.

“어떻게 실외기 없는 에어컨이 만들어졌습니까? 보통 냉풍을 만들기 위해서 실외기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병윤은 곽 상무의 물음에 새로 개발한 에어컨을 살펴보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 에어컨은 지금 보면 알 수 있듯이.”

병윤은 이 말을 하면서 기기 밑의 플라스틱에서 물이 차오른 부분을 곽 상무가 볼 수 있도록 가리킨 후 다시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물이 차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드려서 물로 응결시키는 기기입니다.”

그 말에 곽 상무는 의문이라는 표현으로 병윤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실외기 없이 어떻게 냉각을 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까?”

병윤은 그 말에 미소를 후후 지으면서 곽 상무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실 원리로 말하자면 바로 펠티어 소자를 이용했습니다.”

“펠티어 소자? 그게 무엇입니까?”

“19세기에 발견된 과학 원리인데. 다른 성질의 두 도체를 연결시켜 전류를 흘리면 하나는 방열을 하고, 하나는 흡열을 하는 원리입니다.”

“으음. 그런데 그런 원리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왜 사람들이 그런 원리를 이용하지 않고, 에어컨을 만들었을까요?”

“뭐 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하여 만족할 수 있는 효능,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의 문제겠지요.”

곽 상무는 그 말에 이해가 간다는 얼굴이었다. 하기야 옛날에 이런 현상을 발견하고, 어떻게 써먹을까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현상을 이용하다가 비용 대비 효율, 즉 가성비가 시궁창이라서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회장님은 그런 원리를 이용하여 아예 새로운 에어컨을 만들었군요. 기존의 에어컨보다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기존의 에어컨보다 냉각효율이 좋다는 점이 있지만 가장 좋은 점은 이렇게 크기를 소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죠. 또 소비전력도 기존의 에어컨보다 상당히 줄어드니 말입니다.”

곽 상무는 그 말에 이해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회장님. 궁금한 것이 있는데. 왜 만드신 것입니까? 사실 한반도에 있는 한국인들은 이 것을 살 수 있는 경제능력이 없을 것 같은데. 수출용으로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병윤은 그 말에 하아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대지역에 팔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열대지방의 경제력 있는 국가에 수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하기야 그런 나라 쪽에서는 살 만한 여력이 있겠군요. 그리고 이 곳에서도 경제력 있는 사람이라면 더운 여름철을 이기고자 사는 물건이겠고 말이죠.”

“예. 그런 부분을 노렸습니다. 사실 한반도의 여름은 5~6월에 시작이니까 말이죠. 거기다 사실 기존의 에어컨보다 이 에어컨을 만드는 비용이 쌉니다. 여러모로 상당히 보급하기 좋은 에어컨이죠.”

곽 상무는 그 말에 흥미롭다는 듯 병윤이 만든 에어컨을 쳐다본다. 병윤은 때때로 서류 업무를 하는 것 외에도 이렇게 심심할 때마다 제품을 하나씩 만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흑마 엔진이라든지 초축전지, 그리고 이번 신형 에어컨이 그런 경우였다.

“아마 폭염이 특징인 중국 대륙에서도 상당히 잘 팔릴만한 물건일 것 같습니다. 전기야 회장님 덕택에 그 곳에서도 풍부하니 말입니다.”

사실 병윤이 중국대륙에 있으면서 많은 일을 하였지만 가장 확실한 업적이 있었으니 바로 전기가격이 엄청 싸졌다는 것이었다. 효율성 있는 태양전지로 집들 지붕에 도배를 했으니 남는 것이 전기였다. 그래서 중국정부에서는 전기세라는 세금 항목을 없앨까? 라는 토론이 생겨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러다가 태양전지의 전기수급이 평상시보다 적은 비상시의 상황에 대비하여 그냥 남겨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말이다.

병윤이 기억하기에 중국 대륙 역시 여름에 상당히 덥기로 손꼽히는 지역들이었다. 그 곳에서 팔면 상당한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일단 심심해서 만들었는데 잘 되었군요. 일단 이 제품의 생산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회장님 생각대로 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 저번에 전국적으로 동협 그룹이 진출하기 위해서라면 전국 각지에 적절한 곳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곽 상무를 향해 한 마디 말한다.

“전국 각지의 공장이라. 맞는 말이군요. 전국에서 적당한 공장시설을 찾아서 그 곳을 인수한 뒤 이 에어컨을 만드는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곽 상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윤에게 한 가지 말한다.

“예. 알겠습니다. 공장 부지의 선정에 대해서 저와 제 부서의 직원들이 찾아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주십시오.”

그 때, 조용히 듣고 있었던 병윤의 측근 중 하나인 손채현 비서가 병윤을 바라보며 한 가지 말한다.

“회장님. 그런데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자기 손목에 채운 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고는 손채현 비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흠. 마침 적당한 시간이군요. 이 에어컨에 대한 것은 여기서 끝마치겠습니다. 곽 상무님. 그럼.”

곽 상무는 병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 곧 자신은 병윤이 명한 일을 하러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병윤과 손채현 비서는 회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병윤이 회장실 앞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다. 익숙한 공기가 병윤의 콧속을 놀린다. 병윤은 곧 쇼파 상석에 앉으면서 손채현 비서를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이따 손님들이 오실 때, 커피를 부탁합니다.”

손채현 비서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자리에 살포시 앉는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회장실 문에서 똑똑똑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손채현 비서는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곧바로 일어서서 회장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열린 문틈으로 사람 둘이 들어온다. 바로 노인과 청년이 말이다. 노인은 익숙한 옛 한복으로 입었지만 청년은 대조적으로 양복을 입었다. 세대 차이를 상징하듯이 말이다. 병윤은 일어서서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자 두 사람 역시 각자 예의를 가지고 인사한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은 쇼파의 빈자리에 앉으며 병윤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노인이 병윤을 바라보며 조금 어색한 말투로 병윤에게 말한다.

“흠흠. 오랜만에 뵈어서 반갑구려.”

병윤은 노인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저도 만나 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간병철씨.”

간병철, 예전 길씨 일가를 소작농으로 부렸던 지주인 가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역전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간병철에게 있어서 지금의 경우는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일이지만 어차피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봐와서 알지만 미두왕 반복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미두라는 것은 쌀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이른바 선물(금융의 옵션,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도박적인 요소가 있음.)의 종류 중 하나였다. 반복창은 이 미두를 이용하여 조선 최고의 갑부가 되었지만 그는 한 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했다. 즉 미두왕 반복창처럼 최고였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유로 집안을 말아먹어 거지꼴을 면치 못하던 인물들이 있었다. 반면에 저 집안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 팔자인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여 최고의 자리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간병철은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병윤, 그리고 그를 비롯한 형제들 및 길씨 일가가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다. 해방 전후를 기점으로 가장 많이 바뀐 집안이었다. 지금은 자신의 집안이 예전처럼 길씨 일가를 대할 수는 없었다. 상승한 상대에게는 상승한 만큼의 대우를 해줘야 하는 일이었고, 그래야 자신 역시 잘 살 수 있었다.

지금이야 길씨 집안의 호의를 얻어서 지금 자신의 아들인 간병철이 동협 기계회사의 이사 자리에 앉아 있었다. 쓸모없는 땅을 공장의 부지로 넘기고 받은 직위와 주식들이었다. 간병철은 그 주식들의 주가를 확인하면서 그 땅을 다른 부지로 넘긴 것보다 수 천 배의 이득을 올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주식들은 간병철의 소유가 아닌 자신의 아들 간성호의 소유였지만 말이다.

간병철과 간성호는 사실 병윤을 찾은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간병철은 크흠 크흠 거리며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병윤을 향해 한 가지 말을 한다.

“사실 내가 여기에 찾아온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땅에 대한 거래를 하기 위해서이오.”

“땅에 대한 거래?”

병윤이 의아한 시선으로 간병철을 쳐다보자 간병철은 이왕 이렇게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곧 병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토지개혁이다 뭐다 해서 말이 많지 않소?”

토지개혁, 남한에 있는 지주들에게 있어서 가장 악몽 같은 단어 중 하나였다. 아버지들 혹은 돈을 이용하여 매입한 땅들을 자작농 육성 아래서 빼앗긴다는 공포가 지주들에게 일어났다. 그러나 지주들의 공포감보다 소작농들의 열망이 더더욱 컸다.

지금 북한, 즉 함경도에 결성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측에서 3월 5일부터 강력하게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위원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함경도에 있는 지주들에게서 무상몰수를 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함경도의 지주들은 지금 알거지가 되어 남한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북한의 토지개혁은 남한의 소작농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북한은 이런 토지개혁을 하는데. 남한에서는 토지개혁을 실시하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 같은 불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각 군정들은 소작농들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바빴다. 우선적으로 지주들의 횡포를 엄금시켰다. 즉 해방 후 고정된 7.3제를 어기고, 소작농에게 악질적으로 구는 지주들을 통제시키면서 소작농들의 불만을 달랬다. 그리고 곧 경성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토지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매번 TV에서 방송하였다.

그러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지주들의 불안감이었다. 병윤이 듣기로는 한독당 내부에서 토지개혁의 논의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을 가진 세력이 있다고 들었다. 바로 지주들의 권리를 위해서 아예 새로 당을 만들 분위기라고 한독당 당수 김구에게서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런 불만 사항을 제쳐두고, 지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북한의 토지개혁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했다.

지금 병윤이 바라보는 간병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간병철 역시 지주의 입장이었고, 어느 정도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병윤에게 찾아왔다. 병윤은 간병철이 땅에 대해 말을 하자 조금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간병철에게 말한다.

“그런데 요즘 토지개혁이다 뭐다해서 땅에 대한 거래는...”

간병철은 그 말에 조금 얼굴을 구긴다. 하지만 예상했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병윤이 토지개혁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만약 병윤이 농지를 이럴 때 사게 된다면 완전 호구 인증하는 셈이다. 간병철은 흠흠 거리면서 병윤에게 한 가지 말한다.

“뭐 내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어차피 토지개혁이라고 해봤자 소작농들에게 최대 3정보(약 9000평)을 가질 수 있소. 하지만 실질적으로 1정보를 나눠준다는 말이 있소. 그러니 농지들을 축소시키고, 대신 남는 땅을 가지고 공장이나 주택을 지으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오.”

“......”

병윤은 그 말에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병윤은 간병철을 바라보며 한 가지 말한다.

“으음. 일정 땅을 사겠습니다. 한 가지 실험해볼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실험해볼 것? 그게 무엇이오?”

병윤은 간병철의 의아한 질문에 잠시지만 그를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일명 적층식 농업입니다.”

“적층식? 그 말은...”

“예. 뭐 실험입니다. 실험. 대략 10층짜리 건물을 지어놓고, 층마다 농사를 짓는 것이지요. 태양빛이야 기술로 해결 가능하고, 물 역시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병철은 놀란 눈으로 병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게 가능한 일이오? 그 미국에서 고층건물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번에 동협 그룹 쪽에서 40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저 새로운 농업에 대한 실험입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그 건물이 일반적으로 땅을 가지고 농사짓기에는 그러하니까 어느 정도 실험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간병철은 그 말에 입이 벌어지면서 병윤을 바라본다. 저 인간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높이를 바라보는 것인가? 적층식 농업이라니. 10층의 높이로 농사를 짓는다면 일반 농사를 짓는 것보다 10배의 면적을 활용한다는 말과 똑같았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안 했을까?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태양빛과 물. 작물들을 자라게 만드는 태양빛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고, 또 고층까지의 물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런데 그 두 가지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방법을 찾은 병윤을 바라보니. 간병철은 말이 안 나왔다.

‘만약 이 사내의 생각처럼 적층식 농업이 가능해진다면. 그야말로 뭐라 말할 수 없겠군. 돈을 어느 정도 쌓아둔 지주들이 돈을 안 쏟아 붇고는 못 배기겠어.’

그러나 간병철은 한숨이 나온다. 만약 여기서도 토지개혁이 완료되고, 그런 것이 가능해진다면 옛 지주들은 그 기술들에 대해서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셈이다.

‘휴우. 시대가 이미 지주들을 떠나보내는군.’

간병철은 결국 간성호의 일이 잘 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병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일단 당신이 말한 대로의 토지를 판매를 하겠소.”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병철에게 말한다.

“예. 그럼.”

간병철과 병윤은 계약서를 작성했고, 간병철은 이틀 뒤에 토지문서를 가져오기로 합의하였고, 병윤 역시 돈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간병철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끝이 나자 이번에는 간성호가 병윤을 향해 이야기를 꺼내든다.

“그나저나 다음 달에 기계공장이 완공이 되면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병윤은 그 말에 간성호를 바라보며 대답을 한다.

“일단 기계공장의 경우는 상당히 많은 쓸모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남한에는 경공장들이 많다고들 합니다. 기계공장에서 경공장에 필요한 설비들을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수요들이 생겨나지 않겠습니까?”

간성호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기계공장을 만드는 설비들은 새 공장을 만들 때, 필수적으로 있어야하는 것들이었다. 기계가 있으니 공장이었다. 아마 기계들의 수요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 외에도 동협 그룹이 진행하는 일들을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기계공장 짓기 전에는 중국에서 어느 정도 설비들을 들여오고, 수입을 하고 있지만 요즘은 국공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 수입량은 차츰 줄어들고 있었다.

이럴 때, 기계공장이 지어진다면 중국에서의 수입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간성호는 역시 배운 사람이었고, 병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만 가장 궁금한 점은 역시나 다음과 같았다.

“그런데 기계공장의 방향성을 결정해야하지 않습니까? 즉 어떤 기기를 생산할 것이다 같은 우선순위를 말이죠.”

그 말에 병윤은 간성호를 지그시 바라보고는 흠흠 거리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그런 권한은 사장에게 있을 것입니다. 사장에게는 안 물어봤습니까?”

“으음. 물어보기는 하였는데.”

아무래도 간성호는 사장에게 묻기는 하였는데. 사장이 기밀 유지를 위해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 병윤은 그런 간성호에게 말한다.

“우선 당신은 이사입니다. 감사는 할 수 있어도 방향성은 결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별히 공장에서 제작하는 기계들을 어디론가 보내야할 것들이 있습니까?”

간성호는 그 말에 뜨끔거린다. 사실 자신의 친우들 중 공장을 하겠다고 하던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간성호를 찾아와서 그가 동협 기계회사의 이사인 것을 알고, 부탁을 해온 적이 있었다. 만약 기계공장이 지어진다면 그 기계들을 자신에게 보내와달라고 말이다. 병윤은 간성호의 표정에서 알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일단 말씀을 드리겠지만 우선적으로 동협 그룹이 필요로 하는 설비들이 우선적으로 생산될 것입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행한 부탁들은 어느 정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점 양해하시길 바랍니다.”

============================ 작품 후기 ============================

실제로 식물공장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던데. 전 그 식물공장은 이야기 속에서는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중반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잡아 놓았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벼에 대한 식물공장이 있냐는 점입니다. 정말 그런 식물공장이 있습니까?

요즘 많은 댓글들을 보니 행복합니다. 계속 그렇게들 써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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