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84화 (28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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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4월 1일, 점촌에 있는 한 건물 안, 식이 하나 열렸다. 단상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정갈하게 양복을 입은 연형칠이었다. 연형칠은 흠흠 거리면서 단상 위에 있는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하기 시작한다.

“이번 방송국의 개국에 축하하러 오신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방송국이 개국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하나의 TV방송국이 더 세워졌습니다. TV를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깨우치고, 많은 것들을 가르치는 방송, 그리고 웃고 즐길 수 있으며 슬퍼할 수 있는 방송이 되겠습니다. 이 사현방송국은 문경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방송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에 의자에 앉아서 연단을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댔다. 의자의 앞줄에 연형칠의 관계자들이 있었는데. 연형칠의 아버지인 연씨는 눈물을 짓고 있었고, 방완서는 ‘제법 말을 조리 있게 하는데?’라며 조금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길남효와 효순, 그리고 병윤은 연형칠을 보면서 축하해준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본다.

연형칠이 개국 소감에 대해 발표가 끝나고 연회가 시작되었다. 쨍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하호호 웃으면서 즐기고 있었다. 개국한 방송국의 사장인 연형칠은 금세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한편, 연씨와 방완서는 길남효, 병윤, 효순이 있는 자리에 몰려들어서 앉아 있었다. 연씨는 길남효를 쳐다보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휴우. 고맙네. 내 막내아들을 이렇게 사람 만들어 주어서 말이지.”

길남효는 그 말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을 할 뿐이다.

“내가 자네 막내를 방송국에 꽂아주었나? 다 내 아들 덕택이지.”

그 말에 연씨는 눈을 껌뻑이며 이번에 시선을 병윤에게 돌린다. 병윤은 으흠 으흠 거리면서 연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원래 그 친구가 부탁한 것입니다. 전 그 친구가 원하는 것을 도와준 것뿐이에요. 이제 앞으로의 일은 저 녀석의 몫입니다. 저는 저 녀석이 힘들 때만 도와줄 뿐 아무런 간섭할 생각은 없습니다.”

연씨는 그 말에 양쪽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이래서 친구는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 연씨의 마음속을 떠돌았다. 자신의 막내아들이 친구 잘 둬서 이렇게 TV방송국이라는 사장님으로 등극하지 않았는가? 그 때, 방완서가 병윤을 바라보며 한 가지 말한다.

“그나저나 TV방송국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았는데. 말해도 될까?”

“얼마든지 말해.”

“그럼 말할게. TV방송국은 어떻게 돈을 벌지?”

방완서의 질문에 병윤은 후후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우선 TV방송국의 수입은 크게 두 가지가 있지. 바로 광고와 수신료.”

“광고야 이해가 가는데. 수신료라면?”

“TV를 볼 때마다 원래는 수신료라고 해서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 있어. TV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방송국에 입금하라는 고지 내역서가 있잖아. 그게 바로 수신료 내라는 청구서야.”

“그런데 우리 마을에서는 그런 청구서가 없었는데?”

“그건 사실 우리 동협 그룹이 대납해주는 것이 있어서 그렇지. 즉 마을의 수신료는 내가 대신 내주는 구도야.”

방완서는 그 말에 눈을 껌뻑이면서 병윤을 쳐다본다. 요즘 마을의 TV 개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길씨 일가가 중심적으로 TV를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현리에 있는 가구마다 TV없는 가구는 없었다. 어차피 전기야 마을에 설치된 태양전지를 활용하여 이용해서 전기 없어서 TV 볼 수 없는 경우는 없었다.

“흠. 하여튼 그렇군. 알겠어. 그렇게 해서 TV방송국은 돈을 번다는 거야?”

“그래. 하지만 광고의 경우는 한반도에 설립된 기업들이 얼마 없어서 별 수입은 없을 거야. 뭐. 내 동협 그룹 쪽에서 적극적으로 광고를 제작하게 하면 될 일이지. 광고 이야기는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게 되어 있어. 다만 수신료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네 남편의 능력으로 좌우된다는 사실이지.”

“능력으로 좌우된다면? 아. 네가 저번에 연속극 혹은 기타 방송을 꾸려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끄라고 말한 것이 그런 거야?”

“그래. 수신료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흥미를 끄는가? 에 대해서 수입이 달라지는 구도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 말에 방완서는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연씨가 병윤에게 한 가지 물었다.

“그런데 병윤아. 꼭 굳이 TV방송국이 두 가지 수입만을 노리는 것이냐?”

“수입을 벌어들이는 주요 방식이 이 두 가지입니다. 여러 방법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TV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연속극을 만들고 방영했다고 하면 그 연속극의 인기는 얼마나 치솟아 오르겠어요? 그 인기를 이용하여 수입을 얻는 방법이 많습니다. 연속극의 캐릭터에 대한 인형들이 만들어질 수 있고, 또 연속극을 찍은 장소가 관광장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런 다양한 방법이 있었구나.”

“일단 한국방송국에 비해 형칠이가 개국시킨 사현방송국은 약점이 한 가지 있지만 그 약점은 결과적으로 다른 쪽으로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거에요. 바로 연속극 및 예능 분야로의 진출을 말이죠.”

병윤의 말에 연씨와 방완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한 태도를 가졌다. 그 때, 병윤 옆에 앉아있던 누나 효순이 병윤에게 한 가지 말한다.

“그나저나 어째 네가 말하는 것이 이 방송국의 사장님 같다?”

병윤은 효순의 말에 쩔쩔매다가 이내 대답한다.

“그냥. 조언한 것뿐이요. 누님.”

“그래. 그렇구나. 알겠어.”

그렇게 사현방송국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 슬슬 막을 내리고, 연회식도 폐회가 되었다. 그리고 사현방송국은 정식으로 개국했다.

1946년 4월 2일, 사현방송국이 정식 개국한 지 하루 지나서 병윤은 자신의 집무실에 설치된 TV에서 하나의 장면을 목격했다.

-예. 이 화면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난번 있었던 기계공장 습격 사건은 김일성 무리가 총체적으로 꾸민 짓입니다. 이번 일에 박헌영의 조선공산당과는 관련이 없다는 의견입니다.-

경찰제복을 입은 수도경찰청장 조병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결국 경성에 있는 어르신들이 폭탄을 터뜨리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지금 조선공산당의 인원들도 기자회견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당황하기는 그지없었다. 조작이라는 말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였기 때문이다. 조병옥은 지금 이 자리가 방송에 찍힌다는 것을 알고, 열렬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번 김일성은 민족에 있어서 반역자와 다름없습니다. 지금 문경에 짓고 있는 기계공장은 한반도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최대 규모입니다. 그리고 그 공장이 지어진다면 한반도에서 생겨나기 시작하는 공업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산업입니다. 그런데 그런 산업을 김일성이 그저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파괴해버리고자 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저 자신의 욕심으로 한반도 민족의 유산을 파괴해버리려고 하다니. 과연 묵과할 수 있는 일입니까? 한반도에 살고 있는 동포 여러분들. 이 사실은 도저히 참기 힘든 사실입니다. 그들의 존재는 한반도에서 해악입니다. 그들은 그들만을 위해 일할 뿐입니다. 여러분들의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말은 전부 거짓입니다. 지금 이렇게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그들을 위해서 행동할 뿐. 여러분들의 절망적인 가난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속지 마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 것으로 조병옥의 주장은 끝났고, 곧 기자들의 질문들이 있었다. 조병옥은 그 질문들을 다 받아서 대답을 했다. 그 때, 조선공산당에 있는 이현상이 손을 들고, 조병옥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수도경찰청장에게 묻겠소? 정말로 그 일들을 벌인 작자들이 김일성의 일당들이 맞소?-

그 말에 조봉암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현상의 질문에 대답했다.

-물론 있고말고.-

그렇게 말하면서 조봉암은 자료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사진부터 사건을 꾸민 당사자들의 증언까지 다양했다.

-우선적으로 김일성이 왜 동협 그룹에게 테러를 가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번에 동협 그룹의 회장 암살 미수 사건을 기억하시오?-

이현상은 그 말에 끄응 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지난 해 11월 초에 있었던 동협 그룹 회장의 암살 사건은 공산주의 세력들 내부에서도 의견이 자자했던 일들이었다. 박헌영이 김일성에게 뭐라고 말을 한 덕분에 간신히 봉합되었지만 갈등의 골은 생겨났다.

-그 부분에 있어서 저희들 역시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그 것이 동기라고 주장하는 것이오?-

조병옥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자료들의 증언 부분을 보고 읽기 시작한다.

-우선 이 일을 꾸민 일당들의 장이기도 한 사람의 증언을 읽도록 하겠소. ‘전 김일성 동무께서 왜 이 일을 꾸몄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비록 공산주의에 투신하는 자라고 자부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에게도 동협 그룹은 대화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동협 그룹은 그 기업들에 고용된 직원들에게 주는 혜택은 상상이사이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그들은 사회에서 환원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저로써는 김일성 동무가 동협 그룹을 노리는 이유가 개인적인 원한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 일에 대해서 우리들 모두 불만들이 있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이들을 선동하지 않고, 엉뚱한데 힘을 쏟고 있는 것 때문입니다. 결국 김일성 동무께서는 기계공장의 파괴를 원했습니다. 물론 동무들 중 배신자가 있어서 그 일은 실패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족과 앞으로의 동포들의 삶에 있어서 이 공장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래도 동기가 없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까?-

이현상은 그 말에 끄응 거리면서 할 말이 없었다. 결국 김일성은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박헌영이 그렇게 동협 그룹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도 건드리고 만 것이다. 이현상 역시 엉뚱한 데에 힘을 쏟는 김일성에 대해서 조금씩 반감이 생겼다.

-그 일에 대해서 저 역시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고 싶은 것은 아까 구절 중에서 배신자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당신들은 그 일들을 알고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병옥의 얼굴은 이현상의 끈질긴 말에 구겨진다. 그러나 이내 침착하게 얼굴을 가다듬고, 자료들을 찾아서 이현상의 질문에 대답한다.

-범죄가 일어난 징후에 직원들을 파악하여 범죄의 진상을 알고, 방해하는 것이 경찰의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그들의 일을 그대로 놔둔다고 한다면 한반도 최대 규모의 기계 공장은 펑하고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 경찰보고 그 범죄를 방관하라는 이야기입니까?-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마십시오. 저는 조작의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즉 의도적으로 눈에 가시 같은 저희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자 공작을 꾸민 것이 아닙니까?-

조병옥은 그 말에 벌떡 일어서서 이현상에게 손가락질하고 분노하듯 소리친다.

-입 조심 하시오. 당신의 말대로 의도적으로 세력을 약화시키고자 하였다면 지금 경성의 조선공산당부터 공격했을 것이오. 그런데 우린 김일성 일파라고 특정 지었소. 진실을 눈에 돌리기 힘들었기 때문이오.-

이현상은 그 말에 끄응 침음성을 흘린다. 하기야 그런 자료가 있었다면 경성의 한독당에서 눈에 가시인 조선공산당의 세력 약화를 위해 몰아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기자회견에서 조병옥은 대다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 조병옥에게 시비를 걸고 있던 이현상 역시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조병옥은 이현상이 고분고분해지자 한 마디 말한다.

-그럼 다른 할 말은 없소?-

그 말에 이현상은 한숨을 크게 푹 쉬고는 한 마디 말한다.

-할 말은 없습니다.-

이현상의 대답에 조병옥은 흡족해하면서 기자들을 통해 하나 말하기 시작한다.

-우선적으로 이번 일을 꾸민 김일성에 대해서 뭐라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김일성은 함경도의 소련군정을 뒤에 엎은 채 모든 범죄행각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전 이 사실에 대해서 묵과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더 자세하게 조사를 하고, 최종적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조경옥을 위시로 한 수도경찰청의 기자회견은 끝이 났다. 병윤은 이 화면을 TV로 보면서 싱긋 웃기 시작했다.

‘과연 이 방송을 김일성이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뿔난 망아지처럼 행동하는 김일성이 이걸 보고 길길이 날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병윤이었다.

같은 시각, 함흥의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건물의 한 집무실에서 김일성은 얼굴을 구긴 채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이번 공작은 들통났고, 김일성의 얼굴은 대놓고 빨개진다.

“빌어먹을.”

이번에 동협 그룹에게 멋지게 엿을 먹일 수 있었는데. 동협 그룹 측에서 이 일을 이용하여 역으로 자신에게 엿을 먹였다. 그 때, 집무실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때르릉 때르릉-

김일성은 전화기가 울려 퍼지는 소리에 불길함을 느꼈다. 하지만 안 받아볼 수 없는 노릇. 김일성은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고 귀를 열었다.

-위원장인가? 동무. 자네 뭐 하는 사람인가?-

목소리를 들어보니 소련군정의 사령관인 치스차코프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일성은 결국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어두워진다. 결국 그는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제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저의 의중을 듣고, 일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허? 변명은 그 정도로 지어내지 못하는 건가?! 경성의 박헌영이 동협 그룹은 건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지금 그들과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인가? 미친 놈. 주제를 알아라.-

“하... 하지만. 그들의 성장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을...”

-하지만 자네의 방식의 결과는 어떤가? 지금 TV에서 대대적으로 빗자루로 털리지 않았는가? 하. 자네 때문에 아주 내가 미치겠구만. 이 일로 내가 스탈린 서기장 동무에게 굴라그에 들어가게 생겼어. 이 십새끼야!-

김일성은 그 말에 목이 자라처럼 변한다. 그러나 송수화기 너머 치스차코프 사령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 새끼를 위원장으로 밀어준 내가 병신이지. 어이 위원장. 잘 들어. 허튼 짓하면 나나 너나 다 죽는 거야. 미친 짓 하지 말라고. 이 새끼야. 적절한 데를 노리라고. 적절한 곳을! 애꿎은 곳을 찾아서 맨땅에 헤딩하지 말라고.-

“아... 알겠습니다.”

-알겠으면 자네 일이나 집중하지? 쓸데없는 짓을 벌이지 말라고. 알겠어?! 내가 끝장나면 너도 끝장나는 거야. 이 새끼야. 빌어먹을.-

그 것으로 치스차코프 사령관의 전화는 끝이 났다. 김일성은 얼굴을 한껏 찌푸려진 모습이었다. 동협 그룹을 건드린 것이 이렇게 화를 자초했는지 모르겠다. 지난번 동협 그룹의 회장 길병윤을 노리다가 자신의 친애하는 동지를 잃지 않았는가? 그 때를 생각하면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이를 갈았다.

김일성은 화를 참기 힘들었는지 힘껏 벽을 세게 걷어차면서 외친다.

“이런 빌어먹을 간나 새끼! 이 씨발 간나 새끼!”

그렇게 애꿎은 벽을 차면서 간신히 화를 진정시킨 김일성은 씩씩 거리면서 결국 쇼파에 앉아 몸이 축 처진다. 그 때, 문이 똑똑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김일성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한 마디 말한다.

“지금 누군가?”

그 때, 문너머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무 앞으로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 쯧. 문틈으로 꽂게나.”

“예. 동무.”

그리고는 문틈에 편지가 쑥 들어왔다. 김일성은 그 문으로 걸어가 꽂힌 편지를 뽑고, 봉투를 찢고, 편지지의 내용을 살펴본다.

-안녕하신가요? 김일성 북조선인민위원회 위원장님. 저 동협 그룹의 회장 길병윤입니다. 이번에 받으신 선물을 잘 받았습니다. 솔직히 제 소감은 그런 선물에 너무 감격해서 김일성 위원장에게도 한 가지 보내고 싶습니다. 아마 마음에 드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에게 관심 있어 하는 동협 그룹의 회장 길병윤이 보냄.-

편지지의 내용을 읽은 김일성은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

‘이 새끼가 감히 나에게 엿을 먹여? 두고 봐라. 기회는 계속 찾아올 테니 말이야. 한 번 해보자고.’

김일성은 이가 자동적으로 갈렸다. 한 번 병윤이 보낸 선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확 들었다. 아까 TV에서 나온 기자회견이 병윤의 선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김일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번 자신의 친애하는 동지를 잃게 만든 작자가 동협 그룹의 길병윤이었다. 흉수도 완벽하게 감출 수 있게끔 만드는 작자였다.

자잘하게 TV로 폭로시킨 것은 병윤의 선물로 치기에는 약한 감이 들었다. 그 때, 전화기가 또 울려 퍼진다. 김일성은 신경질적인 얼굴을 하며 전화기에 다가가더니 이내 송수화기를 들었다.

“누구십니까? 이 곳은 북조선인민위원회 위원장 김일성입니다.”

그 말에 수신 부분의 목소리는 다급함이 확 느껴졌다.

-김일성 동무. 지금 큰 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는 말에 김일성은 편지지에서 나온 선물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불길한 감정을 느낀다.

============================ 작품 후기 ============================

되로 주다가 되로 깨지고, 아예 가마채로 받는 김일성. 하여튼 이 개자식의 불행은 진짜로 고소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일성은 6.25를 일으킬 주체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역겨워도 북한의 권력자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6.25때까지 김일성을 살린다는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전 관심이 너무 필요합니다. 관심 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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