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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레먼 제이너의 말 한 마디에 병윤은 잠시지만 얼굴이 굳었다.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병윤 역시 그의 이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현 세기 가장 천재라고 손꼽힌다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런 사람의 귀에 소리가 들렸는지. 병윤은 상당히 미묘한 얼굴이었다.
병윤은 레먼 제이너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친구 녀석이기는 한데. 그 녀석이 사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물건입니다. 그냥 연구하기 편하라고 만드는 모양인데. 조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컴퓨터에 대한 진척 사항은 도중에 중단되었습니다.”
레먼 제이너는 그 말에 조금 안타깝다는 얼굴을 짓고는 말한다.
“그 친구라는 사람이 바로 미스터 송이라는 사람입니까?”
레먼의 말에 병윤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본다.
“으음. 중국에서 활약하던 녀석인데. 거기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까?”
“뭐. 그 교수님이 상당히 정보를 파고 있는 사람입니다. 물리, 화학, 전기 등 각 분야의 과학자들에게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가 컴퓨터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을지는 몰랐습니다. 뭐 미 정부에서는 그 사람이 핵폭탄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괴 정보에 빠진 적이 있다는 말도 돌 정도이니까요.”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레먼 제이너에게 한 마디 말한다.
“뭐. 그 친구야 원자력에 대해서 파고든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무기로 이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핵융합 발전을 생각해서 그 분야에 파고들었지요.”
“들어보니 상당히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병윤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한 마디 대답한다.
“깊게 알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다른 나라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해서 깊게 아는 것을 달갑게 보는 이가 없으니 말이죠.”
“......”
레먼 제이너는 조금 침묵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그런 귀중한 인재를 허투루 쓸 수 없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따지자면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동협 그룹의 회장이라는 병윤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번에 코리안 오일, 그리고 각종 물품들에 대해서 노이만 교수 역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는 태양 전지에 대해서는 흥분하기도 한 사람이었다.
‘하기야. 이번 심부지열 발전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용화시킨 사람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지. 저 사람도 대단한 사람이야.’
“미스터 송에 대해서는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병윤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뭐 그 친구에게 물어는 봐야하니까요.”
레먼 제이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래서 병윤에게 한 가지 강력한 미끼를 던졌다.
“그럼. 노이만 교수님을 만나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병윤은 그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조금 굳은 얼굴을 짓는다.
“글쎄요. 그건 저로써는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미국행은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뿌리 내리는 사업들도 제대로 정착하기 힘든데. 갑작스러운 해외 행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하. 오해하셨군요. 그게 아니라 제가 노이만 교수님을 여기로 데려오는 것입니다. 즉 여기로 오시는 노이만 교수님을 만나볼 생각이 있냐고 제안을 드리는 것입니다.”
“...... 흐음... 미국 정부가 이런 낙후한 국가에 업적들을 세우고 있는 최중요 인재를 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레먼 제이너는 병윤의 날카로운 말에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호탕하게 하하 웃으면서 병윤에게 한 가지 말한다.
“어차피 미국 정부로써는 우리 제이너에너지의 행보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있는 심부지열 발전 방식에 대해서도 전격적으로 허락을 했지요. 아마 기술교류 차원이라면 노이만 교수님의 중요성을 생각해서라도 보낼 것 싶습니다만.”
미국 사정에 밝은 레먼 제이너의 설명에 병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병윤이 알기로는 노이만 교수는 상당히 천재라고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괴짜라는 말이 있었다. 뭐 괴짜 아닌 과학자가 어디 있겠지만 말인가? 현재 병윤의 친구인 감연이 녀석도 괴짜 급은 아니지만 미친놈이라고 말을 들을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한반도로 오시는 노이만 교수님이라면 당연히 모셔야 하는 일이지요. 뭐 그 친구에게 이야기는 해두겠습니다.”
레먼 제이너는 그 말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그럼 노이만 교수님께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 때, 병윤이 레먼 제이너의 얼굴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당신의 삼촌이라는 사람이 혹시 이 문경에 있는 에드윈 중령이 아닙니까?”
그 말에 레먼 제이너는 눈동자가 커지더니 병윤에게 묻는다.
“아니.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뭐. 엄마의 오빠 혹은 남동생도 삼촌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허 성이 틀려서 모를 줄 알았는데.”
“여기서 문경에 대해 정보가 밝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문경에 주둔하는 미군대대 대대장밖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 말에 레먼 제이너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현재 이곳에 주둔중인 찰스 에드윈 대대장이 제 외삼촌입니다. 외삼촌 덕분에 이 심부지열 발전방식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 것 외에도 별다른 부탁은 없습니까?”
레먼 제이너는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말고, 한 마디 대답한다.
“이제 없는 것 같군요.”
그 것으로 병윤과 레먼 제이너의 이야기는 끝이 났고, 레먼 제이너와 그 일행들은 건물 밖으로 나간다. 병윤과 측근들은 그들을 배웅해주었고, 그들의 거리가 멀어질 때쯤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러 발걸음을 옮긴다.
병윤이 회장실에 들어가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떼더니 곧 자기 의자에 앉고는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고 전화연결을 했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여보세요.-
받는 이가 여성 목소리였다. 병윤은 감연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성의 목소리에 조금 당황하면서 생각하다가 결국 물어본다.
“여기가 무기개발실장실의 전화가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누구십니까?-
병윤은 그 대답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감연이 드디어 여자를 들었나? 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저는 동협 그룹의 회장인 길병윤이라고 합니다. 혹시 무기개발실장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아. 동협 그룹의 회장 분이시군요. 지금 무기개발실장님은 자주포의 적절한 포신 및 관련 장치에 관해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렇군요. 언제 끝날지 아십니까?”
-그... 그러니까.-
그 때, 갑작스럽게 여자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병윤이 귀를 집중하니 이 곳에 사람이 들어온 것 같았다. 여성과 어떤 남성의 대화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병윤의 귀에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뭐야? 이 썩을 놈아.-
“잘 지냈냐? 개고생 하는 구나. 자식아.”
-미친 새끼. 그냥 놀리려고 전화준 거면 나 끊어도 되지?-
“흥. 내가 불필요하게 장난전화 하는 성격이냐?”
-그건... 아니지. 그래 무슨 일이야?-
“아. 사실 아까 전에 심부지열 발전 관련해서 제이너 에너지의 관계자를 만났거든. 거기서 너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지.”
-허? 제이너에너지? 명칭을 들어보면 영국이나 미국 쪽 회사 같은데?-
“맞아. 미국에서 지열발전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력회사지.”
-그런 쪽에서 내 이야기가 나왔다고? 히야. 드디어 내가 세계에 명성이 알려지는구나.-
“헛소리하지 말고. 일단 너의 그 컴퓨터 개발에 대해서 직접 한반도로 오는 사람이 생겨서 그래.”
-컴퓨터? 그건 왜? 이번 일 때문에 나 도중에 그만둔 것 알잖아.-
“그래도 오겠단다.”
-으음. 그 오겠다는 교수의 이름이 뭔데?-
“존 폰 노이만 교수.”
-뭐?! 다시 한 번 말해봐!-
“아 좀 한 번에 알아들어라! 동명이인 아니야. 그 프리스턴 대학 연구소에 재직 중인 그 존 폰 노이만 교수라고 이 자식아!”
-허... 왜?-
“왜긴 왜야. 그 사람이 지금 하고 있는 분야가 컴퓨터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지. 그런데 이름을 듣고는 놀라는 모양인데. 너도 알고 있기는 하는구나.”
-과학에 대해서 전반적인 지식을 쌓게 된다면 알게 되는 전문가들이 있지. 중국의 전학삼 총괄장에게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 자신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천재가 있다고 말이야.-
“흠. 그렇구나.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으니 내가 할 말은 잘 알겠지?”
병윤이 그렇게 말하자 전화기 너머 감연은 눈치를 챈 모양이다.
-일정을 잡기 위해서는 네가 힘을 써줘야 하는 부분이야. 자주포 개발 관련해서 무지 바쁘거든. 그 외에도 군용차량 개발에 장갑차 개발에 엄청 할 일이 쌓여있다.-
“내가 한 마디 말해볼게. 그런 그렇고 궁금한 것이 있는데. 아까 처음에 받을 때,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더라. 그건 누구냐?”
-흥. 내 옆의 손채현 비서 있지? 그 비서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야.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친구.-
“쯧. 김샜네. 그래. 내가 한 번 이야기를 해볼게.”
-엉. 그래. 친구야. 꼭 좀 부탁한다.-
그렇게 송수화기를 다시 제자리로 놓은 병윤은 다시 송수화기를 들고, 다른 곳으로 전화 연결을 시도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광복군 참모총장 이범석 중장이다. 귀하는 누구인가?-
오랜만의 이범석의 목소리에 병윤의 얼굴은 조금 밝게 변하면서 말한다.
“아 철기 아저씨. 저 병윤입니다.”
-동협 그룹의 회장이 무슨 일로 여기에 전화했어?-
“사실 말하자면 감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감연이 왜? 그 녀석 무기개발로 바쁜 것 자네가 잘 알잖아.-
“사실 급히 그 녀석이 필요해서 말이죠. 제가 원하는 시점부터 5일 정도 그 녀석의 휴가를 주었으면 합니다만.”
-5일? 쯧. 그 녀석이 무기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너 역시 잘 알고 있을텐데?-
“알겠어요. 알겠어. 에어컨 100대 기부하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세탁기 200대 추가해서 보내주면 2일 더 보태줄게.-
“흠. 알겠습니다. 세탁기 200대 추가해서 보내겠습니다.”
-그래. 잘 됐군. 이번에 특별휴가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지. 감연이 그 녀석과 같이 일하는 연구원들이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하는데 이번에 잘 되었어.-
“노렸군요.”
-조금 봐줘. 지금 광복군의 상황이 별로 안 좋은 것은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중국에 있을 때의 생활은커녕 이게 돼지우리 싶냐? 는 환경 속에 있는 병사들을 생각하라고.-
“에휴. 혹여 그 것 받고 민간인에게 판매할 생각은 마십시오.”
-쯧. 그런 짓은 안 한다. 병윤이 네가 보내준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개새끼나 하는 짓을 하는 놈은 내가 직접 총살할 거다.-
“뭐. 군 생활 관련해서 동협 그룹이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되면 챙겨줄 테니까 그 때까지 버텨주십시오.”
-그 말 기억했다! 나중에 구두 약속이라고 말하지 말도록!-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병윤은 이범석과의 전화를 끊고는 기지개를 쫙 핀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속으로 읊조린다.
‘그나저나 이 곳에 온다는 존 폰 노이만 교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도대체. 소문만으로는 상당히 천재라고 들었는데.’
병윤은 나중에 있을 존 폰 노이만 교수의 만남을 기대하고는 밀린 서류 업무를 오늘 하루 남은 일과를 썼다.
1946년 4월 12일, 레먼 제이너는 양복을 빼입고, 프리스턴 대학 연구소를 찾았다. 연구소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그 곳의 입구에는 상당한 경비원들이 서 있었지만 레먼 제이너는 이미 허가증을 받은 상태라서 걱정은 없었다. 경비원들의 통과 사인들을 받으면서 연구소 안을 찾은 레먼 제이너는 우선 자신이 찾는 존 폰 노이만이 있는 연구실로 향한다. 발걸음을 뚜벅뚜벅 걸으면서 복도를 지나 어느 방문 앞에 도착한 레먼 제이너는 문을 두들긴다.
-똑! 똑! 똑!-
그러자 문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밖에 누군가?”
자신이 찾는 목소리에 레먼 제이너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저 레먼 제이너라고 합니다. 교수님.”
“오오. 레먼인가? 잘 됐군. 들어오게나.”
그 말에 레먼 제이너는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레먼 제이너가 방 안을 들어서자 본 것은 책들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그리고 특유의 냄새가 풍겼다. 그러나 레먼 제이너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걸어나가 의자에 앉아있는 한 사람에게 다가간다. 바로 이 연구실의 주인인 존 폰 노이만 교수였다. 노이만 교수는 레먼을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그나저나 그 코리아에 있었던 일은 어떻게 되었어? 그 컴퓨터라는 존재를 그들이 만들고 있던가?”
그 말에 레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이만 교수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말을 들어보면 도중에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찾아볼 가치는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하겠지. 미스터 송에 대해서는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까. 그가 컴퓨터에 관해서 연구를 했다니. 설마 에니악처럼 더럽게 큰 컴퓨터를 만든다고 했는가?”
그 말에 레먼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노이만 교수에게 말한다.
“그건 아닐 것입니다. 진공관이 아니라 아예 다른 방식으로 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이만 교수는 그 말에 놀란 얼굴로 말한다.
“허! 다른 방식이라. 진짜로 만나보고 싶군. 과학은 둘째 치고, 기술만큼은 나 역시 가늠하기 힘드니. 그 미스터 송과 동협 그룹의 회장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군. 그나저나 둘의 조합에 왠지 에디슨과 테슬라의 조합이 생각나눈군.”
“에디슨과 테슬라라. 하기야 그 동협 그룹 회장은 에디슨이고, 테슬라는 그 미스터 송이라는 친구겠지요. 둘 다 발명가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시간이 되면 만나볼 용의가 있다고 합니다.”
레먼의 말에 존 폰 노이만 교수의 얼굴이 너무 기뻐하다가 이내 결심이라도 한 듯 심상치 않게 변했다.
============================ 작품 후기 ============================
결국 노이만 교수는 한국행을 결심하게 됩니다. 과연 송감연, 길병윤, 그리고 노이만 교수의 만남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요? 사실 감연의 능력 역시 상상이상입니다. 연구원들이 모여서 4달 만에 겨우겨우 생각해서 설계할 일을 감연은 30분만에 끝내는 인간이니까요.
댓글들을 달아주시면 친절하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