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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5월 1일, 장개석은 한독당과 중국군정에 근무하는 관료들과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고, 또 문경으로 내려가 동협 그룹의 실정들을 살핀 뒤(이 점에 대해서는 미군정이 유감을 표시했지만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만의 문제라고 장개석이 일축했다.) 중국으로 귀환했다.
중앙청 중국군정 사령관실 신유철은 맞은편에 자리에 앉은 병윤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신 조금은 어두운 얼굴로 병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흠. 국내의 공산세력을 격멸시킬 때도 난 참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총통님이 혹시나 몰라 여기에 주둔시킨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적지만 중국 공산 세력이 만주전역에서 우세해진다면 중국 12군의 존재감은 더더욱 커질 것입니다.”
“쯧. 그렇게 되면 여기서의 말인 병자호란 때의 일이 될 텐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병윤은 그 말에 자신 앞에 있는 코코아잔을 들고, 마시면서 대답한다.
“광복군은 약한 조직이 아닙니다. 다만 형님의 염려가 맞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번 한독당 당수인 김구 선생님에게 압록강을 경계로 각 요지에 요새를 건설하도록 한 번 말씀을 드려볼 생각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좋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을 바라본다.
“물론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의 안전을 지킬 수 있지만 요새를 건설하기에는 돈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돈이야 저는 썩어빠질 정도로 있어서 기부 형식으로 지을 생각입니다. 거기에 총통 각하께서 보급을 명했으니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기는데 그 수익을 요새 건설에 투입하겠습니다. 이러면 되지 않겠습니까?”
“흠. 그렇게 한다면 좋겠군. 총통 각하가 부디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말하면 안 될 텐데. 일단 네가 직접 나설 것이 없고, 한번 내가 한독당 당수인 김구와 이승만에게 말을 해보겠다. 그리고 이제 곧 철수할 영국군정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눠야겠지.”
현재 신유철이 알아본 바로는 영국군정은 7월 달에 철수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병력은 홍콩이나 인도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현재 영국군정은 철수준비를 하면서도 기존의 했던 일들에 대해서 중국군정에 인수인계를 하고 있었다. 미군정에서 영국군정이 하는 일에 대해서 불만이었지만 일단 만주가 맞닿아 있는 부분에 미군정 영역을 만든다면 복잡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중국군정의 영역이 확대하게 되겠군요. 후후 북한의 김일성이 화나서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북한의 김일성이라. 너를 공격한 공산일당을 말인가? 쯧. 너를 2번 공격했다가 역으로 당한 멍청한 이라고 들었다. 그가 불쾌하면 불쾌할수록 우리에게 상당히 이로운 상황이 되겠지. 거기다 북한의 김일성 일당이 중국의 공산당 세력과 관계가 있다고 들었다. 도발을 하면 밟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흠. 그러면 소련에서 뭐라고 말을 할 것 같습니다.”
병윤의 염려에도 신유철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로 대답한다.
“뭐라고 말을 하라고 하면 좋겠지. 어차피 세상은 전쟁이 끝나고, 소련과 미국의 대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소련이 중국 공산군에게 암암리에 지원을 해주는데. 만약 북한이 먼저 빼도 박도 못한 명분을 준다면 밟아버릴 수 있다. 어차피 북한이 선공을 가한다는 것은 대전 도중 생긴 협약에서 불가능하다고 명시를 했기 때문이지.”
병윤도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일성이 그런 협약이 있다고 하여도 그걸 지킬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요즘 한국은행이나 혹은 다른 곳에서 화폐들을 많이 발행되고 있는 것 같구나. 요즘 물가가 오르고 있어. 조금 비정상적으로 말이지. 혹시 넌 이 사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병윤은 그 물음에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짓고는 말한다.
“아직 그런 것은 못 들어봤습니다. 요즘 물가가 오르기는 하였지만 급격하게 물가가 올랐습니까? 혹시 위폐라도 돌고 있는 것 아닙니까?”
“위폐라. 흠. 아마 그럴지도.”
병윤의 말에 신유철은 낌새를 깨우친 모양이었다.
“만약 위폐가 돌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자식들을 죽이고도 남을 것입니다.”
“아니야. 그렇게 속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위폐라는 것들이 조악한 품질의 위폐가 대다수야. 그리고 양도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적어. 이 쪽은 조금 정치적인 음모가 도는 소용돌이인 것 같다. 하지만 조선은행에서 대대적으로 돈을 풀고 있어.”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유철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제가 권유한 인물의 말을 들으신 모양이군요.”
“그래. 완만한 물가상승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건 상승곡선이 올라가고 있어. 만약 이대로 유지되었다가는 경성 시민은 물론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병윤은 신유철의 담언에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 동협 그룹 내부에서도 돈이 너무 풀린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동협 그룹의 수익은 전체적으로 무역으로 원자재를 사고, 가공하기 때문에 물가가 올라서 나쁠 것은 없었다. 다만 생필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병윤이 진지한 얼굴로 신유철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신중하게 조선은행을 조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사익으로 인해 돈이 풀리고 있다면 이 것만큼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한번 자세히 조사를 해보고, 알아볼 생각이다.”
이후로도 신유철과 병윤의 대화는 계속 지속되다가 끝이 났다.
조선공산당 사무실 안, 박헌영과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박헌영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하나씩 살펴보더니 이내 진중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래.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
박헌영의 물음에 조선공산당 재정부장을 맡고 있는 이관술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한다.
“일단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위폐가 조악해서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꼭 굳이 위폐를 만들어야 하겠습니까?”
박헌영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이관술의 말을 반박한다.
“어쩔 수 없어. 지금 우익세력이 한독당과 한민당으로 분열되고 있다지만 그들 하나에 비해서 우리 조선공산당의 세력이 너무 약해. 역전하려면 이런 방법까지 강구할 수밖에 없어.”
이관술은 그 말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현상이 박헌영에게 염려스러운 말투로 말한다.
“위폐사건을 조작해서 우익세력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일단 수도경찰청이 우익 세력 휘하에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경성을 지배하는 중국군정 역시 우익들의 편이고 말입니다. 즉 이번 음모에 우리가 당할 수 있는 노릇입니다.”
박헌영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지르며 이현상의 말에 대답한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이 분명하지. 하지만 우리의 세력이 깎일 수 있지만 그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해. 명분을 잡으면 민심이 우리에게 쏠리게 될 거야.”
박헌영의 말 한 마디에 좌석에 앉은 사람들 전부 말 못할 복잡한 얼굴이 되었다. 원래부터 세력이 약했던 조선공산당이지만 이 정도까지 몰릴 줄은 몰랐다. 우선적으로 한독당을 대표하는 우익 세력들이 악질 일본인과 친일파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가지치기를 했다는 점이다. 거기다 각 군정의지지 아래서 일을 어느 정도 성실히 수행한 것도 민심을 끄는 요소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우익세력의 후원자에 바로 동협 그룹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가져온 설비와 돈들로 지금 전국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거기다 거듭된 식량난에 아예 외국에서 식량들을 수입하여 원가 그대로 풀어버린 것이 이득이 되고 있었다. 조선공산당 측에서 노력은 하지만 그들에 비해서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금 박헌영은 무척이나 초조했다. 동협 그룹의 대대적인 후원을 받는 한독당은 못 넘겨도 우익 세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한민당은 무너뜨려야 했다. 일단 한민당은 지주 주축이라는 것과 더불어 동협 그룹과의 관계가 소원하다는 것이 있었다. 또 친일파들이 주축으로 되어서 자동적으로 민심을 악화시킨 것이 주효했다.
현재 박헌영이 꾸미고 있는 것은 바로 위폐 조작 사건이었다. 목적은 우익세력 즉 한민당의 일원이 대대적으로 위폐를 만들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폭로하는 것. 만약 그렇게 목적이 이루어진다면 한민당은 대대적으로 세력이 축소될 것이고, 한독당도 어느 정도 세력약화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현상은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박헌영의 꾸민 일을 지켜보았다. 일단 이 방법은 경찰이 적어도 중립적이라는 것과 각 군정 역시 우익들을 비호하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현실에서 자신들이 당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박헌영을 제외한 조선공산당 간부들은 이 것을 도박이라고 보았다.
그 때, 이관술이 진지한 얼굴을 짓고, 박헌영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나저나 동협 그룹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일단 근본적으로 그들이 있으니 우익 세력의 위세가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여전히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면 우익 세력의 위세는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박헌영은 그 말에 대차게 얼굴을 구긴다. 그리고 이관술에게 휴우 한숨을 쉬고는 마치 타이르는 듯 말한다.
“쯧. 그 쪽에 도박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가? 북한의 김일성이 어떤 쪽을 당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군. 적어도 그들이 우리보고 적대적인 공세를 취하지는 않잖아. 이번에 기계공장 폭파사건 때도 우리를 배려해준 것을 있었나? 만약 그들을 공격하게 된다면 어떻게 일이 벌어질지 궁금한가 보군.”
이관술은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리더니 박헌영에게 할 말을 다 한다.
“이번 일이 성공해도 우익 세력의 강성은 여전할 것입니다. 그 근원에는 동협 그룹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무께서 염려하는 것은 잘 알겠지만 그들을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우리 조선공산당의 운명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적어도 그들까지 타격을 입혀야 합니다. 한반도의 민심이 그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노동자들을 위해 또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의로운 것을 추구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미 그들의 세력은 커지고, 우익세력들 민심도 그들을 향해 쏠리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을 그대로 성장하게 놔두었다가는 우리 조선공산당 그리고 좌익은 끝입니다.”
이관술의 말에 박헌영은 물론 간부들 역시 얼굴이 찡그려진다. 그들 역시 이관술의 말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명분이 부족했다. 동협 그룹을 치고나갈 명분이. 만약 동협 그룹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거나 사람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면 일이 쉬워질 것이지만 이 놈의 그룹은 그런 짓을 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공산주의 국가보다 더 대우를 해주고, 폭리에 대해선 매점매석하는 모리배들이 욕할 정도로 아예 수입한 물건을 원가에 풀고 말았다.
그들을 과연 공격할 수 있을까? 물론 이념적으로 달라서 공격은 할 수 있겠지만 글쎄. 쥐가 잠자는 사자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지 박헌영은 생각했다. 박헌영은 동협 그룹에 대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이관술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적어도 이번 일에 집중을 하게. 일단 동협 그룹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마.”
“하지만! 동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들을 쉬이 건드리기는 힘들어. 건드렸다가는 자네의 말처럼 좌익의 격멸이 더 빨라질 걸? 그들에게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줄 아는가? 힘이 있어도 그저 자중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군. 굳이 잠자는 사자를 건드릴 필요는 없어.”
이관술은 박헌영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박헌영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이 없어서 조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정치에 끼어드는 것이 주저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들이 문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또 만민에게 이익이 될 만한 일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들을 건드릴 명분도 힘도 없었다.
이관술의 입이 다물어지자 박헌영은 모두를 쳐다보고는 굳은 말투로 한 마디 말한다.
“알겠지만 동협 그룹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하게나. 그들을 건드렸다가는 뼈도 못추리게 될 것이야.”
-예. 동무!-
그렇게 박헌영의 조선공산당은 위폐조작 음모에 주력했다. 목표는 한국민주당, 약칭 한민당이었다.
1946년 5월 3일, 문경 농암면 사현리 길씨 가족의 집에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병재, 병주, 병윤의 외할아버지인 김영호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머니 김민숙은 버선발로 뛰쳐나가 김영호를 맞이한다.
“아버지! 여기에는 어쩐 일이에요?!”
이제 주름이 진 자신의 딸을 본 김영호는 흡족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딸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조금 적적해서 여기에 찾아가봤다. 그나저나 여전히 이대로 초가집에 사는 것이냐? 저번에 네가 말하기로는 네 셋째 아들 녀석이 집을 지어줬다고 하던데.”
김민숙은 그 말에 투덜거리며 아버지 김영호에게 말한다.
“아니. 아버지도 그런 말씀이세요. 병윤이 그런 일을 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저와 제 지아비보고 그 곳으로 이사해서 노후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하지만 이 정겨운 집에서 떠날 수 있나요? 그냥 여기서 살렵니다.”
김영호는 김민숙의 말에 쯧쯧 거리며 혀를 찬다.
“넌 원래부터 고집이 많은 아이였지. 쯧. 네 아들들이 효도를 하겠다고 행동한다면 그 행동을 받아주는 것도 부모님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그나저나 집 안에는 사람이 없어 보이는구나.”
김민숙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쉬면서 김영호에게 말한다.
“사실 제 아들들과 딸이 일을 나가서 말이에요. 오늘 지아비도 동네 사람의 아들 일을 돕고자 어딘가로 갔고요.”
“쯧. 그렇구나. 그나저나 이 집 주위에 무슨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구나. 이 집에 찾아갈 때부터 혼이 났다.”
김영호가 섭섭하다는 말투를 하자 김민숙은 그 말에 히히 웃으면서 대답한다.
“제 아들들이 가족들에게 위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경호를 서게 했어요. 그런 점에 대해서 아버지가 이해를 하세요.”
김영호는 그 말에 조금은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딸인 김민숙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집 안에는 차녀 효혜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효혜는 이제 4살이 되어서 어느 정도 말을 할 줄은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오빠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여자아이보다는 오히려 남자아이다운 면이 있었다.
김영호는 새근새근 자고 있는 효혜를 보니 정겹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때, 김민숙이 김영호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밥을 차려 드릴까요?”
“그래. 오랜만에 내 딸아이의 밥을 먹어보자꾸나.”
김민숙은 그 말을 듣고,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밥을 준비했다. 요즘 김민숙은 병윤의 회사에서 개발한 물품들을 이용하여 조리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가 온 만큼 정통식으로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집살이가 풍족해서 그런지 냉장고에 고기들이 있었다. 그래서 김민숙은 고기와 김치를 이용하여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김민숙은 상이 부러질 정도로 반찬들을 준비하여 아버지 김영호에게 가져다준다. 김영호는 얼마만의 상차림에 눈물이 난다. 그리고 한 숟갈을 떠먹더니 역시 맛이 났다. 그 때, 김민숙은 밥을 들지 않았다. 김영호는 궁금한 표정으로 김민숙에게 묻는다.
“넌 밥을 들지 않으냐?”
“전 아버지가 찾아오기 전에 먹었어요. 요즘은 일이 심심해서 TV 틀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김영호는 그 말에 방 한 구석에 있는 TV가 눈에 보였다. 하기야 자기 외손자들이 한반도에서 잘 살고 있는데 TV가 없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김영호는 어느 정도 밥을 먹으면서 김민숙에게 말한다.
“한번 TV라는 물건을 틀어봐라. 마을에서 듣기는 했는데. 처음이라서.”
김민숙은 김영호의 바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TV전원을 틀었다. 그러자 TV는 치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밝게 화면이 뜬다. TV화면에서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자 김영호는 깜짝 놀란다. 화면에 사람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은 것이 있기 때문에 김영호는 많이 놀라지 않는다.
“허. TV가 저런 것이군.”
화면에는 사현방송국이 내보이고 있는 담화 방송들이 나온다. 담화 방송은 사회자가 주축으로 하여 출연자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하는 방송을 뜻한다. 사회자와 출연자들이 농담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자 김영호는 하하 웃는다.
“이거 재미나구나.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이런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말이야.”
김민숙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뭘요. 아버지 오래 안 사실 것이에요? 적어도 누릴 것은 누려야 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계속 고생만 하다가 세월을 보냈는데 말이에요.”
김영호는 그 말에 조금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때, 자고 있던 효혜가 깨어나서 자신의 어머니인 김민숙에게 칭얼거린다.
“우움. 시끄러워...”
그 말에 김민숙은 효혜의 등을 딱 때리며 말한다. 효혜가 아파하며 소리친다.
“악! 왜 때려요?!”
“이 년아. 네 외할아버지가 왔어. 인사해라.”
그 말에 효혜는 아파서 등을 만지작하고는 김영호를 발견하고 인사한다.
============================ 작품 후기 ============================
정판사 이야기가 슬슬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사실 정판사 위폐사건은 논란이 많은 사건입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고, 경찰 쪽에서 조작을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다만 원역사에서 이 사건으로 인해 조선공산당은 박살이 났고, 박헌영은 지하로 숨어서 남조선노동당(약칭 남로당)을 만들어 지하활동을 벌이게 됩니다. 즉 박헌영이 타락하게 된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일단 한민당과 길씨 가족간의 관계에 대해서 서로 대면대면한 상태입니다. 아마 한민당과 길씨 가족들간의 대립이 시작될 지도 모를 것입니다.
댓글들을 많이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을 던져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노력하는 관심종자가 답변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