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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5월 10일, 대대적으로 콜레라에 대한 이야기가 TV에서 흘러 나왔다. 일단 부산에서 발병한 콜레라는 호전상태를 보이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라는 말들이 나왔다.
다만 가장 중요한 점은 콜레라에 대한 체계적인 대처법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경성은 물론 전국에 존재하는 각 신문사에서 대대적으로 콜레라 예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특히 부산에서 길병재가 만든 구강수액요법이 소개가 되었고, 간략적인 길병재의 소개가 흘러 나왔다. 이번 콜레라 대처에 대해서 공을 세운 이가 누군지에 대해서 말이다.
한편 이 날을 기해 이승만이 단상에 서서 이번 부산에 있었던 콜레라에 대해서 한바탕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호열자 사태에 대해서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참으로 유감이다. 그리고 그들의 울부짖는 목소리들을 들으니 매우 마음이 아프다. 동포들의 희생들이 나에게 들리는 것을 보면 슬픔이 묻어 나온다.
허나. 지금부터라도 그런 희생자가 없어야 한다. 호열자는 조선시대 때 괴롭혔던 천연두와 같다. 호열자에 대한 대대적인 예방만이 이 한 목숨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니 TV에서 나온 내용을 들었으면 한다.
자신 만이 알고 있는 민간요법으로 목숨을 구하는 짓은 미친 짓이다. 지난 번 재생치료병원에 재직 중인 의사 길병재 군이 호열자에 대해 효과적인 대처법을 만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 호열자 사태를 방지함에 주의를 기울려야 한다. 호열자는 수질감염. 즉 더러운 물을 통해서 전염이 된다고 들었다. 그러니 항시 물들을 가져오면 필히 끓여서 마셔야 한다.
그리고 이 사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모두 주의를 기울려야 한다. 손은 항상 비누질을 통해 씻어야한다. ‘난 괜찮다.’, 그리고 ‘설마 내가 걸리겠어?’, ‘귀찮으니 다음에 할 것이다.’ 라는 생각은 호열자를 비롯한 각종 질병에게 자신의 목숨을 언제든 좋으니 거둬들였으면 좋겠다 라는 말과 똑같다.
우선적으로 이 콜레라 사태를 방지하려면 전국적으로 상하수도를 정비하여야 하고, 각종 질병에 대해 예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럴만한 행정력과 자금이 부족하니 통탄하지 않을 노릇이다. 자산을 가진 사람은 즉각적으로 상하수도를 만들기로 청원했으면 좋겠고, 제약 회사는 콜레라 예방약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호열자를 비롯하여 많은 질병들이 동포들을 괴롭힌다. 동포들의 건강에 대해서 우리들 역시 많은 노력을 강구하고 있고, 또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괴롭다고 하지만 지금의 호열자에 대해 방법이 나온 것처럼 모두들 노력을 해야 다음 세대에 이런 사태를 겪지 않을 수 있다.”
이승만의 연설이 끝나자 득달같이 기자들의 손이 올라간다. 곧 기자들의 질의문답이 시작되었고, 이승만은 미리 준비한 자료들을 가지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그렇게 이승만의 연설이 끝났다.
곧 이어서 다른 사람들 역시 TV를 통해서 호열자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또 한편으로 한국방송국에서 의사들이 모여서 이번 호열자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담화 방송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 의사들 중에는 각 전문가들이 눈에 띄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번 호열자 대처에 대해 방법을 강구했던 병재였다.
양복을 입은 사회자가 병재를 향해 한 가지 물어봤다.
“이번 부산의 호열자 사태에 대해서 직접 경험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태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병재는 그 말에 우울한 표정이 되더니 사회자에게 한 마디 말한다.
“한 마디로 지옥입니다.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를 힘도 없이 시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체에 알을 놓고자하는 파리들이 앵앵 거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체의 연고자가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에 울부짖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제 가족이 호열자에 걸려 약과 방법 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관찰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 그만큼 끔찍한 일도 없었습니다.
이런 지옥 같은 현장 속에서 그만한 생각이 난 것은 정말 신의 도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호열자로 인해 희생되었던 사람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빨리 오지 못해서 더 희생된 사람들이 보면 양심에 찔리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까 발표한 이승만 박사님의 말처럼 호열자를 비롯한 모든 질병에 대해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우선적으로 양손을 비누칠을 해 매번 씻는 것입니다. 이런 간단한 방법을 행한다면 적어도 전염의 기세는 누그러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 방법에 대해 맹신하지 말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말하고 싶군요. 다른 사실에 대해서 의심을 할 수 있지만 이 양손을 비누칠해서 매번 씻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맹신해야 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여러 개가 아니고, 하나입니다. 그저 귀찮다는 생각으로 손을 씻지 않는 짓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간단한 방법으로는...”
병재는 사회자에게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려준다. 사회자는 질린 얼굴로 병재의 지식에 감탄해하고는 집중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들이 시작되었는데. 전체적으로 병재의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 참석한 의사들 모두가 병재의 양손 깨끗이 씻기에는 이의가 없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그건 각 군정에서 파견한 군의관들 역시 의견을 같이했다.
이 담화 방송은 대대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번에 길병재가 대대적으로 소개가 되었다. 병재에게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은 이 사실에 대해서 사실이라고 말을 했고, 또 오히려 장막에 가린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특히 병재의 재생치료의 소개는 전국적으로 파급력을 일으킨다. 일단 환자들에게 아름아름 소문으로 돌던 것이 이번 담화 방송으로 빗장을 열게 만들었다.
1946년 5월 12일, 문경 점촌에 위치한 재생치료병원 사무소장실에 설치한 TV에서 이 방송을 보고 있던 시렌 사무소장은 옆에 앉아서 평안한 얼굴을 짓는 병재를 보고 쯧쯧 거리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이 병원에도 환자들이 들이닥치겠어.”
병재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시렌 사무소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습니다. 의사들도 그만큼 들여오지 않았고, 또 병원들을 증축하지 않았습니까?”
“그야 물론 그렇지. 자네에게 영향 받는 의사들이 부지기수니까 말이야. 다만 세계에 있는 의사들이 이 병원에 문을 두들기니 문제이지.”
병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시렌 사무소장에게 말한다.
“병원 입장에서 상당히 기쁜 일이 아니겠습니까?”
“흥. 개인 병원이라면 기뻐서 파티라도 열어야 하지만 여기는 미군정의 통제를 받는 것을 기억하지 않나? 그래도 자네 여동생의 단체에서 의사 지망생이 있으니 다행이야.”
병재는 그 말에 미소를 짓는다. 현재 효순을 주축으로 한 여성단체 일본성노예피해촉구단체의 여성들은 어느 정도 한글에 대해 때웠고, 기본적인 수학을 배웠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소수 나마 간호사 및 의사에 지원하는 여성들이 나왔다. 다만 정식 의사로 활약해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효순에게도 기술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다행이지.’
효순에게는 병재 자신이 아는 기술들 중에서 교육 관련 기술과 조직 관련 기술들을 우선순위로 두고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효순을 통해서 각 여성 간부들 및 그 곳에 속한 여성들에게 기술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여성단체에서 동협 그룹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눈에 보였다. 일부러 병윤이 일자리를 그들에게 열어둔 것이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 중에 여성들이 눈에 보였다.
“흠흠. 그 것 다행입니다. 다행히 제 여동생이 활약을 해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여성들의 활동이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시렌은 병재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시렌은 한 가지 의문이 드는지 병재를 바라보고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약들은 계속 순향양행들을 통해서 공급받을 생각인가? 지난번 콜레라에 대한 약들도 그들을 통해서 제조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 요즘 이 한반도에 있는 제약회사들이 특혜가 아닌가? 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어.”
병재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시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그 회사들은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이 아닙니까?”
“쯧. 그래도 순향양행에 일감을 몰아준 것은 잘못 됐어.”
“......”
병재가 침묵을 유지하자 시렌은 어깨를 들썩이며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실 이건 내가 그들에게 돈 먹어서 행동하는 것은 아니야. 자네가 그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상관이 없어. 다만 공평해 보여야 하는 것이 내 말이야.”
“흠. 그 일들에 대해서라면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직도 그 대학에 대해서 건축이 안 되었나?”
병재는 그 말에 콧웃음을 치면서 시렌 사무소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건설한 지 겨우 8개월 지났습니다. 1년 더 있다가 완공되니 기다려보시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얼마만큼 크게 건설하려고 이렇게 건설기간을 잡는 것인지 모르겠어. 그 대학을 짓는 건설 회사가 자네의 동생이 운영하는 동협 그룹이지 않나? 그 곳에서 그 40층 빌딩을 6개월 만에 건축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흠...”
병재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시렌 사무소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부지에 걸맞게 건설하기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걸립니다. 우선적으로 기자재 및 인력은 충족하여 건설하고 있으니 별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하기야 그렇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앞으로의 환자들이 들어오는 것에 비해서 이 건물을 더 규모가 맞지 않아. 그래 비유적으로 말해서 풍선이라고 할 수 있군. 몰려드는 환자들에 비해 이 곳은 너무 작아.”
“으음. 그러고 보면 미군정의 저번 욕을 먹었던 조치는 선견지명이 아니겠습니까?”
시렌 사무소장은 그 말에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적어도 미군정의 조치 덕분에 한반도 각지에 의사들이 파견되어 환자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이 미군정의 조치가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TV를 보면서 여유를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렌의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재생치료병원에 있는 의사들을 빼서 지금까지의 여유를 부릴 때까지 시렌과 그 직원들은 개고생을 해야했다. 그건 병재를 비롯한 의사들 역시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병재는 손목에 찬 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내 시렌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진료할 시간이 되었군요.”
시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병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수고하게나.”
병재는 그 말에 시렌에게 인사를 하고, 집무실에서 나가 자신의 진료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같은 시각, 현철환의 소개로 누군가를 만나게 된 병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현철환은 병윤의 알 수 없는 감정에 자신의 속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병윤은 코코아를 한 잔 마시면서 잔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는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흠. 문경에 정착한 일본인들의 대표라는 말이군요.”
그 말에 히틀러 콧수염을 기른 그 일본인의 대표는 웃는 낯으로 병윤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예. 분도 히로시라고 합니다.”
병윤은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이며 분도 히로시라는 사람을 쳐다본다. 그 때, 가만히 있던 현철환이 하하 웃으면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실 이 사람은 회장님이 혹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일본제국을 위해 충성한다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해방 전에도 내 일에 도움을 줬던 사람입니다.”
“해방 전의 일이라면?”
“전에 제가 소속했던 건국동맹에서 활동할 때, 어느 정도 일을 했던 사람입니다. 해방 후에 조금 신세가 처량해지자 제가 개인적인 도움을 줬던 사람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분도 히로시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좋게 바라본다. 그러다가 병윤이 현철환을 바라보며 한 가지 말한다.
“이번 일본인들의 단체에 대해서 알고는 있다고 하지만. 그 단체의 장이 이번에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동협 그룹의 회장 길병윤이라고 합니다.”
분도 히로시는 병윤이 내민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역시 소개한다.
“이번 재한일본인연맹의 단체장인 분도 히로시입니다. 문경 일본인 거주지역에 대해서 동포들의 일들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해방 전에는 조선인들의 권리에 대해서 일을 한 사람입니다. 뭐 그 덕분에 제 조국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가족들에게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분도 히로시에는 회한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병윤이 보기에 분도 히로시가 말한 사연은 거짓이 아니었다. 만약 현철환이 말한 것이 아닌 일본제국의 정책에 열렬히 찬성하여 조선인들을 경멸하거나 노예처럼 보는 사람이었다면 병윤은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지금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아마 이번 재한일본인연맹의 단체장에 임명되도록 힘을 써준 것이 바로 현철환인 것 같았다. 현재 문경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은 대략 10만 명 정도 된다. 그 중 5천 명이 동협 그룹에서 일하고 있었다. 사실 일본인에 대해서 원한을 가진 조선인들이 많기 때문에 동협 그룹 자체적으로 그들에게 조선식 이름과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해 대처방법들을 가르쳐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분도 히로시는 그런 조치를 한 병윤에게 감사를 했다. 아마 원한에는 소탈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리고 분도 히로시가 보기에는 그는 일본제국과 일본정부, 그리고 그런 일본정부를 열렬히 따르는 일본인들을 미워했지. 다른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다른 원한이 없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번에 이렇게 만남을 주선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병윤이 현철환을 바라보며 묻자 현철환은 흠흠 거리더니 이내 분도 히로시에게 신호를 준다. 그러자 분도 히로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흠흠 거리더니 이내 병윤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우선 재한일본인연맹은 한반도에 정착한 일본인들의 처지를 돕고자 결성한 단체입니다. 요즘 문경이 발전해 나감에 따라서 이 곳에 거주한 일본인들의 처지가 많이 나아졌고, 또 회장님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독당 문경 지부장인 현철환 씨의 도움으로 이번에 자체적으로 치안을 맡게 된 점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분도 히로시를 바라본다.
“흠. 그거야 기본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라고 생각해서 조치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은 아무래도 뭔가 그 곳에서 큰 일이 생겼거나 엄청 고민해야할 일을 결정하는 경우이거나 둘 중의 하나겠지요.”
분도 히로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의 말에 동조한다.
“예. 그 경우가 맞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자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눈썹을 올리며 흥미를 느낀다. 과연 이 일본인이 자신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 것일까? 분도 히로시는 숨을 가다듬고, 진지한 얼굴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주거환경 및 기타 사항에 대해서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점이 있다면 교통의 문제인데. 문경에 설치한 노면전차 노선을 이 쪽에 연결할 수 없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고민에 빠진다. 현재 일본인들이 주요 사는 곳은 점촌 주위 흥덕 일대였다. 아직 그 곳까지는 노선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단 그 곳의 사람들에게는 많은 제약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일본제국에 관한 것이다. 일본제국을 찬양하는 행동을 하거나 욱일기를 거는 등 조선인들의 심기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즉각 퇴거 및 처벌을 받는 편이었다.
그런 처벌행위들을 집행하는 것이 바로 재한일본인연맹 단체였다. 기본적으로 해방 후 일본인들이 살아가기에는 조선인들의 안 좋은 시선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체적으로 그런 시선을 흩어내고자 오히려 일본제국을 찬양하거나 조선인들을 무시하는 일본인들에 대해서 혹독하게 다뤘다. 이번 일본인 구역에서 문경 경찰서 휘하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경찰들 역시 그 단체에서 검증하고 올려 보낸 이들이었다.
그리고 문경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전부 순수한 일본인들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한일혼혈들이 많았고, 일본인 아버지가 본국으로 가고, 한국인 어머니와 그 자식들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 현재 그 곳은 순수 일본인 이주자들과 한일혼혈들이 살고 있었다.
다만 문경에 사는 시민들 중 그 일본인 마을에 대해서 안 좋은 시선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다. 대놓고 폭행은 안 하지만 멸시하는 끼가 눈에 보였다. 그래서 분도 히로시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고심이 많았다.
물론 병윤도 이런 사실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먼저 접근해온 것에 놀란 것뿐이다. 일단 분도 히로시가 제안한 노면전차 노선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끄덕이고는 그를 향해 말한다.
“좋습니다. 우선 저는 사업가이니 돈을 버는 일이라면 환영합니다.”
분도 히로시는 병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자 다행이라는 얼굴이었다. 자신과 친한 현철환의 중개 아래서 진행하지만 저 병윤이라는 사람이 거절하면 어떨까? 라는 근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병윤은 현철환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우선적으로 동협 교통회사의 사람들을 보고, 이번 노선 설치를 검토하겠습니다. 그러니 지부장님께서는 이번 일에 대한 행정처리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흠. 제 체면을 차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철환이 빚을 졌다는 얼굴을 하자 병윤은 미소를 짓는다. 분도 히로시는 일단 일이 잘 돌아가자 목표를 이뤘다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일본인 마을까지 노면전차 노선을 설치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여기서 등장하는 일본인 분도 히로시는 멀리 있는 댓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을 도왔던 일본인들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일본인 마을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왠지 저는 댓글이 두렵습니다만 기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것이 바로 제 어그로라는 것입니다. 많은 입질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