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99화 (29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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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일본 GHQ의 어느 방 안에서 놓인 자리에서 병윤과 우장춘 박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곽 상무와 손채현 비서가 병윤의 뒤에 서서 우장춘 박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장춘 박사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셋을 바라보는데, 특히 이렇게 자신을 영입하고자 달려 나온 병윤에 대해서 궁금증이 들기도 하였다. 우장춘 박사는 흠흠 거리면서 병윤에게 한 가지 묻는다.

“제가 왜 당신들의 제안을 받아서 알지 못하는 한반도로 가야합니까? 단순히 제 아버지가 조선인이라서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전 빼주십시오. 제 학문을 알지 못하는 곳에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우장춘 박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전 당신에게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민족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뒤에 있는 사람은 곽조현 상무라고 하는데. 중국인이지만 저를 따라 일하고 있습니다. 전 그에게 애국과 애족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곽 상무는 병윤의 그 말에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은 병윤의 거대한 포부와 그 것을 이뤄내는 그 능력과 카리스마가 좋아서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병윤은 확실히 자신을 배려해주는 사람이었다. 우장춘 박사는 병윤이 이렇게 말하자 으음 하고 긴장한 얼굴을 한다.

“그리고 솔직히 알지 못하는 곳이면 어떻습니까? 전 박사님께 선택권을 주시는 것입니다. 당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을 말입니다. 그 곳이 미국이든 어떻고, 여기든 어떻고, 또 아버지의 원래 조국이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활약할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겠습니까?”

우장춘 박사는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더니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럼 묻겠소.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입니까?”

“당신이 원하는 웬만한 것들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싫어합니다. 즉 제가 당신에게 드릴 것은 저의 사정 아래서 줄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우장춘 박사는 특유의 과묵한 얼굴로 병윤을 바라본다. 병윤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그 분위기는 자신에게 유혹의 손아귀나 다름없었다. 병윤이 우장춘을 바라보고 한 마디 말한다.

“그리고 저와 동협 그룹이 박사님을 필요로 하는 일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한반도의 기근을 몰아내고 싶습니다.”

우장춘 박사는 병윤의 말에 표정을 풀고 흥미가 도는 얼굴이 되었다. 병윤의 말은 계속 되었다.

“저는 원래 어렸을 적에 가족들과 같이 보릿고개를 겪은 사람입니다. 매번 이 시기만 되면 배고파서 배를 굶주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부모님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는 맛있는 음식을 주고선 말입니다. 저는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그런 고통을 겪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 것이 피로 통해 달성하는가? 아니면 지식과 지혜로 얻는가? 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런 지긋지긋한 것을 끝내고 싶습니다.”

우장춘 박사는 병윤의 말에 으음 하고는 그를 쳐다본다.

“과연. 포부는 좋습니다. 그러나 그 걸로 저를 설득하기에는 힘듭니다.”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우장춘 박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는 박사님께 가시밭길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지금 저는 일단 여력이 되는 데로 인재와 장비들을 모아서 보릿고개를 퇴치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장춘 박사는 그 말에 호기심을 느끼고, 병윤을 바라본다. 그 때, 병윤은 손채현 비서에게 눈짓을 하자 그녀는 곧 자료들을 가져다 병윤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병윤은 그 자료들을 우장춘 박사에게 내민다.

“이건 지금 우리들이 행하고 있는 결과물입니다. 한 번 살펴보시고, 결정하십시오. 전 박사님께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장춘 박사는 병윤이 건넨 자료들을 보고, 차례차례 살펴본다. 자료에는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컬러 사진들도 있어서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우장춘 박사는 잘 정리된 자료에 흥미롭다는 얼굴을 짓더니 이내 빠르게 자료들을 읽어갔다. 그리고 우장춘 박사는 강한 욕망을 느꼈다.

그리고 우장춘 박사는 모든 자료를 다 읽을 때쯤 무언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 때 병윤은 엄청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단 이것이 저희 동협 그룹의 농학 연구소입니다. 한 번 참여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자료가 거짓이라면 언제든지 일본으로 돌아가시면 될 것입니다.”

그 말에 우장춘 박사는 고개를 젓고는 병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의 말은 전부 진실일 것입니다. 이런 것을 조작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겠지요. 저 역시 이 자료를 보면서 강렬한 열망을 느꼈습니다. 여기에 참가해 제가 원하는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특히 당신의 그 참신한 방법에 저는 감탄했습니다. 실내 농업, 그리고 오만하기 그지없지만 그만큼 높은 경지의 농학 기술. 그래서 솔직히 묻겠습니다. 이런 단계의 연구실을 가지고, 저를 원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금 자료를 보니까 저 역시 이런 자료를 작성할 수 없을 만큼 체계적이고 고도화되었습니다. 굳이 저를 필요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한 사람이 이 자리에 끼어봤자 저는 방해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젓고, 우장춘 박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사람의 장단점은 자신이 알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 스스로 정할 수 있지만 대다수 다른 사람들의 눈에 통해서 정해지기도 합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 스스로가 저평가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렇게 일본까지 삼고초려로 삼고, 모셔와야할 사람입니다.”

병윤의 상당한 고평가에 우장춘 박사는 어쩔 줄 몰랐다. 자신의 아버지가 원래 일제에게 합병하기 전 조선에 상당한 해를 입히고, 이 곳으로 도망쳐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했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우장춘 박사는 조선 즉 한반도에 가지는 마음이 상당히 복잡했다. 그러나 그런 감정과 상관없이 지금 병윤이 권유하는 제안에 대해서 너무나 좋았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우장춘 박사는 상당히 고심했다. 여기서 바로 결정하기에는 고민거리들이 너무 많았다. 병윤은 그런 우장춘 박사의 모습을 천천히 기다려준다. 결국 우장춘 박사는 장고 끝에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좋습니다. 당신은 제게 목표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지원들을 들어줄 수 있도록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제가 능력이 일천하다고 하지만 이런 것에 혹하지 않는 사람은 박사가 아니겠지요. 승낙하겠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드디어 원하는 대답을 얻었다는 듯 미소를 활짝 핀다.

“하하하. 이거 상당히 기쁜 일입니다. 이제야 일본에 온 가장 거대한 이유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우리 동협 그룹은 박사님을 환영합니다. 이제 그 한반도의 보릿고개를 옛 말, 옛 추억으로 만들어 봅시다.”

우장춘 박사는 싱긋 웃으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미 당신은 그 목표에 정진하고 있고, 제가 상상할 수 없이 빠르게 가고 있습니다. 비록 저는 그 목표에 발만 담그고 있는 것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우장춘 박사는 병윤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협 그룹에 입사하게 되었다.

같은 시각, 일본 동경 한 저택 안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둥그런 안경을 낀 한 장년 남성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한다.

“흠. 그 유명한 억생재 중 한 사람인 길병윤이 GHQ의 요청을 받아서 맥아더 사령관과 만나다니 말이야.”

검지와 엄지를 서로 만지작거리면서 병윤에 대해 의아한 시선을 보이는 장년 사람은 바로 곧 총리에 취임하게 될 요시다 시게루였다. 그 때, 그를 바라보고 있던 한 사람인 하토야마 이치로 역시 궁금한 얼굴로 말한다.

“맥아더 사령관이 왜 그를 불렀는지 모르겠군.”

요시다 시게루는 그 말에 흥 하며 한 마디 중얼거린다.

“쯧. 맥아더 사령관이 그를 부른 것에 대해서 이유가 있겠지. 다만 왜 그가 이 곳을 직접 찾아왔는지 모르겠군. 단순히 맥아더 사령관을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가는 것은 아닐지 언데?”

하토야마 이치로는 그 말에 고심한 얼굴을 하더니 얼굴을 찡그린다. 아무리 찾아봐도 병윤이 이 일본에 찾는 이유에 대해서 몰랐다. 단순히 맥아더를 만나기 위해서 이 곳까지 찾아오다니. 병윤이 할 짓 없는 사람처럼 여겼다.

그러나 지금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이었다. 정치인들은 속 사정까지 꿰고 있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결론을 내는 사람들은 결코 아니었다. 요시다 시게루와 하토야마 이치로는 병윤이 다른 목표를 위해 이 일본을 방문했다고 여긴다. 그러다가 하토야마 이치로가 요시다 시게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보게. 요시다군. 굳이 일본을 찾은 이유에 대해서 찾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정확히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어느 정도 나누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요시다 시게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쯧. 상당히 바보 같은 생각을 했군. 그가 일본을 찾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찾아와서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야.”

그 말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은 완전 폐허가 되어서 폭삭 망했고, 지금 GHQ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재건의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요원하기 그지없었다.

하토야마 이치로가 조금 안타깝다는 얼굴을 하고는 한 마디 말한다.

“쯧쯧. 그를 제대로 설득하여 우리 일본을 위해 일을 하게 되었다면 이런 지경까지 올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야.”

요시다 시게루는 그 말을 비웃는 표정을 하고는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그는 우리와 물과 기름 사이야. 우리가 그의 누나를 위안부로 끌고 간 이상은 이미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지. 작년에 그 약 먹고 죽은 고노에 후미마로가 그 사람의 큰 형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나?”

하토야마 이치로는 그 말에 휴우 하고 한숨을 쉰다. 하기야 길씨 형제들이 다 일제에 투신하지 않고, 적국에 투신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자신들의 실수에 비롯하였으니 그들을 탓할 수 없었다. 하토야마 이치로는 그 생각을 이만 접어두고, 일단 새로운 시선으로 그를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산업재와 자본만큼은 그의 손길에 안 넘어가는 것이 없어.”

요시다 시게루는 하토야마 이치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반도의 소식에 대해서 요시다 시게루는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정보는 한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알만한 일이었다.

“적어도 태양광 전지의 수출만큼은 계약해야겠지.”

하토야마 이치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서일본의 재건에는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물건들을 생산할 기계들은 물론이요. 그 기계들을 돌릴 수 있는 전력도 필요했다. 이미 기술이야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고, 전문가도 있었다. 어느 정도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하면 다시 한 번 발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발판이 될 만한 것들은 병윤이 가지고 있었다.

요시다 시게루는 이 방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신의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속으로 잘 되었다고 여기고는 그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내일. 내가 직접 GHQ에 찾아가서 그를 만나보겠네. 그가 나에게 어떻게 대할지는 예상이 가지만 그래도 만나봐야 죽이 되었던 밥이 되었던 하겠지.”

그 말에 서로 수군거리다가 이내 요시다 시게루의 의견에 동조한다. 적어도 요시다 시게루의 성격이라면 그 병윤이라는 사람과 만나서 그와 대화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국 내일 요시다 시게루가 병윤을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었다. 우장춘 박사는 병윤과 어느 정도 계약서들을 체결하고 나서, 그들의 배려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는 우장춘 박사를 기다리는 아내 스나가 코하루가 기다렸는데 스나가 코하루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의 남편을 살펴보며 한 가지 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되었어요? 그 GHQ의 사람들이 해코지를 하지 않던가요?”

우장춘 박사는 그 물음에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아내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건 아니야. GHQ에 손님이 방문했는데. 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자고 갔다 온 것이야.”

스나가 코하루는 그 말에 걱정은 사라지고, 호기심으로 우장춘 박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으음. 그 손님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시작하지.”

그 말에 스나가 코하루는 고개를 끄덕인다. 거실에서 모인 우장춘 박사의 가족들은 과묵하기 그지없는 우장춘 박사를 바라본다. 우장춘 박사는 흠흠 거리며 가족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뭐하지만 난 한반도로 갈 거다.”

그 말에 가족들의 얼굴은 깜짝 놀란다. 그러나 우장춘 박사는 가족들의 반응을 예상했듯 계속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한반도에 있는 한 기업에 고용되어서 그렇다.”

“......”

가족들은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 때, 스나가 코하루는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우장춘 박사를 쳐다보며 한 가지 묻는다.

“한반도라면 조선이에요? 조선에 들어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우장춘 박사는 그 말에 걱정말라는 듯 믿음직한 얼굴을 짓고는 말한다.

“그 것이라면 걱정 마. 코하루. 알고 보니까 나를 고용한 기업은 조선에서 상당히 유명한 기업이야. 바로 동협 그룹이라는 곳이지.”

“동협? 그건 도대체 무슨...”

코하루가 의아한 눈빛으로 우장춘 박사에게 동협 그룹에 대해 궁금해 했다. 우장춘 박사는 이왕 이렇게 된 것 가족들에게 사실을 털어 놓았다.

“이번에 계약 맺게 된 동협 그룹이란 말이지...”

곧 우장춘 박사는 동협 그룹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업과 맺은 계약 조건이 어떻고, 할 일에 대해 어떻고 털어놓았다. 우장춘 박사의 처음 설명에 미심쩍다는 표정의 가족들이지만 점차 표정이 펴지면서 감탄한 얼굴이 된다. 우장춘 박사의 설명은 끝이 나고, 가족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때? 이번에 계약하게 된 기업이 이런 기업이야. 적어도 이 기업이라면 나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고 하는데.”

스나가 코하루는 그 것보다 우장춘 박사가 받는 돈과 혜택에 대해서 눈을 반짝였다. 과거 일본 기업에 다녔을 때, 애국심이다 뭐다 해서 부림만 받고, 생계에 쪼들리지 않았는가? 그 정도의 조건이라면 자신의 남편이 혹한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당신. 혼자서 그 곳에 갈 생각이에요?”

그 말에 우장춘 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 마디 말한다.

“그 점이라면 걱정 마. 연구소가 있는 그 조선의 문경에 일본인 마을이 있는데. 그 곳에 있으면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겠지. 뭐 그 곳이 영 불편하다면 동협 그룹이 다시 일본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게 할 수 있으니 걱정은 없을 거야.”

스나가 코하루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일단 남편과 계약하게 된 기업은 상당히 남편과 그 가족들에 대해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장춘 박사는 가족들을 보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묻는다.

“어때? 나를 따라 그 곳으로 갈 거야? 난 가족들의 선택에 따를게.”

스나가 코하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장춘 박사에게 말한다.

“전 당신 따라 갈게요. 알지 못하는 타국에서의 생활이지만 그 곳에서 당신을 대우하니까 마땅히 따라가겠어요.”

우장춘 박사는 자신의 아내의 결정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원래 동협 그룹에서 원하면 언제든 일본에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이렇게 결정한 이상 우장춘 박사는 아예 조선으로 이주하고자 했다. 어차피 여기서는 실업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장춘 박사는 속에는 한 가지 다른 마음이 있었다.

‘그래. 아버지가 그 조선 출신이었다고 했지. 한 번 아버지가 지낸 곳을 가보고 싶구나. 그리고 아버지의 잘못은 내가 끝내야 돼.’

자신의 아버지 우범선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듣기로 아주 흉악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일제에게 합병당하기 전 조선왕조의 왕녀를 시해하는데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것 때문에 조선왕조의 민중들에게 원한을 샀다고 들었다.

자신은 그 아버지의 잘못을 속죄하고 싶었다. 아마 병윤이 권유를 받아들였던 것은 그런 자신의 마음이 들어가서 일 것이다. 물론 병윤이 권유한 내용은 아주 훌륭했다. 적어도 자신은 병윤이 내민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1946년 5월 20일, 병윤은 우장춘 박사의 가족들을 데리고, 한반도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스나가 코하루는 우장춘 박사의 아들 뻘로 보이는 병윤의 상당히 젊은 모습에 깜짝 놀란다.

“어머. 상당히 젊어 보이네요.”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제 나이는 이제 21살입니다. 뭐 어른들에게 애송이 취급당하지만 말입니다.”

스나가 코하루는 그 말에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가족들 역시 병윤을 바라보며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 이렇게 젊은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우장춘 박사를 고용한 사람이라는 것에 놀랐다.

우장춘 박사는 가족들의 반응에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사실 자신 역시 어제 병윤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젊어 보이는 사람인 것은 둘째 치고, 그 나이에 그만한 연구소를 보유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 그 것들은 아버지나 다른 어른들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든 기업이 만든 것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병윤의 포부는 이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상당히 젊었다. 그래서 우장춘 박사는 병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젊어서 이만한 영역을 구축했는데. 나이를 먹으면 얼마만큼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까?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실내 농업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행할 힘을 가지는데. 그 것이 10년, 20년 지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상당히 두려웠다.

============================ 작품 후기 ============================

결국 우장춘 박사를 영입하고, 귀국하게 된 병윤의 일행과 그런 병윤을 만나러 GHQ에 찾아갔지만 졸지에 닭 쫓던 개의 신세가 된 요시다 시게루 일행입니다. 아마 요시다 시게루와 병윤과의 만남은 나중에 풀겠습니다.

일단 두통약을 먹고나니까 다행입니다. 머리가 아파서 휴재를 생각했거든요. 약을 먹으니 상당히 팔팔해졌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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