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01화 (30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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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6월 2일, 일단 콜레라에 대해서 수그러진 기세였다. 그러나 병재는 쉴 수가 없었다. 일단 후속조치를 행해야했기 때문이다. 콜레라는 대표적인 수질성 전염병이었다. 즉 물을 타고, 전염이 되는 질병이라서 병재는 빨리 동협 그룹의 병윤에게 연락을 하여 간단한 정수시설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일일이 필요한 지시들을 말한 병재는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병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연신 지치고, 피곤하기 그지없었다. 그 사람들 중에는 병재의 연인이자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메리 헤임질 간호사가 눈에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기에도 메리 간호사의 얼굴을 야위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병재는 염려스러운 얼굴로 메리 간호사를 보고 말한다.

“일단 쉬는 것이 어때?”

메리 간호사는 그 말에 힘없이 병재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당신은 안 지쳐요?”

“내 얼굴보고, 당신 얼굴이나 봐.”

“......”

메리 간호사는 하아 한숨을 푹 쉬고, 병재에게 말한다.

“제가 당신에 대해서 잘 몰랐네요. 이렇게 체력이 무한한 사람은 처음이에요. 일단 사무소장의 허락을 받아서 쉬도록 할게요.”

병재는 그 말에 부디 그래주라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메리 간호사를 바라본다. 그렇게 메리 간호사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면서 시렌 사무소장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병재에게 고개를 돌리고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우리 결혼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요?”

병재는 대답 대신 미안한 얼굴을 짓는다. 메리 간호사는 그런 병재의 반응에 피식 미소를 짓고는 대답한다.

“하기야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이 사태를 진정시킬 때까지 미뤄둘 모양이군요. 에효... 하지만 빨리 이 사태가 가라앉히기를 바랄 뿐이에요.”

“미안해.”

“사과는 되었어요. 그게 의사인데요. 뭘. 당신은 의사의 덕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요. 저도 간호사여서 알지만 사람 목숨은 하나에요.”

“......”

“자세한 대화는 나중에 할게요. 저는 피곤해서 쉴게요.”

그런 말을 끝낸 메리 간호사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시렌 사무소장에게 다가간다. 병재는 그런 메리 간호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상당히 미안하고,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메리 간호사의 말처럼 의사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그래. 이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저 이 콜레라 사태를 빨리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시간, 한 검역소에는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 환자들 사이를 누빈다. 그 중 한 여성이 환자의 주사바늘을 꽂는다. 그러자 환자의 증세는 호전은 되지 않지만 죽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여성은 자신이 쓴 안경으로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끄... 끔찍해...”

지난 번 일본군에게 끌려가 위안부 신세를 졌을 때도 이만한 끔찍함을 많이 봤고,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그녀는 지금 이 끔찍함을 다시 보고 있었다. 다만 그 전과는 차이점은 전에는 끔찍함의 대상이 자신이었지만 지금은 그 대상이 지금 누워있는 환자들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여성의 이름은 나윤혜, 효순을 중점으로 만든 여성단체에서 간부를 맡은 사람이었다. 효순의 여성단체 일본성노예피해촉구단체(이하 일노촉)는 병주의 부탁을 받아서 현재 환자들이 발생한 지역에 파견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윤혜는 지금 끔찍한 환자들 속에서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현재 환자들에게 시도되는 치료방법은 누구나 보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구강수액요법으로 어느 정도 염도가 있는 식염수를 사람의 몸에 투입시키는 것이다. 그 것이 입으로 마시든 주사로 꽂아서 들어가던 말이다.

그 때, 마스크를 쓴 여성이 나윤혜에게 다가가 한 마디 말한다.

“어때요? 지금 환자분은?”

그 물음에 나윤혜는 얼른 그 여성에게 고개를 간단히 숙이며 대답한다.

“지금 환자분에게 조치를 취했어요. 지금 막 수액을 갈았는데. 끔찍해요. 단장님.”

단장이라 불리는 여성, 길씨 가족들 중 장녀인 효순은 나윤혜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도 이렇게 봉사하다보면 적어도 우리들에게 안 좋은 시선을 주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나윤혜는 효순의 말에 정말 그럴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가난하지만 머리가 어느 정도 있었던 나윤혜는 간단한 초등교육을 마치고, 이화학당에 가서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았다. 물론 이 이화학당이 자신의 앞날에 구렁텅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일단 이 단체에 들어간 나윤혜는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여성들과 만나면서 우울했던 감정들이 많이 희석되었다. 적어도 같은 자매라는 그런 공유의식을 느끼면서 나윤혜는 의지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이 속한 이 단체가 상당히 유력한 사람들의 보호 및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단체의 단장이 그 유명한 길씨 가족들의 장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반도에 명성 높은 세 사람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는데. 우선 자금 적인 면에서 동협 그룹이 맡았고, 혹여 성병 및 기타 병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재생치료병원에서 여성들을 돌봐주었으며 마지막으로 이제는 사단장으로 취임한 광복군에서 병사들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시선이 안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고리타분한 사람들로부터 왜인들에게 놀아난 여성들이라는 편견어린 시선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시선으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어떤 이가 이 여성단체의 여성을 건드린 적이 있었는데 길씨 가족과 연결된 경찰들에게 붙잡혀 죄 값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과 같은 처지인 여성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여성단체가 된 것이다. 현재 각 유력자들의 지원 아래 이 단체에 속한 여성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공짜로 받고 있었다. 명목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지원이라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면 세력 불리기나 다름없었다.

현재는 그 유력자 중 한 사람인 재생치료병원의 병재의 부탁으로 이번 환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에 간호 업무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여성단체의 여성들이 전부 온 것은 아니고, 나윤혜를 비롯한 여성들 일부와 단장인 효순 만이 참가했다. 나머지 여성들은 평상시대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휴우 단장님의 말씀이 맞아요. 그런데 이렇게 환자들 사이에 있어 이렇게 지낸다니 한편으로 불쌍하기도 하고,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효순은 그 말에 의아한 눈빛으로 나윤혜를 바라본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사실 이렇게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여성단체가 우리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서 그래요. 솔직히 단장님이 사람들의 시선이 안 좋다는 말을 했는데. 전 별로 상관없어요. 그딴 보잘 것 없는 인간들 따위.”

효순은 그 말에 후후 웃으면서 나윤혜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서 꿈에도 모를 걸요. 이런. 전 일을 하러 가야겠어요.”

효순이 제 할 일을 하러 가자, 나윤혜는 그런 효순의 행동에 아쉬우면서 더욱 친근감을 느낀다. 하기야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은 이 단체장인 효순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나윤혜는 일단 집안에서 보살핌은커녕 쫓겨나고 말았다. 가족들 중에는 화냥년으로 취급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더 이상 집에 기울일 수 없었던 나윤혜는 이 단체야말로 자신의 집이자 가족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열심히 하자. 나보다 불쌍한 사람들은 많아. 단체장에게는 부족하지만 나 역시 열심히 해야지.’

나윤혜는 그렇게 마음가짐을 먹고, 자신의 할 일을 하러 간다. 자신을 받아준 이 단체와 단체장인 효순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1946년 6월 3일, 전라북도 정읍에 도착한 이승만은 자신의 비서 이기붕을 쳐다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슬슬 한 번 폭탄을 터뜨릴 때도 되었군.”

이기붕은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이승만 박사를 쳐다보며 말한다.

“폭탄이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합니다.”

이승만은 그 말에 한쪽 입가를 올리면서 대답한다.

“원래 깜짝 선물 이라는 것은 남들이 모를 때, 더욱 효과가 크다네.”

이승만의 비서인 이기붕은 그 말에 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연설장에 다가온 이승만은 정읍의 유지들과 환한 눈빛과 얼굴을 교환하면서 악수를 나눴다. 그 때, 이기붕이 이승만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나저나 그 길병재라는 청년 말인데. 상당히 대단한 청년이더군요. 그런 청년을 어떻게 박사님의 영향력에 거둬들였는지 대단할 정도입니다.”

이승만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자신의 비서인 이기붕에게 말한다.

“그야 내 영향력을 보고, 그가 나를 선택한 것이겠지. 내가 그의 미래를 보아서 이용을 하려고 하고, 그 역시 마찬가지야. 그나저나 에잉. 쯧쯧. 자네 안 됐네.”

이기붕은 그 말에 의아한 눈초리로 이승만을 바라보며 묻는다.

“박사님. 그게 무슨...”

“나야. 같은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경쟁자들이 많지만 자네 역시 있지 않은가? 이만 하면 눈치를 채야지.”

그 말에 이기붕은 끄응 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하기야 이승만 박사가 그 청년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승만 박사의 영향력에 들었기 때문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그 청년의 경쟁상대는 누가 될까? 바로 이승만의 넘버 투를 향해 달려가는 이기붕이 된다.

‘미치겠군. 이거 끈을 잘못 잡은 거 아니야? 내 집사람이 말하기로는 이 사람이 권력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그 길병재라는 청년이 경쟁자라니. 이런 빌어먹을.’

이기붕은 자신의 처지와 길병재의 처지에 대해 비교를 했다. 어느 누가 보아도 병재의 처지가 우위였다. 우선 병재는 알게모르게 상당히 영향력을 구가하고 있었다. 이번 콜레라 사태에 대해 알 수 있듯 그는 환자들을 위해서 진심전력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재생치료병원에 찾아갈 때만 하여도 그 병재라는 친구는 콜레라를 가라앉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서 이승만 박사가 조금 섭섭해 할 정도였다.

물론 이승만 박사는 그런 병재를 취하하면서 영향력을 늘려갔지만 말이다. 더불어 병재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준 의학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병재에게 치료받아서 새 삶을 찾게 된 환자들이 병재를 신처럼 떠받들고 있었다. 미국에서 봤던 현상이 한반도에서도 재현되는 것이다.

즉 개인적인 병재에 대한 지지도에 비해서 이기붕은 먼지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재력, 무력은 뭐 알만 하지 않겠는가? 병재 역시 자신이 보유한 재력이 꽤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병재의 동생들 중 하나가 동협 그룹의 회장이라는 사실이다.

한반도의 산업을 집은 그 무시무시한 동협 그룹이 병재의 뒤에 있다는 말은 사실상 재력 면에서 절망을 선사할 정도였다. 아마 이승만은 그런 것을 염두해 두고 이기붕에게 혀를 찼는지 모른다.

이승만은 곧 단상 위에 놓인 연단에 올라서더니 곧 마이크에 입을 대고 설설 자신의 생각에 대해 연설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승만 주위에는 한국방송국의 촬영기사들이 이번 연설을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승만은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면서 싱긋 미소를 짓는다. 이제 한반도의 사람들의 주목이 자신에게 쏠렸다. 이제 슬슬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아아. 호열자가 전국에 만연한 시각에서도 사람들의 말과 토론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비록 제가 민중들 중 호열자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정읍을 보니 정말 깨끗한 곳이더군요. 아마 호열자도 무서워서 정읍을 쳐다도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단상 밑에 있던 사람들이 하하 웃는다. 이승만은 목을 가다듬은 뒤 계속 말을 시작한다.

“솔직히 개인적인 잡담을 계속해서 여러분들과 친근하게 지내고 싶지만 그러면 여기에 오르지 말아야지요. 제가 우선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말에 단상 밑에 모여든 사람들도 이승만 뒤에 의자에 앉아있는 유지들, 마지막으로 이번 연설을 촬영하기 위해 모인 촬영기사들은 집중한 얼굴로 이승만을 바라본다. 어느정도 분위기가 되었다고 느낀 이승만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정책 및 발언들을 피력하더니 이내 이기붕에게 언급한 그 폭탄을 던진다.

“이제 우리는 무기 휴회된 공위가 재개될 기색도 보이지 않으며, 통일정부를 고대하나 여의케 되지 않으니 우리는 남방만이라도 임시정부 혹은 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하여 함경도에서 소련이 철퇴하도록 세계 공론에 호소하여야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결심하여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민족 통일기관 설치에 대하여 지금까지 노력하여 왔으나 이번에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 통일기관을 귀경한 후 즉시 설치하게 되었으니 각 지방에서도 중앙의 지시에 순응하여 조직적으로 활동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 한 마디에 이승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이승만을 바라본다. 이기붕은 그런 이승만의 발언에 대해 창백해지기 시작한다.

‘폭탄을 던진다고 했는데. 이게 그 폭탄이었어? 미친.’

현재 한반도의 사람들은 통일된 국가가 들어설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군정도 시간이 지나면 물러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비록 군정의 활동을 거들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정통성 있는 조직이 있었기에 곧 통합된다고 바라봤다. 그런데 이승만은 그런 시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순간 단상 밑에 있는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이번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촬영기사들 역시 계속 찍어야 하나 고민에 휩싸인다. 폭탄을 던진 이승만은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는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1946년 6월 4일, 이승만이 남한단독정부 수립이라는 거대한 폭탄을 던지자마자 순간 한반도는 거대한 격론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번 이승만의 발언에 대해 수군거렸고, TV에서는 연신 이승만의 발언에 대해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반면 각 군정들의 반응은 이승만의 의견에 대해 침묵을 유지했다. 이미 각 군정들은 잘 알고 있었다. 차후 미래에 이승만의 의견대로 현실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말이다.

한편 이승만 박사의 폭탄 발언을 듣게 된 병재(일단 사태가 잠잠해졌다고 시렌 사무소장이 판단하여 일부러 병재를 집으로 쉬게 만들었다.), 병주, 병윤은 보도자가 연신 떠들어대는 TV 화면을 바라보고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병주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한 마디 말한다.

“이미 잔혹한 진실이 하나 터졌네.”

병재와 병윤은 그 말에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머리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분단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만 유리한 점은 남한이 함경도를 제외한 한반도의 전국토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형제들이 생각하기에는 분단의 여파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병윤은 TV에서 나오는 이승만 박사의 얼굴을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좌익 층에서 이승만 박사의 의견에 대해 반발하겠네요. 그리고 여운형 선생이 이끄는 중도좌익에서도 한 마디 말을 하겠고요.”

그 말에 병주는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이 때에 나라가 갈라질 줄을 생각이라도 했겠어.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지. 이미 분단은 북한에 김일성이 권력 잡을 때, 예상한 결과가 아니겠나?”

병재와 병윤은 김일성이라는 인명이 떠오르자 얼굴을 구긴다. 북한에서 자신들에게 도발만 하는 인간이지만 이미 북한의 권력을 한 손에 잡은 사람이었다. 비록 다른 사람들과 의견 조율을 하지만 김일성이 북한의 대표자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병재는 크흠 크흠 거리면서 병주와 병윤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박사님께서는 왜 그런 폭탄을 던졌을까?”

그 말에 병주와 병윤은 대답대신 침묵을 선택한다. 아마 말하기 싫은 그런 것일 것이다. 병재는 두 사람의 반응에 끄응 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사실 이승만에 가장 호의적인 사람은 병재였다. 병주와 병윤은 이승만 박사에 대해서 데면데면한 관계였다. 즉 서로 주고받을 것은 하고 사적인 관계를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 때, 병주가 병재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효순 누님은 계속 그 곳에서 봉사를 한답니까?”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녀석의 선택이다. 알지 않나? 그런데 그 녀석은 왜 묻는가?”

“아. 그냥. 뭐 저기...”

병주가 얼버무리자 병재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한 마디 말한다.

“자식...”

그 때, TV에서 한 사람이 눈에 보였다. 병윤은 그 사람에 대해 집중하면서 병재와 병주에게 말한다.

“형님들 TV 보세요. 지금 중요한 사람이 등장해요.”

그 말에 병재와 병주는 두 눈 뜨고, TV의 화면에 집중한다. 화면 속 등장하는 한 사람은 바로 몽양 여운형이었다. 여운형은 상당히 복잡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면서 마이크에 입을 대고, 한 마디 말한다.

“이번 정읍에서의 이승만 박사의 발언은 1000년 동안 지속된 한반도를 분열시키는 것입니다! 분단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 작품 후기 ============================

콜레라는 어느정도 잠잠해졌고, 여기서 이승만 박사의 정읍 발언이 터졌네요. 원역사의 38선 분단보다 지금의 이야기에서 정읍 발언은 영향력이 다르지만요. 적어도 6.25전쟁 전까지 평안-함경 선을 기준으로 분단을 유지할 듯 싶습니다.

지난 번 300화 축하 댓글들에 대해서 전 감명받았습니다. 30회가 넘는 댓글이라니. 전 감격에 겨워서 더 댓글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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