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03화 (303/633)

0303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병주는 곧 소대장과 호위 병사들의 안내에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 안에서 병사들이 각종 일을 하고 있었다. 특히 우물을 정비한다던가 하는 일들을 말이다. 그리고 사단소속 의료부대에 있는 군의관들이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살피고, 각종 전염병의 예방주사를 놓고 있었다.

병주가 보기에도 상당히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 때, 이 마을에서 처음 본 노인이 병주를 보고서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그 헬리콥터라는 물건 말이야. 그게 군인들이 쓰는 거여?”

병주는 그 물음에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에게 대답한다.

“일시적으로 우리 부대에 있는 것들입니다. 원래는 주인이 있는 것이지요.”

“아 그려? 그 것보다 무슨 일이 터졌기에 이렇게 군인들이 찾아와서 도움을 주는지 모르겠어.”

며칠 전에 갑작스럽게 도착한 헬리콥터와 무장한 군인들을 보고, 마을의 사람들은 상당한 경계심이 들었다. 그러나 먼저 군인들이 대화를 하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그리고 여기에 왜 왔는지 이유를 알려주자 군인들에 대한 경계심도 옅어졌다. 또 군인들의 특이한 모습도 사람들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말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작년에 일제가 망하고, 지금은 독립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곳은 너무 오지였기에 그런 중대한 소식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세상을 아는 것은 이번 군인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의해 파악될 정도였다.

군인들이 마을에 찾아오면서 각종 이질적인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같은 얼굴, 같은 말, 그리고 익숙한 문화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군인들을 보기에 상당한 차이점이 나왔다. 헬멧과 보호 장구들을 차고, 무장한 모습들과 또 헬리콥터라는 거대한 새 같은 존재는 아직도 마을 사람들에게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또 가장 중요한 점은 전기라는 기상천외한 것들이 나오는데. 마을 중심에 설치된 물품들이 있었다. 바로 태양전지라는 물건이었다. 이 곳 마을에 머무르는 군인들의 복지를 위해 설치한 물건이었고, 그 태양전지에 연결된 각종 전자 제품은 마을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러지게 만들었다.

냉장고에 넣은 차가운 음식들과 밤에 불을 밝힐 수 있는 형광등, 조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전기아궁이, 마지막으로 하하호호 떠들 수 있는 TV까지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그 물건들에 대해서 군인들과 마을사람들이 같이 어울리면서 이용하고 있었다. 그 때, 한 아낙네가 병주와 노인을 보고 의아한 눈빛을 하며 다가온다.

“아니 이 군인들 중 특이한 사람이 왔네. 이 사람은 누구죠?”

그 말에 노인은 피식 웃으면서 그 아낙네에게 말한다.

“아 그런 게 있어. 그런데 바구니에 있는 것은 그 두릅들이야?”

아낙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에게 말한다.

“반찬으로 먹으려고 두릅들 몇 개와 나물들을 챙겨 왔어요.”

노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낙네의 행동을 당연하게 본다. 그러다가 병주는 집 주위 밭에서 불에 그을린 흔적들을 보면서 노인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화전을 하고 있습니까?”

노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주에게 한 번 소리친다.

“아니 이런 곳에서 화전을 안 하면 굶어죽을 꺼야. 가뜩이나 감자와 옥수수도 간신히 심어서 먹는 처지인데. 쌀은 뭐 보지도 못할 물건이지. 그러나 군인들이 여기에 오면서 물 얻는 것이 간단해 졌어.”

군인들이 지하수에 우물들을 설치하고, 개울에 있는 물들을 채취할 때는 마을 사람들에게 정수시설들을 이용할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한글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 때, 시골 소녀가 병주를 보고 눈을 반짝이며 한 마디 말한다.

“헤헤. 잘 생겼어.”

여자들을 홀리는 병주의 외모가 여기서도 발휘되었다. 하기야 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도 여자들이 병주를 줄줄 따라 다녀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하였다. 지금이야 군인 신분이라서 여자 구경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감은 없었다. 병주는 옛 추억에 빠지면서 피식 미소를 짓고는 시골 소녀의 머리를 강아지처럼 쓰다듬는다.

“히히히.”

시골 소녀는 병주의 손이 좋은지 미소를 짓는다. 노인은 병주의 행동과 소녀의 반응에 조금은 트릿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렇게 병주는 하루를 여기서 머무르기로 하였다.

같은 시각,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병윤은 보고서들을 살펴보고, 지시사항들에 대해서 작성한 뒤 손채현 비서에게 넘긴다. 그 때, 손채현 비서가 한숨을 쉬면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회장님의 작은 형에게 쏟아지는 대금이 만만치가 않네요. 조금은 자제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손채현 비서의 불만어린 말에 병윤은 하하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벌어들인 비용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손해입니다. 투자할 가치는 이미 충분히 있으니 그냥저냥 넘기십시오.”

“하지만! 회장님! 편안건물(40층짜리 건물) 한 채 건설을 하는데 150만원입니다. 그런데 그 부대로 보내는 비용은 합해서 천 만 원이 넘습니다. 회장님의 재산이 무려 수 백 억 달러에 달하고, 또 그 것을 여기 화폐로 환산한다면 수 천 억에서 조에 달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사병도 아닌 이상 어느 정도 대가 없는 지불을 지양하지 않아야 되겠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에휴 한숨을 쉬면서 손채현 비서에게 한 마디 말해준다.

“군인이라는 존재가 간단히 지키지 위해 존재하는 단체일까요?”

손채현 비서는 그 말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얼굴로 병윤을 바라본다. 병윤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군대라는 존재는 꽤 다양한 업무들을 할 수 있는 집단입니다. 집 짓는 것, 요리하는 것, 그외 기타 등등 업무에서 보듯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들이 무력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무력을 지녔다고 하여도 이렇게 과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은 사병 집단입니다. 아무리 회장님의 형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우리 회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겠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손채현 비서에게 한 마디 말한다.

“후후후. 과연 적극적으로 보호 안 하겠습니까? 또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남들의 시선이라는 중요한 것들입니다.”

“남들의 시선?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자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동협 그룹이 상당한 기업 집단에 속하지 않습니까? 과연 우리들을 보고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그냥 덩치만 큰 기업들이라고 보겠습니까? 아니면 무시무시한 기업들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손채현 비서는 그 말에 순간 침묵한다. 단순히 동협 그룹의 크기를 보고, 위압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의 관점으로는 단순히 약탈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게 어떤 정치 세력이든 유지이든 그리고 어떤 망측한 목적의 단체이든 말이다.

그런 세력들의 존재가 왜 보이지 않을까? 바로 동협 그룹이 무력 단체와 연관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그런 사실이 동협 그룹의 확장과 진출에 상당히 이로운 점을 주고 말이다. 손채현 비서는 그 말에 조금 떨떠름한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그래도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면서 하나의 증서를 내놓는다. 손채현 비서는 증서의 내용들을 읽다가 끄응 침음성을 앓는다. 이 증서의 내용에서는 길병윤이 내는 지원에 대해서 차후에 갚아나갈 것이라고 명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빚 증서나 다름없었다.

“으음. 내용을 보니 이자는 없고, 그냥 원금만 갚겠다는 것이네요. 화폐가치 환산을 들어가고요.”

화폐가치 환산은 바로 금값을 기준으로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의 돈 100원으로 금 1g 샀다고 치자 그럼 10년 뒤에 인플레이션 일어나 금 1g에 돈 1000원 주고 살 수 밖에 없다고 하면 100원을 갚는 것이 아니라 1000원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금의 가치를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일단 금값이 떨어지면 이 계약은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금이라는 물건이 상당히 안정적인 물건이었고, 갑작스럽게 가치가 변하는 화폐보다는 훨씬 믿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계약이 되었다면 병윤은 화폐 보다는 금값을 기준으로 삼았다. 아니면 기준화폐라고 할 수 있는 달러를 기준으로 하던가 말이다.

“그런데 다른 광복군 부대에서도 이런 계약을 맺는 거에요? 아니면...”

병윤은 미소를 지으며 손채현 비서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제 작은 형님만 이런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다른 군부대의 경우는 뭐. 이런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이지요. 일단 군대라는 것이 돈을 소모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죠. 그 군대의 돈들에 대해서 임시정부와 각 군정들이 돈을 대고 있는 구조입니다.”

손채현 비서는 그 말에 으음 거리면서 할 말이 없었다. 하기야 병윤에게 있어서 공짜에 가까운 혜택은 있어도 공짜는 없었다. 손채현 비서는 이렇게 증서까지 있는 마당에 병윤에게 너무 과하다 뭐다 하는 논리 내용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대신 조금 너무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이런 것 처음부터 꺼냈으면 되지 않았나요?”

병윤은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렇게 처음 꺼내면 재미없지 않아서요.”

“......”

“일단 제 작은 형의 요구에 대해서 너무 뭐라 하지 말아요. 어차피 갚아야할 신세이기 때문이지요. 뭐 작은 형님의 생각으로는 그 돈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지만요.”

병윤의 말에 손채현 비서는 조금 아연실색한 얼굴을 짓는다. 비록 이자 없이 원금을 갚는다고 하지만 그 것을 갚을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손채현 비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기분이었다. 과연 이 괴물같은 형제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것들이 담아있을까?

반면 손채현 비서의 얼굴을 본 병윤은 피식 미소를 짓는다.

‘이런 것들을 한 번에 갚아나갈 수 있는 비기가 하나 있기는 하지. 바로 주식투기라는 것들로 말이야.’

주식매매란 주식의 등락을 예측하면서 돈을 얻는 방법이었다. 즉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면 팔아버리는 방법이다. 주식이라는 것이 원래 회사의 투자금 모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생각하면 주식매매는 상당히 변질된 방법이었다. 한 마디로 도박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작은 형님도 나중에 군인에 퇴역하고 나면 사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내게 빚진 돈들을 갚을 테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주식투기를 이용하여 돈을 번다면 상당히 간편하게 병윤에게 진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병주가 이렇게 당당히 병윤에게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병윤은 그런 것을 알기에 아무런 말없이 바로 병주에게 물자들을 지원하고 말이다. 돈 관계는 혈족이라도 철저히 하는 것이 좋았다. 병윤 역시 대리인들을 통해서 주식을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쪽으로 수입이 쏠쏠했다. 다만 그 것은 병윤의 단순한 취미의 영역이라서 상관이 없었다.

사실 병윤이 병주가 간단하게 빚들을 갚아나가는 것이 바로 병윤 자신이 주식을 매매하면서 어떤 주식이 얼마까지 오르고, 어떤 주식이 얼마까지 내리는가에 대해서 예언과도 같이 알아버리기 때문이다.

병윤 자신이 그런 무시무시한 힘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데 같은 능력자라고 볼 수 있는 병주 역시 그런 것으로 돈을 벌고 갚지 않겠는가? 다만 병주가 군인이라서 대신 주식매매를 못한다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병윤은 병주 보고 자신이 중계를 해줄 테니 맡겨보는 것이 어떤가? 라는 제의를 해볼 생각이다.

병윤은 그만 주식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일단 계속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 때, 한 사람이 곽 상무와 함께 이 집무실 안으로 찾아온다. 곽 상무는 조금 떨떠름한 얼굴이었지만 이미 초대는 되었기에 집무실 안의 병윤에게 인사를 한다.

병윤이 벌떡 일어서서 최주호에게 인사를 한다.

“이런 제가 미처 말을 하지 않고, 손님을 기다렸군요.”

최주호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병윤을 바라본다. 곽 상무가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저는 업무를 보고 있겠습니다.”

“예. 그래주십시오.”

결국 곽 상무는 자기 할 일을 하러 떠났고, 병윤은 다시 시선을 최주호에게 두면서 한 마디 말한다.

“이렇게 온 이상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최주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방에 놓인 쇼파에 앉았고, 병윤은 그의 맞은편에 자리를 앉더니 한 마디 묻는다.

“이번 저를 찾아오신 계기가 아무래도 노면전차 때문에 그렇습니까?”

최주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말한다.

“그 것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소. 일단 에어컨 공장들의 설치와 그 에어컨을 구성할 부품 공장들 많은 것들이 있소. 그 외에도 관수회사의 진출과 또 호열자 관련 이야기할 것도 많소.”

병윤은 상당히 많은 주제를 꺼내는 최주호의 말에 집중한다.

“공장들의 경우는 건설되고 있고, 나머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어느정도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혹여 불만사항이 있습니까?”

그 말에 최주호는 으음 하더니 생각하다가 이내 한숨을 쉬고 말하기 시작한다.

“일단 공장들부터가 상당히 뜨거운 감자이오. 대구는 인구만 많지. 일자리가 없는 도시이오. 그런데 공장들이 집중적으로 건설한다고 하자 대구의 많은 유지들이 공장을 향해 시선이 쏠렸소.”

병윤은 그 말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최주호에게 말한다.

“투자는 할 수 있어도 그래봤자 경영권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현재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그 것 말고 유일한 게 없으니 말이오. 또 흙 파먹어서 돈을 벌기가 쉬운 일도 아니고 말이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구에 대해 더 투자를 해달라는 것이오.”

그 말에 병윤은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최주호를 바라본다. 최주호는 그런 병윤의 시선에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 공장들을 짓는다고 하지만 대구의 인구에 비해서 고용할 사람들이 소수가 아닐 것이오? 인력들을 많이 뽑는 경공업 공장들에 대해 투자를 해주시면 좋겠소.”

“......”

최주호에게 이런 말을 듣자 병윤은 잠시 고민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단호한 얼굴로 최주호에게 말한다.

“경공업의 진출에 대해서 우리 동협 그룹은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최주호는 그 말에 왜? 라는 얼굴이 바로 나타났다. 병윤은 그런 얼굴의 최주호에게 한 마디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경공업이라는 산업이 우리가 직접 진출을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는 방침입니다. 사실 이런 방침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우리 동협 그룹이 그런 영역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상당한 위협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한 마디로 돈을 벌기 위해서 벼룩의 간을 빼먹는 그런 반발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최주호는 병윤의 설명에 조금 어이없다는 얼굴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병윤의 말이 이해가 갔다. 즉 병윤은 경공업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일부로 양보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최주호는 관점을 바꿨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경공업에 진출할 때, 동협 그룹이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말이오?”

병윤은 최주호가 자신의 뜻을 파악한 것 같아서 미소가 절로 나왔다.

“뭐 그렇습니다. 간접적인 지원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금융지원, 경영지원, 그리고 기계지원 등을 말입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다 빚이지만 말이죠.”

최주호는 그 말에 으음 하면서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최주호는 뭔가 결심을 한 얼굴을 하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그럼 경공업공장 지원단체를 당신들이 설립을 하였으면 좋겠소. 어차피 당신들에게 손해는 아닐 것이고, 사실 난 대구 구미 지역의 실업문제를 해결해야할 이유도 있소. 요즘 당신들의 투자 덕분에 전에는 흉흉해진 지역도 점차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소.”

병윤은 그 말에 다행이라는 얼굴을 취한다. 그 때, 최주호가 진지한 얼굴을 하면서 병윤에게 묻는다.

“솔직히 말하겠소. 당신의 이념은 도대체 무엇이오? 우익이오? 아니면 좌익이오? 좌익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당신은 타도해야할 사업가이오. 반면 우익의 관점에서 본다면 당신은 노동자들을 한없이 위해주고 공공에 대해서 투자를 하는 좌익에 가까운 사람이오. 그런데 당신들이 지원하는 이들은 이승만과 김구 등 한독당과 가까우니 혼란을 느끼오. 당신의 정치는 무엇이오?”

그 말에 병윤은 잠시지만 얼굴을 찡그리더니 최주호에게 말한다.

“정치가 무슨 상관입니까? 현재 저는 사업가입니다. 정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는 바로 높은 생산성을 위해서 그렇게 할 뿐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전 진성우파이겠군요.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그 말에 최주호는 고개를 젓고 한 마디 대답한다.

“당신만이 이런 개판 오 분 전인 한반도에서 제대로 행동하고 있어서 그랬소.”

============================ 작품 후기 ============================

사실 전 병윤이 무조건적으로 병주를 지원한다고 이야기를 꾸미고 싶었지만 여러분들의 말들로 인해서 결국 이렇게 빚증서가 나오는 군요. 병주의 능력이면 그 빚들이야 갚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병주가 갑질하네 뭐하네. 그런 언급이 보이는데. 뜻하지 않게 어그로를 끌었군요. 다행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어그로를 끌어야지. ㅎㅎ

이게 전부 제가 댓글 갯수에 만족스럽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댓글을 달지 않고는 참지 못하도록 앞으로도 이야기 속에 어그로를 끌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