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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8월 25일, 병주는 오늘 기계공장에 시찰을 나갔다. 동협 기계회사의 사장인 조범휴가 임원들을 이끌고, 직접 병윤을 맞이했다.
“이 곳 기계공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회장님.”
조범휴의 여유가 담긴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조범휴를 쳐다보고는 조범휴의 안내에 따라서 공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일단 기계공장의 생산품은 바로 정밀기계와 또 공작기계였는데, 일단 실험적으로 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도 양산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다만 CNC는 아직 컴퓨터의 개발을 미뤄둔 상황이라서 아직 양산화의 진척은 없었다. 다만 개발을 하면 대박일 물건이기에 기술획득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회장님이 컴퓨터 연구개발 도중 만든 CNC에 대해서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런 물건들이 시중에 내놓는다면 그야말로 대물인 그런 물건입니다. 컴퓨터의 진척 상황이 빨라져서 CNC 제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병윤은 그 말에 얼굴 하나 바뀌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CNC는 어느 정도 컴퓨터가 발전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서 일단 제쳐두고 있었다.
“요즘 타 기업들이 우리 제품들을 많이 구입하는 실정입니까?”
“요즘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들을 구입하기 위해 우리 것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공작기계는 나라에서 수출을 제한하기도 하는 물건입니다. 거기다 우리 제품의 품질이 아주 훌륭하지 않습니까? 결국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제품을 필수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흠. 그거 잘 되었군요. 그 것외에는 다른 문제점은 없습니까?”
그 말에 조범휴는 금세 얼굴이 바뀌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병윤에게 한 가지 사실을 털어놓는다.
“사실 이 공장에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보다 자세히 말씀을 드리면 기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한 마디로 인재가 부족합니다. 일단 이 문제에 대해서 회사 자체적인 교육 단을 꾸려서 해결을 하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인 교육 방식이 필요합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내년 대학이 만들어지면 해결될 이야기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연과학과 의학, 그리고 공학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들 대학이 건설될 예정입니다. 뭐 다른 학문에 대해서는 다른 대학에서 할 수밖에 없겠군요.”
“사실 돈을 투자할 학문이라는 것은 상당히 많지만 그래도 투자효과대비를 많이 거두는 것이 공학이 아니겠습니까? 아마 그 대학을 짓게 된다면 사람들이 몰려 들 것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건 두고 봐야할 일입니다.”
조범휴는 장담할 수 없다는 병윤의 말에도 불구하고 실망하는 기색보다는 오히려 기대가 많이 된다는 얼굴이었다.
“일단 기계공장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은 전부 제철소와 금속공장에서 전부 구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단 기계공장이라는 곳이 전문적인 공작기계를 생산하는 조립 과정과 공작기계를 구성하는 부품들을 생산하는 과정이 따로 있습니다. 일단 부품공장의 경우는 공장장을 두면서 각자 따로 생산을 하는 실정입니다. 그렇게 생산한 재고들을 모아두다가 구매자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설계대로 만드는 식입니다.”
“흠. 일단 공장 설비라는 것이 각자 개성을 띄니까 어쩔 수가 없군요.”
“예.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컨테이너 벨트는 범용성을 띄는 편이라서 그런지 컨테이너 벨트만큼은 범용성 있게 만드는 편입니다. 요즘은 옷을 만드는 공장이 많이 생겨서 그런지 방직 기계들을 주문하는 편이 많습니다.”
“옷이라 중요하기는 하죠. 그렇다면 염료 공장 및 섬유 공장에 대해선 우리가 잡겠군요.”
“그런 부분은 화학회사의 영역이 아니겠습니까? 원래 섬유라는 것은 천연적인 부분도 있지만 석유의 나프타로부터 만든 고분자로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석유화학 분야에서 뽑아내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대표적인 제품이 나일론이었다. 그러나 나일론은 아직 특허권이 살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섬유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중국군이 방탄복 등 방탄소재로 만든 섬유였다. 정확한 이름은 천잠-01이라는 제품이지만 말이다.
일단 거미줄을 보고 만든 제품으로 어느 정도 거미줄을 모방한 부분이 있었다.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병윤과 감연만이 알고 있었고, 일단 그 것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기계가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 것으로 옷을 만들어서 입을 수 있지만 면제품에 비해서 가격이 조금 비싸고, 조금 뻣뻣하다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방탄소재라는 특성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기야 그렇기는 하겠군요. 그 것 외에도 다른 것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으니 큰 걱정거리는 없겠군요. 그런데 조 사장께서는 농기계들을 생산할 생각이 있다고 하던데.”
조범휴는 그 말에 후후 웃더니 이내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한반도의 대다수 산업이 농사를 짓지 않습니까? 그리고 회장님께서 추구하시는 적층 식 농법에 대비하여 농기계는 필수적으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토지개혁이다 뭐다해서 지주들이 감소세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온전히 토지개혁이 된다면 농기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요가 폭증할 것입니다. 이미 규소 연료라는 연비 높은 연료가 있고, 어차피 헬기라는 물건이 만들어지면 한반도 전국으로 정비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 말에 병윤은 흠 하면서 이내 조범휴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농기계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사람들이 그 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겠습니까?”
“개인이 안 되면 단체로 구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차피 농촌이라는 것이 공동적으로 구매해서 필요할 때마다 돌려쓰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일단 책임자를 선정하여 농기계를 관리할 체계가 만들어진 가능성이 큽니다.”
조범휴의 말에 병윤은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혼자 돈으로 안 되면 공동이 모여 돈을 모아서 구입할 여력이 충분했다. 안 되면 자신이 생각하는 대출전문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는 방향도 있었다.
“CNC의 기술이 축적되고, 어느 정도 양산화에 성공한다면 한 번 조 사장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겠습니다. 미래에 어차피 해야할 사업이고 하니 말입니다.”
조범휴는 자신의 의견을 들어준 병윤에 대해서 고마워한다. 그리고 속으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상관인 병윤은 나이와 상관없이 대단한 인물이었다. 이미 동협 그룹은 한반도에 둥지를 만들 뿐 이미 세계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농후한 기업 집단이었다. 그런 기업 집단을 만들고, 경영하는 사람이 바로 병윤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조범휴에게 이 일을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조범휴는 한 번 더 병윤에게 말한다.
“그런데 자동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병윤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조범휴에게 대답한다.
“자동차라. 언젠가는 진출할 영역이지요. 일단 헬기 사업에 주력해야겠습니다. 제가 중경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자동차 만드는 기술은 이미 보유하였으니 진출에 대해선 의지가 달릴 일입니다. 다만 자동차에 대해선 교통에 대한 기반이 닦여야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말에 조범휴가 조금 의아한 반응을 보이며 병윤에게 묻는다.
“그런데 지반과 상관없이 가는 자동차는 이미 제작하지 않았습니까? 중국에서 잘 활약하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뭐 그런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로라는 기반이 없으면 자동차는 효율을 제대로 못내는 물건입니다. 기반이 만들어지면 자동차 역시 대박이 될 만한 요소입니다.”
조범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생각이 났다는 지 병윤에게 말한다.
“그런데 헬기 사업이라는 것 정말 괜찮겠습니까?”
헬기 사업에 대해서 의문을 드는 조범휴에 대해서 병윤은 잠시 얼굴을 찌푸리다가 이내 경청하는 자세를 가졌다. 사람이라는 것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하였기에 가급적 기업 집단을 운영하는 병윤에게 있어서 합리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했다.
“흠. 어떤 점에 대해서 불안한지 한 번 말씀해보십시오.”
“일단 공간상의 문제라든지 안정성이라든지 다 상관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주차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주차?”
“예. 이미 헬기가 대중화가 된다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사람이 늘어나고, 빌딩이 고도화 된다면 필히 미래에 주차할 부분이 없어질 것입니다. 거기다 공중 상의 충돌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자동차들끼리 부딪치는 교통사고보다는 적겠지만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조범휴의 타당한 설명에 병윤은 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병윤은 이미 이런 것에 대해서 대비책들을 강구했다. 자신이 헬기 사업에 주력하면서 이런 문제점들도 파악하지 않았겠는가?
“일단 헬기 사업에 대해서 걱정스러워 하는 조 사장님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재고할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이미 그런 문제점을 저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단점들이 많지만 그 것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해놨습니다. 뭐 대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화물용 헬기와 승용 헬기를 따로 만들 생각입니다. 화물용 헬기는 크게, 승용 헬기는 자동차와 비견이 될 정도로 작게 만들면 됩니다. 또 덕티드 팬으로 구성할 생각이기에 헬기에서 나오는 바람 문제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해결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차 문제가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주차 탑을 세울 생각입니다.”
조범휴는 병윤의 주차 탑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느끼고는 묻는다.
“주차 탑이라고 한다면?”
“주차 탑 부분에 헬기 착륙장에 헬기를 착륙시키면 자동적으로 그 착륙지가 이동을 해서 빈 공간에 헬기를 놓는 방식입니다. 다시 헬기를 이용한다면 이번에 다시 그 헬기를 옥상 착륙장에 이동을 시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조범휴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병윤에게 묻는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까?”
“흠 어차피 주차 문제가 생길 때가 아마 10년 이 후, 20년 이 후라고 저는 봅니다. 그 때가 되면 핵융합도 만들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문제의 여지는 없다고 저는 봅니다.”
주차 탑이라 조범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을 바라본다. 일단 교통적인 기반이 없기에 헬기를 우선적으로 생각을 한 병윤에 대해서 찬성할 여지가 있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는데, 그 포화부분에 대해서도 병윤은 아마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러다가 조범휴는 언뜻 한 가지 의문이 더 들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구상하는 헬기에는 날개가 있지 않습니까?”
“날개야 접으면 그만입니다. 이미 날개 접는 기술은 미국에서 개발된 지 오래입니다. 날개를 접고 다시 펴는 기술에 대해선 걱정 안 하셔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고도화 되지 않았습니까? 일단 헬기들이 대중적으로 유포되면 포화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의 시간은 넉넉하다고 봅니다.”
조범휴는 그 말에 휴우 하고 병윤을 바라본다. 하기야 그런 것도 생각 안 하는 자신의 회장이 아니었다.
“물론 헬기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저는 봅니다. 만약 도로에 대한 기반이 충실하고, 한반도의 지형이 평탄하다고 보면 저는 아마 헬기 사업을 접고, 자동차에 주력할 지도 모릅니다. 헬기 사업이라는 것은 환경이 결정한 문제라고 저는 봅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조범휴는 자신의 의문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병윤에 대해 감사한다. 병윤은 그런 조범휴를 보면서 싱긋 웃고는 말한다.
“사실 그런 의문을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원래 기업이라는 것은 그런 합리적인 질문들이 많이 쏟아지고, 그 의문을 풀어내면서 성장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역시 제가 직접 설득한 보람이 있는 분입니다.”
“하하하. 그런 말을 하니 영 부끄럽습니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없습니까?”
“일단 없습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인재 부분에 대해서 시급한 문제입니다. 회장님께서는 대학 건설이 된다면 가능한 문제라고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일단 임시적이나마 육성할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병윤은 진지한 얼굴을 짓더니 조범휴에게 묻는다.
“혹시 그 인재들이 여자라도 상관이 없습니까?”
조범휴는 그 말에 잠시 머뭇하다가 이내 결심이라도 한 듯 대답한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여자가 집 안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내조한다는 사상 자체가 억압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단 급한 것은 우리들인데, 필요한 인재가 여자라고 해서 무시하겠습니까? 아. 설마.”
병윤은 조범휴에게 강하게 끄덕거리며 말한다.
“그 설마가 맞을 것입니다. 비록 제 개인적인 감정이 들었기는 하지만 저와 제 형들이 그녀들에게 전문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니 그 곳에 투입가능한 인재라고 저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으음. 어차피 회장님은 거짓말은 별로 안하는 성격이시니 알겠습니다.”
“뭐 껄끄러운 것이라도 있습니까?”
“저는 안 그러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조금 달라 보일 수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게 착한 동물이겠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지만 조 사장께서 책임을 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 역시 동참을 하겠습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교육을 시키겠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진지한 얼굴로 조범휴 사장에게 당신만 믿겠다는 강한 아우라를 보였다. 그러자 조범휴 역시 믿어달라는 얼굴을 병윤에게 내보인다. 병윤과 조범휴의 관계는 이미 존경 상태에 도달하였기에 두 사람의 유대는 상상이상이었다. 조범휴의 능력과 충성심을 고려해서 병윤은 이 곳 사장의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조범휴는 병윤의 부탁에 대해서 무조건 들어줄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기계공장의 시찰은 노동자들의 근로 상태를 보고, 공장장을 비롯한 노동자들을 일일이 면담하면서 불편한 점들을 듣고, 건의사항들을 받아들이는 취지로 완성이 되었다.
현재 동협 그룹에 노동조합이 세워진 상태였고, 병윤 역시 그 노동조합을 통해서 진정 노동자들이 바라는 일자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작업할 때마다 위험한 영역이 있으면 안 위험하게 환경을 바꾸거나 아니면 그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들을 만들었다.
병윤은 그렇게 노동 환경에 투자를 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광신적으로 믿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에는 인건비를 줄여야하는 데 오히려 투자를 하니 문제라고 하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병윤은 그런 그에게 일언지하에 반박하고 설득을 했다.
물론 그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접고, 병윤에게 감화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또 중국에서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중경공단에 제 2대 회장에 취임한 송자문이 경영을 하니 중경공단은 이미 갈가리 찢겨지고, 예전의 위용을 못 찾는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또 인건비를 무리하게 줄이다가 결국에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하고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었다.
그 때문에 병윤은 한편으로 씁쓸하고, 한편으로 이렇게 자리를 노린 송자문에 대해서 고소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병윤은 이번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맞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진세연 전 비서실장은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네.’
거의 중국에 있는 측근들은 전부 다 내버려두고, 거의 도망치다시피 한반도로 돌아가 동협 그룹을 일궜기 때문에 병윤은 양심적으로 매우 찔린 상태였다. 뭐 비유를 하자면 이미 성공적인 기업을 일군 회장이 훌쩍 자리를 넘기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할 수 있었다.
‘원망도 많이 하겠지. 하지만 보고싶기는 하네.’
진세연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병윤은 받아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과 안 맞는 사람이었다. 태생이 소작농인 병윤과 귀한 집안 출신은 그녀와는 상당히 다르고 달랐다. 결국 병윤은 그녀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요즘 여자 생각이 나네. 나도 외로워서 그런가?’
하지만 이내 병윤은 세차게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어느새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긴장할 시기에 이 마음가짐은 해악이 되었다. 굳세게 마음을 먹어야 했다.
‘열심히 하자.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선택한 길을 가겠지. 나 역시 내가 선택한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을 한 병윤은 그 뒤에 조범휴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나서 시찰을 끝낸다. 그리고 차량 뒷좌석에 탑승해서 조용히 서류들을 살펴보는 손채현 비서를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손채현 비서. 솔직히 개인적인 질문이기는 하지만 당신이라면 누구와 결혼을 하고 싶습니까?”
손채현 비서는 그 말에 의아한 얼굴을 하면서 병윤에게 묻는다.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시는 것입니까?”
“갑자기 들어서 그렇습니다.”
“으흠. 저는 뭐. 이미 마음에 든 사람은 없습니다. 제 눈이 높아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 옆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때문에 제 콧대와 눈이 높아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채현 비서는 알 수 없는 대답을 하고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손채현 비서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아 그렇습니까? 휴우. 이거 별 생각이 다 드는군요. 상당히 실례가 되는 질문이라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손채현 비서는 그 말에 호호 웃으며 병윤에게 대답한다.
“아니에요. 회장님. 솔직히 회장님께서는 저랑 곽 상무를 비롯하여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습니까? 그게 저는 매력이라고 봅니다.”
============================ 작품 후기 ============================
진세연 전 비서실장, 현재 손채현 비서, 과연 그녀들이 병윤과 맺어질 가능성에 대해서 저는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봤는데 절대로 없습니다. 병윤에게 있어서 이상향은 상당한 말괄량이에 자기 주장이 강한 당찬 여장부같은 여성을 좋아합니다. 아마 병윤이 방완서에 대해서 알 수 없는 미묘한 마음을 품은 것은 그런 방완서의 성격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병윤의 연애와 결혼은 시궁창이라는 이야기입니다. ㅋㅋㅋ 결론 내 소설에서 연애는 아주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나도 연애를 안 해봤는데 연애에 대한 적극적인 묘사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한 번 먹이를 던져봤습니다. 연애에 대해서 기대를 한 사람들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병재의 결혼은 금방이고, 병주의 결혼은 6.25전쟁 동안에서 활약할 때, 이뤄질 것 같습니다. 병윤의 연애와 결혼은 두 형들이 결혼한 이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