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32화 (33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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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11월 1일, 미국 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메리의 가족들은 지금 한 건물 안에서 조금은 놀란 모습으로 방과 방들을 살펴본다. 메리의 아버지인 매튜는 흠흠 거리면서 자신의 사위이기도 한 병재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여기가 케빈이 살 집이라는 건가?”

병재는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장인어른. 제 처남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작은 선물입니다. 원래는 비어있는 집이었지만 제가 이 집을 샀지요.”

병재의 대답을 들은 매튜는 솔직히 기대도 안 했는데. 지금 이 방을 살펴보니까 은근히 배가 아프다는 얼굴이었다. 한편 이 집의 주인이 된 케빈은 눈을 반짝인다. 솔직히 자신이 이런 집에 살지는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닭장 같은 아파트라고 눈에 보였는데. 지금 안에 들어가서 보니까 이런 곳을 혼자 산다고 한다. 방은 총 4개, 화장실은 2개였다. 화장실은 양변기가 있는 것과 동시에 욕조까지 있었다. 부엌은 따로 있었는데, 가스렌지 식이 아니라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아예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되는 전기렌지 식으로 되어 있기에 상당히 편리했다.

특히 부엌에 설치한 냉장고를 갖춘 것은 물론, 거실에 TV, 그리고 따로 세탁실이 존재했다. 세탁실 안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췄다. 그런 환경의 집이 케빈이 살 집이었다.

케빈은 흠흠 거리면서 자신의 매형이기도 한 병재에게 눈빛을 반짝인다. 그리고 메리는 그런 케빈의 모습에 풋하고 웃는다. 매튜와 안나는 속으로 잘되었다는 심정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살핀다.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만 하여도 두 사람의 눈에 비치는 광경은 상당히 낙후한 곳이었다. 동양의 문화라고 인식은 했지만 이렇게 낙후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길씨 가족이 있다는 문경에 가니까 그런 인식은 점점 옅어졌다. 특히 40층 주택 건물인 편안 건물의 광경을 살필 때는 매튜와 안나는 속으로 흠칫할 정도였다.

저런 건물은 시카고 내부에서나 볼법한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란 것은 이 건물은 이제 지어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튜와 안나는 은근히 속에 생각하던 한국에 대한 인상에 대해 조금 긍정적인 시각을 가졌다. 한 마디로 낙후한 환경이지만 그나마 희망이 있다는 정도로 말이다.

안나는 케빈을 바라보며 조금은 걱정되는 얼굴로 말한다.

“여기의 환경은 괜찮기는 한데. 너 정말로 여기서 혼자 지낼 수 있어?”

케빈은 그 말에 걱정 말라는 얼굴로 자신의 어머니 안나에게 말한다.

“이 정도의 집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어. 난 독립할 때, 이런 집을 예상도 못했어. 그리고 매형의 말을 들어보면 온전히 내 소유라고 하는데. 이렇게 집까지 내어줬는데 일 역시 주겠지. 안 그래?”

메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남동생 케빈에게 타박을 놓는다.

“원래 이 집 우리 부부를 위해 구입한 집인데. 네가 날름 먹는 거 알고는 있기나 하냐?”

“아 그래? 그 것 참 잘 됐네. 그런데 이런 집을 나에게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원래 여력이 있다는 증거 아니야?”

“흥. 그래. 어쩔래? 그리고 이건 네 온전한 소유가 아니고, 원래 우리 부모님들이 한국에 찾아올 때, 같이 사용할 집이거든?”

케빈은 그거 잘 되었다는 심정으로 메리에게 말한다.

“어차피 부모님은 한국에 잘 안 올 테고, 또 오더라도 며칠이 끝이니까 상관이 없겠지. 잠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온전히 내 소유의 집인데?”

메리는 그 말에 결국 에휴 한숨을 내쉰다. 병재는 매튜와 안나에게 한 마디 말한다.

“혹여나 한국에 올 때면 다른 곳을 알아볼 용의가 있습니다. 손님용 주택은 여러 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튜는 그 말에 고개를 젓고는 대답한다.

“아니야. 한국에 올 때는 그냥 여기서 지내야지. 내 아들에게 이렇게 잘 해주는 것을 보니 꽤 마음에 안심이 되는군. 그나저나 자네는 여기 주변의 병원에서 근무를 하는 것인가?”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매튜에게 대답한다.

“예. 원래 제 동생들도 여기 인근에 살고 있습니다.”

매튜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말한다.

“그래? 그렇다면 내 딸 메리와 케빈과는 사는 곳이 가깝겠군?”

“그런 셈이죠. 제가 영향력을 미치지 않은 지역에 케빈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배려를 해주니 상당히 고맙군. 그런데 자네 형제들은 시내에서 지내지 않고, 다른 곳에 있는가?”

그 말에 병재는 흠흠 거리면서 매튜에게 설명을 해준다.

“사실 제 동생들은 젊어보여도 상당히 바쁜 몸입니다. 한 사람은 사업가, 한 사람은 군인입니다. 지금 제 결혼식이라서 이렇게 쉬고 있는 편이지만 결혼식이 끝나면 밀린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이죠.”

매튜는 그 말에 자신 역시 공감하는 얼굴이었다. 자신 역시 일이 있기 때문이다. 병재는 흠흠 거리면서 장인에게 설명을 한다.

“지금 제 가족들은 여기서는 조금 떨어진 산골마을에 있습니다. 시내에 있는 노면전차를 타고, 조금 시간이 지나야 갈 수 있는 곳이지요.”

매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재에게 말한다.

“한번 자네 가족이 지내는 집에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매튜의 말에 병재는 흐음 하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안내를 하겠습니다.”

메리는 그 말에 병재를 보고, 한 마디 염려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그런데 정말로 괜찮겠어요? 그 집 안?”

병재는 그 말에 조금 거슬린다는 얼굴로 메리에게 말한다.

“그 곳이 뭐 어때서?”

메리는 그 말에 으음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메리의 모습을 보고, 매튜와 안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뿐이었다.

시골 농촌 풍경인 사현리에 도착한 매튜와 안나는 끄응 하고, 마을 안 분위기를 살펴본다. 일단 한 눈에도 낙후되어 보이는 초가집들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그 집의 지붕마다 태양 전지들이 달려 있다는 점이다. 매튜는 자신의 집에 겨우 달은 태양 전지가 여기서는 집집마다 달리니 조금 황당한 면이 있었다.

그렇게 병재의 안내를 따라 한 집에 도착을 했는데. 거기서 마을과 같은 초가집이 눈에 보였다. 마루에 앉은 한 여자아이가 메리의 가족들을 반긴다. 매튜와 안나는 그 여자아이를 보고,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여기가 사돈의 집인가?”

병재는 그 물음에 흠흠 헛기침을 하면서 대답을 한다.

“예. 그렇습니다.”

“......”

“혹시 실망 하셨습니까?”

“그건 아니네만.”

매튜는 그렇게 말은 하지만 조금 집을 보고는 놀란 얼굴인 것은 사실이었다. 병재는 자신의 장인인 매튜에게 한 가지 말을 한다.

“원래 제 가족들이 지냈던 추억의 집입니다. 지금은 제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형편이 나아져서 다른 새로운 집에 이사를 하자고 건의를 들였지만 여기서 살겠다고 하더군요.”

매튜는 병재의 말에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자신도 어릴 시적에 지낸 집이 가끔씩 추억에 남는다. 병재는 효혜의 머리를 쓰다듬자 집 안에서 누군가 나왔다. 바로 병재의 부모님들인 길효순과 김민숙이었다. 매튜와 안나는 곧바로 그 둘에게 인사를 했고, 길효순 역시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물어본다.

“집은 한 번 살펴봤습니까?”

길효순이 이렇게 묻자 매튜는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제 아들 케빈이 엄청 좋아하더군요. 이렇게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보다 여기서는 그러니. 뒤에 있는 별채로 향하면 좋겠습니다. 그 곳이 사돈 부부에게는 알맞을 것입니다.”

“그럼 여기는...?”

길남효는 매튜의 물음에 흠흠 거리면서 한 마디 대답을 한다.

“단순히 우리 부부가 좋아서 사는 곳입니다. 하지만 손님을 맞이할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

“일단 제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이야기는 그 쪽에서 하는 것이 좋지요.”

결국 메리의 가족들은 길남효의 안내에 따라 얼마 발걸음이 되지 않은 곳에 한 건물에 들어선다. 건물은 꽤나 컸다. 정원에 가로수와 가로등이 놓여져 있었고, 물가들이 이루어져 졸졸 흘러내린다. 그리고 건물도 특이하게 하얗게 도색을 해서 동화에서 볼법한 환상의 집이었다.

매튜는 저런 모양의 집에 입이 자동적으로 벌렸다. 길효순은 그런 매튜를 보고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매튜에게 말한다.

“여기는 제 자식들이 기거하는 집입니다. 보통 가족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때는 아까 그 집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생활할 때는 따로 떨어져 생활을 합니다.”

매튜는 그 말에 으음 하며 집 밖 풍경을 살펴본다. 안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케빈 역시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국에서 사는 상류층의 저택을 그대로 축소한 감이 있었다.

메리의 가족들은 저택의 바깥을 구경하다가 이내 저택 안으로 들어갔는데. 저택 안도 꽤나 괜찮아 보였다. 다만 케빈이 사는 집 안의 생활과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방수가 많고, 화장실이 꽤 있다는 점, 그리고 손님방이 따로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로 없었다.

그렇게 메리의 가족들은 거실에서 모여들었고, 그건 길남효와 김민숙, 그리고 병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병주와 병윤은 일이 있어서 여기 안에는 없었다. 대신 효순 만이 홀로 남아서 지금 집 안에 들어온 이들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길남효는 흠흠 거리면서 매튜에게 한 마디 말한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내일 치러질 예정입니다. 결혼식장은 서울(경성에서 이름이 바뀜)이나 아니면 이 곳 문경에서 치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으음.”

매튜는 길남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여기서 결혼식을 하나 저기서 결혼식을 하나 매튜에게 있어서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메리의 가족들은 한국에서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지내기로 하였다.

1946년 11월 2일, 한국에서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결혼식은 문경에 있는 어느 한 건물 안에서 치러졌다. 문경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유지들, 그리고 전국에서 모인 명사들이 눈에 보였다. 물론 재생치료병원의 사람들도 참석을 다 했다. 이번에는 턱시도와 웨딩드레스가 아니었다. 바로 결혼식에 사용하는 단령을 포함한 예복이었다. 이런 복장을 입은 병재는 그저 그렇다 치더라도 메리는 조금 불편한 기색이 있었다. 메리의 모습에 대해 메리의 가족들은 키득키득 웃는데, 특히 케빈이 더욱 더 그러했다.

한편, 신랑 병재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었다. 바로 재생치료병원의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정필중이 병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야. 드디어 여기서 결혼을 하는군.”

단령을 입은 병재가 키득 거리며 정필중에게 말한다.

“미국에서의 결혼도 그렇지만 여기서의 결혼도 만만치는 않네요.”

“하여튼 복 받았어. 내가 저번에 결혼할 때도 이런 결혼식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 그냥 옷만 빌려서 결혼하고 끝이었지.”

“으음.”

그 때, 김강연이 병재를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며 병재 전체의 모습을 관찰했다. 김강연은 병재를 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모습을 보니까 어디 조선시대의 관리 같네요.”

그 말에 노송규가 김강연의 말에 한 마디 덧붙였다.

“원래 단령이라는 복장이 관리로 쓰인 복장이니까 말이야.”

“흐음...”

채병호는 병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을 해준다.

“하여튼 축하하오. 병원에서 만난 인연이 결국 결혼까지 가다니.”

김강연은 그 말에 채병호에게 소리친다.

“형님도 아예 사람 사귀어서 결혼이나 하시지요.”

“원 되었다. 난 아직 결혼할 맘이 없다.”

“어이쿠. 이러다 노총각으로 인생으로 지낼 생각입니까?”

“흥.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는 거다. 뭐 불만이냐?”

“불만 없는데요.”

채병호와 김강연의 대화를 지켜본 병재는 키득거린다. 그러다가 이내 병재에게서 한 사람이 다가온다. 바로 양복을 쓰고 행차한 한 노인이었다. 병재는 순간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박사님께서 오실 줄 알았습니다.”

그 말에 박사라고 불리는 노인 즉 이승만이 흠흠 거리면서 병재의 모습을 살펴본다. 이승만은 병재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단령 입은 모습을 보니 꽤나 재밌네.”

“하하. 그렇습니까?”

“이제 새신랑이 되었군. 축하하네. 앞으로도 재생치료병원에서 계속 지내는 셈이 되는 것인가?”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승만에게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원래 집사람과는 같은 직장에 다니니까 결혼한 후에도 계속 거기서 기거할 듯 보입니다.”

이승만은 그 말에 조금 아쉽다는 표정으로 병재에게 말한다.

“그런가? 하여튼 자네의 결정이 확고하니 어쩔 수 없겠군.”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런 일은 없네. 다만 서울에서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

“으음...”

이승만은 조금 어렵다는 얼굴의 병재를 보고 피식 웃고는 어깨를 두들기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주례이자 사회자로는 내가 하기로 하였네.”

그 말에 병재는 고마운지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박사님께서 맡아주시면 저로써는 상당히 안심입니다.”

이승만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럼 이따가 보세나.”

그렇게 말하고는 이승만은 곧 병재에게서 떠나간다. 시간이 지나 식이 거행되었다. 연지꼭지를 한 메리의 모습에 병재는 싱긋 웃는다. 먼저 이승만이 문서를 들고, 말을 한다.

“신랑, 신부 모두 제 자리에.”

병재와 메리는 곧 돗자리가 깔린 곳에 자세를 잡는다. 그러자 이승만이 문서를 들고 힘있게 외친다.

“신랑 싱부 서로 맞절.”

그러자 병재와 메리는 서로를 향해서 절을 한다. 그러자 이승만은 문서를 들고, 한 마디 소리친다.

“이제 두 부부는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늘과 땅에도 고수레 하고, 서로는 인연을 맺고 화합을 하겠다는 의미로 술을 나누십시오.”

그러자 병재와 메리는 자신에게 있는 술들을 한 잔 마신다. 그렇게 순조롭게 넘어갈 시점의 일이었다. 병재는 술잔에 있는 술을 마시다가 눈빛이 커지고는 이내 순간 뿜어낸다. 그리고 한 마디 소리친다.

“마시지마! 독이다!”

순간 술을 마시려던 메리는 병재의 외침에 술잔을 엎는다. 갑작스러운 병재의 행동과 소리에 순간 축제에 참가하던 사람들이 술렁거린다. 병재는 맑은 술들에 숨어있는 포악한 것들을 관찰하고는 눈빛이 일렁인다. 감히 두 사람의 결혼식에 이런 장난질이라니. 누구인가? 누가 이런 장난질을 꾸몄는가? 이런 의문을 뒤로 한 채 경찰들이 다가와 결혼식을 수습한다. 결혼은 엉망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왠지 음모 삘이 나는 모습들이 나왔네요. 과연 이런 음모를 꾸민 이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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