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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아무래도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병윤은 이참에 우리들도 함정을 파놓자고 한 마디 이야기를 했다. 바로 병재를 독살시키려는 소규모 조직을 낚기 위해서 일단 평상시대로 행동을 하자고 말이다.
그 말에 병재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세 형제가 이야기를 끝내고, 병주와 병윤이 큰 형 병재를 두고, 각 자 일을 하러 발걸음을 옮길 때, 병주가 병윤을 보고 한 마디 묻는다.
“한 마디 생각을 해봤는데. 혹시 자작극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자작극이요?”
“그래. 누군가 정치적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 자작을 했다는 말이지.”
“흐음. 작은 형님이 저에게 이렇게 살짝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작은 형은 이승만 박사가 일을 꾸몄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이번 일로 상당히 이득을 보는 측이 바로 이승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확 들더군.”
병윤은 그 말에 생각에 잠기다가 병주에게 한 마디 이야기를 했다.
“그 것도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그렇기는 하지.”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소규모 조직이 자의적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병재는 그 말에 얼굴을 구겨지고는 말한다.
“쯧. 그 것을 잊어먹었군. 이승만 휘하에 있는 조직들은 상당히 대규모 조직들이지. 그런 이들이 소규모라는 것은 언감생심일 것이고. 이거 진짜 미궁인 걸.”
병윤은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유력한 범인들은 눈에 보입니다. 자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들을 싫어할만한 이가 어디에 있습니까?”
“으음. 일단 친일파들이 우리를 노리는 것은 병신 같은 짓일 것이고, 가장 적대적으로 보이는 김일성 일파들은 행동하지 않았고, 남은 것은 다른 세력들인데. 민중들은 이번 대구 사태에서 봤듯이 다른 세력들은 싫어해도 우리들은 아닌 것 같으니. 끄으응. 이거 외국의 범주로 넘어가게 되나. 아니면 단순히 우리들의 모습에 그냥 단순한 질투심과 분노를 가진 단순한 작자들의 소행일까?”
“일단 한 번 유력한 이들과 가까운 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병주는 그 말에 의아한 시선으로 병윤에게 묻는다.
“유력한 이들과 가까운 이? 그게 누구인가?”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아실 일일 것입니다. 아니면 지금 바로 정답을 말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병주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병윤을 바라본다. 그리고 설마하는 심정으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설마... 쪽발이들이 이런 일을 꾸민거냐?”
“......”
병윤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았다. 그리고 병주는 순간 병윤이 말한 모든 조건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주는 흠흠 거리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이거 상당히 골치네. 문경에 있는 일본인 지구에서 이 일을 벌였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병윤은 그 말에 하아 한숨을 쉬면서 병주에게 말한다.
“그 말이 정답입니다. 큰 형께 미리 말을 못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기야 큰 형에게 이 소식이 당도하면 문경 일본인 구역을 싫어하는 큰 형으로써 밀어버릴 생각을 하겠지. 경성의 어르신들도 그 구역을 계륵으로 생각하니까 말이야.”
“......”
“복잡하군. 왜 이런 일을 꾸몄대. 미친 놈들 아닌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주의 말에 동감하면서 말한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말 그런 일을 꾸몄다면 일본인 구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대로 덮기에는 사건이 너무 퍼졌어.”
“예. 그런데 이승만 박사 그 사람이 아마 일부로 놔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병주는 그 말에 흐음 하며 병윤에게 말한다.
“아까는 자작극이 아니라고 네가 말했잖아.”
“자작극은 확실히 아니지만 이용은 가능하지 않습니까?”
병주는 그 말에 감탄을 하며 멀리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말한다.
“히야. 그 사람 머리 엄청 좋네. 하기야 아까 그 사태에서 엄청 침착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미리 암살 정보를 알았다는 증거인가? 아니면 순간 생각한 임기응변일까?”
“아마 후자일 것입니다. 이승만 박사라고 하여도 문경 일본인 마을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합니다. 본능적으로 생각하여 빠르게 결정한 것.”
“그렇군. 흐음. 일단 확실한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예. 아까 큰 형에게 그들을 낚시한다는 제안도 그 때문입니다.”
“그럼 유력한 자를 만나는 것도 그들을 낚시하기 위함인가?”
“예. 그렇지요. 일본인 마을의 대표인 분도 히로시를 한 번 만나는 것도 그들에게 어떠한 행동을 유발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가장 먼저 들킬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 뭐부터 하겠습니까?”
“아무래도 증인과 증거를 지우겠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둘이겠군. 잠적 아니면 도망이군.”
병주의 말에 병윤은 미소를 진하게 짓는다.
“제 생각에 아무래도 도망보다는 잠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도망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확실하게 행동할 것 같고요. 여기서 도망을 위한 잠적이라면 어떻게 생각을 할까요?”
“적어도 자신들이 안전할 만한 장소를 찾겠지.”
“그 곳은 과연 어딜까요?”
“답은 일본 본토이겠군.”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주에게 말한다.
“예. 그렇습니다. 분도 히로시와 만남과 동시에 어떤 이들에게 반응이 보일 것입니다. 활발했던 일들을 개인적인 사정으로 멈춘다던가 아니면 다른 행동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것을 포착하고, 서서히 정보를 모은 뒤 덮친다는 이야기인가?”
“적어도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잡아야겠지요.”
“흠. 네 생각을 잘 알겠다. 다만 그건 나와 네가 생각한 범인이 그들이 맞다는 것에 초점을 두면 성립할 거다. 다른 이들이 용의자라는 생각은 없나?”
병윤은 그 말에 계속 생각을 하다가 병주에게 말한다.
“일단 분도 히로시를 만나고, 별 반응이 있는 사람들이 없다면 다르게 생각을 해야겠지요. 이렇게 말하면 충분하겠습니까?”
“흐음.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겠군.”
“정보가 상당히 부족합니다. 이 모든 것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추측들뿐이에요. 한 번 정보를 모아봐야겠습니다.”
“으음. 만약 범인들이 일본인마을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난리가 나겠군.”
그 말에 병윤은 얼굴을 찡그린다. 그렇게 병주와 병윤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제 갈 길을 갔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 건물 앞에 차량들이 들어왔다. 그 차량 중 가운데에 있는 차량에서 내린 한 청년이 으음 하면서 건물 앞을 살펴본다. 재한일본인연맹이라고 써져있는 명패의 건물이 보인다. 병윤 옆에 있는 곽 상무가 긴장한 얼굴로 병윤에게 말한다.
“여기에는 왜 찾아왔는지 궁금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간단하게 대답을 한다.
“당연히 볼 일이 있으니 찾아왔습니다. 뭐 힌트를 드리자면 가족 일이지만요.”
“......”
곽 상무는 그 말에 침묵을 지킨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이미 낌새를 눈치챘다는 얼굴이었다. 병윤은 흠흠 거리면서 건물 입구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건물 안 지나치는 사람들의 집중되는 시선들을 무시하는 척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연합회장실로 문을 두들긴다.
-똑! 똑! 똑!-
“밖에 누구십니까?”
그 말에 병윤은 평상시의 목소리대로 한 마디 말한다.
“전 동협 그룹의 회장 길병윤이라고 합니다.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 말을 하자 방 안에서 소리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끼이익 하고 열렸다. 바로 방의 주인이자 재한일본인연맹의 회장인 분도 히로시였다. 그는 병윤에게 인사를 하며 말한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니 제가 놀랍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한다.
“미리 이야기를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에서 이야기를 해봅시다.”
그렇게 병윤과 측근들, 그리고 분도 히로시는 방 안에 들어왔다. 방 안은 책들과 일본식 장식품들이 있는 방이었다. 병윤과 측근 일부, 그리고 분도 히로시는 방 안에 놓인 쇼파에 앉으면서 서로를 바라본다. 병윤은 분도 히로시에게 한 가지 말한다.
“분도 회장님께서는 어제 있었던 결혼식의 그 사태를 알고 계십니까?”
분도 히로시는 그 말에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거야 모르는 이들이 없을 것입니다.”
병윤은 분도의 얼굴을 보자 그는 적어도 연관이 없었던 사람인 것이 확실했다. 아마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병윤은 흠흠 거리면서 분도 히로시에게 말한다.
“사실 제가 회장님을 찾은 것은 그 사건을 일으킬 범인이 여기에 숨어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분도 히로시는 격하게 당황했다. 어떤 미친놈들이 길씨 일가를 노린다는 말인가? 분도 히로시는 그 생각에 머리를 지배했다. 그리고 손가락이 떨려왔다. 그러나 이내 분도 히로시는 침착하고 병윤에게 말한다.
“지금 이렇게 찾아오신 것도 알고 온 것입니까?”
“저도 정보망들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다만 그 범인들 때문에 일본인 마을 내에 있는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
분도 히로시는 그 말에 하아 한숨을 크게 내쉰다.
“적어도 우리들이 알아서 이 일에 대해서 해결을 하라는 말입니까?”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한 마디 말한다.
“그건 아닙니다. 뭐 기다려 보시면 압니다. 일단 저와 분도 회장과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분도 히로시는 병윤의 말에 한 가지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타초경사란 이야기이군요. 풀을 두들겨 뱀을 놀라게 한다.”
“적어도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없다면 제가 잘못 생각할지 모르는 일이지요. 제가 언뜻 신문에 듣기로는 일본 본토에서 재일한국인들 때문에 뭐라고 말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분도 히로시는 하아 한숨을 쉬면서 미치겠다는 얼굴이었다.
“일본에 그들이 피해가 간다면 우리 역시 피해가 옵니다. 일본의 본토 정치인들은 그런 것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단순히 자기 정치적 영향력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할수록 우리들의 한반도 생활은 날로 어려워질 것입니다.”
“으음.”
“이 것 때문에 저희들 역시 행동을 취하고자 하는데. 만약 이런 사건의 진범이 우리 일본인들이라는 것이 알려진다면 난리가 나겠지요.”
“이럴 때는 잔인한 방법이지만 내부의 적은 내부가 숙청해야 옳습니다.”
“그 말은?”
“일본인 구역에 일본인 경찰들이 있지 않습니까? 만약 범인이 밝혀진다면...”
분도 히로시는 그 말에 끄응 거리며 병윤에게 말한다.
“한 마디로 봐주지 말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입니까?”
“아마 그들을 감싸고도는 행동을 하다 걸리면 어떻게 될 지는 회장님이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휴우. 그 것이 맞는 이야기겠지요.”
“재한일본인연맹에 어려운 점들은 여기까지로 보이는 군요.”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일단 어려운 점들은 꽤나 있습니다. 그래도 처리를 해야지요. 우리들은 재일한국인들과 한 번 손을 잡을 용의가 있습니다. 그들과 우리는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죠.”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도 히로시에게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 우리 동협 그룹이 도와드리겠습니다.”
“휴우. 회장님의 배려에 무척이나 감사합니다.”
그렇게 분도 히로시와 병윤과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병윤은 재한일본인연맹 건물을 빠져나가면서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어디 한 번 함정을 놓았으니 그물을 거둘 준비를 해야겠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인 마을에 있는 건물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 중 한 사람인 흉터가 진 사람은 얼굴을 대차게 구기면서 소리친다.
“이런 빌어먹을 실패야!”
그 말에 부채를 든 사내가 흉터 진 사내에게 말한다.
“이것으로 우리들의 존재만 밝혀졌습니다.”
그 말에 무감정한 여성이 사람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지금 그들은 포위망을 좁히고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어르신에게 위해가 되겠군요. 괜한 벌집을 건드린 느낌입니다.”
그 말에 입가에 화상이 있는 이가 한숨을 쉬며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어떻게 하지? 우리가 건드린 자들은 결코 만만치가 않은데 말이지.”
무감정한 여성은 그 말에 흐음 거리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아까 정보를 들었을 때, 분도 히로시 회장과 동협 그룹의 길병윤이 만났다고 합니다. 아마 이것을 들으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흉터 진 사내는 그 말에 이빨을 갈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일본인마을의 사람들을 의심한다는 이야기군.”
무감정한 여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이미 일은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실패로 끝났지요.”
“일본 본토에 있는 어르신이 구출을 해줄까?”
부채를 든 사내가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그런 소리는 생각도 마십시오. 이대로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입니다. 어르신이 우리들을 거둔 은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을 구제할 생각은 없을 것입니다.”
부채를 든 사내의 말에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당황은 더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이번 일을 꾸민 사람들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일본의 어르신이 하나 등장을 하네요. 뭐 어르신에 대해 정보를 주자면 우선 그는 일제강점기 때 한반도에 기반을 둔 사람입니다. 그리고 힌트로는 절대로 조선총독부 관련 인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길씨 가족의 적 한 사람이 등장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