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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12월 9일, 드디어 혹한기 훈련이 개시되었다. 아예 사단 규모로 통째로 혹한기를 실시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병주의 사단에 속한 부대들은 준비가 부지런했다. 그리고 33연대가 대항군 연대를 맡고, 34연대가 주 연대를 맡았으며 35연대의 경우는 예비 연대로 활용이 되었다. 각 연대에 속한 대대의 병사들은 막사를 빠져나갈 때, 군장을 싸고, 행군하면서 도보로 이동하고 있었다.
일단 보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군이었다. 보병이 걷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자동차와 헬기까지 갖춘 마당에 행군을 실시하겠다는 병주의 생각은 불필요할 수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미군정에서 병주의 사단에 파견한 도노반 시밀터 중령이었다. 입김이 마치 눈에 다 보일정도로 추운 날씨에 훈련을 하겠다는 병주를 보고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단장님. 지금 이 시기에 훈련을 하다가는 병력 소모가 장난 아닐 것입니다. 조금 제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병주의 뺨에 영하 10도가 넘는 그런 혹한의 추위가 느껴졌지만 이미 병주는 결심을 하고 남았다. 그는 단호한 얼굴로 시밀터 중령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적이 혹한 속에서 안 쳐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거기에 이런 곳에서 훈련을 해야 다음 번 실전에서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래도 훈련에 대한 물자 소모도 그렇지만 이런 혹한에 훈련은 우리 미군에서도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도노반 시밀터 중령은 자동적으로 몸이 으슬으슬 해지는 이런 날씨 속에서 과연 광복군이 잘 훈련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도노반 시밀터 중령은 이 빌어먹을 날씨 속에 훈련을 하는 것은 예상도 못했다. 그는 지금 알래스카 방위군의 방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병주 역시 시밀터 중령처럼 방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고, 추위를 느끼기는 하지만 병주의 눈빛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끈질기게 시밀터 중령에게 말한다.
“적이 혹한기에서 작전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훈련을 함으로써 대비를 해놓아야 다음 번 혹한기에서 작전을 할 때, 필요한 것들과 방법들을 강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밀터 중령은 결국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휴우.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는 고문을 하는 것이 큰 역할이지. 다른 것에 대해서 권한이 없어서 그렇죠. 대신 혹한기 훈련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아마 동상 걸릴 병력들을 계산하고, 대처를 해야 할 것입니다.”
병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 말라는 얼굴로 시밀터 중령에게 말한다.
“그건 염려 마십시오. 혹한기 훈련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부터 대비책을 세워놓고 행동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예상외의 사태가 기어 나올지 조금 염려스러울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병주의 눈빛에는 조금의 걱정과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혹여나 일이 잘못 되면 전부 동상에 걸려서 훈련이 끝난 후 아예 일과를 못할 수도 있었다.
‘여태까지 잘해왔다. 병주야. 이번에도 잘 할 거야. 그래 내 능력을 믿자. 내 자신을 믿자. 돌발 상황은 오겠지만 믿자.’
그렇게 생각한 병주는 차량에 타고, 무전기를 틀며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주는 산맥에 겨우 터를 잡고, 천막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천막들 사이에는 배수로를 까는 병사들이 눈에 보였고, 천막 근처의 높은 언덕에 경계를 서는 경계병들이 눈에 보인다. 그런 곳에서 병주는 천막 안에 성큼성큼 들어가고,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는 참모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책상에는 그 유명한 전투장기의 말들이 눈에 보였다. 각 지도의 요지마다 34연대와 35연대가 위치한 지형에 배치가 되어 있었다. 일단 33연대의 경우는 대항군이기 때문에 말들을 배치하지 않았다. 그 배치 상황은 33연대의 재량에 맡겼다. 다만 33연대의 경우 연락할 수 있는 것은 병력 소모가 일어난 중대한 상황이거나 혹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어떤 상황에서만 연락이 가능했다.
그 외 34연대와 모의전투를 벌이는 것은 33연대의 연대장 표영환 대령의 자유였다. 한 마디로 33연대는 대항군으로써 작전의 자유권을 임시적으로 보장을 받은 것이다. 33연대가 어떻게 군대를 이끌고, 공격할 지는 그의 자유였다. 물론 33연대를 맞이하는 34연대의 경우 지휘권 역시 해당 연대장인 심지척 대령에게 있었다. 다만 심지척 대령의 경우는 이동상황이나 기타 부분에서 병주의 사단에 보고를 해야 했다.
병주는 옆에 앉아있는 참모장 박현호 대령에게 한 마디 묻는다.
“오늘은 그냥 준비를 하는 거고, 2일간 전투를 하는 건가?”
박현호 대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숙영지 건설이나 짐 정리, 혹여 발생할 사태에 대한 대비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주 연대가 방어-공격 순으로 이틀간 훈련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병주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면서 박현호 대령에게 말한다.
“훈련시간이 짧기는 하겠군. 원래 실전에서 야외에 몇 달씩 있는 것이 대다수인데 말이야. 뭐 할 수 없지. 일과도 있고 하니까.”
“......”
박현호 대령 역시 중국대륙에서 실전을 겪어봤기 때문에 병주의 말이 타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훈련시기를 괜히 늘렸다가는 지난주에 결정한 훈련계획이 꼬일 우려가 있었다. 뭐 대표적으로 보급부터 해서 병력 교환까지 말이다.
병주가 내일 있을 작전에 대해서 상황을 살피고, 세부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쯤. 대항군을 맞이하는 34연대의 상황은 이제 막 행군을 끝내고, 지금 막사를 구축하고 있었다. 우선 자리를 지정하고, 배수로를 깔고, 그 다음에 땅의 습기와 한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낙엽이라든지 기타 흙들을 덮고, 거기에 이제 방한용 매트릭스를 깔고, 마지막으로 덮고 다는 이불로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 그 위에는 침낭을 설치한다. 침낭을 바라보는 지현국 이등병은 뭐라 말할 감정이 없었다. 집의 사정 때문에 광복군 모집에 얼떨결에 지원한 지현국은 이제 막 훈련이라는 것을 처음 받아보았다. 지금 그의 입김은 훤히 다 보일정도로 추웠다. 지현국 이병은 안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옆에 있는 선임이 지현국에게 콕콕 찔러서 말했기 때문이다.
“현국아. 그 쪽 다 설치했으면 다른 쪽 도와야지. 뭐 하냐?”
“예. 알겠습니다.”
지현국 이병은 선임에게 붙들려서 미처 설치 못한 천막을 설치한다. 우선 천막의 형태는 세모 형이 아니라 집 모양이었다. 즉 지붕이 세모꼴로 가다가 벽을 만드는 경우였다. 왜건형 천막를 2인용 규모로 만든 작은 천막이었다. 그러나 미군에서 주로 하는 A형 천막보다는 공간이 조금 넓어서 나았다.
지금 배수로를 파고 있는 병사들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삽으로 하는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곡괭이로 찍어서 땅을 파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땅이 꽁꽁 얼어서 삽으로 펄 수 없기 때문이다. 지현국 이병 역시 곡괭이를 들고, 자기 선임 따라서 곡괭이로 배수로를 파냈다.
배수로는 혹여나 모를 비에 대비해 물들이 천막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현국 이병은 비가 내리는 것보다 아예 눈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해서 헛고생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배수로를 파라고 하면 파야 하는 신세였다. 어느 정도 천막 설치 작업들이 끝이 났다. 김방영 일병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것을 느끼자 옆에 있는 자신의 후임인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작업은 대충 끝났네. 씨발. 이런 날씨 속에서 훈련이라니.”
김방영 일병은 욕을 했지만 지현국 이병은 조용했다. 그러다가 이내 김방영 일병이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작업은 모조리 끝이 났으니 뭐 하라고 지시를 내릴 거다. 휴우. 젠장.”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조금 모르는 눈치였지만 김방영 일병의 말처럼 소대장 박진평 소위가 자신의 휘하 병사들을 부르고 한 마디 말한다.
“천막 작업 다 끝났지?”
그 말에 분대장들은 동시에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혹여 작업 중에 이상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비 파손은?”
-없습니다.-
박진평 소위는 미소를 지으며 휘하 병사들에게 말한다.
“장비 파손이 일어나면 즉시 말해라. 장비 괜히 까먹었다가 갈구 지는 않을 테니까. 다만 없는 살림에 조심히 다뤄졌으면 좋겠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니 다들 분대를 이끌고, 알아서 밥을 먹도록 해라.”
분대장은 소대장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곧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자기 분대 따라서 밥을 먹기로 한다. 김방영 일병은 조금 의외라는 얼굴로 소대장 박진평 소위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떨군다. 지현국 이병이 궁금해서 물어본다.
“저 김방영 일병님. 뭐 때문에 그렇습니까?”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어깨를 들썩이며 지현국 이병에게 말한다.
“원래 이런 천막 작업이 끝나면 다시 작업을 해야 하거든. 의외로 점심식사를 시작하네. 하기야 아침부터 행군을 가서 지금 작업이 끝난 후에 시간이 딱 맞기는 하지만.”
“......”
김방영 일병은 지현국 이병에게 등을 툭툭 건드리며 한 마디 말한다.
“야. 사실 내가 입대했을 때만 하여도 씨발 여름 때마다 비 올 때 훈련을 했다. 그 때는 배수로 잘못 파서 천막에 물 들어오고, 난리였지. 그 때는 저 소대장 역시 나랑 같이 전입을 와서 한창 모를 때였지. 우선 고참들이 겨우 삽을 가지고, 배수로를 파냈다. 그리고 선조들이 비올 때, 왜 전쟁을 안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단장 이 또라이 녀석은 이런 추운 시기에 훈련을 한다고 지랄이냐? 안 그러냐?”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은근히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은 이번 훈련이 처음이지만 지금 입김이 눈에 보일 정도로 추운 이 시국에 행군을 하고, 천막을 설치하고, 4박 5일 동안 훈련한다는 것에 속으로 기가 질릴 정도이다. 그 때, 두 사람에게 목소리가 떨어졌다.
“김방영, 지현국 밥 안 먹을 거냐?!”
분대장 전경렬 병장이 김방영과 지현국에게 결국 한 소리를 하자 그 두 사람은 얼른 분대장에게 뛰어갔다. 김방영과 지현국이 분대장이 있는 곳에 도착을 하니까 분대장 전경렬이 자신의 군장 안에 있는 전기아궁이를 작동시키고, 그 위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전경렬은 각 분대에 할당된 식사들을 놓았다. 문제는 국이 이런 날씨에 너무 차가워서 다 식었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반합에 채운 국들을 전기아궁이 위에 놓고 데우는 실정이었다. 전경렬 병장은 두 사람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야 니들 것도 받아놓았으니까 너희들 것도 전기아궁이 위에 놓고, 끓여라. 이런 날씨에 그냥 먹다가 위장이 다 얼어붙는다.”
그 말에 김방영 일병이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영이. 너는 신병에게 뭐 좀 가르쳐주고.”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곧 자신들의 천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 둘은 자신의 군장 속에서 자신의 전기 아궁이를 빼낸다. 전기 아궁이는 열을 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었기에 잘 간수해야했다. 지현국 이병은 전기 아궁이를 처음 받을 때, 상당히 신기해했었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열이 나는 물건이라니 처음 봤다. 다만 신기한 만큼 값어치가 있는지라 아예 처음 받을 때부터 장교가 분해해놓고, 어딘가로 지현국 자신의 지문을 찍어 눌렀다. 그리고는 다시 재조립하고 받았다.
지현국 이병은 왜 이런 절차를 하는가? 라고 물어보니. 전기 아궁이를 나눠주는 장교가 이렇게 지문을 찍어 눌러야 혹여 도둑맞았을 때,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지현국 이병은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렇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다.
김방영 일병 역시 자신의 전기아궁이를 꺼내들고는 옆의 후임인 지현국 이병에게 말한다.
“이거 하나 잘 간수해라. 그리고 없다고 훔쳐가면 좆 되는 거 있지 말고.”
그 말에 지현국 이병은 의아한 눈빛으로 김방영 일병에게 묻는다.
“이거 많이 훔쳐갑니까?”
“야. 너 이거 처음 받을 때, 장교가 뭐라 안하든? 지문까지 찍었지? 내가 신병 때만 해도 말이야. 어떤 놈이 이거를 딴 데로 팔아넘기고, 다른 병사 것을 훔쳐 갔다는 이야기를 안 했냐?”
“그건 못 들었습니다.”
“자식. 일단 가면서 이야기를 하자.”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방영 일병과 같이 자신들의 분대장인 전경렬 병장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는 김방영 일병이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옛날에 한 꼴통 새끼가 있었어. 자신은 중국에서 활약했다고 무지막지하게 떠드는 새끼였는데. 사실 알고 보면 해방 후에 처음 들어온 병신 같은 놈이었지. 사실 전기아궁이 같은 것은 이거 사실 올해 4월 달인가? 그 때 만들어져서 병사들에게 배분받은 것 일 거야 아마도. 사실 내 선임들이 처음 이것을 봤을 때 겁나 신기해했지. 사단장 동생이 동협 그룹의 회장이거든. 사단장이 아예 이 것을 자신의 사재로 다 구입을 해놓고, 분배를 했지.”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김방영 일병에게 말한다.
“허. 사단장님이 그런 분이셨습니까?”
“흥. 대신 훈련은 지랄 맞으니 그런 쪽으로 혜택을 주는 편이지. 하여튼 군인은 군인이야. 이런 시기에 훈련하고, 또 내가 신병인 시절에 비가 쏟아져 오는데도 훈련하니까 말이야. 하여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일단 전기아궁이가 병사 개개인에게 지급이 되었고, 그 때마다 이 걸로 국이나 그런 것을 데우거든? 그런데 그 병신 같은 놈이 이 걸 빼돌려서 팔아먹었지. 그리고 자신은 문책 당하기 싫으니까 지금의 분대장인 전경렬 병장 거를 훔쳐갔지.”
“와. 미친.”
“거봐. 욕 나오지? 그 때만 하여도 분위기 어땠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사건은 터졌고, 전경렬 병장은 그 때 전 소대장에게 한 마디 찔렀지. 누군가가 내 것을 훔쳐갔다고 말이지. 물론 전 소대장 역시 꼴통은 아니니까 소대 내에 검사를 해댔지. 그리고 일일이 지문을 대조하면서 찾았지. 그 꼴통 새끼는 결국 걸렸고, 군대에서 쫓겨났어. 그리고 팔아먹은 비용까지 대도록 만들었지. 하여튼 병신이라니까.”
“으음.”
“하여튼 이 일로 자기 것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자는 분위기가 있었어. 피곤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그 분위기 때문에 남의 것 함부로 못 훔치겠더라.”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하니까 어느새 분대장 전경렬 병장이 있는 쪽으로 도착을 했다. 두 사람은 적당한 자리에 앉고는 분대장이 챙겨준 반합 안의 밥과 국들을 보고 얼굴을 조금 찌푸린다. 밥과 국이 얼어붙은 지 오래여서 국에는 얼음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분대장의 말처럼 데워야 먹을 수 있었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전기 아궁이에 얼은 반합을 놓고, 버튼을 누른 뒤 데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자 얼음이 둥둥 뜬 국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그런 국과 반찬, 밥이 해동되자 두 사람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현국 이병이 속한 분대의 식사가 끝나자 전경렬 병장이 자신의 분대원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밥 남긴 사람은 없지?”
그 말에 분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전경렬 병장은 다시 한 번 말한다.
“일단 반합의 경우는 물로 헹구고, 깨끗이 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기 아궁이의 전원은 껐지? 지금 당장 확인해봐.”
그 말에 분대원들은 혹시나 몰라 전기 아궁이의 상태를 확인한다. 다들 전기 아궁이를 끈 모양이다. 지현국 이병은 분대장 전경렬 병장의 지시에 조금 의아한 눈빛이었다. 그 때, 김방영 일병이 눈치를 채고, 지현국 이병에게 말한다.
“야. 이거 끄는 거 잘 해라. 만약 켜둔 채로 놔두다가는 좆 되니까.”
“혹시 화재 때문에 그렇습니까?”
“그래. 어떤 병신 같은 놈이 이걸 킨 채로 자신의 군장 속에 넣었다. 그리고 그 놈의 천막은 불이 났지. 하여튼 그거 때문에 일일이 검사를 해두는 것이다. 화재가 나면 천막은 물론 천막 안에 있는 물건까지 홀라당 다 타버리거든.”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자신 역시 조심해야겠다는 얼굴이었다. 전경렬 병장은 자신의 분대원들의 전기 아궁이에 대해 일일이 검사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소대장께서 또 작업을 하자고 하더군.”
김방영 일병이 그 말에 얼굴을 대차게 구긴다. 전경렬 병장은 분위기가 좋지 않은 분대원들을 보고 말한다.
“야. 나도 좆같거든. 그런데 해야 돼. 일단 소변, 대변보는 곳을 만들어야 된대. 일단 이것만 만들면 더 이상 뭐 작업할 것 없고, 자유시간이라고 하더라.”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편히 쉴 수 있다는 희망감을 가진다. 그러나 김방영 일병이 그런 지현국 이병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야. 너 쉴 생각 하냐? 현국아 꿈 깨라. 이거 다음에 진지 살펴봐야 된다.”
그 말에 지현국 이병은 희망에서 절망으로 감정이 변한다.
============================ 작품 후기 ============================
휴우 제가 했던 군생활의 기억을 짜내면서 병사들의 훈련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댓글 폭탄으로 쏟아부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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