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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자 지현국 이병은 자신의 선임인 김방영 일병과 함께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고 있었다. 병사들의 임시 변소를 만들 장소였다. 어느새 시간을 들여 땅들을 파니까 전경렬 병장이 두 사람에게 말한다.
“일단 깊이는 그 정도면 된 것 같고, 그냥 모서리 부분만 파서 각 좀 세우면 되겠네.”
김방영 일병이 그 말에 퍽이나 고맙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곡괭이로 얼은 땅을 부수고, 삽으로 부순 흙들을 위로 퍼 올린다. 그렇게 대충 임시 변소가 만들어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구덩이에서 바깥으로 나오고 작업도구들을 정리한다. 그 후, 전경렬 병장과 병사 몇 명이 나무판자를 구덩이 위로 대고는 구덩이 주변을 거적 데기로 가렸다.
그렇게 임시 변소가 만들어지자 전경렬 병장은 자신의 분대원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명령 없을 때까지는 자유 시간이다. 아까 천막 깐 곳에서 쉬고 싶으면 쉬던가 해라. 물론 동상 걸릴 것 같으면 반드시 이야기하고.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그렇게 자신이 설치한 천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쪽 안으로 들어가서 군화를 벗는데, 군화는 발목에서 복숭아 뼈까지 지퍼 식으로 되어 있어서 지퍼 손잡이를 그냥 아래로 내리면 금방 벗을 수 있었다. 김방영 이병은 그런 군화를 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하여튼 동협 그룹에서 만든 군화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지런히 놓인 군화를 보고, 지현국 이병은 의아한 시선으로 묻는다.
“원래 군화가 다 저렇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현국 이병을 쳐다보다가 이내 설명을 해준다.
“야. 현국아. 이 군화 맨 처음에 보급 받았을 때. 어떻게 이뤄진 줄 아냐?”
“그거야 이 것처럼...”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지. 그런데 광복군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건 아니라고 말을 한다. 군화 신는 것과 벗는 것도 뻑뻑해서 군화 사용하는 것도 힘들었지. 그 때는 아예 끈으로 묶었어.”
“저 군화 앞부분의 줄처럼 군화를 신을 때도 전부 줄로 처리했단다. 좆같은 군화라고 말을 많이 했지.”
“......”
“흥. 하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그 것보다 가장 좋은 점은 저게 통풍성이 잘 된다는 것이다. 저거 신고 물속에 들어가면 군화 안에 있는 것이 금방 빠져나간다. 그리고 비닐은 잘 챙겼지?”
그 말에 지현국 이병은 양말을 감싼 비닐과 그 비닐을 묶은 고무줄을 김방영 일병에게 보여준다. 김방영 일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거 뚫리면 나중에 밤에 경계나 진지에서 대기를 탈 때, 좆 되는 거야. 그거 꼭 간수해라. 안 그러면 내 발이 동태처럼 얼어붙을 거다.”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김방영 일병은 그런 지현국 이병을 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뭐 사실 이건 나도 분대장에게 들은 말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나 역시 혹한기는 처음이거든. 원래 경계를 설 때, 이 비닐이 진짜 발을 보호하는데 탁월하다. 이게 조금 습기를 빠져나간다거나 그런 것은 없지만 대신 대기를 타거나 할 때는 이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김방영 일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러면 이건 진지에서 그대로 있을 때, 사용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래. 맞아. 대기 때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땅의 한기가 군화를 뚫고, 발에 닿는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다.”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김방영 일병의 하는 말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지금 이렇게 사용을 해보니 비닐만큼 보온성이 있는 것도 없었다. 그 때, 김방영 일병이 투덜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망할 날씨. 천막 안에 들어갈 때도 엄청 춥네. 일단 침낭 안에 발을 넣어라.”
“예?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김방영 일병이 그 말에 이죽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흥. 동상 걸려서 개고생 안 할 거면 말아라. 그리고 이런 것으로 선임들이 뭐라 말은 안 하니까 넣고 다녀라.”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방영 일병의 말처럼 침낭 안에 발과 다리들을 넣었다. 침낭 안에 발을 넣으니 언 발이 서서히 해동되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체온이 느껴지니 지현국 이병과 김방영 일병은 조금씩 노곤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대로 시간이 갔으면 좋겠지만 결국 김방영 일병이 아까 말한 대로 이뤄진다.
“3분대 모여. 3분대.”
자신들의 분대장인 전경렬 병장의 말에 노곤했던 몸들과 정신이 확 깨어났다. 그리고 김방영 일병은 똥 씹은 얼굴을 하고는 옆에 긴장한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드디어 진지 한 번 살펴보는 거네.”
“......”
“뭐해. 나가야지.”
“예. 예.”
지현국 이병은 지금 움직인다는 것에 상당히 아쉬웠지만 빨리 빨리 나가야 했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소총을 챙기고, 방탄헬멧을 쓰고, 방독면 가방까지 메고는 군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전경렬 병장은 어느 정도 준비가 갖춰진 두 사람의 모습에 한 마디 말한다.
“방영아. 현국아. 너무 편하냐? 왜 나오는데 30초 씩이나 걸려?”
“죄송합니다. 분대장님.”
전경렬 병장은 김방영 일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거 원래 적의 습격이나 실전에서 벌어진 것이라면 너희 둘은 꽥하고 뒈진 것이나 마찬가지야. 앞으로 조심해라.”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는 대답한다.
“앞으로 명심하겠습니다.”
전경렬 병장은 김방영 일병에게는 그렇게 말을 끝내고는 모인 분대원들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아까 소대장님이 진지 한 번 살펴보자는 지시가 있었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물론 다른 분대원들도 역시라는 얼굴로 전경렬 병장을 바라본다. 전경렬 병장은 흠흠 거리면서 분대원들에게 말한다.
“정해진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훈련 전에 진지 청소한다고 매번 돌아다녔으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 그렇습니다.-
“준비는 갖췄지?”
-예. 그렇습니다.-
전경렬 병장은 자신의 분대원들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확인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이내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한다.
“자 가자고. 일단 소대장님 인솔 하에 모여야 하니까.”
분대원들은 그 말에 자신들의 분대장 전경렬 병장에게 대답하고는 전경렬 병장을 따라서 우루루 자신의 소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소대장 박진평 소위가 자신의 병력들을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박진평 소위는 자신의 휘하 3분대까지 온 것을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휘하 소대원들에게 말한다.
“일단 내일 있을 방어에 있어서 우리 소대의 진지를 한 번 살펴봐야 된다. 확인만 하면 되니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말에 소대원들은 수군거리다가 이내 대답을 한다.
-예. 알겠습니다.-
작업은 하지 않는다는 소리에 병사들은 조금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그렇게 박진평 소위를 따라서 3분대 역시 졸졸 따라다녔다. 그렇게 걸음을 얼마정도 걸으니 진지가 눈에 보였다. 박진평 소위는 곧 휘하 병사들에게 말한다.
“일단 살펴보고 끝내라. 이상 있으면 이야기를 하고.”
-예. 알겠습니다.-
3분대는 분대장 전경렬 병장을 졸졸 따라다녀서 3분대의 진지에 살펴본다. 그리고 교통호를 따라다니며 3분대의 2인용 진지에 배치를 받는다. 김방영 일병과 짝을 이룬 지현국 이병 역시 선임을 따라서 자신이 작업한 진지로 간다.
김방영 일병은 진지 안을 어느 정도 살펴보다가 이상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여기는 이상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방어 작전을 밑도 끝도 없이 기다려야 되지. 에휴. 그 여름날에는 햇빛 때문에 뒈지겠는데. 여기선 추위로 뒈질 것 같네.”
지현국 이병은 그 말을 곱씹으며 김방영 일병에 동의한다. 지금도 추운데 그 때 방어한다고 진지 안에 있으면 얼마나 추울까? 그 때, 김방영 일병은 괜시리 투덜거린다.
“제길. 이렇게 무개호로 있으니까 겁나 춥겠네. 벙커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궁금한 얼굴로 김방영 일병에게 묻는다.
“벙커란게 뭡니까?”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설명하기 그런지 지현국 이병에게 말한다.
“콘크리트는 알어?”
“으음... 잘 모르겠습니다.”
김방영 일병은 에휴 한숨을 내쉬며 지현국 이병에게 말한다.
“일단 우리 주둔지에서 생활하는 건물은 알지?”
“그건 알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라는 것은 집 재료야. 초가집에서 흙이나 이런 걸로 집을 짓잖아. 콘크리트가 바로 흙 역할을 하는 거야.”
그 말에 지현국 이병은 알겠다는 눈초리였다. 그러나 김방영 일병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벙커라는 것은 콘크리트로 만든 진지 같은 거야. 그래도 벽과 지붕은 있어서 지내기에는 그나마 편하거든.”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아! 하고는 김방영 일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갔다. 지금 이렇게 지붕이나 가슴 깊이까지 오는 진지를 무개호라고 김방영 일병이 설명했다. 그리고 벙커처럼 지어진 곳을 유개호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지현국 이병은 김방영 일병에 의해서 하나하나 알아간다. 그 때, 지현국 이병이 김방영 일병에게 묻는다.
“그런데 지금은 그 벙커라는 것이 없고, 이렇게 진지를 만드는 것이...”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고는 설명을 해준다.
“현국아. 한 번에 끝내자. 한 번에. 벙커라는 것이 어디 쉽게 만들어지냐? 그게 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다고. 콘크리트가 군대에서 쓰이냐? 요즘 민간에서 콘크리트 없다고 난리야.”
“으음...”
“뭐 이해 안 갈 수 있겠지. 하지만 벙커 짓는데 비싼 걸 어쩌겠냐고?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이 진지에서 틀어박혀서 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냥 요충지에 딱 만들어지는 것이 요새와 벙커야. 이해했어?”
“예. 이해했습니다.”
“그럼 돌아가자. 이제 여기도 다 봤으니 문제없겠지.”
지현국 이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방영 일병을 졸졸 따라다녔다. 어느 정도 걸음을 옮기니 자신의 분대원들이 눈에 보인다. 그런데 지현국 이병과 김방영 일병 둘을 기다린 것 같았다. 전경렬 병장은 그 둘을 보고 투덜거린다.
“뭐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끄냐? 그냥 확인만 하면 되는데.”
그 말에 김방영 일병은 죄송하다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죄송합니다. 기다리게했습니다.”
솔직한 말에 전경렬 병장은 흠흠 거리면서 두 사람에게 말한다.
“뭐 신병 교육 때문에 늦은 거겠지. 확인 끝났지?”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이상 없습니다.”
“그럼 됐네. 일단 철수하자고.”
지현국 이병과 김방영 일병은 자신의 분대 따라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지현국 이병이 김방영 일병에게 묻는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냥 여기서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끝내는 게 좋아. 아까 분대장님이 말했지? 신병 교육 한다고 조금 늦은 것은 이해한다고.”
“예.”
“군대 생활할 때, 그냥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하지 않겠습니다만 알고 있어라. 물어볼 때는 물어보고, 괜히 대답하면 변명처럼 들려서 사람에 따라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으음...”
“원래 그런 것을 금했는데. 그냥 선임들이 편해서 묵과하는 거지. 그냥 눈치를 키우면 되는 거야. 그냥 갈구고 싶어서 하는 거지. 아니면 정말 이유를 묻고 싶은 것인지는 눈치로 때려 맞춰.”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자신의 군 생활이 험난해졌다고 생각한다. 김방영 일병은 그런 지현국 이병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냥 야단맞는 것은 일상이라고 생각해. 하여튼 너도 고생이다. 이런 곳에 지원을 해가지고. 뭐 이유라도 있냐?”
“가족들이 저에게 제 몫이라도 다 해라라고 해서. 배운 것도 없고, 그나마 농사로 체력을 다진 것이 있어서 그냥 여기로 왔습니다.”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다들 농사꾼이네. 하기야 집안에 농사 안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 그래도 여기에 온 이상 기술 한 가지는 배우고, 글도 배우니까. 좋지.”
“글이라면?”
“신병 때 떼지 못했냐?”
“그건 아닙니다.”
“흥. 하기야 다들 문맹이니까 전부 군대에서 글을 배우지.”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신병 교육대에서 일과 끝날 때마다 매번 조교에게 불려가서 글을 익힌 것을 기억했다. 거기서 기초적인 수학에 대해서도 배워두었다. 그 때문에 지현국 이병은 종이와 연필이 있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과 말을 글로 적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기술이라는 말에 의아한 얼굴로 김방영 일병에게 말한다.
“그런데 기술은 무슨 기술을 배웁니까?”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냥 이것저것 작업에 필요한 것은 다 배우지. 콘크리트를 반죽해서 공사하는 것을 해서 용접까지 다양하게 해. 거기서 어느 정도 배워두면 다 사회에서 쓸모가 있기 마련이지.”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김방영 일병을 바라본다. 김방영 일병은 전경렬 분대장을 가리키면서 지현국 이병에게 말한다.
“사실 전경렬 분대장님 역시 자신은 일병, 상병 때, 용접을 익혔다고 자랑했지. 뭐 용접으로 자신은 동협 그룹에 입사할 거라고 자랑을 해대서 말이야.”
“동협 그룹이라면 그...”
“그래. 씨발 입사하기만 하면 인생 피는 것. 어지간히 공부를 한 대학생이라도 무조건 가기 위해서 안달이 난 곳이지.”
“으음...”
“거기에 입사하기만 하면 집주지, 집에 딸린 가정용품도 주지, 어떤 곳에서는 차도 공용으로 쓰라고 주는 데도 있다. 하여튼 입사하기만 하면 굶주릴 걱정 없고, 추워서 벌벌 떨 걱정도 없고, 그 유명한 TV도 집집마다 다 있지.”
지현국 이병은 헤하고 김방영 일병의 말처럼 자신이 동협 그룹에 입사하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을 생각했다. 만약 그런 곳에 입사하게 된다면 고향에 있는 처녀 지숙이도 자신을 우러러보며 결혼하자고 했을 것이다. 김방영 일병은 그런 지현국 이병을 바라보며 뒷통수를 툭툭 치며 지현국 이병의 달콤한 상상을 깨뜨린다.
“헤벌레 하고 있지 말고 정신 차려. 이 자식아.”
============================ 작품 후기 ============================
사실 갈구는 것은 선진 군대라고 자랑하는 미군에서도 흔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대신 여기서의 군대는 구타 가혹행위같은 것은 벌어지지 않을 예정입니다. 병주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전력을 깎아먹는 짓거리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궁금하신 사항들에 대해서 댓글로 질문을 던져주시면 제가 친절하게 댓글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아 이렇게 정중하게 쓰니까 제 손이 오그라드네요. 그냥 댓글 투척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