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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진지를 살펴본 이후로는 다시 장비들을 점검하고, 정비를 하고 있었다. 일단 준비부터 끝이 나니까 그나마 시간이 조금 남았다. 그러나 소대장 박진평 소위가 소대 내 분대장들을 불러 모으고 한 마디 말한다.
“할 일이 대충 끝났다고 하지만 지금부터 긴장을 해야 할 거다. 지금 대항군은 언제 어디서 습격해서 기회를 엿볼 것이기 때문이지. 지금 이 시간에도 혹시나 대항군이 숨어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대장의 지시사항으로 일단 이 곳을 경계할 인원들을 뽑도록 하겠다.”
그 말에 분대장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소대장 박진평 소위는 흠흠 기침을 하면서 마치 중대 발표를 하는 사람처럼 긴장한 얼굴로 말한다.
“우선 경계는 순찰 조와 고정 조로 나눠진 것 알지?”
그 말에 3분대의 분대장 전경렬 병장이 소대장에게 묻는다.
“순찰 조는 그냥 천막이 깔린 범위 내로 순찰하는 것입니까?”
박진평 소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그래. 그리고 혹시나 소대 내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나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임무야. 그리고 일일이 천막 안을 살피면서 확인을 하는 거지. 그리고 고정 조는 경계하기 좋은 곳에서 엄폐해서 경계를 실시하면 된다.”
“경계시간은 몇 시간이고, 순찰 조와 고정 조는 어떻게 교대합니까?”
“교대시간은 2시간 마다 이뤄지고, 순찰 조가 고정 조를 1시간마다 교체를 하는 식으로 한다. 그리고 통째로 교체를 해서 인수인계를 한다. 알겠냐?”
“으음.”
박진평 소위는 자신의 휘하 분대장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순찰 조와 경찰 조의 첫 초는 1분대가 맡고, 그 다음에 2분대, 그 다음에 3분대 씩으로 가기로 하지. 비번은 없다.”
“으음.”
“자세한 것은 일단 토론을 하면서 결정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결국 박진평 소위와 분대장들은 어느 정도 협의를 통해서 경계 조와 순찰 조를 결정했다. 그나마 공평해야 했기에 조금 시간이 걸렸고, 박진평 소위는 종이에 순찰 조와 고정 조의 순서를 적어냈다. 그리고는 분대장들에게 돌린다.
“일단 이거 외우고는 어딘가로 치우던가 태우던가 해라.”
분대장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전경렬 병장이 소대장 박진평 소위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오늘 암구호는 무엇입니까?”
박진평 소위는 그 말에 자신의 손목에 찬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내 전경렬 병장의 얼굴을 톡 쏘아보면서 말한다.
“아직 시간 안 됐다. 경렬아. 일단 암구호는 오후 4시에 순찰 조에게 말해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일단 경계에 들어서는 인원들의 식사에 관련해서는 식사시간에 해당되는 사람은 그 때 밥 못 먹는 것 잘 알고 있지?”
분대장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 하기야 식사 때문에 경계를 늦출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경계에 대해서 방법 및 순번을 정하자 소대장 박진평 소위는 무전기를 들고, 자신의 중대장에게 보고를 한다. 그리고 전경렬 분대장은 곧 자신의 분대원들을 불러 모으며 아까의 일에 대해서 알려준다.
“...... 그리고 방영이와 현국이, 그리고 호준이와 영수는 7번 초 그러니까 내일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다. 알겠지? 그리고 마지막 번초는 나랑 영수가 서고, 나머지 2명은 소대 본부에서 확길이랑 태현이가 설 거야.”
그 말에 김호준 상병과 윤영수 일병, 그리고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힘들다는 얼굴을 짓는다. 하필 가장 애매한 시간에 걸렸다. 보통 10시에 잠을 자기 시작한다. 그런데 2시에 깨운다면 4시간 밖에 잠을 못 자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중간에 잠을 깨워서 근무에 서면 상당히 피로한 법이다. 그리고 경계를 서고 남은 시간은 2시간이라서 또 자기에 애매했다.
“그리고 호준, 영수, 방영이랑 현국은 잘 들어라. 원래 너희들의 시간대에 적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때다. 주로 3시에서 4시 사이에 긴장하고 있어라. 그 때 많이들 활동하니까 말이야.”
그 말에 네 사람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다른 것은 없으니 쉬어도 좋아. 그리고 4시 정도 되면 암구호가 새로 바뀌니까 이따 1분대의 순찰 조에게 꼭 확인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경계에 대한 전파가 끝나자 곧 병사들은 자기 자리 안에 있는 천막으로 향한다. 천막 안에서 침낭 안으로 발을 넣어서 쉬고 있던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씨발 좆같네. 걸려도 하필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라니.”
그 말에 지현국 이병은 공감한 얼굴이었다. 하필이면 그런 애매한 시간에 걸리다니 말을 다 했다. 김방영 일병은 지현국 이병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조금 쉬어둬. 밤에 좆 빠지게 할 것 같으니 말이야.”
“으음. 참 힘들겠습니다.”
“그래. 에휴. 미치겠다. 정말 미치겠어.”
그렇게 말한 김방영 일병은 바닥에 눕는다. 체력을 생각해서 미리 쉬려고 생각 중인 것 같았다. 김방영 일병은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야. 너도 어느 정도 휴식을 조금 취해라. 경계에 내일부터 좆같이 고생을 할 것 같으니 말이야.”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도 김방영 일병 따라 눕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순찰 조로부터 매번 잘 있는지 확인을 받았고, 또 순찰조로부터 암구호를 받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분대장 전경렬 병장이 자신의 분대원들을 불렀다. 바로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그렇다. 저녁시간에도 따로 밥과 반찬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 빌어먹을 날씨 덕분에 받은 식사들이 빠르게 식어간다. 그래서 역시 등장한 것이 전기아궁이였고, 그 것으로 데워서 먹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정비를 할 건 하고, 밤 10시가 되자 잠을 잤다.
1946년 12월 10일 새벽 1시 50분, 밤이 되니까 겁나 추워진다. 하필이면 산골짜기라서 바람이 쌩쌩 불었다. 그나마 바람을 가려주는 천막과 몸의 체온을 지켜주는 침낭이 있어서 잠을 잘 수 있었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나란히 잠을 자고 있었는데, 그 때 누군가 천막을 열고 들어와 외친다.
“방영아. 일어나라. 교대시간이다.”
그 말에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비몽사몽한 얼굴로 간신히 상체만 일으킨다. 두 사람을 깨운 선임은 두 사람을 보고 말한다.
“2시부터 경계인 거 알지? 그리고 소대 본부의 김확길 상병님과 태현이는 잘 알지?”
김방영 일병이 그 말에 졸린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간신히 대답한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 준비해라.”
그리고는 두 사람을 깨운 사람은 다시 천막을 닫고는 자기 일을 하러 간다. 그렇게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경계를 서러 준비를 했다. 침낭 밖으로 기어오르니 한기가 확 왔다. 그러나 입을 것을 다 입은 두 사람이었기에 준비할 것은 소총과, 방탄헬멧, 그리고 방탄복장, 방독면들 밖에 없었기에 그 것들을 장비하고 난 후 천막 한 구석에 둔 군화를 신었다. 군화에 발을 넣자마자 두 사람은 속으로 엄청난 비명을 지른다.
지현국 이병은 군화에 발을 넣자마자 속으로 욕이 나온다.
‘이런. 씨발. 엄청 차갑네. 이러고 어떻게 경계에 가?!’
군화도 추위를 타는지 군화에 발을 집어넣는 것도 고역이었다. 간신히 발을 우겨넣고, 지퍼를 닫자 겨우 군화를 신을 수 있었다. 그 상태로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모두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같은 경계 순서인 김호준 상병과 윤영수 일병이었다. 김호준 상병이 김방영 일병을 보고는 말한다.
“와 날씨 진짜 말이 안 나온다.”
그 말에 김방영 일병 역시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여튼 이런 날씨에 경계라니. 미친 것도 정도가 있지. 일단 순찰 조와 고정 조는 누가 먼저 할래?”
그 말에 김방영 일병이 대답한다.
“가위바위보 어떻습니까?”
“진 사람이 먼저 고정 조로 들어서는 거?”
“예. 그렇습니다.”
“그래. 알겠다.”
사수에 해당되는 김방영 일병과 김호준 상병은 서로 가위바위보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비기다가 결국 결과가 나온다. 김호준 상병이 바위였고, 김방영 일병이 가위였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탄식했고, 김호준 상병과 윤영수 일병은 승리의 기쁨을 느꼈다. 김호준 상병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김방영 일병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럼 고정 조 잘 서라.”
“예...”
“흥. 어차피 1시간 뒤에 교체인데 그렇게 풀 죽을 것 없다.”
결국 네 사람은 전번 순서의 사람들과 교체하기 위해 발걸음을 나선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나름 긴장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고정 조로 있는 곳에 다가왔다. 그 때, 어느 곳에서 소리가 나온다.
“정지! 정지! 다가오면 쏜다! 육회!”
고정 조로부터 암구호가 나오자 김방영 일병은 알고 있는 암구호 답어를 말한다.
“전포!”
“소총 들고, 신원 확인을 위해 삼보 앞으로.”
그러자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소총을 양손으로 머리 위에 들고는 고정 조를 서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따른다. 그러자 다시 말소리가 들려온다.
“신원이 확인 되었네. 휴우. 딱 맞췄네.”
김방영 일병은 고정 조로 서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말한다.
“이런 날씨에 경계를 서고 있으니 고생이 느껴진다.”
그 말에 고정 조에 섰던 엄안현 일병과 이태길 이병은 격하게 동감하며 말한다. 엄안현 일병과 김방영 일병은 서로 동기였기에 반말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엄안현 일병이 김방영 일병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씨발 이런 날씨에 이런 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죽는 것이나 다름 없다.”
“얼마나 춥냐?”
“그냥 얼어 뒤진다.”
엄안현 일병의 말이 호들갑이 아니었는지 얼굴에서 느껴졌다. 김방영 일병은 그런 동기의 모습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뭐 인수인계할 것 있냐?”
“일단 저기 11시 방향이 조금 숨기 좋은 곳이니까 잘 살펴봐라. 그리고 2시 방향 저 쪽에는 어두운 곳이 있으니까 저기도 잘 살펴보고, 그 외에는 이상이 없다. 그리고 달빛이 겁나 밝으니까 엄폐 잘 하고 알았지?”
그 말에 김방영 일병은 하늘 위에 뜬 보름달을 바라본다. 이제 보름달에서 조금씩 크기가 작아지고 있지만 밝기는 마찬가지였다. 김방영 일병은 엄안현 일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묻는다.
“그 것 외에는 없지?”
“어. 하여튼 경계 잘 해라. 그리고 분대장님 말씀대로 이 때가 취약 시간이니까 경계 잘 하고.”
“그건 걱정 마라.”
“에휴. 겁나 춥다. 안에서 몸이나 녹여야지.”
“......”
김방영 일병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은근히 부럽다는 얼굴이었다. 엄안현 일병과 이태길 이병은 득의양양하며 인수인계를 마치고, 자신의 천막으로 발걸음을 돌아간다. 그렇게 두 사람의 모습이 없어지자 김방영 일병은 자신의 후임 지현국 이병을 바라보며 말한다.
“일단 엄폐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엄폐한 곳에 자리를 잡고, 경계를 시작한다. 잠은 추위 때문에 확 달아났다. 지금도 두 사람의 손발이 떨려온다. 하지만 두 사람은 1시간만 참고 견디자는 생각에 가득했다. 두 사람 간의 사이에 말이 없었다. 경계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평상시의 경계라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의 경계에서 말을 하다가는 그야말로 좆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말을 아꼈다.
그렇게 엄폐한 곳에서 취약한 곳을 관찰을 하다보니까 시간이 1시간을 다 되어갔다. 그런데 그 때였다.
-부스럭.-
순간 지현국 이병은 손가락으로 김방영 일병을 톡톡 건드리고는 수신호로 소리가 난 곳을 조용히 가리킨다. 김방영 일병은 그런 수신호에 얼굴을 굳히고는 곧 조용히 소총을 잡고, 응시한다.
-부스럭 부스럭.-
김방영 일병은 지현국 이병의 뒤의 시선으로 감시를 했고, 지현국 이병은 전방을 향해서 시선을 향했다. 바로 그 때, 지현국 이병이 포착한 수상한 곳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그러나 어두운 곳에서 나온 물체는 깡충깡충 뛰는 토끼였다. 지현국 이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바로 그 때였다.
-타앙!-
바로 지현국 이병 옆에 있는 김방영 일병이 소총을 들고, 쏜 것이다. 지현국 이병은 갑작스러운 총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한 인영이 훈련탄을 맞은 모습이 보였다. 분대장 전경렬 병장이 이야기했던 대항군이 바로 저 사람인 것 같았다. 대항군인 사람은 웃으며 김방영 일병에게 말한다.
“이런 기습을 한다고 했는데. 들켰네.”
순간 지현국 이병은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김방영 일병은 나른한 목소리로 대항군인 사람에게 말한다.
“총탄 맞았으니 끝났쇼. 가보슈.”
그 말에 대항군은 아쉽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본다. 자신의 방탄장비에 묻힌 페인트들을 살펴보며 말한다.
“쯧. 그냥 안 죽었다 치고 안 가면 안돼요?”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웃으며 대답한다.
“응 안돼요.”
“쯧. 쩨쩨하네.”
김방영 일병은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저 사람 감시하고 있어. 난 보고할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지현국 이병이 대항군을 노려보며 소총으로 견제할 동안 김방영 일병은 무전기를 들고, 지금 있는 상황에서 보고를 한다.
“아. 아. 여기는 경계 고정 조 사수 김 일병.”
-무슨 일인가?-
“현재 2시 53분에 고정 조를 습격하는 대항군 한 사람 발견 및 격살을 했다는 보고.”
-그 말 진짜냐?-
“이런 시국에 장난칠 여유는 없음.”
-알겠다. 일단 대항군을 잘 감시하고, 인수인계 때까지 잘 있어라.-
“알겠다. 이상.”
김방영 일병은 무전기를 꺼버리고, 다시 제자리로 넣는다. 그리고 허탈하고 안타까운 표정의 대항군 병사의 얼굴을 보면서 피식 웃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소대장 박진평 소위와 또 통신병 민수용 일병이 나와서 대항군 병사를 붙잡는다. 박진평 소위는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묻는다.
“대항군은 병사 하나였냐?”
“예. 그렇습니다.”
박진평 소위는 그 말에 알겠다는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하여튼 수고했다. 일단 경계 상태에서 적을 잡았으니 다행이다. 휴우 이런 시기에 갑작스러운 습격이라니. 다른 소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 작품 후기 ============================
휴우 억지로 기억을 끄내니 힘듭니다. 그리고 경계 및 일부 요소들은 제 창작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대항군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데. 여기서는 한 명으로 나오네요. 으음.
혹여나 궁금한 상황이 있다면 댓글로 문의해주세요. 성실하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