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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6년 12월 11일 새벽이 되니까 방어에 전념하던 병사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지 안에 있는 지현국 이병과 그의 사수 김방영 일병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김방영 일병은 짜증나는 얼굴로 지현국 이병에게 말한다.
“제길. 이런 시각에 전부 다 진지에서 틀어박힌다니. 제정신이 있는 거냐?”
지현국 이병은 자신의 선임의 말에도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너무 추워서 정신이 오락가락할 지경이었다. 지현국 이병은 결국 김방영 일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진짜 동상 걸릴 것 같습니다. 이거 너무 춥습니다.”
“난 안 춥냐? 하여튼 이런 지랄 날씨에 훈련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한기가 발가락 끝과 손가락 끝으로 침투한 것 같습니다.”
“야. 나도 그렇다. 시간 진짜 안 가네.”
-뚜벅! 뚜벅!-
그 때, 두 사람의 등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지현국 이병과 김방영 일병은 그런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얼른 소총을 들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사수 김방영 일병이 인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향해 소총을 겨누고는 암구호를 묻는다.
“정지. 정지. 움직이면 쏜다. 영화.”
암구호의 문어에 대답한 인영은 답어를 이야기한다.
“보람.”
김방영 일병의 겉 얼굴은 마치 엄청 긴장한 듯 보였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진지를 살펴보러 오는 소대장과 통신병인가 싶었다. 그러나 절차는 제대로 해야 했다.
“신원확인을 위해 소총 양머리 들고 삼보 앞으로.”
그러나 인기척이 있는 사람들은 그 말에 자신이 들고 있는 소총을 하늘 위로 들고 그 말대로 삼보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김방영 일병은 지금 얼굴을 드러낸 사람을 보고 구호 없이 경례를 한다.
김방영 일병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바로 소대장 박진평 소위와 민수용 일병이었다. 두 사람은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이상 없네.”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긴 말 대답하지 않는다.
“이상 없습니다.”
“그래? 하여튼 이런 지랄 같은 날씨에 고생한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런 날씨에 자면 죽을 것 같은 날씨인데.”
김방영 일병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박진평 소위에게 말한다.
“그래서 잠도 안 옵니다. 추워서 벌벌 떨고, 한기가 이미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을 침투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참아라. 일단 방어니까 여기서 철저히 대비를 해야돼.”
김방영 일병은 속으로 욕이 나왔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전파해줄 테니까.”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소대 통신병 민수용 일병이 멘 무전기에서 진동이 울린다. 그리고 민수용 일병은 조용히 소대장 박진평 소위를 부른다.
“저 소대장님. 연락 왔습니다.”
“뭐? 진짜?”
소대장 박진평 소위는 그 말에 당황해하면서 제발 사건이 안 터졌으면 했다. 그는 얼른 무전기의 송수화기를 들고, 말한다.
“예. 3소대장 박진평 소위입니다.”
-야. 진평이냐? 나 중대장이다. 3소대는 아직 공격 안 당했지?-
그 소리에 박진평 소위의 얼굴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무슨 소리인가? 공격이라니. 박진평 소위는 마음을 붙잡고 한 마디 묻는다.
“공격 안 당했습니다.”
-그래? 야 너희들 쪽으로 혹시 헬기가 안 뜨나 살펴봐라. 헬기로 강습해서 공격할 것 같으니 말이야.-
“으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분대 보내서 지원해드립니까?”
-됐어. 일단 병력 이동에 관해서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보내지마. 괜히 혼란만 부추기니까.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중대장과의 연락이 끊어진 박진평 소위의 얼굴은 엄청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박진평 소위는 자신의 통신병 민수용 일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분대장들을 빨리 불러 모아서 전파를 해야겠다. 제길.”
민수용 일병은 자신의 소대장 박진평 소위의 얼굴을 보고 한껏 긴장한 상태였다. 저만큼 긴장한 얼굴의 소대장을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훈련 중이라 긴장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일이 터지면 다급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박진평 소위는 마음을 다스려 긴장만으로 끝낸 것 같았다.
박진평 소위와 민수용 일병은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까 통신 내용 들었지? 하여튼 일이 터졌으니까 긴장해라. 헬기 오나 안 오나 잘 살피고.”
그 말에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는 두 사람은 허겁지겁 빨리 순찰을 끝내러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본 김방영 일병은 지금 추운 것도 잊었다. 그는 자신의 후임 지현국 이병에게 고개를 돌리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헬기 오나 안 오나 잘 살피고 있어. 제길. 일이 터졌네.”
지현국 이병은 그 말에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귀를 기울인다. 헬기는 운영할 때, 횅횅 거리며 소리가 나는 편이었다. 그래서 시각보다는 청각이 중요했다. 김방영 일병과 지현국 이병은 다시 긴장한 얼굴로 경계상태에 돌입했다.
같은 시각, 병주와 참모들 역시 잠을 자지 않고, 방어 작전에 대한 결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훈련이고, 또 직접 전투에 참여는 하지 않지만 이렇게 회의장 안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병주의 전속부관 이단일 중위가 각 종 보고들을 말해준다.
“현재 주 연대의 3대대로 적의 공격이 쏠려 있다고 합니다.”
병주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판단에 잠긴다.
“한 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이군. 전 병력을 동원하여 한 대대를 각개 격파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단점은 있지 않나?”
그 말과 동시에 병주는 참모장 박현호 대령을 쳐다본다. 박현호 대령은 침을 꿀꺽 삼키며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예. 만약 공격받고 있는 대대가 잘 방어를 행하게 된다면 나머지 2대대가 망치가 되는 셈이 됩니다. 34연대의 심지척 대령이 아무래도 망치와 모루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망치와 모루라는 것은 망치와 모루 사이에 적을 끼어 넣으면 박살난다는 전술로 한 마디로 모루로 적을 붙잡아 두고, 망치로 적을 깨부수는 방법이었다. 대항군 연대로 선정한 33연대의 연대장 표영환 대령이 만약 우세한 병력을 동원하여 주 연대의 각 대대의 각개격파를 노린다면 주 연대 34연대의 연대장 심지척 대령이 그걸 알고, 망치와 모루 전술을 사용하여 적을 깨부술 것이다.
“흠. 한 마디로 습격 받은 대대가 얼마나 방어에 숙달되었는가? 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겠군. 표영환 대령이 전 대대를 습격에 투입시키지 않았을 것이고, 아무래도 한 대대는 예비대로 남겨두겠지.”
박현호 대령은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예비대라는 것은 혹여 병력을 투입시킬 위급 상황에 긴급으로 투입시키려고 일부로 대기시키는 병력이었다. 만약 주 연대의 심지척 대령이 모루와 망치 작전을 쓰려고 한다면 망치 부분을 붙잡아 둘 병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 때, 투입시키는 부대가 바로 예비대였다.
‘예비대가 없는 지휘관은 전투의 방관자에 불과하다.’라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적절한 예비대의 투입이야말로 전투에서 승리하는 비결이었다. 아무래도 표영환 대령과 심지척 대령은 서로 병력 투입의 적절한 시기를 계산하면서 머리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박현호 대령은 왠지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자 다시 지도 상에 있는 말들을 잡았다. 그리고 배치된 주 연대의 병력들을 살펴본다. 대대 사이에 꽤나 배치간격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연락이 잘 된다면 전부 다 빠른 시간 내에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거리였다. 지형을 잡는 것도 잡는 것이지만 배치 상황까지 신경 쓰는 것은 주 연대의 심지척 대령 역시 장식으로 연대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박현호 대령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나서 병주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사단장님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누구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주 연대? 아니면 대항군 연대.”
“대항군 연대입니다.”
병주는 그 말에 생각에 잠긴다. 과연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은 어떻게 했을까? 병주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박현호 대령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예비대를 한 곳에 배치시켜서 망치로 나선 두 부대를 막겠지.”
그리고 병주는 지도상에 어느 곳을 가리킨다. 그러자 참모장 박현호 대령은 조금 아연실색한 얼굴로 병주에게 말한다.
“여기가 주 연대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병력을 이동시킬 생각입니까?”
박현호 대령이 지정한 곳은 정말 이 곳을 가로막으면 지원을 붙잡을 수 있는 통로였지만 결코 보병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지형이었다. 즉 그 쪽으로 병력을 보낸다면 시간이 너무 걸려서 지원에 대한 방해를 할 수가 없었다.
병주는 그 말에 후후 웃으면서 박현호 대령에게 말한다.
“내가 왜 헬기들을 사단에 배치를 하는지 알고 있나?”
박현호 대령은 그 말에 설마 하다가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바로 헬기를 이용한 공습 작전이었다. 박현호 대령을 포함한 참모들은 병주의 말에 미처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설마 사단에 헬기들을 들인 것에 그만한 이유가 있을 줄이야. 박현호 대령은 으음 하면서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단장님은 시간까지 계산을 해서 작전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단장님의 말씀대로 돌아가면 주 연대는 큰일이지 않습니까?”
병주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박현호 대령에게 말한다.
“틀어막는 것도 좋지만 주위에 엄폐하여 매복해서 습격하는 것도 좋겠지. 일단 망치 역할을 하는 지원병력 들을 막기 위해서 시간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말이야.”
박현호 대령은 그 말에 으음 하면서 역시 병주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같은 동기였지만 이미 능력 면에서 이렇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괜한 질투심보다는 박현호 대령은 왠지 동경심이 생겼다. 솔직히 사비를 털어서 이렇게 사단 살림과 병사 살림, 작전 지원에 챙겨주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병주는 참모들을 바라보고는 싱긋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혹시 내 작전을 막기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있나?”
그 말에 참모들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가 이내 한 사람이 대답을 한다. 바로 병주의 동기이자 사단의 참모장인 박현호 대령이었다.
“아무래도 헬기가 다닐 수 있는 경로에 병력을 배치해서 헬기의 진로를 방해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런데 헬기의 경로는 예상할 수 없잖아.”
“으음 그건...”
병주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박현호 대령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그 것이 가장 큰 방법이 되겠지. 그리고 참모장 자네도 헬기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나 보군.”
“아무래도 원하는 장소에 병력을 투입시킬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습니다. 그냥 지형에 상관없이 보급을 할 때 쓸모 있을 줄 알았던 기계였는데.”
“지금도 그런 것을 잘 쓰겠지. 헬기의 효용은 많지.”
그렇게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이내 회의실에서 통신을 하던 병사가 병주의 전속부관 이단일 중위를 부르더니 보고를 한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병주는 보다 못해서 한 마디 말한다.
“내가 있을 때는 나에게 말하게나.”
회의실의 통신병은 그 말에 헉 하고는 말한다.
“현재 주 연대로 지정된 34연대로부터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병주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통신병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는 통신병 앞에 있는 통신장비의 송신 부분에 말한다.
“사단 본부 회의실에 있는 사단장 길병주이다. 무슨 일인가?”
-충성!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야?”
-예. 현재 1대대, 2대대가 공격을 받고 있던 3대대를 지원하고자 이동을 하던 중에 도중에 대항군에게 매복을 걸렸습니다.-
병주는 그 말에 끄응 하고 휴우 한숨을 쉰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 1대대는 긴급히 지원하러 갔고, 2대대는 매복 중인 병력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2대대의 병력을 쪼개서 일부 병력으로 하여금 소탕 작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잘 하고 있군. 그 다음에 역포위를 실시할 예정인가?”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병력을 어떻게 배치할지 예상을 못했습니다. 지형 상으로 각 대대의 눈길을 피하기에 어려운 것 같은데.-
주 연대의 연대장 심대령의 말에 병주는 피식 웃고는 한 마디 말한다.
“헬기를 이용했을 거야.”
-헬기말입니까? 으음. 그 걸 병력 운송에 이용할 수 있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헬기는 소음 문제가 크지 않습니까? 어떻게 들키지 않고, 그 곳에 매복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헬기 소리가 자 연대에서 쓰이는 것인지 아니면 대항군에서 쓰이고 있을 지에 대해서 자네의 연대 병사들에게 판단이 안 설 것이야.”
-아. 그렇습니까? 듣고 보니 맞는 것 같습니다.-
“그 것 외에는 사항이 없나?”
-일단 작전 중이니 자세한 보고는 작전 시간이 끝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알겠다.”
그 것으로 병주는 심지척 대령과 연락을 끊었다. 병주가 다시 자기 자리에 앉자 참모들은 상당히 궁금한 얼굴로 병주를 바라본다. 참모장 박현호 대령이 병주에게 묻는다.
“지금 주 연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병주는 그 물음에 한 마디 대답한다.
“내 예상대로 돌아가고 있어.”
“예상대로라고 말씀을 하신다면 설마...”
병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래. 헬기로 강습을 실시하여 매복을 한 셈이야. 이 것으로 지원을 막는 것과 동시에 지원을 늦출 수 있게 되었지. 결과적으로 주 연대의 3대대가 얼마만큼 방어 능력을 가지고 견디는가가 승패에 좌우되겠군.”
“주 연대는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다고 합니까?”
“지원을 방해하는 매복 병력을 상대할 소수의 병력만 남겨두고 그 외의 병력들은 급히 지원에 나서고 있지.”
참모장 박현호 대령은 그 말에 이해가 간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병주에게 한 가지 묻는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지금이 밤이지 않습니까? 시야 확보는 물론 익숙한 지도도 없는데. 대항군 연대의 표 대령이 어떻게 그 곳에 병력을 정확히 배치할 수 있습니까?”
병주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박현호 대령에게 독도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야간에 쓸모 있는 독도법에 대해서 듣게 되자 참모들은 금방 이해가 간 얼굴이었다. 이런 획기적인 방법으로 야간에 병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는 병주에 대해서 참모들은 다시 한 번 배웠다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대항군 연대와 주 연대가 계속적으로 모의전투를 하고 있었고, 그럴수록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 작품 후기 ============================
전 군알못이라서 가상으로 한 번 작전에 대해서 말을 해봤습니다. 저는 왠지 지략을 꾸밀 머리가 안 되어서 조금 그렇습니다.
혹여나 궁금하신 사항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십시오. 제가 성실하게 답변을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