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55화 (35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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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문경과 상주를 지나는 영강은 낙동강이라는 거대한 강의 지류가 된다. 마치 나뭇가지처럼 뻗은 지류들을 가지고 강은 거대하게 변모하고 있었다. 병윤이 바라본 상주에서의 영강 역시 문경에서의 영강과 같은 물이었지만 문경에서 보는 영강의 풍경과는 색달라서 좋았다.

동협 관수회사 사장 박평수가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상주에서 취음할 상수도, 하수도들은 이미 완비가 되어 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평수를 바라본다. 사실 문경에서 처음 상하수도 설비를 만들었을 때처럼 다른 지역에도 동협 관수 회사가 진출해 있었다. 다만 그 것은 대규모로 물을 사용할 설비를 갖추지는 않고, 그저 있는 물을 편리하게 취수할 수 있도록 소규모로 만든 것이었다. 지금 병윤이 상주에서 설치하는 것은 경성이나 평양, 대구, 부산, 광주, 군산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짓는 대규모 수도 설비였다.

한창 상주에서의 영강 경치를 즐기고 있던 병윤이 박평수에게 고개를 돌리며 한 가지 묻는다.

“일단 상주에서의 수질은 어떻습니까?”

박평수는 병윤의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 대신 자료들을 병윤에게 넘긴다. 병윤은 자료들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면서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평수에게 말한다.

“흠 우리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감사를 해본 결과 1등급 수질이라.”

“예. 우리 관수 회사가 문경에서 지은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은 완벽 그 자체입니다. 원래 상수도에서 나오는 물보다 하수처리해서 나오는 물이 더 깨끗하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나올 정도입니다.”

“흠. 박 사장이 그렇게 고 평가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대단한 거죠. 이 정도면 말입니다. 본디 사업이 확장되고, 또 공장들이 들어서고,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환경오염 문제는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그런 환경오염 문제를 미리 방지를 해놓고자 미리 대비를 해놓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다 이럴 때를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뭐 박평수 사장님 역시 많이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으윽. 그건...”

박평수 사장이 당황하자 병윤이 하하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남들이 보기에 돈 낭비, 시간 낭비로 보이는 일이 의외로 상당한 효력을 발휘하는 겁니다. 그냥 돈만 드는 것을 제가 왜 하겠습니까?”

“저 역시 그 때의 일을 바보 같은 일이라고 치부하고 있습니다. 그 때는 회장님이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려던 사람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뭘 그 정도로 가지고 그렇습니까? 하여튼 제가 하는 행동에는 다 이익이 있다고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호기 좋게 대화를 했다. 박평수 사장은 일단 영강의 경치를 보면서 어떻게 대규모 설비들을 설치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설비나 건물에 관련해서는 문경에 있는 대규모 취수설비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하수 설비 역시 문경과 마찬가지로 만들면 될 것이다.

박평수는 자신이 데리고 온 관수 회사의 임원들과 실무 진들에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소 선정, 그리고 장소 선정에 따른 건물의 형태나 그리고 취수할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병윤은 한동안 영강의 경치를 즐겼다.

병윤은 차량을 타고, 상주안에 번성한 곳으로 들어간다. 전부 다 일제시기에 지어진 건물들이었다. 그러나 간간히 건물 지붕 위에 동협 전기회사에서 생산한 태양광 전지가 눈에 보였다. 병윤이 그렇게 차량을 타고, 도착한 곳은 바로 지역 유지들 중 하나인 오규수의 저택 대문이었다. 차량이 아직 대중화가 된 시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오규수의 저택 내에 있는 하인들 중 한 사람을 선정하여 차량들을 지키도록 했다.

그렇게 오규수의 저택 안으로 들어온 병윤은 사랑방에서 이 집의 저택주인인 오규수와 유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 회장님이 상주에 공장들을 짓는다는 소식에 저희들 모두 깜작 놀랐습니다. 일제시기 왜놈들이 우리 상주를 일부로 철도를 놓지 않아서 발전이 지체가 되었는데. 다행히 회장님과 동협 그룹 덕분에 공장 유치까지 하게 되고 기분이 좋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유지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솔직히 여기 중에서 지주이신 분들이 있습니까?”

오규수와 유지들은 병윤의 질문에 한동안 수군거리다가 이내 오규수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병윤에게 대답을 한다.

“다들 지주입니다. 사실 이렇게 저택에서 살려면 재산을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지요. 하지만 공장 같은 주요 시설들은 왜인들이나 능력 좋은 친일파들이 소수 가질 수 있는 물건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턱에 손을 집고는 생각에 잠긴다. 그 때, 오규수가 병윤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이야기를 한다.

“저희들이 지주인 것이 조금 불편하다고 생각되십니까? 사실 우리 역시 지주로 있는 것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 역시 언젠가는 토지개혁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병윤의 눈에 이채가 어린다.

“사실 저는 지주가 어쩌고저쩌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대신 저는 혹여나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 말에 오규수를 포함한 유지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에 우리 동협 그룹이 주관하는 경공업 지원 대책에 대해서 아실 분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말에 순간 유지들 중 일부는 뭔가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유지들 중 일부가 동협 그룹의 경공업 지원 대책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실 경상도 지역은 지주의 세력이 약했다. 경상도 지역이 사회주의자들의 세력이 강성했다는 것과 더불어서 산지가 많아서 그런지 전라도 지역처럼 대지주가 나타나기 힘든 구조였다. 그래서 상주에 있는 유지들 역시 대지주가 아닌 중소지주들이었다. 그들 역시 땅 파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규수는 진지한 얼굴을 하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는 그 경공업 지원 대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다른 유지들에게 땅을 팔까? 아니면 농민들에게 땅을 팔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성에서 벌어지는 정치싸움을 보자면 토지개혁이 곧 이루어지나 마나를 두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토지개혁이 실시되는데 그 때가서 팔면은 다 알거지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들 모두 미래가 불안한 시점입니다.”

병윤은 잘 되었다는 심정으로 오규수 및 지주들을 바라본다.

“흠흠. 아마 제가 알아본 경성의 어르신이 말하기로는 토지 개혁은 최소 5년 내에 이뤄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유지들 중 누군가 새하얗게 놀라서 중얼거린다.

“5년 내라고...? 그럼 큰 일이 아닌가?”

순간 유지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병윤이 말한 것이 불안의 직격타가 된 것 같았다. 그들 역시 토지개혁이 진행될까봐 너무 불안한 심정이었는데 병윤이 확연히 말해주니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때, 오규수가 유지들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조용! 조용히 있으시오! 지금 우리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무슨 추태란 말이오?! 정신 차리시오!”

오규수의 카리스마 있는 한 마디에 순간 유지들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불안해하는 것은 병윤의 이야기를 듣고 할 순서인 것 같았다. 병윤은 흠흠 거리며 계속 이야기를 시작한다.

“솔직히 제가 여러분에게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것은 상주에 본격적인 공장들이 들어서는 만큼 여러분들도 빨리 공장 운영에 대해 생각해달라는 요구입니다.”

그 순간 오규수가 병윤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솔직히 우리가 공장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장 운영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지주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농업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공장을 운영하다가는 망할지 누가 안답니까?”

그 말에 병윤은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손채현 비서에게 눈짓을 보낸다. 그러자 손채현 비서가 가방 속에서 자료들을 꺼내어 병윤에게 건네준다. 병윤은 그 자료를 오규수 앞으로 내밀면서 말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습니다. 일단 이것을 읽어보고, 공장 운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 말에 오규수와 유지들은 순간 긴장한 얼굴로 병윤이 내민 자료들을 바라본다. 오규수가 유지들의 대표 격인 만큼 그가 직접 자료들을 들고, 찬찬히 살펴본다. 그 자료에는 동협 그룹의 경공업 지원 대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에는 오규수가 염려할만한 부분에 대한 답들도 적혀 있었다. 지주였던 사람이 땅을 모조리 팔고, 곧바로 공장 운영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공장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경영 방식에 대해서 교육을 받는다고 자료에 적혀 있었다. 사실 경영 부분에 있어서 지주였던 사람이 잘 적응해 나갔다. 애초에 지주였던 사람이 자기 땅에 나오는 산출물을 파는 사람들인데. 경영을 못한다는 소리는 망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그러나 지주와 공장 운영에는 차이점이 났다.

지주보다는 더 힘들고, 또 복잡했다. 지주는 안정적이지만 공장 운영은 그만큼 변화가 많고, 또 그 변화에 대응하기가 능력과 판단에 따라서 달랐다. 그리고 금융적인 것들도 많이 따지기 때문에 자료들을 읽는 오규수 역시 얼굴이 조금씩 굳어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지주 노릇을 하기에는 너무 불안했다. 병윤의 입으로 토지개혁에 대한 확실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상 지주 노릇을 때려 치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오규수는 지금이 결정을 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규수는 자료들의 내용을 다 읽자 그 것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어서 읽게 하고는 자신은 따로 생각했다. 그의 입장에서 아직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평생을 지주 노릇을 하고 살아왔는데. 혹여나 잘못 되면 어쩌나? 라는 생각이 확 났다. 그래서 그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자신의 판단으로 자신의 가문이 여기서 끝날 수도 번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 죽는다면 확실히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가족들이 망한 처지에 다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렇게 오규수가 생각을 하는 와중에 유지들은 그 자료를 전부 돌려서 다 읽어보았다. 그들 역시 오규수와 같은 얼굴들이었고, 쉽게 선택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유지들 중 한 사람이 병윤에게 다가가서 말한다.

“회장님이 이 자료를 보여주신 이유에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에게 살 길을 마련해주니 감사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제가 만약 하겠다고 한다면 회장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순간 오규수를 포함한 유지들은 눈을 뜨고, 놀란다. 어느 한 사람이 병윤에게 나서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병윤은 싱긋 웃으면서 그 유지에게 한 마디 말한다.

“공장 운영에는 자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자본은 꽤 돈이 있어야 됩니다. 빚을 질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그건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빚을 지는 것에는 담보가 필요합니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만약 제가 땅을 팔아서 돈을 마련한다면 어떻게 공장을 운영한다는 말씀입니까? 그걸 이야기를 해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까 당신 역시 자료를 읽어봐서 알다시피 공장 운영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괜히 일을 벌이다가 망한 사람들을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히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협 그룹이 해줄 수 있는 곳은 당신에게 어떤 업종을 해주면 좋겠다고 추천을 하는 것입니다. 그 것이 수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는 당신이 직접 정보를 모아서 판단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동협 그룹은 손해되는 업종을 추천해드리지는 않습니다. 다 살림에 필요한 업종들을 추천해드립니다.”

“......”

“그렇게 업종을 결정한 당신은 이제 그 업종에 관련한 물건들을 생산할 것입니다. 물론 그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재료들과 또 기계, 기계를 돌릴만한 전기와 건물들이 있어야할 것입니다. 재료 수입에 대한 계약들과 또 기계들의 경우는 우리 동협 그룹이 도와드릴 것입니다. 건물들 역시 우리 동협 그룹이 건설할 것입니다. 물론 저희들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선택 역시 상관없습니다. 일단 이것들이 동협 그룹의 경공업 지원 대책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에 오규수를 포함한 유지들은 으음 하면서 순간 불안하던 감정들을 가라 앉혔다. 이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면 지주에서 손을 떼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병윤에게 직접 말한 유지가 한 마디 말한다.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남습니다. 그럼 당신 동협 그룹은 그런 행동을 취하면서 얻는 이득이 무엇입니까? 당신들 역시 기업이니만큼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알려줘야 우리 역시 안심할 수 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그 유지에게 말을 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기업들 중 공짜로 해주는 결과는 없으니 말입니다. 제가 아까 말씀드린 부분에 있어서 계약들과 기계, 건물의 건설을 한다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는 전부 비용입니다.”

“으음. 그 기계와 건물, 그리고 재료 계약과 납품 계약에서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 유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한 마디로 우리보고 마름이 되라는 말씀입니까?”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더니 이내 그 유지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렇게 들리신다면 제가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저희들과 별 인연 없이 기업을 신설해서 운영해도 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직접 정보들을 알아 판단하여 기계를 어디서 사오든 상관없고, 건물 역시 다른 기업에서 계약하여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계약 역시 당신 스스로 판단할 것입니다. 다만 그 판단에서 잘못 결정하여 거기서 발생하는 위험성은 당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오송규는 그 말에 끄응 하고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병윤이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내 밑에 들어와서 편하게 수입을 얻어서 지낼 것인가? 아니면 모험과 도전 심을 가지고, 열매를 직접 얻을 것인가? 라는 선택지를 준 것이다. 전자야 야망 없이 편하게 가문을 이대로 보존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운과 실력이 좋아야 된다. 잘 되면 저 동협 그룹을 쫓을 수 있는 대기업이 될 것이지만 만약 안 된다면 평생 실패를 한 비참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는 그 성공의 길을 가는 사람들 중에서 실패하는 사람들을 무수하게 바라본 오규수로써는 후자보다는 전자가 끌렸다. 이건 선택의 문제였다. 병윤이 말한 것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그가 사기를 친다고 하여도 자신들은 뻔히 속을 수 있을 만큼 어수룩하지 않았다. 그는 진실과 사실을 알려주고, 우리 자신들에게 선택을 말하는 것이었다.

오규수로써는 여기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전자와 후자의 선택에서 벗어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동협 그룹이든 뭐든 공장이든 뭐든 상관없이 그냥 이대로 지주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그 일에 따라 평생 할 수 있는 것이다.

‘쯧. 이미 그가 생각한 것은 이런 것이었군.’

그러나 병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오규수가 알기로는 몇 몇 지주들이 그 경공업 지원 대책을 받고, 성공적으로 사업가로 전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기서 실패했다는 사람들은 사기꾼에게 괜한 사기를 당한다거나 동협 그룹의 권고를 무시하고는 섣부른 판단을 하여 망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역시 동협 그룹이 다시 도전을 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었다. 다만 실패한 여파로 동협 그룹에게 진 빚은 더 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 이미 상주는 공장들을 들어서게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된다면 공장하기 편한 기반들을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이고, 저 동협 그룹 역시 자신의 기업들의 공장들이 여기서 속속 지어질 것이다. 으음. 이건 가족들과 상담이 필요한데.’

지금 같은 시기에 지주 같은 유지 가문들은 가부장의 권한들이 강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가문이 망할 수도 있지만 흥할 수도 있는 가문 상에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이 부분만큼은 자식들과의 이야기가 꼭 필요했다. 오규수 역시 일제시기 지주들이 한 행동들과 같이 자식들을 일본에 유학을 보냈다. 그 때문에 자식들 역시 이 부분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규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래도 자신을 제외한 유지들 역시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이 문제는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느낀 것이다. 그 때, 유지들 중 한 사람이 병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동협 그룹의 회장께서는 상당히 젊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여 혼인은 하셨습니까?”

그 말에 병윤의 밝은 표정이 순간 가라앉았다. 병윤에게 그 질문을 던진 유지는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얼굴이 되었고, 병윤은 그 얼굴을 보자 하하 웃으면서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혼인은 아직 안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저는 혼인할 생각이 없습니다.”

“......”

병윤이 이렇게 말하는 모습에서 강한 분위기가 나왔다. 더 이상 혼인 관련해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오규수는 병윤에게서 쏟아지는 분위기를 느끼면서 속으로 그를 다시 판단한다.

‘그냥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었군. 실제로 범이 하나 와 있는 것만큼의 분위기이다. 무시무시하군. 휴우. 저런 사람이 꼭 큰일을 하지. 그래서 그 유명한 동협 그룹을 여기까지 성장시키지 않았는가? 그런데. 아직까지 혼인을 못하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는가?’

오규수는 병윤을 보며 그가 자신의 사위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쯧. 그를 사위로 삼는 사람은 이 작디작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거대한 세계를 가질 수 있는 가문으로 발돋움하겠군. 그러나 저런 자를 사위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의 배우자 역시 적절해야 돼. 그렇게 따지면 내 가문은 휴우.’

오규수는 병윤을 자신의 사위로 삼겠다는 망상을 그만 두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 작품 후기 ============================

한 편 한 편을 일단 힘겹게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일단 자료들을 수집하고,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댓글들 중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다. 그러니 고쳤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있는데. 전 솔직히 요구를 합니다. 그런 댓글 역시 상관은 없습니다. 대신 이게 어색하다라고 말을 안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 어색하거나 틀렸으니 대신 이렇게 고쳐달라고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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