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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1월 19일, 휴일이라서 그런지 병윤은 집에 한가로이 있었다. 매번 일요일이 되기만 하면 무조건 직원들을 휴식에 취하도록 했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보고, 일을 하게 하는 것은 효율성에 있어서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겸 병윤 역시 쉬고자 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동협 그룹이 일요일에 쉬게 되자 자동적으로 동협 그룹과 계약을 맺는 기업들 역시 쉬게 되었다.
단순히 동협 그룹을 따라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한 거래처인 동협 그룹이 쉬니까 할 일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쉬는 것이다. 물론 공장 같은 곳에서는 부족한 물량이 생기면 노동자들을 굴린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하여튼 그렇게 병윤은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집에서 망을 보면서 자주 이 집에 찾는 여동생 효혜와 장씨 아저씨의 아들인 장평균과 놀아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아이들을 바깥에서 놀게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갑작스럽게 집에 전화가 울려 퍼진다.
-따르릉 따르릉-
병윤은 쉬는 날에 이렇게 직접 집에 전화를 울리니 짜증이 확 났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병윤은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어서 귀와 입에 가져다 댄다.
“예. 누구십니까?”
-야. 나다. 감연이.-
“감연이? 이 시간에 왜 연락을 하고 지랄이지?!”
-뭘 그렇게 성질을 내냐?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 있냐?!-
“오늘 일요일이야. 이 자식아. 우리 동협 그룹은 매번 이 때, 쉰다고. 네 녀석도 남 쉬는 때에 전화를 할 생각을 하지 마라.”
-미친 놈. 네 휴일이야 내 알 바 아니니까 신경 끄고.-
전화기 너머 들리는 감연의 퉁명스러운 말에 가뜩이나 짜증이 난 병윤이 조금 열이 받아서 통화상대인 감연에게 한 마디 말한다.
“끊는다?”
-야! 야! 잠깐! 잠깐! 끊지 좀 마. 이 자식아! 내가 너 쉬는 것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굳이 전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전화할 때라서 그렇다.-
병윤은 감연의 말에 황당한 얼굴을 하며 말한다.
“뭐? 지금 전화할 때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러니까 나 역시 쉬고 있는데. 어떤 한 사람이 찾아와서 그래.-
“누가 찾아 왔는데 이렇게 호들갑이냐?! 이 자식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 순간 짜증이 확 났던 병윤의 얼굴은 조용해지고, 침묵에 휩싸인다.
“......”
-내가 거짓말 치는 것 같아?-
병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감연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였다.
“그래. 자세하게 이야기 해봐. 뭐 어떻게 되었다고?”
-나도 몰라. 갑작스럽게 찾아왔어. 알고 보니까 폰 노이만 교수의 소개로 여기까지 찾아왔어. 이번에 핵융합 연구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말이 있어서 그래.-
“핵융합?”
-그래. 아인슈타인하면 에너지는 질량과 광속의 제곱의 곱과 같다는 식을 세운 상대성 이론을 만든 사람이 아니냐? 아무래도 직접적인 핵융합 발전 때문에 방문한 것 같아.-
“핵융합이라. 그거 원래 내년에 하기로 되어 있지 않아?”
-아 그래서 말이야. 지금 무기 개발 사업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갑작스럽게 핵융합 어쩌고저쩌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런데 왜 나에게 전화를 하고 난리냐? 그런 건 네 전문이잖아. 그냥 시원하게 말을 해서 그냥 네 일에 끝내.”
-그냥 닥치고 이 쪽으로 오시죠? 아인슈타인 박사가 너를 만나기를 원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직접 아인슈타인 박사님을 몰고, 헬기를 타고 직접 찾아올까? 이 룸펜 같은 자식아!-
병윤은 감연의 한 소리에 에휴 한숨을 쉬고 나서 말한다.
“간다. 가. 이 자식아! 젠장 휴일 맞아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연락을 하고 지랄이야. 야 내일 만나는 것은 안 되냐?!”
-시끄러! 내가 힘들게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네 녀석이 휴식을 취해 편안하게 있는 것을 원치 않아! 여기 와서 너도 나처럼 조국을 위해 이이이이일을 하라고! 이 자식아!-
감연의 외침에 병윤은 어이가 없었다. 확 끊어버리고, 잠적할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에휴 이 놈의 우정 때문에 안 갈 수가 없었다. 결국 병윤은 통화상대인 감연에게 말한다.
“이 자식아! 시끄러. 하여튼 갈 테니까 끊어!”
-어. 끊을게.-
그 말을 끝으로 뚜 뚜 뚜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진다. 병윤은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결국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여보세요?-
“접니다. 손채현 비서.”
-회장님? 이 시간에 왜 갑작스러운 전화입니까?-
“쉬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일이라면?-
“제 친구 녀석의 일이니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지금 출근하겠습니다. 본사로 가면 되겠습니까?-
“그건 아니고, 그냥 제 집으로 오시면 됩니다. 제 집 뒷마당에 놓인 헬기 이착륙장에서 만나면 됩니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공식적으로 만나야 해서 말입니다.”
-아. 그러면 헬기 조종사를 출근시키면 되는 일입니까?-
“예. 휴우. 조종사에게는 미안하다고 말씀을 드리십시오.”
-아닙니다. 회장님. 그럼 조금 있다가 뵙겠습니다.-
“예.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호호 뭘요.-
그 것으로 손채현 비서와의 연락을 끊었다. 병윤은 휴우 한숨을 내쉬고는 이제 자신의 방으로 성큼 성큼 걷고 문을 끼익 열고, 들어와서 외출복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려던 찰나에 병윤의 눈에 효혜와 장평균이 띄었다. 그 두 아이는 병윤의 외출복장에 의아한 시선으로 갸우뚱거린다. 효혜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병윤에게 물었다.
“어디가?”
효혜의 물음에 병윤은 피식 미소를 머금고는 효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마디 말한다.
“일이 조금 생겼다.”
효혜는 그 말에 조금 실망한 얼굴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우웅. 매번 막내 오빠는 일만 하러가.”
“용서하려무나. 내가 원해서 일을 하러 가는 것은 아니야. 대신 돌아올 때는 선물이라도 사서 가져올까?”
효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별로. 선물은 필요 없어.”
“으음.”
“막내 오빠는 저 헬기라는 것을 탄다며?”
“그렇지. 그건 왜?”
“나도 저거 타면 안 될까?”
효혜의 반짝이는 눈망울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병윤은 피식 웃으며 효혜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번에 그 미국 갔을 때, 비행기 기억나?”
병윤의 말에 효혜의 얼굴이 찡그러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비행기 싫어.”
“저 헬기를 타는 것은 그 비행기를 타는 것과 똑같은 거야. 그래도 타고 싶니? 효혜야?”
효혜는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대답한다.
“아니. 안 탈래. 힝.”
효혜의 얼굴에 병윤은 효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장평균에게 시선을 돌리며 한 마디 말한다.
“평균아. 효혜 잘 부탁한다.”
병윤의 말에 장평균은 씩씩하게 대답한다.
“응. 병윤 형.”
장평균의 말에 병윤은 피식 웃으며 결국 헬기 이착륙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집의 뒷마당에 놓인 헬기 이착륙장에 위치한 헬기는 작년 11월 달에 개발한 신형 헬기였다. 병윤은 이 것을 어떻게 이름을 붙일까? 라는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중강군에서 방한용품들을 시험하려고 할 때, 이범석이 그 헬기의 모습을 보고 대뜸 한 마디 이름을 붙여주었다.
‘저거 딱 모습을 보니까 왠지 검은 매 같네.’
결국 이 신형 헬기의 이름은 검은 매가 되었다. 표면이 검은 색으로 도포된 모습과 또 각이 지고, 날개가 달린 모습이 마치 매의 형상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래서 병윤은 이 신형 헬기를 검은 매라고 부를까? 라는 고민에 빠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신형 헬기 검은 매를 몰 헬기조종사와 또 동협 그룹의 손채현 비서가 도착을 했다. 아직 문경 구석구석까지 도로가 놓인 상황이 아니었기에 차를 타는 것보다 노면전차를 타고 여기에 온 것 같았다.
헬기조종사와 손채현 비서는 병윤에게 인사를 하면서 신형 헬기 검은 매에 탑승을 했다. 그리고 병윤 역시 그 곳에 발걸음을 들였고, 헬기 조종사가 탑승한 두 사람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이륙합니다.”
혹한까지는 아니어도 바람이 있는 날씨였다. 그러나 풍속 20m/s 내에서도 거뜬하게 제자리를 찾는 신형 헬기 검은 매였기에 날씨가 악천후든 뭐든 상관이 없었다. 헬기의 주 날개에 있는 덕티드 팬들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고, 검은 매는 서서히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효혜와 장평균은 멀리서 이 헬기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와! 하며 감탄어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효혜는 저런 장관어린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막내 오빠가 자신을 속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막내오빠 병윤을 태운 헬기는 이륙하고는 곧 어딘가로 날아갔다. 장평균이 눈빛을 반짝이더니 이내 효혜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거. 꼭 타고 싶다.”
“힝. 나 비행기 싫어.”
“나라도 태워 달라고 하게 만들 거다!”
“오빠가 간다면 나도 같이 갈 거야!”
그렇게 두 아이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놀고 있었다.
한편, 병윤과 손채현 비서를 태운 신형 헬기 검은 매는 고도를 유지하고, 가는데 어느 정도 속력이 붙자 주 날개가 직각으로 돌려지면서 마치 비행기처럼 움직인다. 그렇게 속도가 붙은 검은 매는 거의 한 시간도 채 안되어서 감연이 있는 인천 조병창에 도착을 한다. 조병창에도 헬기들이 이착륙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거기서 검은 매의 헬기조종사는 적당한 곳에 착륙을 했고, 검은 매가 착륙을 하자 병윤과 손채현 비서는 헬기에서 내렸다.
헬기조종사가 두 사람에게 한 마디 묻는다.
“저 회장님. 언제 돌아오십니까?”
병윤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헬기조종사에게 말한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라서 늦어질 수도 아니면 빨리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헬기조종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헬기조종사의 대답을 듣고, 병윤과 손채현 비서는 조병창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천 조병창은 일제가 이 곳에서 군수 물품들을 만들기 위해 세운 시설이었다. 그런데 해방을 맞이하여 광복군이 여기를 인수하면서 이 곳은 광복군이 이용할 수 있는 무기들을 개발함과 동시에 개발한 무기들을 양산하기 위한 제조 공장까지 갖춘 상태였다.
물론 대량 생산은 동협 그룹에서 직접 하는 경우도 있었고, 여기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탄약의 경우는 인천 조병창에서 직접 만드는 경우였고, 신형 소총의 경우는 동협 그룹이나 조병창에서 따로 생산을 도맡아서 하는 경우였다. 병윤은 이미 조병창에 매번 와봤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익숙한 감이 있었다. 여기서 무기개발실장이라는 직함이 있는 감연의 방까지의 길은 병윤이 잘 알고 있었다.
병윤과 손채현 비서는 발걸음을 어느 정도 옮기다가 결국 감연의 방 문 앞까지 도착했다. 병윤은 문을 대차게 두들기며 한 마디 말한다.
“야. 나다. 병윤이다. 이 썩을 자식아.”
그런데 안에서 문이 끼익 하고 열리더니 감연이 아니라 감연의 비서인 강칠혜가 나타난다. 강칠혜는 병윤과 손채현 비서를 보더니 한 바탕 놀란 얼굴을 한다.
“으음. 무기개발실장님은 지금 다른 곳으로 가셨습니다.”
병윤은 얼굴을 고치고는 강칠혜에게 한 마디 묻는다.
“혹시 어디로 가셨는지?”
“윗 층에 휴게실에서 어떤 외국인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제보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답한 감연은 손채현 비서를 대동하고는 뚜벅뚜벅 위층으로 걸어 올라갔고, 위층의 휴게실의 창문에서 병윤이 그토록 찾았던 감연과 또 감연이 이야기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감연의 얼굴에는 쩔쩔매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병윤은 은근히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그냥 기다리다가 들어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갑작스럽게 감연이 고개를 돌리다가 이내 병윤과 손채현 비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감연이 병윤에게 삿대질을 하더니 이내 휴게실 바깥으로 문을 열고는 병윤을 맞이했다.
“어라. 조금 일찍 왔네? 잘 됐다.”
감연이 병윤을 보고 그렇게 한 마디 하자 병윤은 어이없어서 한 소리 말한다.
“뭐가 잘 돼. 이 개자식아. 쉬는 사람 끌고 와서 그게 하는 소리냐?!”
“시끄럽고,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나 나누세요.”
감연은 병윤을 휴게실 안으로 끌고 들어가게 만든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감연이 이야기한 병윤의 모습에 눈을 반짝이게 된다.
그렇게 감연, 병윤, 그리고 손채현 비서가 자리에 앉게 되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병윤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이내 감연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 친구가 미스터 송 당신이 말하는 친구인가?”
“예. 그렇습니다. 이 녀석이 제 친우인 미스터 길입니다.”
“오! 미스터 길! 그 재생치료를 개척한 인물과 성이 같군.”
아인슈타인 박사의 입에서 병윤은 자신의 형 병재의 이야기를 듣게 되다니 조금 신기해했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병윤의 모습을 쳐다보면서 병윤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업가 친구라고 하는데. 이 친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감연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아인슈타인 박사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적어도 여기의 연구자재들은 저 녀석이 만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그 말에 놀라워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 그래서 미스터 송, 자네의 핵융합 발전 계획에 저 친구가 필요하다는 말이군?”
“예. 그렇습니다. 사실 핵융합 발전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놓았습니다. 다만 거기에는 필요한 물건들이 몇 개 있어서 이 녀석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그 말에 병윤을 바라본다. 얼핏 보면 감연의 평범한 사업가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병윤 역시 어느정도 과학과 기술에 통달해 있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폰 노이만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들은 것이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등장을 했습니다. 이 사람 전후로 해서 고전 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이라는 기준점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현대 물리학은 아인슈타인 박사 외에 많은 사람들이 성과를 얻었습니다만. 아인슈타인의 업적에 비견할 수는 없지요.
독자님들. 요즘 댓글이 적어서 왠지 이 관심종자의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제발 관심 좀 주십시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