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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늦은 밤, 요정 안에서 병윤을 포함해 사람들과 기생들이 앉아있는 방에서 김구는 간만에 술이 깬다.
“자네는 김일성이라는 사람을 그렇게 보는 것인가?”
병윤은 그 말에 흠흠 거리며 김구에게 대답을 한다.
“예. 그렇습니다.”
“으음. 어떤 면에서 그가 그런 인물이라는 것을 판단하였는가?”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김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처음 김일성이 저에게 암살을 명했을 때, 저 역시 김일성에 대한 정보를 알아왔습니다. 그리고 소련과 중공과 어느 정도 연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소련과 중공의 지원을 받는 공산주의자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김일성이라는 작자가 소련에게 매번 청원을 올리는 것입니다.”
“청원?”
“예. 청원을 하더군요. 하루 빨리 한반도를 공산화 할 수 있도록 소련이 직접적으로 군사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말입니다. 물론 소련에서는 그걸 거절을 했습니다만.”
그 말에 김구는 쓰게 웃으면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건 어떻게 알지?”
“함흥 가까이에서 제가 투입했던 밀상이 있습니다. 그 밀상에게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 밀상이 은근히 소련의 인물들과 거래를 해서 소련에 대한 정보를 받았습니다. 거기서 흘러나오기를 ‘소련군정의 사령관 치스차코프 대장이 매번 김일성이 남한에 대한 침략 청원을 해서 짜증나 죽겠다.’는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김구와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 순간 얼굴이 자동적으로 굳어진다. 그리고 김구는 이빨을 뿌드득 거리고는 병윤에게 째려보며 말한다.
“그 말이 사실인가? 아니면 자네의 단순한 모함인가?”
병윤은 그 말에 김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제가 그 이를 모함을 해서 뭐가 이롭겠습니까?”
“끄응. 우남 형님께서 매번 단정론을 밀어 붙이고 있는데. 휴우...”
병윤은 그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김구는 병윤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알겠네. 자네의 생각은 그렇다고 치세나. 자네가 생각하기에 만약 김일성이 침략의 결심을 그 때 했다면 언제 행동을 개시할 것인지 예상이 가는가?”
병윤은 그 말에 조용히 생각을 하다가 김구에게 답한다.
“그건 아무래도 중국의 국공내전의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국공내전? 그건 왜지?”
“만약 중공이 국부군을 승리를 했다면 김일성은 중공처럼 한반도 공산화에 성공할 수 있다며 행동을 할 것이고, 예상대로 국부군이 중국을 통일한다면 김일성은 그저 기약 없이 소련의 지원만 바라며 있을 것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침략할 것이란 말이군?”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구는 그 말을 듣고, 으음 하면서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이내 얼굴이 굳어지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자네는 확신하고 있는 것 같군.”
“김일성이 그런 작자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굳은 표정과 진지한 얼굴로 병윤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쯧. 북한 관련 인물들을 다시 공격하게 되겠군.”
병윤은 그 말에 조금 쓰게 웃는다. 김구는 작년에 북한정권의 중요인물인 김일성, 김책, 그리고 김일성의 외증조부인 강양욱 목사를 목표로 암살을 강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세 사람에 대한 공작은 실패로 끝이 났다. 그 때문에 김일성은 암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병윤에게 말한다.
“굳이 자네 손까지 빌릴 이유까지는 없지. 단순히 북한의 정권을 가진 애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위험한 생각을 품고 있다는 자네의 말을 들으니 반드시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 말과 동시에 김구의 눈빛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그 살기에 김구 주위의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병윤은 김구의 살기에도 얼굴변화가 없었다. 김구는 병윤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한다.
“조금 다른 화제로 넘어가면 좋겠군. 여기서 사람 살리고, 죽이는 것은 이 즐거운 곳에 왔는데 너무 주제가 안 맞는 것 같아서 말이야.”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김구의 말에 동조한다.
“예. 좋습니다.”
김구는 흠흠 거리면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중국군정의 신유철 사령관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거야. 그 공민증 관련해서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공민증은 종이 재질이 아닌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기로 그렇게 계약을 맺었습니다.”
“플라스틱? 아아. 맞다. 자문의원들이 비나 물에 종이가 젖을까봐 그 때문에 뭐라 말한 적이 많았지? 그 때문에 아예 플라스틱 재로 공민증을 만들려고 하는군. 그런데 플라스틱에 이름이나 주소, 또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적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먼저 기본적인 플라스틱 재질 위로 유성 잉크로 글자들을 새기고, 코팅으로 다시 덮는 방식이 있습니다.”
“흐음. 그런가? 작성기기도 자네가 만드는 건가?”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구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플라스틱에 새기는 유성 잉크를 새기는 기기 만드는 것이야 간단한 일이니 말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묻는다.
“그럼 글자를 세기는 것은 아무래도 그 타자기가 대신하겠군?”
“예. 잉크 세기는 기계와 타자기를 서로 조합하고 만들도록 할 것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그럼 공민증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대다수 해결이 되는군. 그런데 사진 새기는 것은 어떻게 할 건가?”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김구에게 플라스틱 위에 사진을 새기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김구는 병윤의 설명을 듣고, 납득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흠. 그렇게 하면 공민증에 사진과 내용까지 다 들어가게 할 수 있군.”
“일단 광복군에 공민증의 견본이 되는 증이 있습니다.”
“아. 그 군 내부에 들어가는 간첩들을 가려주는 증들을 말인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보통 사진과 군번, 사는 주소, 이름, 생년월일, 지문 기타 외까지 다 새기고 있습니다. 만약 간첩이 군부대에 침투하면 그 증을 기본으로 간첩을 가리는 형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 공민증의 기본적인 형태는 해방 전부터 광복군에서 갖춰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군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이 없으니 조금 곤란한 적이 많았다. 그 때문에 3년 전부터 아예 그런 증들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김구는 그 말에 이제야 생각난다는 얼굴로 말한다.
“그게 있었지 참. 그걸 바탕으로 공민증을 만들 생각인가?”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구에게 말한다.
“전 공민증을 만들 기기와 잉크, 또 재질만 공급하는 형태입니다. 형식을 정하거나 내용을 넣는 것은 제가 할 역할이 아닙니다.”
“그렇기는 하지. 알겠네. 공민증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지. 그런데 요즘 미군정에서 소식을 듣기로는 부산에서 대구까지 도로를 놓는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자네 아는 것 있지 않은가?”
병윤은 그 말에 조용히 생각하더니 이내 사실을 김구에게 알려준다.
“저보고 부산과 대구를 잇는 도로를 건설해달라고 요청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쪽에서 어느 정도의 요구 사항들을 정리하여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골몰히 생각하더니 이내 병윤에게 말한다.
“으음. 철도를 통해 행해지는 물류도 조금 버겁다는 말인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김구에게 말한다.
“아직까지의 한반도 물류는 철도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도로가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군정에서 원래는 부산-대구가 아니라 부산-문경까지의 도로를 계획했는데. 상상이상의 건설비용 때문에 망설였다는 그런 이야기가 들었어. 그게 사실인가?”
“그건 어쩔 수 없는 측면입니다. 토목 공사는 인건비와 더불어 자재비용, 그리고 지형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제가 도로 공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우리 동협 그룹이 자체적으로 도로를 건설하여도 이익이 없습니다.”
“으음. 그런가? 하기야 자네는 도로와는 별 상관이 없는 신형 헬기들을 주력으로 하니까 도로의 건설은 별반 상관없는 일이겠지. 자네의 입장에서는 도로 건설이 돈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군. 그럼 만약 나라에서 수주를 준다고 하면 하겠는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수주는 입장이 다릅니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의 형편상 도로를 수주할 수 있는 자금이 있습니까?”
“그건 염려 말게나. 어차피 정식 정부가 만들어진 뒤 세금을 거둘 생각이야. 세금은 그런 기반들을 만들 때 필요하지 않겠나? 그리고 외국에 차관을 받을 생각도 있어. 일단 수주할 자금을 모아두면 되지 않겠나?”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구의 말에 동의한다.
“그런 방법이 있겠지요.”
“그래도 자네가 조금 양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자네의 입장도 있으니 아무래도 도로 건설은 수주 형식으로 해야 될 것 같군. 기타 댐이나 하천정비, 또 공공시설을 만드는 모든 것 전부 다 그렇게 처리를 해야겠군.”
병윤은 그 말에 미소를 머금고는 김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물론 수주형식은 투명하게 처리를 해야 합니다만.”
김구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그래봤자 수주는 다 자네 동협 그룹 차지가 아닌가? 기술이나 자금이나 꿀릴 것이 없는데 말이지.”
“지금이야 그렇지만 나중에는 그런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구는 그 말에 으음 하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그 것이 올바른 방법이기도 하지.”
그 후로도 김구와 병윤은 요정에서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렇게 겨울날 추운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1947년 1월 22일, 음력 설날이 시작되었다. 가족들은 전부 생가에서 보내고 있었다. 병재, 병주, 병윤은 한복을 갖춰 입고, 자신들의 아버지 길남효와 어머니 김민숙에게 절을 올렸다. 그 뒤에는 이 집의 장녀와 차녀인 효순과 효혜가 새배를 한다.
본가와 의절을 한 상태라서 이 집 최고 어른은 길남효였다. 그래서 길남효는 허허 웃으면서 효혜에게 세뱃돈을 건넸다. 병재, 병주, 병윤, 효순은 예의상 돈을 받을 뿐이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설날을 보낼 때쯤 길남효의 가장 친한 친우인 장씨와 그의 아들 장평균이 찾아온다.
장평균은 길남효와 김민숙에게 얼른 세배를 하고, 그들에게 돈을 받는다. 그리고 반대로 병재, 병주, 병윤, 효순, 효혜 역시 장씨에게 세배를 올린다. 장씨가 자신의 아들 딸 배분에게 세배를 받고나서 자신의 친우인 길남효에게 말한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아있었다면 나 역시 세배를 올리는 건데 말이야.”
길남효는 그 말에 조금 회한이 되는 얼굴로 장씨에게 대답한다.
“그러게 말이야. 지금 내 아들 딸들이 다 커서 말이지. 오랜만에 내 양부와 양모의 산소에 찾아가 절을 할까? 생각 중이야.”
장씨는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길남효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한다.
“쯧. 간만에 효자 나왔네.”
“이 사람이 놀리는 건가?”
장씨의 부모는 지금 하늘에 계셨다. 하지만 그 장씨의 부모는 동시에 길남효에게 있어서 양부모와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길남효는 제사를 지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원래 길남효는 양부모를 따라서 성도 바꾸려고 했는데, 양부모가 너의 근본을 저버리지 말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성이 길씨가 되었다.
길남효는 장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병윤을 부른다.
“병윤아. 일로 와봐라.”
병윤은 자신을 부르는 말에 쪼르르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온다.
“부르셨습니까? 아버지?”
“이번에 양부모를 위해서 한 번 제사를 지내려고 생각 중이다.”
“양부모라면?”
길남효는 엄지를 척 장씨에게 가리키면서 한 마디 말한다.
“이 녀석의 부모를 말이다. 이 녀석의 부모가 내 양부모이지. 말을 안 했나?”
“그건 아닙니다. 하여튼 알겠습니다. 한번 마을사람들에게 부탁을 해보겠습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그럼 너만 믿겠다.”
“하하. 맡겨주십시오. 아버지.”
그렇게 길남효의 양부모를 위해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그 때, 장씨가 슬그머니 길남효를 보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내 부모님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은 고마운 일인데...”
“왜 염려라도 되는 건가? 그리고 내 부모님이기도 한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안절부절인가?”
“그렇기는 하지. 대신 내 아내에게도 제사를 지내고 싶어서 말이야.”
길남효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장씨에게 말한다.
“알겠네. 병윤에게 추가로 부탁하면 될 일이지.”
결국 길남효는 병윤을 다시 불러서 장씨의 아내까지 제사를 지내게 만들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편히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장씨가 진지한 얼굴로 길남효에게 말한다.
“이보게. 효남.”
“왜 그렇게 얼굴이 진지한가?”
장씨는 그 물음에 우물쭈물 하다가 이내 결심한 얼굴로 길남효에게 말한다.
“내 일생일대의 부탁이 있는데. 요즘 이 녀석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워서 말이지.”
장씨의 진지한 말투에 즐거웠던 길남효의 얼굴도 자동적으로 진지해진다.
“으음. 도대체 무슨 부탁이지?”
“한번 자문의원이 되고 싶어서 그렇다네.”
그 말에 순간 길남효의 얼굴은 굳어진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 그러는가?”
“사나이라면 그 정도의 자리정도는 노릴 수 있지 않은가?”
길남효는 그 말에 흐음 하고는 생각을 한 뒤 한 마디 조언을 해준다.
“자문의원이 되려면 그에 걸 맞는 학식과 지식, 지혜, 인맥이 필요하다는 것 자네 잘 알지 않은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네. 그래도 하겠나?”
장씨는 길남효의 그 말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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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씨 그러니까 장성환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행보는 제헌국회의원이 되면서 시작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