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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장씨의 결심에 길남효는 흠흠 거리면서 한 마디 말한다.
“난 솔직히 자네가 진짜로 정치계로 뛰어드는 것을 반대하네.”
“이야기는 듣기는 했네. 그 것은 아비규환 없는 지옥이라고 말을 들은 적이 있지. 그리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공감해.”
길남효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장씨에게 말한다.
“알면서 왜 그러나?”
“아니까 더더욱 뛰어들고 싶지.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하지만 이제 나도 도전을 해야 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길남효는 장씨의 말에 으음 하고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장씨를 바라본다. 그러나 장씨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길남효는 장씨를 말려야 하는 생각에 고민을 한다.
“쯧. 일단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병윤아.”
그 말에 병윤은 쪼르르 달려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병윤은 재례를 하여 이미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길남효는 깜빡했는지 ‘이런’이라는 한 마디 말을 하고는 이번에 시선을 돌려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병주야. 병주야. 일로 와봐라.”
효혜와 놀아주고 있었던 병주는 갑작스러운 아버지 길남효의 부름에 얼른 달려 나와 말한다.
“부르셨습니까? 아버지.”
“너도 한 번 앉아봐라. 너 군인이라고 했지. 그러면 정치판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 아니냐?”
병주는 그 말에 으음 하고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 길남효를 가만히 쳐다볼 뿐이다. 길남효는 그런 병주의 태도에 조금 답답함을 느꼈는지 한 마디 말한다.
“이 친구가 자문의원에 나서고 싶다는 말을 해서 말이야.”
병주는 순간 고개를 장씨에게 돌리면서 눈이 커진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길남효에게 눈짓으로 ‘진짜?’라고 물어본다. 길남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주에게 말한다.
“그래. 네가 한 번 이 친구에게 자문의원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봐라.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어떤 공부가 필요하며 또 뭐가 필요한 지 말이야.”
“으음...”
장씨는 침을 꿀꺽 삼키며 병주의 쏟아질 말들을 기다린다. 병주는 조용히 장씨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아버지 길남효에게 말한다.
“원래 정치판은 병윤이 잘 알고 있는데. 흠. 제 의견이 필요하시면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자문의원이라고 하는데. 본질적으로 자문의원이라는 직함은 군정의 일처리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따른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걸 맞는 학식과 공감능력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꼭 자문의원을 노려야 되겠습니까?”
그 말에 길남효와 장씨는 의아한 눈길로 병주를 바라본다. 자문의원을 노려야 할 필요가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병주는 아무래도 다른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꼭 자문의원을 노릴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장씨 아저씨의 상태를 보았을 때,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상황을 아는 공감능력은 충분하지만 그에 걸 맞는 학식과 능력이 부족합니다. 인맥이야 우리 집안을 따르는 사람들을 이용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장씨 아저씨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자문의원은 내년에 폐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에 순간 길남효와 장씨의 눈이 커지면서 ‘진실이냐?’는 눈짓으로 병주에게 물어본다. 병주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설명을 계속한다.
“정확한 토대는 아직 안 나왔지만 내년에 남한 지역만이라도 정식 정부를 만들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치인에 걸맞은 지식과 또 인맥을 형성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내년 있는 정식 정부의 정치인이 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병주의 말에 길남효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친우 장씨를 쳐다보며 말한다.
“어떤가? 자네 생각은?”
그 말에 장씨는 굳은 얼굴로 병주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게 사실인가?”
“제가 아버지와 아저씨에게 거짓을 고해서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장씨는 그 말에 으음 하며 생각을 한다. 길남효는 병주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장씨에게 말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 역시 병주의 말에 동의를 한다네. 비록 정치 쪽 정보에서는 병윤 만큼은 못하다 하지만 저 녀석 역시 군 고위층이야. 그 쪽에서 들리는 말들이 있으니 병주의 말대로 우선 문경에 가까운 지식인들과 만나고, 또 회합을 하면서 동시에 학식들을 구하고, 또 민원이 있을 때마다 자네가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어느 정도 되지는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장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결심했다는 얼굴로 길남효에게 말한다.
“알겠네. 그렇게 자네의 말대로 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겠지. 그런데 병주야. 내년이라고 했나?”
“예. 아저씨. 내년 정확히 언제 정식 정부가 만들어질지는 모르지만 꼭 지금 자문의원에 안 나서도 된다는 의견입니다. 그 쪽으로 뛰어들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니 그 때 동안 학식이나 필요한 인맥을 쌓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과 유리한 측면이 많습니다. 일단 저희들을 따르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민심을 선동하는 것과 또 연형칠의 사현방송국을 이용하여 이름을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돈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씨는 병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럼 그 때까지 너희들의 말을 따라 행동하면 된다는 거군?”
“저희들은 아저씨가 자문의원에 준하는 자리에 오르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할 뿐입니다. 그 자리에 서서 뜻을 펼치는 것은 아저씨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올라오면서도 지원은 해드리겠습니다.”
“알겠네. 이제 좀 안심이 되는군.”
만약 다른 사람이 병주의 이 제안을 들었다면 제발 나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 사람들이 천지였지만 장씨와 길씨 간의 집안은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장씨는 자신의 친우 길남효에게 이렇게 한 마디 한다.
“고맙네. 친구여. 내 의견을 들어줘서 말이야.”
길남효는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장씨에게 말한다.
“뭐 자네와는 형제지간이 아닌가? 형제지간에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별일 아니지. 하여튼 자네의 앞길에 나와 내 가족들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줄테니 그리 걱정 말게나.”
그렇게 장씨의 정치에 발걸음을 뗄 결심과 계획을 세우게 될 때, 누군가 이 집안을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효혜를 안은 한 부부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길남효는 그 부부 중에 남편에 해당되는 사람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장씨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바로 TV에 자주 나오던 중국군정의 사령관 신유철과 전명명 부부였다. 두 사람만 이 곳에 찾아온 것 같았다. 그 때, 길남효의 말에 재례를 준비하고, 돌아온 병윤이 신유철 전명명 부부 따라서 들어왔다. 신유철의 얼굴을 본 병윤은 조금 놀란 얼굴을 하면서 말한다.
“끄응. 진짜 간다고 하니 왔네요.”
신유철은 그런 병윤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미리 말을 해놓았지 않은가?”
“그렇기는 한데. 형님은 중국에 가족이 없어요?”
“글쎄. 난 잘 모르겠다. 그 사람들이 잘 지내는지도.”
그렇게 말하는 신유철의 얼굴에는 우울감이 감돌았다. 병윤은 그런 신유철의 얼굴을 보고 무슨 안 좋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다. 병윤은 더 이상 그에게 가족들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고, 대신 신유철의 부인인 전명명을 바라보며 인사를 한다.
“하하. 오랜만에 뵙네요. 형수님.”
“호호. 도련님도 신수가 훤하네요.”
“하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시는 것이 좋겠네요.”
그 말에 신유철과 전명명 역시 집 안으로 들어온다. 신유철의 얼굴을 본 길남효는 벌떡 일어서려고 했지만 신유철이 먼저 길남효에게 인사를 한다.
“제가 저번에 아버지처럼 대접을 하겠다고 말한 것 기억나십니까?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오늘 기회가 되어서 이렇게 찾았습니다.”
신유철이 능숙한 조선어로 길남효에게 인사를 하자 길남효는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신유철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하하 웃으며 환대를 한다.
“아아. 미안하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랬네. 내 삼남 병윤에게 듣기는 했지만 지금 이렇게 찾아와주니 반갑기 그지 없네.”
신유철은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길남효를 바라본다.
“일단 아우의 아버지에게 예의를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신유철은 곧바로 길남효에게 절을 올린다. 그리고 신유철의 부인 전명명 역시 자신의 남편 신유철을 따라서 절을 올렸다. 신유철 전명명 부부의 절에 길남효는 매우 기쁜 미소를 짓는다. 이미 신유철과는 알고 있는 사이였다. 예전 해방 직후 감옥에서 풀려났을 때, 신유철과 병주, 병윤, 그리고 지금 자문의원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와 사진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자랑스럽게 액자에 걸려 있었다.
“지금 이렇게 다시 뵈니 반갑군. 아주 반가워. 나를 아버지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네. 하여튼 난 중국군정의 사령관을 아들로 둔 사람이 되는 건가?”
신유철은 그 말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한다.
“뭐 그렇게 되겠네요.”
길남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전명명을 바라보고는 신유철에게 말한다.
“흠. 부부 동반이 같이 왔군. 하여튼 잘 왔네. 그런데 여기가 너무 비좁다고 생각을 하는군. 손님들이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병윤아.”
그 말에 병윤이 쪼르르 달려 나와 길남효에게 다가가 대답한다.
“예.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너희 남매들이 사는 집으로 옮겨야겠다. 여기는 손님들 맞이하기에는 부적합한 것 같군.”
병윤은 그 말에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할게요.”
결국 길씨의 가족들과 장씨 부자, 그리고 신유철 부부는 생가에서 벗어나 병윤을 포함한 남매들이 사는 집으로 향한다. 신유철은 이 집을 앞에 두고는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너희가 사는 집이 여기야?”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유철에게 대답한다.
“제 형제들과 누나가 따로 사는 집입니다. 형님. 원래는 아까 있던 집을 증축하려고 했는데. 그 곳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소중한 집이라 보존하고, 이 곳에 따로 집을 지었습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중국에 있었던 집과는 달리 아담한 것 같네.”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적어도 마을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에 따로 마을사람들이 지낼 수 있는 마을회관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전 마름이자 현 촌장인 방씨 아저씨의 부탁을 받아서 마을 중앙에 마을회관을 건설했다. 마을회관은 약 5층 규모의 건물로 지어 혹여나 재해 상황이 닥쳐올 때, 피할 대피 장소 그 외에 놀 수 있는 것들과 따로 마을 잔치가 생길 때, 그 곳을 중점적으로 마을사람들이 모여 들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마을회관의 지하에는 혹여 기근 사태가 발생할 때, 비상시에 사용할 식량창고의 역할도 했다. 그 외에도 다른 마을의 사람들이 오거나 혹은 외지인이 방문했을 때, 기거할 수 있는 숙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흐음. 마을회관이라.”
“하하. 저도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이 마을을 위해 노력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병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한다.
“뭐 부럽네. 나와는 달리 마을사람들과 관계가 좋으니 말이야. 앞으로 그런 관계 끝까지 유지했으면 좋겠다.”
그 때, 길남효가 병주, 신유철을 보고 한 마디 소리친다.
“여기에 서서 뭐하는가? 집 안으로 들어오게나.”
그 말에 신유철과 병윤은 집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신유철이 열린 현관의 틈으로 들어가 집안 내부를 살폈을 때, 꽤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원목의 쇼파와 또 원목의 테이블, 밑에 깔려있는 대리석은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집 안 곳곳에 있는 화분과 장식, 수석은 젊은 사람들이 사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은퇴한 상류층 노인들이 지내는 곳 같았다.
그 때, 이 집 안에 있었던 병재의 부인 메리가 신유철 전명명 부부를 보며 깜짝 놀라더니 이내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신유철은 한 눈에 서양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메리의 모습에 조금 신기해 하면서 하하 웃더니 이내 자신도 인사를 한다.
“예. 안녕하세요. 요즘 화제의 주인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아... 아... 예...”
“이런 제가 부인을 너무 불편하게 하였군요.”
그 때, 병재가 나타나서 신유철을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고는 말한다.
“이번에 오랜만에 뵙습니다. 신유철 형님.”
신유철 형님이라는 소리에 신유철은 병재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이런. 자네는 병재가 아닌가?”
“이럴 때 찾아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신유철과 병재는 반갑게 해후를 한다. 원래 병재와 신유철 간의 관계는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해했다. 그러나 자주 서울에 갈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신유철을 만나보고는 했다. 어떤 때에는 신유철의 연락을 받아서 또 어떤 때에는 병재가 직접 찾아가서 뵈었다. 사실 작년 이재민들 중 환자를 치료하러 봉사를 했을 때도 병윤의 청과 신유철의 청을 받아서 간 적이 있었다.
비록 신유철과 병윤 사이만큼은 아니었지만 병재는 마땅히 신유철을 형님으로 우대를 했다. 아니 우대를 할 만큼 신유철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여기에는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병윤을 엄지로 가리키며 말한다.
“이번에 설날을 맞이하여 이 집안에 한 번 방문해보려고 했네.”
병재는 신유철의 그 말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신유철과 전명명 부부, 그리고 병재와 메리 부부가 서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자신이 겪은 많은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낸다.
1947년 1월 23일, 하루가 지나 아침이 되자 길씨 가족들은 물론 장씨 부자, 그리고 신유철 전명명 부부는 어디 산행 공동묘지를 찾았다. 이미 그 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마을 사람들은 신유철 전명명 부부의 얼굴을 보면서 조금 수군거렸고, 어떤 이는 TV에서 신유철의 얼굴을 목격하였기에 아는 눈치였다.
세 가족이 찾은 산소는 2개의 봉분이 있었다. 그 봉분 앞에는 각 비석이 세워 있었으며 비석에는 故 장철준 故 신혜숙 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두 분의 새겨진 비석의 이름에 장씨와 또 길남효는 가슴이 먹먹했다. 길남효에게 있어서 양부모이고, 또 장씨에게 있어서 친부모와 다름없었다. 두 분 다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서 그 들의 양아들인 길남효와 친아들인 장씨를 키운 강한 사람들이었다.
길남효는 두 분의 비석을 보면서 생각을 한다.
‘두 분이 하늘로 떠나가시고,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양 아버지. 그리고 양 어머니. 지금 우리들은 장성한 아들과 딸들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주신 은혜. 죽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지켜봐주십시오. 저희들이 펼칠 길들을.’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재례를 시작했다. 먼저 장씨가 돌아가신 두 사람의 친아들이었기에 먼저 절을 한다. 그리고 세 가족 모두 따라서 절을 한다. 그렇게 세 가족이서 절을 하다가 다시 한 번 절을 한다. 죽은 사람에 대한 명복을 비는 것이다.
길남효와 장씨는 대표로 두 사람의 봉분에 대해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병재, 병주, 병윤 역시 동원되었고, 신유철 역시 그들의 일을 도왔다. 그렇게 직접 산소에 자란 풀들을 정리하니 말끔해졌다. 장씨와 또 길남효가 때때로 찾아와서 산소의 풀들을 정리하기 때문에 지금 산소를 정리할 것도 없었다.
그 뒤에 장씨의 사별한 부인에 대해서도 재례를 지냈다. 장씨는 사별한 아내의 봉분을 정리하면서 슬피 울었다. 길남효를 포함한 길씨의 가족들 역시 엄숙한 표정으로 장씨의 행동을 지켜본다. 그리고 아까 전처럼 봉분의 풀들을 정리했다. 병재와 병주, 병윤은 장씨의 사별한 부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기억이 났다. 특히 병윤이 더더욱 기억이 났는데, 그 사람이 자신을 장난꾸러기라고 말씀하시며 몰래 떡을 준 기억이 났다. 그래서 병윤은 더더욱 슬펐다.
============================ 작품 후기 ============================
어째 설날 때마다 제사를 지내게 됩니다 그려. 하여튼 주인공 삼인방의 아버지 길남효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두 분입니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육이 아닌 아이에 대해 키우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것도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 분은 그런 경향을 거부하고, 길남효를 자신의 아들로 받아 들였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