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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1월 24일, 상주 어느 산골짜기의 돌무덤, 휘몰아치는 겨울의 추운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외출복들을 단단히 입은 길씨 가족들 중 길남효는 아연한 눈빛으로 돌무덤을 바라본다.
“......”
자신의 어릴 시적의 생각이 났다. 그 때에는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납득할 수 있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쌓아둔 돌무덤은 그대로 있었다. 어느 지나가던 사람이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자신의 어머니를 묻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파묻은 자리 위에 돌탑을 놓은 것은 바로 길남효가 한 일이었다.
병재는 길남효를 보고 한 마디 묻는다.
“여기가 바로 그?”
길남효는 숙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내 어머니가 묻은 곳이지. 옛날 돌아가시고, 장성할 때, 다시 무덤을 옮기겠다고 약속했건만 차일피일 미뤄두던 찰나였지.”
“......”
병재, 병주, 병윤, 효순은 그 말에 숙연한 표정으로 돌무덤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길남효 역시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어머니. 이제 남효가 돌아왔어요. 많이 늦었죠?”
그렇게 말하는 길남효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인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길남효 외 가족들은 울적한 감정이 들었다.
한동안 길남효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돌무덤을 향해 절을 하자, 그 외 나머지 가족들도 절을 한다. 그렇게 명복을 빌고자 두 번 절을 하며 명복을 빌었다. 일단 약식으로 돌무덤의 주인에게 명복을 빌었다.
그 때, 누군가 돌무덤으로 다가와서 길남효에게 묻는다.
“당신이 이 돌무덤의 주인과 아는 사이오?”
길남효는 그 말에 울적한 기분과 함께 의아한 얼굴로 물어본다.
“그렇소만?”
“이 돌무덤을 연고지 없는 사람의 무덤인줄 알았건만.”
“......”
“쯧. 이 돌무덤의 동네 아이들이 돌무덤을 향해 비석치기를 하고 놀고 있어서 이 돌무덤에 대해서 동정심이 생기오. 당신이 고인에 대해 예의를 안다면 적어도 무덤을 옮겨주었으면 하오.”
“으음...”
그러다가 길남효에게 말을 건 사람은 길남효의 자식들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 중 병재를 바라본 후 놀란 감정이 컸는데. 그런 병재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병재에게 인사를 하고 한 마디 말한다.
“아니. 의사 선생이 아니십니까? 여기는 어떻게?”
병재는 여기에 다가온 이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바로 자신이 전에 치료한 환자였다. 작년에 다리가 없는 사람을 치료한 적이 있었고, 치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때문에 장애의 한을 풀어준 병재를 보고, 하늘에 내려온 신선이라고 떠들었던 환자였다. 물론 그 이후 조금 잠잠해진 것은 틀림없지만 지금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니 신기했다.
“이 무덤에 계시는 사람이 제 할머니가 되십니다.”
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재에게 말한다.
“아. 그렇습니까? 끄응. 이거 조금 난감하게 되었네.”
그의 얼굴에는 난감한 빛이 나타났다. 병재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자세하게 묻는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재에게 말한다.
“이 곳을 개발한다는 소리가 들어서 조금 있다가 이 돌무덤을 파내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무덤의 연고지가 당신의 가족들이었으니 휴우 정말이지 하늘이 도왔군요.”
그 말에 병윤은 아! 하고는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하마터면 자신 때문에 저 무덤이 없어질 뻔한 것이 아닌가? 병윤은 고개를 숙이며 침묵을 한다. 병재는 그런 병윤의 얼굴을 보면서 째려보았고, 길남효는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알려줘서 고맙소. 이 무덤은 곧 사람들을 불러서 옮기도록 하겠소.”
그 말에 길남효에게 말한 그는 멋쩍어 웃고는 대답한다.
“하하 아닙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병재를 포함한 길씨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길남효는 으음 하며 병윤을 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오늘에 당장 이 무덤을 제대로 된 안식처로 옮겼으면 좋겠군.”
그 말에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특히 병윤은 마음이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시간을 들여 돌무덤 밑에 묻힌 뼈들은 정성스럽게 발굴하고는 호화로운 관으로 이관했다. 길남효는 뼈밖에 안 남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모습에 슬픔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길씨 가족의 설날은 죽은 사람에 대한 재례를 한 뒤에 비로써 끝이 났다.
1947년 2월 3일, 병윤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송수화기를 들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이번에 1차 계획으로는 부산-대구 사이의 도로를 놓기로 하고, 또 2차 계획으로는 대구-문경 간에 도로를 놓기로 결정하였네. 사실 미 국무부에서 조금 업적에 대해서 조금 쪼이는 것이 있어서 일단 우리 영역 내에 있는 곳에 도로를 놓도록 했다네. 그리고 시공업자야 당연히 자네가 되는 것이고.-
“1차 계획은 2년 내에 끝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빈 말이라도 그렇게 말을 하니 기분이 좋군. 하여튼 자네의 기업이야 워낙 쌓아온 것이 많으니까 믿는 거야. 적어도 자신의 나라에 도로를 놓는 것을 엉터리로 만들지는 않겠지. 안 그러는가?-
“하하. 그렇습니다. 하여튼 이번 결정으로 경상도 내에서 교통 기반을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주 계약에 대해서는 저번에 이야기 했던 대로 진행하게나.-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미군정의 웨드마이어 사령관과 연락이 끊어졌다. 수주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에 병윤의 얼굴은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쁘기 그지없었다. 병윤의 앞에 있는 곽 상무가 병윤의 얼굴을 보고 다급히 물어본다.
“혹시 수주가 되었습니까?”
병윤은 그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임으로 화답한다. 그러자 곽 상무는 만세를 부르며 소리를 지른다.
“와아아아아아!”
그렇게 소리를 지른 곽 상무는 미친놈처럼 집무실 밖을 뛰쳐나간다. 그렇게 수주는 동협 그룹에 경사가 되었다. 이번 도로 건설은 동협 그룹에 있어서 최대의 일거리나 다름없었다.
병윤은 즉시 송수화기를 들어서 어딘가로 전화 연결을 시도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여기는 동협 건설 사장 민상현입니다. 어디 사는 누구십니까?-
“접니다. 동협 그룹의 회장 길병윤.”
-아니. 회장님께서 어떻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예. 그래요. 일이 있으니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 미군정의 도로 건설이 결정 났습니다. 부산-대구 간의 도로 건설계획이나 전체적인 설계도를 미군정으로 보내주십시오.”
-예...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제가 허튼 소리를 합니까? 빨리 보내주십시오.”
-예.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미리 준비한 설계도와 건설계획을 그 쪽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민상현 사장은 전화를 툭 끊어버린다. 병윤은 뚜 뚜 뚜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송수화기를 제자리로 내려놓는다. 그러나 병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예전 중국의 중경공단 회장 직을 맡으면서 중국 내 도로건설과 항만, 철도 등 교통기반들을 건설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병윤은 그의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도 안 되는 도로 건설이지만 제대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일단 1차 계획으로는 대구-부산 간의 도로를 만든다고 한다. 시멘트 공장이나 그외 공장들이 바빠지겠군. 휴우 수주 한 번으로 이렇게 여러 사업들이 활성화가 되기에는 처음이군.’
지금도 한반도는 건설 분위기가 활황이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혼란하다고 하지만 경제면에서 작년에 비해 심한 기근과 물자 부족, 그리고 재해를 당했다고 하지만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반도의 경제 상황은 좋아질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 연달아서 복이 넝쿨째 들어오는군.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다. 방심은 금물이야.’
병윤은 기뻐할 것은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혹여 자신이 벌인 사업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찬찬히 보고서들을 살펴본다.
동협 그룹의 도로 수주 소식과 별개로 병윤은 어느 한 건물에서 밀거래상 박철건과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박철건은 인사를 병윤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다.
“여전히 사업이 잘 진행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철건에게 한 마디 묻는다.
“흠. 일본 내의 정보망 구축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예. 정확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재일 한국인들의 단체를 중심으로 정보망들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쪽을 통해서 밀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흐음. 그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
“그 쪽 반응이라 하신다면?”
“재일한국인들 말입니다.”
“아아. 그 쪽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일단 그 쪽에 남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여기나 그 쪽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여기서의 물건들을 그 쪽을 통해서 중계로 해서 넘기니까 많이들 좋아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잘 되었다는 얼굴이 된다.
“흠. 그렇군요. 하지만 우리들이 그 곳에 정보망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 당신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야 모르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회장님의 가족들을 건드린 그 간도 없는 자식을 끄집어내는 것이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그 과정에서 저 역시 수입을 얻어야겠지요.”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박철건에게 말한다.
“그거야 당신의 능력껏 버는 일입니다. 대신 이 쪽에 곤란이 되지 않도록 식량이나 경공업 물품들을 판매해서는 안 됩니다.”
박철건은 그 말에 씨익 웃더니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거야 저 역시 모르지는 않습니다만 일본 내에서도 식량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요즘도 조선에 있는 식량을 일본에 밀반출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흐음 하고는 이내 박철건에게 말한다.
“그런 작자가 아직까지도 있군요. 쯧. 같은 직종의 사람이라도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는데 말입니다.”
“회장님께서 그들에 대해 어떻게 처리를 하겠습니까?”
“심한 이들을 중심으로 망하게 하면 간단하지 않겠습니까?”
박철건은 병윤이 하는 말에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북한에는 변동사항이 없습니까?”
“하하. 그 쪽은 이미 손을 털었습니다. 그래도 회장님이 명하신 대로라면 알려드려야 마땅한 일입니다. 지금 북한에 활동하는 밀거래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쪽은 여전합니다. 소련의 손을 빌리기 급급한 김일성의 일당들. 요즘은 집단농장이라는 것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단농장?”
“예.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해주었으니 이제 나라를 위해 작물들을 바치라는 것입니다. 이건 다시 말해서 공산정권이 지주가 되는 일이지요.”
“흐음. 그 쪽도 만만치 않게 돌아가는군요.”
“하하.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분배해서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구호는 보기에는 좋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지역에서도 경공업에 해당하는 물품들이 부족해서 그 쪽의 가격들이 치솟아 오르고 난리입니다. 그리고 그 쪽에도 회장님의 물건들을 많이 좋아하더군요.”
“이거 의도치 않았는데 그 쪽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까?”
“북한이 그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소련이 그 혜택을 받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치스차코프 사령관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 쪽에서 직접적으로 소련과 밀거래를 주도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흠. 그건 꽤나 복잡한 사항이군요. 알겠습니다. 그 건은 차차 시간을 들여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것외에는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품속에서 미화 1만 달러를 즉석으로 꺼내서 박철건에게 건네며 말한다.
“이건 정보 값입니다.”
박철건은 휘익 휘파람을 불면서 미화 만 달러를 받아간다. 그리고 박철건은 싱긋 웃으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좀 더 자세한 정보들을 풀어 놓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박철건은 일본과 소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병윤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박철건은 말로 하는 설명 외에도 직접 종이에 자신이 아는 것을 써서 병윤에게 건네주기까지 한다. 그래도 여기서 밝혀진 것은 일본의 그 어르신에 대한 단서를 한 가지 입수했다. 그 어르신에 대한 단서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니 차차 밝혀지게 될 것이다.
1947년 2월 8일, 길남효를 포함한 길씨 가족들은 오랜만에 생가에 모여서 TV를 틀어 보고 있었다. TV의 화면에는 서울대 학생들이 국립대학 반대 시위가 하는 현장이었다.
길남효는 TV장면을 보면서 쯧쯧 거리며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저기는 왜 반대시위를 하고 난리냐?”
“아무래도 학생들의 자유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자유?”
“예. 국립대로 만들어지면 학생들에 대한 간섭이 많기 때문에 저렇게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예 경찰들이 상주해서 일일이 간섭하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으음. 대학에 빨갱이들이 있어서 그런 건가?”
“경찰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것이 있다고 합니다. 뭐 속으로는 우익세력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쫓아내고, 세력 확장을 노리지만 말입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린다. 세상 깨끗한 것이 없었다. 병윤은 그런 길남효를 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저렇게 되면 타협을 해서 절충을 하게 될테니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 일에 충실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경에 세운다는 대학은 어떻게 할 거냐?”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길남효에게 답한다.
“일단 과학, 공학, 의학 중심으로 한 종합대학을 설립할 것입니다. 대학의 목표가 이공계 전문으로 하는 대학이라서 아무래도 국가의 간섭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으음. 그렇다면 그냥 개죽을 쑤는 것이 아니냐?”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서울대 쪽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서 국가의 간섭을 심하게 하지만 이 쪽은 처음부터 사립대입니다. 그리고 제가 우익 인사들과 많은 친분이 있으니 그 쪽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말한다.
“한 마디로 애초에 그렇게 미리 합의를 본 사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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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은 확 확 지나갈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