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63화 (36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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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2월 10일, 병윤은 하나의 작은 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논리회로를 통해 숫자를 표현하는 이른바 세븐세그먼트였다. 병윤은 익숙한 표정으로 이 단자를 펴다본다. 병윤의 행동에 책상 앞에 있는 김수만 사장이 긴장한 얼굴로 바라본다.

병윤은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이내 김수만 사장에게 말한다.

“언젠가 만들었을 텐데. 잘 되었습니다. 이 걸 센서로 연결하여 이용하면 정밀한 수치를 측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만 사장은 그 말에 연신 끄덕이며 병윤에게 말한다.

“질량을 잴 수 있도록 하는 기계와 또 속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계, 그 외에 알림시계라든지 정밀한 온도 습도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김수만 사장에게 말한다.

“거기에 이 걸 이용하여 차후 양산될 신형 헬기의 검은 매의 전자장비 이용에 대해 편리하게 바뀔 수 있군요. 잘 되었습니다. 이 작은 것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것 같습니다.”

김수만 사장은 병윤의 칭찬에 하하 멋쩍어 웃는다. 병윤은 그런 김수만 사장의 얼굴을 보고선 싱긋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요즘은 정밀 집적회로를 만드느라고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수만 사장은 그 말에 자동적으로 얼굴이 수척해진다. 요즘은 보다 더 정밀한 집적회로를 포함하여 유용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또 이번에 전자회사 자체적으로 마이크로를 넘어서 나노에 해당하는 제어 기술의 획득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나노는 분자를 제어하는 기술이었기에 김수만 사장은 지금 머리가 빠개질 정도였다. 물론 직접적인 연구를 하지 않지만 계속되는 연구원들의 보고에 자동적으로 피곤해진다.

나노 영역은 돈과 시간만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병윤은 그런 김수만 사장의 속도 모른 채 한 마디 묻는다.

“나노 영역을 밝힐 수 있는 전자제어 장비의 연구는 끝이 났습니까?”

김수만 사장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푹 쉬며 병윤에게 대답한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마이크로 영역까지는 어떻게 되겠지만 나노 영역을 제어할 수 있는 미세공정의 분야는 아직 기술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

“회장님이 주는 단서들과 방향을 가지고 많이들 노력하고, 빠르게 진척이 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생각과 실제는 다른 법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얼굴을 굳고는 김수만 사장에게 묻는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까?”

“제가 생각하기로는 최소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 1년이라...”

“회장님께서 우리 회사의 연구 보고서들을 직접 수집하여 방향을 결정하시는 것을 토대로 진행하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인재들은 안타깝게 회장님만큼의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평범한 이입니다.”

평범한 이라는 김수만 사장의 말에 병윤은 피식 미소를 짓는다.

“예. 알겠습니다. 요즘 전자회사에서 하는 일이 많은 것 같군요. 하지만 나노급의 초미세공정 기술은 손에 넣어햐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고, 연구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쯧하고 김수만 사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알겠습니다. 김 사장께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니 어쩔 수가 없군요. 휴우. 요즘 인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말에 김수만 사장은 속으로 조금 어이가 없었다.

‘제가 사장에 있는 회사의 연구원들은 다른 국가로부터 권유를 받는 실정인데.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하지만 인재 양성 측면에서 병윤과 또 그의 친우인 감연이 기여한 바가 많기 때문에 김수만 사장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동협 그룹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의 수준은 강대국의 어느 공학 박사 못지않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또 그런 인재들이 지금도 차츰차츰 양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병재, 병주, 병윤이 주도하는 문경의 그 사립대학이 건설된다면 이공계 계열의 인재들이 많이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장님. 이건 제 개인적인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올해 후반기에 건설되는 대학에 연구 기자재들은 물론이고, 학비들을 전부 무료로 운영할 것입니까?”

병윤은 그 말에 으음 하고 생각을 하더니 이내 김수만 사장에게 말한다.

“제가 생각하는 대학은 가난하든 부유하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재산에 얽메이지 않고, 능력을 키웠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키운 당사자는 곧 우리 동협 그룹의 재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인재들을 투자하고, 뽑아먹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요?”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김수만 사장에게 말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않습니까?”

“돈 없어서 대학을 못 가는 사람들이 몰려들 것 같습니다.”

병윤은 피식 웃으면서 김수만 사장에게 넌지시 일러둔다.

“사실 저는 이공계 관련 학과에 입학할 인원수를 최소 만 명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병윤의 말에 김수만 사장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대답한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이 한반도에서 최대 규모의 이공계 대학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국대안 파동 때문에 말들이 많은데. 그 정도 규모의 이공계 대학이라면 정말로 국립대학으로 지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연구자재들과 학생들의 숙식비, 학비, 그리고 대학 건물의 유지보수비, 교수의 월급 등 대학에 필요한 돈을 댈 수 있다면 상관이 없습니다.”

“으음. 그런 대학이 만들어진다면 정말 돈이 물 쓰듯 들어가겠습니다.”

“돈을 그만큼 벌어두었으면 그런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괜히 돈만 많이 벌은 산업왕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작년에 수해 상황이 터졌을 때도 이재민들의 살 집을 지어준 사람에게 그런 후안무치한 말을 하는 인간도 있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김수만 사장에게 말한다.

“뭐 진정하십시오. 원래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 욕도 하는 법 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끄응. 그래도...”

“일단 우리들의 일에 집중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기와 질투야 인간의 당연한 감정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기만족을 위해서 합니다.”

“으음. 그러니까 회장님께서 만연호구라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김수만 사장에게 말한다.

“만연호구라...”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만연호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 알고 탐욕 하는 무리들이 세상에 있다면 고달픈 것은 힘없는 약자들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 것으로 병윤과 김수만 사장의 대화는 끝이 났다. 일단 세븐 세그먼트의 개발은 병윤이 하는 일에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를 했다.

같은 시각, 병재는 소년과 여자아이를 만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바로 전혁환과 그의 동생 전혜미였다. 전혜미는 이제 그 흉측한 언청이에서 벗어나 평범한 아이처럼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병재는 전혁환에게 한 마디 묻는다.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

“별 불편함은 없습니다.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요. 다만 그 친구들이 저와는 달리 있는 집 자식이라서 조금 불편한 감이 있어요.”

전혁환의 말에 병재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미 그런 시선 정도는 염두를 해두고 있지 않은가? 만약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병윤에게 말을 해주면 알아서 해결할 것이니 그리 걱정 말아라.”

“선생님들의 은혜는 어찌 갚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지금 이렇게 집도 주시고, 생계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시니 말입니다.”

“녀석. 아부는. 요즘은 법전 공부에 대해서 열심히 잘 하고는 있어?”

그 말에 전혁환은 끄응 하고는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 병주 선생님에게 영어를 익힌 뒤에 대륙법, 영미법에 대해서 익히고 있습니다만. 꽤나 어려운 구석이 많습니다. 요즘은 실례를 보면서 익히고 있는데 머리가 많이 아프더군요. 끄응. 법 쪽에 재능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능이라.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는 빠르다고 생각을 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라. 일제시기만 하더라도 지주들이나 공장주들과 같은 지식인 계층에서도 섣불리 혀를 내두르는 것이 법률이다. 법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줄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을 하나?”

전혁환의 얼굴은 확 변하면서 병재에게 말한다.

“부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병재는 흠흠 거리면서 전혁환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나 역시 너에게 기대할 것이 있으니 이건 거래 관계야.”

“거래라고 말해도 이렇게 사람에게 베풀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끝을 흘린 병재는 전혁환의 여동생인 전혜미를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전혁환에게 돌리면서 말한다.

“네 동생을 보니 무탈하기는 하군.”

전혁환은 그 말에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전혜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전혁환이 자신의 가족들 중 가장 역할을 하니, 자신의 여동생이 자신을 많이 따르고 있었다.

“요즘 이 녀석 교육에도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생계로 사용하는 돈을 조금 아껴두다가 이 녀석 교육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병재는 그 말에 흐음 하고는 전혁환에게 말한다.

“그래? 내가 그런 생각을 못 했군. 저 녀석에 대한 교육비용을 추가해서 지원해주지.”

그 말에 전혁환은 아하하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고는 병재에게 대답한다.

“사람 미안할 만큼 지원을 받는데. 여기서 더 지원을 받다가는 제가 너무 부끄러워집니다.”

“쯧. 지원 안 받으면 지원 끊어준다. 그래도?”

“으음. 그건...”

“잔말 말고 돈 더 받아라. 그리고 저 전혜미라는 여동생은 적어도 너처럼 희생할 필요는 없으니 괜찮다.”

전혁환은 그 말에 휴우 한 숨을 쉬고는 병재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한다.

“이 은혜 어떻게 다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은혜 갚기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 네가 검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혁환은 그 말에 쑥스러운 미소를 남기며 병재에게 대답한다.

“예에.”

그 뒤에도 병재와 전혁환 사이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병재의 쉬는 시간이 다 끝나갔다. 병재는 슬슬 일어나면서 전혁환에게 말한다.

“시간을 보니. 이제 나도 일을 해야 할 시간이군.”

“제가 선생님의 시간을 빼앗았습니다.”

“아냐. 그렇게 생각하지 마. 하여튼 잘 지내고, 다음에 한 번 더 만났으면 좋겠구나.”

전혁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재에게 말한다.

“살펴 가십시오.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병재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일하러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전혜미와 전혁환이 둘이 남게 되었다. 전혁환은 전혜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한다.

“이제 우리도 가보자. 나도 공부를 해야지.”

그런데 전혜미가 전혁환을 바라보며 묻는다.

“왜 저 사람들이 오빠보고 검사가 되라고 하는 거야?”

전혁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전혜미에게 말한다.

“그만큼 검사라는 직종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지. 검사가 되고 나면 저 선생님들의 부탁을 들어 줘야 돼. 그를 대가로 우리는 좋은 집과 밥을 먹는 거야.”

“우웅. 그런데 내가 저 사람들이라면 그냥 평범한 검사를 잡아서 지원을 해주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까지는 난 모르겠어. 하여튼 일단 저 선생님의 말처럼 내가 하루 빨리 검사가 되어야 앞으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거야? 알겠지?”

전혜미는 그 말에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응!”

그렇게 전혁환과 전혜미는 손을 잡고,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1947년 2월 11일, 문경의 관공서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공민증 제도가 실행된 것이다. 관공서 밖 한 편에는 사진기를 든 사진 기사들이 각 줄에 한 명씩 얼굴과 어깨가 들어나도록 촬영을 하고 있었다.

관공서에 속한 공무원들은 최종적으로 줄을 선 사람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황민석씨? 이름이 황민석이라고요?”

황민석이라고 이름을 가진 한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 질문에 대답한다.

“예. 제가 황민석입니다.”

공무원은 그 말에 곧 플라스틱 증들 중에서 하나 찾더니 이내 그 중년 남성에게 공민증을 건넨다. 중년 남성은 자기 사진과 이름, 사는 곳, 생년월일, 그 외 자신의 자녀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있다는 것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우와. 이게 그 공민증이라는 것입니까?”

공무원은 그 말에 귀찮아하는 말투로 대답한다.

“예. 예. 그게 그 공민증입니다. 이제 다 되었으니 잘 간수하고, 집으로 가십시오. 예?”

황민석은 그 말에 머쓱한 얼굴을 하고는 관공서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관공서 안에는 총을 든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혹여 무슨 일이 있을까봐 경계를 서는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길남효를 포함한 가족들은 어느 한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길남효를 상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문경의 자문의원인 현철환이었다. 현철환은 길남효에게 공손히 대하면서 말한다.

“이번에 어르신의 가족들도 공민증을 발급하러 왔습니까?”

“새로운 나라의 일원이 되었으니 우리 가족들도 마땅히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씨익 웃으면서 길남효에게 말한다.

“요즘 어르신과 자재들 덕분에 이 문경은 시골 촌구석에서 이제 도시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 곳에 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 집도 건설되고 있습니다. 물도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고, 또 시내 도로를 건설하여 자동차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문경에 있는 사람들은 어르신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은혜를 입었습니다.”

현철환의 과한 칭찬에 길남효는 쑥스러운 미소만을 남긴다.

“하하. 너무 사람을 띄워 주지는 마십시오. 하여튼 저와 제 자식들이 문경에 도움이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철환은 이에 한 마디 대답한다.

“결코 띄워주는 말이 아닌 사실입니다.”

현철환의 과한 고평가를 들었다가는 길씨 가족들은 닭이 될 것 같아서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공민증만 받았다.

============================ 작품 후기 ============================

벌써부터 초미세공정에 도전하는 동협 그룹의 패기. 하여튼 50년대에 초미세 공정기술을 가진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요즘 이 관심종자는 댓글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댓글들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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