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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2월 17일, 공민증 발급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쳐서 발급하기로 되어 있었다. 통신도 교통도 잘 완비되지 않았던 때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은 공민증 발급에 쏠릴 무렵, 병윤은 집무실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석유화학 공단의 성장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동협 화학 회사의 사장인 심기윤은 병윤에게 설파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공단에 대해서 확장을 건의해드립니다. 회장님.”
병윤은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자료들을 바라본 뒤 심기윤 사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석유화학 공단의 확장은 나중에 이뤄질 일입니다.”
“하지만. 회장님. 지금 각종 석유제품들이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기존 나프타로부터 만들어지는 엄청난 양의 화학제품들을 생각하면 확장은 필수 불가결의 일입니다.”
심기윤 사장의 말에 병윤은 지그시 그의 얼굴을 보면서 대답한다.
“공단의 확장은 삼척 장성면 철암에 있다는 탄광의 조사를 끝낸 후에 진행할 것입니다.”
“재료가 부족하다면 외국에서 수입하면 그만입니다. 중국과 미국, 또 호주나 아랍 지역에서 산출되는 석유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경공업 공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데 우리 석유화학 공단들이 그 공장들에 대해 필요한 가공 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
병윤이 침묵을 하자 심기윤 사장이 병윤을 크게 부른다.
“회장님!”
“알겠습니다. 그럼 적절한 확장 장소가 있습니까?”
심기윤 사장은 병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답한다.
“적절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포항입니다.”
“포항?”
“예. 미국에서 석유 수출을 하지 않습니까? 포항이라면 적절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에서의 수입이 아니라 그 외 아랍에서의 수입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회장님은 어디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심기윤에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전라남도 고흥군이 좋겠군요.”
“으음 그 곳은 해조류를 개발하는 곳이 아닙니까?”
“그 곳의 시설들은 단순히 해조류를 키우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은 심 사장이 잘 알고 있을텐데 말이죠?”
심기윤 사장은 그 말에 으음 하고는 이내 생각이 났다는 듯 병윤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회장님께서는 석유 수입이 끊기면 그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까?”
“해조류로 만들어지는 기름은 정유를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심기윤 사장은 그 말에 납득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그 곳이 공단을 확장하기 적당한 곳 같습니다.”
“일단 그 지역에 대한 허락 및 개발, 법 규정에 대해선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니 심 사장께서는 저에게 공단 확장 계획을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병윤의 그 말에 심기윤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심기윤 사장은 일이 잘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 얼굴이었다. 그렇게 심기윤 사장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병윤은 흐음 하고는 보고서들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고흥에 석유화학 단지를 개발하는 것이 좋은 일인가?’
병윤은 그렇게 원초적인 고민을 하더니 이내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 연결을 시도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중국군정 사령관 신유철입니다.-
“형님 저 병윤입니다.”
-병윤이 네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아하하. 다름이 아니라 형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부탁하는 모양새가 그렇군. 하지만 이야기를 해봐라. 무슨 일이냐?-
“사실 전라남도 고흥군에 석유화학 단지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행정적 허락이 필요해서 나에게 전화를 준 거냐?-
“자문의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분들이 바쁜 것 아시지 않습니까?”
-쯧. 알겠다. 고흥에 연고지를 둔 자문의원들은 그 소식을 들으면 하늘을 날아갈 것 같군.-
“하하. 제가 형님의 덕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석유화학 단지를 공사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아라.-
“제가 그렇게 몹쓸 놈입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알겠다.-
전화가 끊기자 병윤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다시 송수화기를 제 자리로 놓았다. 결국 동협 화학은 전라남도 고흥군에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게 되었다.
1947년 2월 19일, 미군정에서 수주를 한 도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아스팔트야 문경에서 지어진 석유화학 공단에서 가져왔다. 우선 기본적으로 불도저와 포크레인, 그리고 흙을 담는 덤프트럭을 이용하여 건설을 하기 위한 기초 작업부터 시작했다. 기계들이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기계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히야. 바쁘구만. 바뻐.”
안전모를 쓰고,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군대에서 납품하는 방한용품을 입은 노동자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는 한 마디 감탄을 일으킨다. 보기만 해도 겁이 날 거대한 중장비들이 동원한 이번 공사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동협 그룹의 저력을 알아본다.
지금 이 공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작업반장의 지시에 따라서 일을 한다. 대구와 부산 사이의 도로라고 하지만 아예 통째로 뚫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병윤과 또 미군정의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자신들의 측근들을 대동하고는 건설현장을 살피러 간다.
“흠. 미국에서 사용하는 중장비들을 여기서 사용할 줄은 몰랐군.”
웨드마이어 사령관의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한다.
“인건비로 공사하다가는 남는 것이 없으니 적극적으로 기기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웨드마이어 사령관의 눈에 포착한 것은 작년에 나온 신형 헬기였다. 신형 헬기는 공중 위로 이리저리 떠돌면서 작업을 보조를 해준다.
“저 헬기는 공사용 헬기인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웨드마이어 사령관에게 대답한다.
“이미 헬기에 대한 안정성은 확보하였으니 단순한 자재 운반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 공사용으로 개조를 해서 비용 절감은 물론 효율을 상승시켰습니다.”
“으음. 비용이 어떻든 우리로써는 도로의 상태와 또 기간을 만족하면 되는 일이야. 그래도 공사현장을 보니 다행히 안심이 드는군.”
병윤은 피식 웃으면서 웨드마이어 사령관에게 말한다.
“우리 동협 그룹은 결코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습니다.”
“그건 모든 기업들의 사장들이 다 하는 말이 아닌가?”
“그들 중에는 빈말로 하는 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자네는 그들과 다르다는 건가? 가만 있자. 다르겠군. 그런데 도로를 관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협조를 이끌어낸 것은 아주 대단해.”
웨드마이어 사령관이 그렇게 말을 하자 병윤은 싱긋 웃기만 할 뿐이다. 웨드마이어 사령관과 병윤이 이야기할 때 동안에도 도로 공사는 계속 되었다.
한편, 이번 도로 건설에 대해 많은 기자들이 방문을 했다. 아무래도 해방 후 만들어지는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라는 점이 기자들을 모이게 만들었다. 기자들은 공사현장을 촬영하면서 혀를 내두른다. 그 중 전류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자는 감탄을 하면서 말한다.
“정말이지. 동협 그룹의 통은 상상 이상이야. 건설용 기기는 물론이고 헬기들을 동원하여 도로 공사를 하니 말이야.”
그 말에 후배 기자인 반여혁은 자신의 선배에게 묻는다.
“이런 건설 장비들은 도대체 어떻게 입수를 했을까요?”
“그거야 직접 만들었겠지. 각종 기계들을 만드는 곳이 동협 그룹이니 당연하지 않겠어? 하여튼 해방 후 최대 규모의 건설현장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인 것 같아.”
반여혁은 공사현장을 둘러보면서 전혁환의 말에 공감한다.
“그건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최대 규모의 건설현장은 건설현장이지만 난 이것이 만들어지고 난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 과연 이 것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말이지.”
반여혁은 그 말에 전혁환에게 물어본다.
“원래 철도를 설치한 것도 물류를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닙니까? 이 도로가 완성된다면 철도 외에도 물류를 운송하는 중요한 혈맥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글쎄. 과연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군.”
반여혁은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자신의 선배 전혁환에게 묻는다.
“그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선배님.”
“과연 만들어지고 난 후 효용성이 있는 가가 의문이라는 점이지. 과연 이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많이 있는가? 또 동협 그룹에서 지형에 상관없이 저 공사 현장에 투입하는 헬기처럼 헬기들을 대중화시킬 것이 분명한대. 이럴 때 도로의 효율성은 떨어지지 않겠냐는 그런 소리지.”
그 말에 반여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혁환에게 말한다.
“그렇다면 선배님은 이번 공사를 최대 규모의 뻘짓이라고 보는 것입니까?”
“그건 아니지. 하지만 지금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그런 예측이 들어서 말이야. 물론 자동차도 생산하는 동협 그룹인 만큼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으음.”
전혁환 기자와 반여혁 기자는 작업에 들어가는 공사현장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과연 도로 건설 후에 도로가 제 몫을 다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같은 시각, 밀무역상 박철건은 일본의 어느 한 부두 안에서 험상이 궂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건은 가져왔겠지?”
그 말에 박철건은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짓을 한다. 그러자 그들은 상자를 열고, 상대편의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러자 험상궂은 얼굴의 사람들은 만족한 미소를 짓고, 박철건에게 말한다.
“맞군. 물건은 정확하다.”
박철건은 그 말에 한 마디 대꾸한다.
“돈은?”
그 말에 험상궂은 사람들 중 일부가 뚜벅뚜벅 걸어서 박철건에게 아타셰케이스를 들고, 그에게 열어서 미화들을 보여준다. 박철건은 긴장한 얼굴로 미화들을 일일이 점검하다가 이내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짓을 한다.
“상도덕이 안 되어 있군.”
그렇게 외친 박철건은 아타셰케이스를 연 사람에게 발길질을 해댄다.
-퍼억! 쿠당탕!-
그러자 험상궂은 사람은 즉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본도를 들고 뽑아서 주위 동료들에게 외친다.
“젠장! 들켰다. 모두들 쳐라!”
-예. 오야붕!-
그러자 일본도를 든 사람들이 일순간 박철건을 비롯한 사람들을 덮치려고 들었지만 박철건과 그 뒤에 있던 사람들은 피식 웃더니 이내 품속에서 권총을 어떤 사람은 소총을 들었다.
-타탕! 탕탕탕!-
갑작스러운 총 소리에 일본도를 든 험상궂은 사내들은 순간 얼어붙었고, 어느 이는 그대로 그 자리에 엎드린다. 박철건은 험상궂은 사내들에게 외친다.
“이래서 야쿠자들이란. 쯧 방심을 해서는 안 되겠군.”
그 말에 험상궂은 사내 즉 야쿠자들의 행동대장은 얼빠진 모습으로 박철건에게 외친다.
“총기라니! 어... 어떻게... 그런 물건을...”
박철건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야쿠자의 행동대장에게 말한다.
“아. 이거? 나도 내 물건들을 지킬 줄 알아야지. 그래서 총기 좀 가졌다 왜?”
“이런 빌어먹을.”
“자 왜 이런 일을 꾸몄는지 이유를 들어볼까?”
순간 야쿠자들의 행동대장은 그 말에 얼굴이 샛노래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박철건에게 말한다.
“그... 그건...”
박철건은 피식 웃으면서 야구자들의 행동대장에게 말한다.
“말하기 거북한 이유인가? 그러면 죽는 수밖에 없겠군.”
“그 그건! 다이오야붕께서 물건을 입수를 하라고 해서 할 수밖에 없었다. 돈은 없었고, 물건은 입수해야겠고. 그래서...”
“흥. 상대방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다는군. 결국은?”
“크윽. 우리를 처형하다가는 어떻게 될지는 자신들이 더 잘 알텐데?”
박철건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야쿠자들의 행동대장에게 말한다.
“우리? 우리는 상관없어. 왜냐하면 일본에 연고지가 없거든? 왜 다시 바다를 건너서 그 쪽에서 설치려고?”
야쿠자들의 행동대장은 그 말에 우드득 이빨을 갈고는 박철건에게 말한다.
“제길...”
“그러게 상대를 보고 설쳐야지. 그럼 멋도 모르고, 날뛰는 병신들을 처리해볼까?”
박철건은 그렇게 말하고는 권총을 들고, 야쿠자들을 처형하려고 하던 찰나였다. 그 때, 박철건 뒤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어이 중개상 죽이지 말아보소.”
그러자 박철건은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친다.
“쯧. 고씨 남매들인가?”
그러자 박철건의 뒤에서 트렌치코트를 입은 고경열, 고희수 남매가 등장한다. 고경열은 박철건에게 말한다.
“아직은 죽이지 마소. 이 녀석에게 묻는 말이 있으니 말이오.”
박철건은 그 말에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고경열에게 말한다.
“쯧. 저런 녀석이 순순하게 정보를 불어줄 것 같아? 그저 거짓말을 하고난 뒤 튀어서 보복하기 바쁠 거야.”
그 말에 고경열은 미소만을 지을 뿐 고경열의 냉혹한 시선이 곧 야쿠자들의 행동대장에게 꽂혔다. 야쿠자들의 행동대장은 사람 잡을 것 같은 고경열의 눈초리에 아연실색한 얼굴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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