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68화 (36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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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3월 12일, 동협그룹 임원 회의장 실에서 병윤은 그룹 내 사장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의장 안의 임원들이 모여서 말하는 주제는 역시나 자신들의 영역 안 사업 확장이었다. 해방 직후 활성화 되는 수요들 때문에 동협 그룹은 물론 한반도에 있는 기업들은 사업 확장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지난 번 석유화학 공단의 확장에 이어서 기존의 공장들을 확장에 대해서 토론을 진행되었다.

“기본적으로 제철업의 경우는 바닷가에 지었으면 합니다. 한반도 국내 철광들의 현황을 보면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한반도의 채광성이 있는 철광들은 현재 함경도에 몰려 있는 실정입니다. 차라리 철광들의 경우는 수입을 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봅니다.”

회의장에서 모인 사장들을 상대로 동협 개발의 사장 윤준식이 발언하고 있었다. 사장단들은 윤준식 사장의 말을 곱씹으면서 듣고 있었고, 상석에 앉은 병윤은 윤준식 사장이 지금까지 보낸 보고서들을 읽다가 이내 한 마디 대답한다.

“한반도에 채광성이 있는 철광들이 전혀 없습니까?”

갑작스러운 병윤의 질문에 윤준식 사장은 병윤에게 시선을 돌리며 대답한다.

“전혀 없지는 않고, 강원도 양양 장승리에 철광이 있기는 합니다. 현재 우리 회사 측에서 인수를 하여 채광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동협 그룹에서 생산하는 철강들에 비해서 생산량이 부족한 지경입니다.”

윤준식 사장의 말에 병윤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묻는다.

“채굴량은 얼마 정도입니까?”

“연간 10만 톤 정도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곳 장비들과 시설들을 확충시키며 채굴량을 늘리려고 하지만 세계에서 수입하는 것이 나을 지경입니다.”

그 때, 동협 전자회사의 사장 김수만이 병윤에게 시선을 돌려서 한 마디 말한다.

“회장님. 요즘 전자 제품에 많이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에 구리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칠레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구리들을 수입하거나 아니면 한반도 내부에 있는 동광들을 찾아서 개발해야 합니다.”

“구리라? 요즘 구리가 많이 부족합니까?”

그 물음에는 윤준식 사장이 대답한다.

“산업에서 쓰이는 구리의 양은 매우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합금에 많이 쓰이고, 또 전기 전도성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전선으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유통회사의 사장 전호진에게 묻는다.

“현재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원재료들은 어느 항만을 통해서 수입하고 있습니까?”

병윤의 물음에 조용히 말을 듣던 전호진 사장은 곧바로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이내 병윤에게 대답한다.

“통상적으로 부산항에 많은 화물들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요즘 부산항의 부두 시설들의 증강과 하역 시설들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또 목포항이나 포항, 그 외 삼척, 강릉, 동해, 군산 등 하역을 위한 항구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호진 사장에게 말한다.

“그 항구들을 통해 하역한 물품들은 전부 다 어디로 갑니까?”

“일단 운송장비의 부족과 교통기반의 부족으로 철도를 통해 운반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철도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미군정과 중국군정의 협력 하에 각 항구에서 철도들을 건설하고 있지만 역시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병윤은 흐음 하고는 생각을 거듭한다.

“물류 창고들의 확충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전호진 사장은 그 말에 이미 생각을 해보고 검토를 한 적이 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병윤에게 대답한다.

“물류 창고도 방안이기는 한데.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물품들의 보관료가 들어갑니다. 거기다 물류 창고들은 혹시나 모를 비상시에 대비하고자 만든 것과 또 동시에 각지에 모인 물류들을 분별하고자 만든 것이 대다수입니다. 더 이상의 물류 창고들의 신설은 저는 돈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병윤은 그 말에 으음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사장들을 바라본다. 바닷가에 제철소를 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은 일들이 자신에게 쏟아졌다. 병윤은 보고서들을 살펴보고, 또 생각을 하면서 결정을 내렸고, 실행에 들어간다. 먼저 윤준식 사장에게 시선을 돌리고 지시를 내린다.

“바닷가에서의 제철소 신설은 포항에 신설하십시오.”

그 말에 윤준식 사장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회장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이번에 병윤은 동협 건설의 사장 민상현 사장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그리고 민 사장께서는 포항의 제철소 신설에 대해서 도와주십시오.”

민상현 사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대답한다.

“맡겨주십시오. 회장님.”

이번에 병윤은 사장들 모두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대답을 한다.

“그리고 각 사장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사업 확장 방향에 대한 요청서들을 저에게 제출해주십시오.”

사장들은 병윤의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병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병윤은 동협 유통 사장 전호진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지난 번 미국에 갔다 온 결과 미국에서 조선유의 수입에 대한 법안이 가결될 것 같으니 전 사장께서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대한 조선유의 수출에 대해 한 번 알아봐주십시오.”

전호진 사장은 병윤의 그 말에 끄응 하고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확 느껴졌다. 국내의 일도 많은데 세계까지 담당하니 이거 말이 아니었다.

각 사장들이 원하는 사업 확장에 대해 요청서들을 병윤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오늘 임원 회의는 끝이 났다.

같은 시각, 인천 조병창 무기개발실장실 안, 감연은 맞은편에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을 응시한다. 바로 감연이 철기 아저씨라고 부르는 광복군 참모총장 이범석 장군이었다. 이범석 장군은 흠흠 거리며 감연에게 말을 꺼낸다.

“탄피를 황동 말고, 다른 소재로 대체를 하면 어떻겠나?”

감연은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이범석을 바라보며 묻는다.

“저를 찾아와서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요즘 국방비 절약이라고 해서 자문의원들이 뭐라고 많이 한다.”

감연은 그 말에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이범석에게 말한다.

“탄피 개량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냐? 황동 탄피를 대체할 적당한 재질이 있느냐? 난 그 것을 물어봤다.”

감연은 그 말에 곧 바로 이범석에게 한 마디 말한다.

“황동 이외에 적당한 탄피 재질이라. 탄피보다 더 우수한 재질에 대해서는 저에게 묻는 것이 낫겠지만 탄피의 성능을 제외한 경제성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저보다는 동협 그룹의 병윤에게 문의하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이범석은 감연의 말에 으음 하더니 이내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흐음. 일단 경제성을 제쳐두고는 적당한 재질의 탄피를 찾으라면?”

이범석의 물음에 감연은 그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설명을 한다.

“사실 탄피는 인장력이 필요합니다. 즉 깨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에 적당히 대체시킬 수 있는 재질로는 강철이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황동 탄피보다는 부족합니다. 거기다 강철이 황동보다 싸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범석은 그 말에 짜증이 나는지 감연을 바라보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한다.

“요즘 자문의원들이 쪼는 것을 생각하면 짜증나 미칠 지경이다. 광복군에서 소모하는 비용이 많다는 둥 또 북한을 상대로 이 정도의 전력이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할 때마다 입을 바늘로 꿰매고 싶을 정도다.”

“군대는 돈이라는 것을 뻔히 모르는 사람들이군요.”

감연이 그렇게 맞장구를 치자 이범석이 박수를 치면서 밝은 얼굴로 대답한다.

“그래. 바로 그 말이야. 국방은 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지.”

“저에게 맡겨주시는 면 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 이외에 돈도 들 것이고 말입니다. 저에게 일을 맡겨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병윤에게 탄피에 적합한 재질에 대해서는 한 번 알아보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봅니다.”

이범석은 그 말에 감연 보고 한 마디 말한다.

“단순히 네가 일을 하기 싫어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냐?”

감연은 그 말에 뜨끔하더니 이내 이범석의 시선을 흘린다. 만약 탄피 개량까지 도맡아서 한다면 자신의 일이 폭증할 것이다. 감연은 적당히 일해서 적당히 먹고 살고 싶었다. 그래서 감연은 필사적으로 이범석에게 설득을 한다.

“저를 뭐로 보십니까? 전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놀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현재도 장갑차의 개발에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광복군 해군이 요청한 구축함 함정 설계까지 제가 도맡아서 해야 합니다.”

이범석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연에게 말한다.

“쯧. 끝까지 빠져나가려고 하는군. 알겠다. 알겠어. 네 말대로 탄피 개량에 대해서는 병윤에게 한 번 알아보겠다.”

이범석은 결국 탄피 개량은 병윤에게 떠맡기기로 하였다. 솔직히 자신이 감연에게 많은 일을 떠맡겼다는 생각이 들자 미안한 감도 있었다. 감연은 겉으로는 걱정된다는 얼굴이었지만 속으로는 득의양양했다.

‘아싸. 일 안한다.’

감연은 일을 더 맡지 않는 것에 대해서 너무 좋아했다. 이후 이범석과 현재 감연이 도맡아 하고 있는 장갑차 개발 및 보병 장구 류 개량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행한 뒤에 이범석은 자신의 측근들을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이제 방에서 홀로 남게 된 감연은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면서 어딘 가로 전화 연결을 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이 곳은 동협 그룹 회장 길병윤입니다.-

송수화기 너머 병윤의 목소리가 들리자 감연은 속으로 키득거리면서 전화기 너머 병윤에게 말을 건넨다.

“나다. 감연이.”

-감연? 네가 웬일로 전화를 다 줬냐?-

병윤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감연은 자동적으로 입가 양쪽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병윤에게 한 마디 축하의 인사를 던진다.

“축하한다. 이번 탄피 개량에 네가 맡게 되었다.”

-......-

한동안 감연의 말을 들은 병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이내 감연에게 되묻기 시작한다.

-뭐라고? 그 무슨 개소리야?-

“요즘 황동 탄피를 대체하는 싼 탄피들로 대체했으면 하는 철기 아저씨의 요구가 있었다. 난 경제성에 대해서 별로 할 조언이 없잖아. 그래서 너를 추천했지. 하여튼 잘 해봐라.”

-뭐? 뭐?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런 소리지. 끊어.”

그렇게 말한 감연은 송수화기를 다시 제 자리로 놓는다. 그리고 감연의 얼굴은 마치 목에 박힌 가시를 뺀 듯한 시원한 얼굴이었다.

“흥. 나에게 말없이 함정 설계를 떠넘기고는 그냥 넘어갈 줄 알았냐?”

옹졸하기 그지없는 감연은 이 것으로 마음이 편안했다.

한편, 사장들과 회의를 끝마치고, 자신의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었던 병윤은 아까 전 통화한 감연의 말을 듣고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손채현 비서는 병윤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물어본다.

“무슨 전화이십니까?”

병윤은 거칠게 송수화기를 제 자리로 내려놓고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바닥을 대며 손채현 비서의 질문에 답한다.

“조병창에서 우리 동협 그룹에게 탄피 개량을 떠넘겼습니다.”

“예에?”

“탄피 개량 사업을 떠넘겼다고요.”

손채현 비서는 병윤이 두 번 말하자 알아듣기는 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병윤에게 자세하게 물어본다.

“그런데 조병창이 그런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왜 우리가 이 일을 떠맡기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병윤은 손채현 비서의 말에 동의하면서 대답한다.

“저야 오죽하겠습니까?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 말에 손채현 비서는 끄응 하고는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병윤은 이유를 짐작하듯 한 마디 말한다.

“감연이가 함정 개발 설계로 앙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는데. 이렇게 일을 떠넘기는 군요.”

손채현 비서는 그 말을 듣고, 휴우 하고 한숨을 쉰다. 그리고는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회장님께서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것입니까?”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손채현 비서에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탄피 개량 사업은 많은 부분이 필요합니다. 황동보다 더 싸야함은 물론 황동의 성능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합니다.”

“......”

병윤은 쯧 하며 손채현 비서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무래도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겠군요.”

손채현 비서는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고는 병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 물질이 있습니까?”

“플라스틱 중에서 얼마든지 그런 물질들은 많습니다. 뭐 잘 되었습니다.”

병윤은 손채현 비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곧 바로 전화기를 들더니 이내 누군가에게 전화 연결을 시도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여기는 동협 화학 사장 심기윤입니다.-

“아 심 사장님. 접니다.”

병윤의 말에 전화기 너머 심기윤 사장은 놀라며 대답한다.

-회장님께서 무슨 일로 이렇게 전화를 주셨습니까?-

“인천의 조병창에서 연락이 와서 그런데. 혹시 제가 말하는 물질들을 만들 수 있습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얼른 제조해서 갖다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병윤은 잘 되었다는 얼굴을 하면서 심기윤 사장에게 천천히 설명을 했고, 설명이 끝나자 병윤은 심기윤 사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알겠습니까?”

-예.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물질들을 뭐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아아. 요즘 황동탄피를 대체할 수 있는 탄피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 그래서 조병창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군요. 알겠습니다. 금방 만들고,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것으로 병윤과 심기윤 사장간의 전화 연결이 끊어진다. 그 때, 손채현 비서가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곧바로 그 것이 생각나십니까?”

“뭐를 말입니까?”

“곧바로 황동을 대체할 플라스틱 탄피를 만드는 기술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이내 손채현 비서에게 말한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면 이렇게 급격하게 사업들을 확장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손채현 비서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병윤을 쳐다본다. 정말이지 같은 인간이라고 하지만 이건 정말로 너무 차이가 났다.

============================ 작품 후기 ============================

요즘따라 이야기가 생각이 안 납니다. 무려 5시간을 썻다가 지웠다가의 반복입니다. 그냥 막 쓰는 것처럼 행동을 하고, 개연성도 안 따지지만 정말로 이야기 쓰는 것이 힘들군요. 이야기 속 시간 진행은 확확 지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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