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4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5월 14일, 일본 시모노세키의 호화로운 주택 안에서 어르신과 정장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차를 마시면서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중년 남성의 얼굴에는 흉터들이 있었으며 그의 눈빛에서 나오는 기운은 뭇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만큼 살기가 자동적으로 배어 있었다. 아마 험하게 자라고, 뒷세계에서 있을 법한 사람이었다.
어르신은 중년 남성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흠. 자네가 현양사에서 지냈던 사람이군. 도야마 미쓰루님이 돌아가신 것이 안타까웠지.”
중년 남성은 그 말에 씁쓸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남기며 어르신에게 말한다.
“우리들에게 우상이었던 사람입니다.”
“그렇군. 휴우. 일본제국이 허망하게 망할 줄이야 알았겠는가? 안 그런가? 다나카 고타로.”
중년 남성 다나카 고타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여기서 계속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나 봅니다. 원래는 한반도에 기반을 다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순간 어르신의 얼굴은 흉신악귀처럼 구겨지고는 다나카 고타로에게 말한다.
“모든 것을 잃은 나를 비웃으러 왔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르신께서는 현양사에 많이 도와주신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 어르신께 감히 그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아까 하지 않았던가?”
“죄송합니다. 어르신.”
다나카 고타로가 고개를 숙이자 어르신은 떫은 감씹는 얼굴로 말한다.
“됐네. 망한 것은 사실이니 말이야. 요즘은 이 시모노세키를 중심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네. 하지만 난 다시 저 한반도에서의 기반을 되찾아야겠어.”
어르신의 그 말에 다나카 고타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어르신의 포부는 좋기 하지만 끄응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은 그 말에 한 마디 말을 한다.
“힘들기야 하겠지. 한반도에 골칫거리들이 붙어 있으니 말이야.”
“우리 조직원들을 한반도에 침투시키기는 했는데. 그 곳에서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나카 고타로의 말 한 마디에 어르신은 이빨을 뿌드득 갈고는 말한다.
“나를 배신한 놈들을 싹 다 죽이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을 걸세.”
“......”
“그래도 선례가 있기는 하니 다시 저 한반도를 우리 일본의 땅으로 탈환시킬 수 있겠지.”
다나카 고타로는 그 말에 ‘글쎄.’라는 감정을 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옛날의 한반도와 지금의 한반도는 차이가 많이 났다. 더욱이 자신들의 나라 역시 냉전으로 인해서 좌우로 분열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르신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말에 어르신은 흠흠 거리면서 다나카 고타로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무래도 자네들이 한반도에 들어가서 세력을 구축했으면 하네. 우리가 처음 한반도를 편입시킬 때를 상기시키며 행동하면 쉬울 거야.”
그 말에 다나카 고타로는 끄응 거리며 할 말이 없었다.
‘미친 나보고 사지에서 진출하라고 하는 거야?!’
자신 역시 한반도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한반도의 상황은 여지없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알기로는 한반도의 상황이 어지럽다 한들 한반도 사람들 전부 다 일본에 대해서 미워한다는 것이었다. 백이면 백 진출을 한다고 하면 어이없이 참살당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제길. 내가 사지에 온 것이 아닐까?’
그 때, 어르신이 강한 눈빛을 빛내며 다나카 고타로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떤가? 할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 선택하게.”
그 때, 어르신 옆에 있었던 경호원 마츠나가 요헤이가 칼집에서 칼을 조금씩 뽑는다. 거절하면 죽이겠다는 경고였다. 다나카 고타로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한반도에 있는 내 아이들이 기뻐하겠군.”
“......”
“그래도 한반도에 가는 이상 내 당부는 해주지.”
꼴에 조언을 해줄 생각인지 어르신은 신중한 얼굴로 경호원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자료들을 건네받고는 그 걸 다나카 고타로에게 넘긴다. 다나카 고타로는 신중한 얼굴로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으음. 이건...”
다나카 고타로가 살펴 본 자료들에는 길씨 일가에 대한 것들이 있었다. 어르신은 매우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로 다나카 고타로에게 말한다.
“자네가 한반도에 진출하게 된다면 가장 조심해야할 상대야.”
“으음. 어르신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면.”
“멋대로 일을 꾸며서 아이들 중 하나를 잃었지. 아주 무서운 녀석들이지.”
“......”
“그들의 눈을 피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 말에 다나카 고타로는 긴장한 얼굴로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길씨 가족들에 대한 자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세력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한반도의 유력자들과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였고, 한반도의 군정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낸다고 되어 있었다.
거기에 문경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들을 용인해주고 고용을 해주고 있기에 한반도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라도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섣불리 다가가지 말라는 뜻이 있었다. 마지막에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길씨 일가를 따르는 해결사들이 존재하니 그들에게 발각당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그 해결사들이 한반도의 경찰들과 유착이 되어 있으니, 경찰들까지 발각 당하지 말라고 써 내렸다. 이 자료를 보니 다나카 고타로는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을 나와 내 부하들에게 가라고 하는 건가? 미친...’
다나카 고타로의 얼굴 표정을 본 어르신은 흠흠 기침을 하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일단 한반도의 잠입은 나와 내 아이들이 도와줄 거야. 자네들은 일정 부분 진출을 해서 세력을 다지게나. 만약 내가 한반도의 기반들을 찾게 된다면 자네들에게 무수한 보상을 해주겠네.”
“......”
그러나 사지에 들어가게 된 다나카 고타로에게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곳을 갔다 오라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은 현양사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아마 힘들더라도 따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어르신은 다나카 고타로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대일본제국을 위하여 자네의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네. 애국자로 돌아오게나.”
다나카 고타로는 그 말에 씁쓸하게 웃으면서 일본 어르신에게 말한다.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결국 다나카 고타로는 자신의 세력들을 이끌고 한반도로 진출하게 되었다.
한편, 일본 어르신 세력을 추적하던 고경열, 고희수 남매와 밀수상 박철건은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박철건은 두 사람에게 자료들을 넘겨준다.
“내가 매수를 하며 얻었던 정보들이야. 자네들에게 유용할 거야.”
그 말에 고경열, 고희수 남매는 자료들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어르신에 관련된 이야기, 조언, 그리고 어르신을 따르는 조직도도 있었다. 고경열은 자료들을 바라보면서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흠. 시모노세키라. 그 곳은 조슈 세력의 본거지라고 들었소만?”
박철건은 그 말에 싱긋 웃고는 맞다고 말을 해준다.
“그래. 조슈 세력에게 있어서 중요한 지역이지. 그 곳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네. 그 쪽의 기반들이 대다수 한반도에 있거든.”
“흥. 그래서 한반도에 관심을 두는 것이오?”
박철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경열에게 말한다.
“바로 그렇지. 사람이라는 것은 본전을 찾으려는 성격이 강하지. 그에게 있어서 한반도란 대다수의 기반들이 있는 곳. 인생 모든 것이 그 한반도에 투자를 했지. 그런 그가 한반도에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 말에 고경열은 피식 웃으며 박철건에게 한 마디 말한다.
“쯧. 본전을 찾으려는 가엽은 노인네이군.”
“뭐 그런 셈이지. 그래봤자 회장님에게는 안 되지만 말이야.”
“그 어르신이라는 양반은 이미 회장님을 건드린 순간 끝이라는 것을 알기나 하겠소? 쯧. 아마 지금쯤 건드려보고,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겠지.”
“그래서 지금 행동할 것인가?”
“우리 둘이 처리를 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소.”
“지원이야 나를 통하면 되는 것이니 상관없네.”
“흥. 그 지원들 대다수가 회장님의 개인 돈에서 빠져나는 것 아니오?”
박철건은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거야 당연하지. 회장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공짜는 없다고 말이야.”
박철건의 그 말에 고경열은 할 말이 없었다. 그 때, 고희수가 손가락으로 고경열을 건드리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자료들을 챙겼으면 가는 것이 어때요?”
고희수가 그렇게 말하자 고경열은 끄응 침음성을 흘리더니 박철건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한 마디 묻는다.
“당신은 계속 여기서 밀무역을 할 생각이오?”
“난 밀거래상이니 그 노릇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
박철건이 그렇게 간단히 말을 하자 고경열은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박철건에게 대답한다.
“뭐. 당신의 인생이야 당신의 선택으로 좌우하겠지. 하여튼 난 가보겠소.”
“그래. 잘 수행을 하게나.”
고경열과 고희수는 그 길로 어딘가로 발걸음을 떠난다.
1947년 5월 16일, 고희수 고경열 남매는 미리 시모노세키에 준비를 해둔다. 바로 일본 어르신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고경열은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한 마디 중얼거린다.
“여기에 그 어르신이라는 녀석이 이 곳에 자주 나타 난다라. 흐음. 목적이야 상관없겠지. 여기서 잠복하고 기다려 처리하면 되겠군.”
고희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 역시 준비를 해둔다. 폭탄에 대해 귀재를 보유한 그녀에게 있어서 준비를 하는 것도 재능의 영향을 받았다. 어느 정도의 설치가 끝이 나자 고경열이 자신의 여동생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래. 준비는 끝났어?”
고희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경열에게 말한다.
“예. 준비는 끝났어요. 이제 사냥감이 덫에 걸려들기만 하면 되요.”
“좋아. 어디 내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으러 가볼까?”
고경열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여동생을 데리고 은신처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 쪽에서 자리를 잡은 고경열은 자신의 가방을 활짝 열었다. 북한에서 처음 임무를 시행했을 때, 사용했던 저격총의 부품들이었다.
“사랑스럽고, 이 귀여운 것.”
고경열은 희희낙락하며 가방 속에 있는 저격총의 부품들을 꺼내며 조립하기 시작했다. 부품들을 끼워 맞추니 어엿한 저격총이 완성되었다. 마지막에 확인한 것은 바로 조준경이었다. 조준경으로 바라본 육안의 화면은 돋보기로 보듯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자 고경열은 망원경의 나사를 돌려서 배율을 조정하고는 이내 망원경에 눈을 떼며 만족스럽다는 얼굴을 짓는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군.”
그렇게 말한 고경열은 이제 때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경열과 고희수에게 있어서 이 시간은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고경열, 고희수 전부 다 트렌치코트 속에는 권총들이 있었다. 자신들을 지켜주는 최후의 호신용 무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긴장된 시간이 지나자 어느덧 두 사람의 눈에 무언가 보였다. 바로 목표가 다가온 것이다. 어르신은 자신의 경호원 마츠나가 요헤이를 데리고 이 곳에 등장한 것이다. 고경열은 어르신의 얼굴을 보고선 저격총을 붙잡는다.
한편, 그런 것도 모른 채 어르신과 자신을 따르는 경호원 마츠나가 요헤이는 이 길을 잘만 확보하고 있었다.
“그래. 그 다나카 일행들은 한반도로 떠났는가?”
“무리 없이 잠입했다고 아이들이 소식을 보냈습니다.”
“흐음. 그렇군. 그러나 이번 일은 조심해야 돼. 그 길씨 일가들이 눈을 번쩍 들고, 나를 엿 먹이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거야.”
그 때, 마츠나가 요헤이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게 돌아갔다. 그는 자신이 찬 일본도를 뽑고는 주위를 경계했다. 그 모습에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묻는다.
“무슨 일인가? 마츠나가?”
“아무래도 어르신이 말한 것처럼 어르신을 엿 먹이기 위해 행동을 개시한 것 같습니다. 살기가 눈에 띕니다.”
마츠나가의 그 말에 어르신은 순간 긴장을 했다.
한편, 목표물을 노리던 고경열은 갑작스러운 마츠나가 요헤이의 행동에 속으로 열불이 났다.
‘아무래도 더듬이가 긴 놈을 데려왔군.’
마츠나가 요헤이가 자신을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끄응 침음성을 흘리더니 이내 쏠까? 라는 마음이 생겼다. 고경열은 고희수에게 시선을 던진다. 그러자 고희수는 고경열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 역시 기폭 장치를 손에 쥔다.
고경열은 다시 저격총의 조준경에 시야를 집중한다. 그러나 아까까지만 있었던 어르신과 마츠나가 요헤이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몸을 피한 것 같았다. 고경열은 이 장면에 이를 갈았다.
‘제길.’
고경열은 자신이 자랑하던 저격이 특기 없는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그 경호원이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결국 고경열은 저격총을 정리하고는 다시 분해하더니 이내 품 속에서 권총을 꺼낸다. 고희수는 갑작스런 고경열의 행동에 물어본다.
“목표를 놓쳤습니까?”
“그래 너도 준비해라. 아무래도 목표물 옆에는 꽤 까다로운 녀석이 있는 것 같군.”
그 때, 자신들을 향해서 어떤 존재감이 확 느껴진다. 고희수는 그런 존재감에 자신의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긴장한 얼굴로 계단 밑을 바라본다. 그 때, 계단에서 성큼성큼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고경열은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이내 옷 주머니 속에서 권총 말고는 하나의 단검을 들었다. 날이 날카롭게 간 이 칼은 합금 티타늄으로 만든 무지막지한 강도의 물건이었다.
그 때, 계단 속 발걸음 소리가 빨라진다. 고희수는 긴장을 하고, 고경열 역시 자신의 권총과 단검을 가지고, 긴장을 한다. 그리고 계단 밑에서 누군가 등장한다. 바로 일본도를 든 마츠나가 요헤이였다. 마츠나가 요헤이의 모습을 발견한 고경열이 권총을 들더니 불문곡직하고 쏜다.
-타앙!-
그 때, 마츠나가 요헤이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권총 탄의 세례를 피해간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고경열에게 일본도로 베려고 했다. 그러나 고경열은 자신이 가진 단검으로 일본도를 막아낸다. 고경열은 희열을 느낀 얼굴로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말한다.
“가끔 칼놀이라는 것도 좋겠지.”
고경열이 일본어로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도발을 하자 마츠나가 요헤이는 고경열에게 짧은 대답을 날린다.
“넌 질 거다.”
마츠나가 요헤이의 말에 오히려 고경열은 미소를 짓는다.
============================ 작품 후기 ============================
아 졸림. 졸리니까 오늘 후기는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