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76화 (37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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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5월 21일, 중국군정 사령관 신유철은 병윤을 불러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신유철이 병윤을 보고선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말한다.

“아무래도 우리 중국군은 내년에 조선에서 철수할 것 같다.”

순간 코코아를 마시던 병윤은 입가에 코코아를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만큼 갑작스럽고 놀란 이야기였다. 급히 휴지를 들어 입가를 닦고 병윤은 의아한 표정으로 신유철을 바라보며 묻는다.

“갑작스럽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신유철은 병윤의 반응에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을 하고선 대답한다.

“요즘 중국내 내전이 심상치가 않아.”

그 말에 병윤은 으음 하고는 신유철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본다. 바로 자세한 대답을 요구하는 자세였다. 신유철은 병윤의 자세를 보고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일단 공산군과 국민당군은 백중지세라는 분석이 있다.”

그 말에 병윤의 얼굴은 더 놀라면서 신유철에게 묻는다.

“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는 대답한다.

“젠장. 바보 같은 놈들. 중공군의 유격전에 휘말려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까닭이 많아서 그렇다. 정규전으로 안 되니 중공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유격전으로 버티고 있다.”

병윤은 그 말에 순간 조용해진다. 신유철은 그런 병윤의 얼굴을 보고선 자신도 이런 이야기를 속상한지 일그러진 얼굴을 계속 유지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내년쯤에 철군을 시작할 것 같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내년에 남한만이라도 정식정부를 만들 것 같다.”

“흐음.”

“그리고 내 부대들은 곧 중국의 전쟁터에 끼어 들겠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유철에게 말한다.

“형님은 그 전쟁터에서 잘 이겨낼 것 같습니다.”

“글쎄. 잘 이겨낼지 못 이겨낼지는 하늘에게 달렸지.”

신유철은 웬일인지 불길한 소리를 다 했다. 병윤은 하하 웃으면서 분위기를 무마하고자 한 마디 말한다.

“그 중일전쟁에서 맹활약한 형님이 아닙니까?”

“지난 번 전과를 가지고 자신을 하는 것은 죽음의 지름길에 발을 딛는 것과 같지. 아무래도 철수할 때를 대비해서 현재 중국내 벌어지는 전투들의 자료들을 모아서 연구를 해야겠어.”

“으음. 형님 중국군정의 일은 어떻게 하려고요?”

신유철은 그 물음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그건 걱정마라. 어차피 그 연구는 내 개인시간 때만 할당시킬 때니까.”

“그나저나 아쉽습니다. 형님이 내년에 출국한다니 말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병윤에게 아쉬운 얼굴을 하고선 한 마디 말한다.

“나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내 부대가 출군한 후부터는 중국군정의 영역은 미군정이 차지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는 아무래도 한반도 정식 정부가 곧 만들어질 터이니 얼마 되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야.”

병윤은 신유철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병윤아.”

“예. 말씀하십시오. 형님.”

신유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네가 그 대량생산한다는 그 헬기 말이다.”

“예. 지금 공장 짓고 있습니다.”

“그걸 우리 군에게 납품할 생각은 없냐?”

병윤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신유철에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그걸로 군사 훈련을 하려고 합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헬기의 유용성은 잊지 못하겠다.”

“하하. 동협 그룹에서 개발한 헬기를 칭찬해주니 감사합니다. 하여튼 형님네 부대에 헬기를 배치하는 문제라면 걱정 마십시오. 그 것보다 헬기 조종사나 양성하면 되겠습니다. 연습기라도 빌려드릴까요?”

신유철은 병윤의 허락에 얼굴이 밝아지더니 병윤에게 말한다.

“그래주면 고맙겠구나.”

“형님. 저와 형님과는 일심동체인 관계입니다. 형님이 죽으면 저도 죽습니다. 우리는 의형제 아닙니까? 아무래도 헬기 공장의 경우는 올해 9월 초에 건설될 것 같으니 그 때까지 조종사를 양성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신유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말한다.

“알겠다. 네 말대로 조종사를 양성해야겠군. 하여튼 너에게 못 다할 은혜를 입는 것 같아서 내가 다 부끄럽구나.”

병윤은 그 말에 오히려 웃으면서 신유철에게 말한다.

“은혜를 입기는요. 당연하다고 생각하십시오. 형님도 저와 감연에게 못 다한 은혜를 입지 않았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고마워한다.

“그래. 고맙다. 병윤아.”

“그 것 말고도 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내 군대의 일만 빼면 중국군정의 영역 내에 있는 일거리들뿐이다. 그리고 그 일들은 이미 다 네가 도와주기로 하지 않았냐?”

“하하. 그랬습니까?”

신유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그래. 솔직히 군정 일도 네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온전히 있지는 못하지. 적어도 긴장할 필요는 있어도 굳이 네가 신경 쓸 필요까지는 없다.”

“예. 알겠습니다.”

병윤의 대답을 들은 신유철은 휴우 한숨을 쉬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로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요즘 미소공위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어?”

그 말에 병윤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지만 입가에 조소가 달린다.

“흔한 쓸데없는 짓입니다.”

“맞는 말이다.”

“아마 시간을 소모하다가 유야무야 연기될 것이 분명합니다.”

“넌 그렇게 생각을 하는군. 일반 조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병윤은 그 말에 키득키득 웃으며 신유철에게 한 마디 말한다.

“뭐 제 예상이 틀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돌아갈 것이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소련에서 들리는 소식에서 김일성이 매번 스탈린에게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자는 청원을 하는데 말이죠.”

“김일성이라. 미친놈이군.”

“백범 선생님이 치워주신다고 했는데. 실패를 한 모양입니다.”

“쯧. 여기도 전화가 깃드는 구나.”

병윤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쉬며 신유철에게 말한다.

“그러게 말입니다. 부디 제가 말한 것이 틀리기를 바랄 뿐입니다.”

병윤의 진심어린 한숨에 신유철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조국이자 국부군의 상황이 나아진다면 신유철은 자신의 병사들을 이끌고 한반도에 원군을 보내리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각, 덕수궁 석조전 안에서 소련의 대표들과 미국의 대표들이 미소를 지으며 각자 준비한 자리에 앉았다. 작년 미소공동위원회가 별 성과 없이 끝냈지만 이대로 한반도 문제를 지속시킬 수 없기에 양국들 전부 약속을 하고 여기에 회담을 만들었다. 물론 명목상의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서로 각자 자리에 앉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이내 쉬티코프 소련대표가 촬영 장비를 든 한국인 기자들을 보고, 으음 하더니 이내 상대편의 브라운 미국대표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 사람들은 무슨 사람들입니까?”

그 말에 브라운 미국대표가 간단하게 한 마디 대답한다.

“요새 한반도에 TV들이 대중화되고 있더군요. 저기에 있는 사람들은 한반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일을 알리기 위해 TV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마 오늘 회담이 끝나고, TV에 오늘의 일이 나올 것 같군요.”

쉬티코프 소련대표가 그 말에 흥미롭다는 얼굴로 브라운 미국대표에게 말한다.

“호오? 이런 곳에서 TV라는 물건이 존재했습니까?”

브라운 미국대표는 그 말에 오히려 어깨를 들썩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한반도의 성장 속도는 꽤 빠릅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죠. 저렇게 TV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쉬티코프 소련대표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요즘 미국에서도 소련에서도 TV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는 벌써 실현을 하는군요.”

브라운 미국대표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우리 미국 역시 저런 것에 뒤쳐질 수는 없죠. 그건 귀국 역시 마찬가지 아닙니까?”

쉬티코프 소련대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게 한창 TV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때, 이제 막 회담이 시작되었다. 먼저 쉬티코프 소련대표가 회의 개막에 대해 발표한다.

“나는 우선 소련대표단의 명의로 그에게 기쁘고 뜨거운 접대를 베푸신 남한주둔미군사령관 웨드마이어 중장과 미·소공동위원회의 미국대표단수석 브라운소장에게 감사를 표시합니다.

동시에 나는 조선인민에게 열렬한 우의적 축하를 전하려 합니다.

조선인민이 오랫동안 초조하게 기대하던 기쁜 날이 돌아왔습니다.

최근 우리 두 정부 간에 있는 한국 문제에 관한 서한에 의준하여 소미공동위원회가 금일 재개됩니다.

소미공동위원회 재개에 관한 미소 국정부의 결정을 한국인민이 어떠한 성의로 환영하였던 것을 보았습니다. 한국인민은 한국에 관한 모스크바결정을 급속히 실천할 것과 우선 한국의 민주주의 임시정부수립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소미공동위원회가 반드시 실천할 사업에 관한 그의 책임을 가일층 앙고시키는 것입니다.

연합국의 단결된 힘으로써 일본제국주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한국인민은 외불간섭 자주민주주의 독립 국가를 수립하려는 결단성과 지망을 표시하였습니다.

소련사령부의 책임 하에 있는 북한에서는 일본제국주의 배를 구축한 이후 그 동안에 민주주의화와 민족경제화발전에 있어 현저한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한국이 모스크바삼상회의 결정에 기초하여 민주주의노선으로 발전되며 민주주의적 국가로서 자유를 애호하는 인민들의 대열에 독립권을 가진 일원으로 가입할 것을 우리는 확신합니다.

소련대표단은 공동위원회에 부담된 책임전체를 인식하면서 조선에 관한 모스크바삼상회의 결정을 신속히 또는 정확히 실천함에 모든 힘을 다할 것입니다.

공동위원회의 사업에 참가할 미국사령부대표단과 자기의 일행을 축하하면서 공동위원회가 그에게 부담된 과업과 우선 조선에 민주주의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과업을 실행할 것을 확신하여 마지않습니다.”

쉬티코프 소련대표가 그렇게 발표를 하자 브라운 미국대표 역시 따라서 발표하기 시작한다.

“미측 수석위원으로 본관이 또한 소련측 위원에게 공사 적 환영의 말씀을 하게 됨은 일대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연합군의 영웅적 희생으로 인하여 조선은 일본학정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소련과 합중국을 품은 4대연합국은 모스크바협정 조항에 의하여 조선을 완전독립국가로 조성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1년 전에 착수하였던 그 사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우리는 지금 다시 회합하였습니다.

조선민중은 본위원회가 성공적으로 그 사명을 완수함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본회의의 책임은 중차대합니다. 본회의는 사무도 번잡하고 난관도 많을 것입니다. 본회의는 희망이 만연합니다. 쌍방의 만족할 문제해결의 방도를 발견할 결의로 본회의는 급속히 본회의의 제1계단의 업무를 즉 한국통일 정식정부 수립 안 작성을 완수하도록 진행하기를 축원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개막식에 대한 발표가 끝이 나자 본격적으로 회담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어떤 식으로 통일 국가를 만들 것인가? 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이어져 나갔다.

브라운 미국대표는 이 주제에 대해 한 마디 말한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한국의 통일정부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쉬티코프 소련대표는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물어본다.

“민주적인 절차라면 투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까?”

그 말에 브라운 미국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한다.

“투표야말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쉬티코프 소련대표는 거부권을 행사한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금 북한의 인구와 면적을 계산하면 이건 일방적으로 미국이 유리한 대로 흘러갈 뿐 아닙니까?”

쉬티코프 소련대표의 부정적인 반응에 브라운 미국대표가 한 마디 말한다.

“유리한 것이든 불리한 것이든 가장 중요한 점은 직접적인 민의가 반영되는 것입니다. 투표에 자신이 없으십니까?”

쉬티코프 소련대표는 그 말에 반박을 한다.

“그럼 투표하기 전에 지금 한반도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는 극우세력들을 자제를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정당한 좌익들을 습격하느라 난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브라운 미국대표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면서 쉬티코프 소련대표에게 말한다.

“극우세력의 자제는 응당 이뤄져야 할입니다. 그러나 극좌세력의 난동 역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정당치 않은 파업과 또 테러로 미군정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을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흠. 결코 이뤄질 수 없는 평행선이군요. 좋습니다. 이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만큼 서로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군요.”

브라운 미국대표는 그 말에 씁쓸하다는 얼굴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천천히 그리고 중요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일단 이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다른 일에 대해 넘어가겠습니까?”

쉬티코프 소련대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아무래도 그 것이 낫겠군요. 이 문제에 시간을 쏟다가는 다른 일에 대해서 처리를 못할 것 같습니다.”

쉬티코프 소련대표가 동의를 하자 브라운 미국대표는 다행이라는 얼굴로 쉬티코프 소련대표를 쳐다보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솔직히 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의 의견으로는 미소가 동시에 한반도에 대해 원조를 했으면 합니다.”

“원조라... 아. 한반도의 공업화를 위해 기반들을 투자하는 것을 말입니까?”

브라운 미국대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우리 연합군이 한반도를 책임지게 되었으니 마땅히 할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 미국 측은 한국에 대한 원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소련 측이 허락한다면 바로 원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쉬티코프 소련대표는 그 말에 흐음 하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꼭 굳이 원조를 해야 싶습니까? 요즘 제가 듣기로는 한반도의 경제발전은 정치권과 상관없이 잘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도 예상치 못하게 한반도에 중공업들이 세워지고, 자생적인 경공업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럴 때는 원조보다는 차관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브라운 미국대표는 쉬티코프 소련대표의 말에 싱긋 미소만을 지을 뿐이다.

============================ 작품 후기 ============================

제 2차 미소공동위원회 역시 병윤의 말처럼 그냥 저냥 흘러갈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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