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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7월 3일, 서울시를 포함하여 전국 각지에서 일제의 신사 혹은 황국신민서사탑 등이 철거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 시로 등극한 문경시 역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각지의 일제에 관한 상징물 철거들이 오고 갔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일본인 마을 주위를 제외하고는 일본제국주의 색이 강한 건물들을 철거하신다는 말씀입니까?”
현철환은 그 물음에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이야기한다.
“그래. 우리 쪽 분위기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쪽에서도 협조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에 이렇게 부른 거야.”
재한일본인연맹의 회장 분도 히로시는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현철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락한다.
“알겠습니다. 우리 역시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부터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현철환은 순순히 자신의 말에 따르는 분도 히로시에 대해서 휴우 고맙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말해준다.
“일단 문경에 있는 일본제국색이 강한 것부터 걷어야겠지. 자네는 알만한 것이 있는가?”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끄응 생각을 하더니 현철환에게 말한다.
“일단 생각나는 것이 몇 가지는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방치할 가능성이 크겠죠. 아니면 여기 주민들의 멸시를 받아서 잊히거나 아니면 파괴를 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네 생각은 그러하군...”
분도 히로시 회장은 씁쓸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우리 일본인들이 이 한반도에 사는 조선인들에게 수많은 폐를 끼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에 우리 연맹 역시 거들고 싶다는 뜻입니다. 우리들 역시 본국에서의 제국주의와 또 군국주의의 피해자이니까요. 물론 이 소리를 한다한들 씨알도 안 먹힌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분도 히로시 회장이 그렇게 숙연히 말하자 현철환 역시 당장 말들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현철환은 분도 히로시 회장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혹여 일본인 마을에 불편한 것들이 있는가?”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현철환에게 말한다.
“일단 이 곳의 사정을 모르는 조선인들에게 많은 변을 당한다는 것입니다.”
“보복 말이군.”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현철환에게 말한다.
“예. 보복입니다. 그래도 그런 인식들이 나돌 뿐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그렇지만 지난번 사는 주거 환경보다는 더 좋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역정을 낼만한 일이군.”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끄응 침음성을 흘리며 현철환에게 말한다.
“하지만 일을 저지른 놈들은 전부 본토로 튀었고, 한반도에서 겨우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만이 불쌍할 뿐입니다. 그래도 시장님께서 차별 없이 잘 돌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동협 그룹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그래. 알겠네. 일단 적어도 자네들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군. 흠. 적절한 방법이 없겠는가?”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한 사람을 떠올리고는 현철환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는 한 사람을 여기에 초청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분도 히로시 회장에게 집중을 하더니 물어본다.
“누구를 말인가?”
“알 만한 사람들은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후세 다쓰지 변호사입니다.”
“아! 그 사람.”
현철환은 ‘후세 다쓰지’라는 이름에 바로 알아들었다.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의 활약은 한국의 독립 운동가를 포함한 대만의 독립 운동가들까지 변호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한국을 위해 법 초안까지 만들어주기까지 한 사람으로써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일본인에 대한 감정과는 별개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라면 인식을 바꿀 수 있겠군.”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예. 그렇습니다. 그 분이라면 적극적으로 여기에 사는 조선인들을 위해 활동을 했다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니 그 분을 초청해서 한 번 연설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잘하면 적어도 일본제국의 앞잡이라는 인식을 거둘 수 있겠군.”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굳이 대답을 하지 않고, 생각을 한다. 사실 분도 히로시 역시 후세 다쓰지 만큼은 아니더라도 해방 전에 저 현철환에 대해 보호 및 지원을 해준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입장이 뒤바뀌었지만 그 때의 행동이 지금 이렇게 돌아오고 있었다.
“일단 연맹 회장은 한 번 그 분을 초청해보게. 난 나대로 따로 회장을 지원하겠네.”
“지원을 해준다면?”
“문경에 한 방송국이 있지 않은가?”
“아! 그 사현방송국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래. 그 쪽을 한 번 엮어서 처리하면 적어도 피해는 경감할 수 있지 않나 싶어서 말이야. 다만 일본제국에 대해 맹렬히 충성하는 일본인들에 대한 적개심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일본의 일반인들에 대해 인식을 제고할 수도 있겠지.”
“확실히 묘안입니다. 그럼 그 방송국에 후세 다쓰지 선생을 포함해 여러 선생님을 초대한다면 효과는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긴장한 표정으로 한 마디 말한다.
“나 역시 이번 일에 목숨을 걸고 해야 할 일이야. 지금 팽배해지는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일이니까 말이야. 이거 잘못 되다가 내가 민족 반역자로 몰릴 수 있겠는데...”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씁쓸하기 그지없다는 얼굴을 한다. 현철환은 분도 히로시 회장에게 잠시만 있으라고 말을 하고는 책상 위의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더니 이내 어딘 가로 연결을 시도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누구십니까?-
“아. 난 문경 시의 시장 현철환이라고 한다네.”
-시장님? 아 죄송합니다. 전 사현 방송국의 사장 연형칠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저에게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부탁이 있어서 전화를 했네...”
그 말을 하고난 뒤 현철환은 아까 분도 히로시 회장과 이야기 나누던 것들을 연형칠에게 확실히 전달해준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 연형칠의 대답이 들렸다.
-끄응. 상당히 어려운 부탁입니다. 전국에 지금 일제 잔재들을 치운다고 하여 감정들이 팽배해지고 있는데. 그런 곳에서 풍선을 펑 터뜨리면 시장님은 물론 저까지 위험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래서 말인데. 어떻게든 안 될까?”
-끄응. 이 곳에 신세를 지는 우리 방송국에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겠고. 한 번 우리 측에서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가부를 결정하겠습니다.-
“어려운 부탁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네.”
-일단 알겠습니다. 며칠 간 우리 회사 안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입장을 결정하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거절하더라도 이해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끄응. 알겠네. 그리고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군.”
-하하. 아닙니다. 그 것 이외에는 부탁할 일들이 없습니까?-
“오히려 이런 부탁을 하는 내가 더 나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네. 여기서 더 부탁을 한다면 난 파렴치한 인간이 되겠지. 난 자네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며칠 뒤에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끊게나.”
이 것으로 현철환과 연형칠과의 전화 연결이 끊어졌다. 현철환은 휴우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분도 히로시 회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저 쪽에서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군. 그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 좋겠어.”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철환에게 말한다.
“예. 알겠습니다. 시장님.”
결국 재한일본인연맹과 문경 시에서 합작해서 이번 일제 잔재에 대한 처리를 행하기 시작한다.
같은 시각, 사현 방송국의 사장실 안에서 연형칠은 살포시 송수화기를 제자리로 내려놓고는 피곤하다는 얼굴을 짓는다. 그 때, 그런 연형칠를 보고 한 사람이 말한다.
“무슨 전화야?”
연형칠은 그 물음에 어깨를 들썩이고는 말한다.
“문경의 시장님 전화야. 에휴...”
그렇게 말한 연형칠은 방 안에 놓인 쇼파에 앉아서 자신과 마주치는 한 청년을 바라본다. 바로 동협 그룹의 회장 병윤이었다. 병윤은 이번 방송국 자료들을 바라보고는 이내 연형칠에게 건넨다.
“꽤 잘 정리를 해둔 것 같네.”
연형칠은 그 말에 끄응 침음성을 흘리며 병윤에게 말한다.
“넌 어째 사채업자 같다.”
“웬 사채업자? 쯧. 네가 도와달라고 해서 이렇게 이 곳에 찾아왔건만. 나 바쁜 것 알지?”
병윤의 한 마디에 연형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기야 병윤을 부른 사람은 연형칠인데 연형칠이 그런 소리를 한다면 병윤으로썬 기분 나빠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 말실수 했네. 미안.”
“아 됐고. 무슨 전화야?”
연형칠은 그 말에 한숨을 쉬면서 병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번에 어떤 사람들을 초청해서 그 사람들이 여기서 연설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더군. 그런데 우리 방송국 쪽에서 너무 위험이 커서 말이지.”
“어떤 사람들이라면?”
“자기들 말로는 한국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일본인들이라고 하던데. 물론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지금 이런 시기에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병윤은 그 말에 깊게 생각한다. 그리고는 연형칠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뭐?! 야! 내 방송국의 평판을 생각해야지. 가뜩이나 흉흉한 시기에 그런 방송을 내보이면 여기에 폭탄이 떨어질 걸?”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초청하는 사람들이 누군데?”
“대표적인 사람은 후세 다쓰지라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흠. 그 사람이라면 적절하겠군. 일단 한 번 경성의 어르신들에게 고해서 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뭐? 어르신들? 끄응. 내 생각에 그 분들이 오히려 이 행사를 방해할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지.”
“걱정은 마라. 내가 잘 설득을 시켜놔야지.”
연형칠은 그 말에 ‘이것 봐라.’는 얼굴로 병윤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야. 넌 왜 그들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건데. 굳이 그들을 위해 너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어? 흥. 일본인들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악랄한 짓거리를 알고 그렇게 행동해야겠나?”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연형칠을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면서 연형칠을 진정시키는 말투로 입을 연다.
“나도 잘 알고는 있지. 그런데 엄한 사람에게 그런 분풀이는 난 사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국민감정상 맞지 않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 말에 병윤은 스산한 눈빛으로 연형칠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흥. 일본의 어르신을 한 번 더 공략을 해보려고 한다.”
“아예 뿌리 뽑겠다는 말로 들리는군. 하기야 간도 커. 그 양반은 말이야.”
병윤은 이빨을 뿌득 뿌득 갈고는 연형칠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내 큰 형님에게 독살까지 한 사람을 그냥 놔둘 수는 없지. 그 녀석이 앞으로 한국에 대해 생각한다면 오줌을 질질 쌀 정도로 괴롭혀야겠어.”
“끄응. 그 양반도 엄청나게 피곤하겠군. 하기야 자업자득인가? 아무래도 그들을 굳이 불러오는 것에 대해서 뭔가 미끼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니야?”
“맞아. 만약 그 일이라면 일본 어르신의 이목을 끌 수 있겠지. 그러면 끄나풀들을 한 번에 모아서 제거를 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래도 몸을 사린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
병윤은 그 말에 씁쓸히 웃으면서 연형칠에게 한 마디 말한다.
“덫에 안 걸려들면 안 걸린 거지. 그리고 꼭 굳이 손해를 보지는 않잖아?”
“으음.”
“이익이 있고, 손해는 없는 장사라면 적극적으로 해야지. 안 그래?”
연형칠은 그 말에 에휴 한숨을 쉬면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넌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옛날에 가출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범한 녀석이었는데 말이야. 역시 사람 인생이라는 것은 참...”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연형칠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돈 남말 하고 있네. 넌 그럼 평범하냐?”
“어차피 네 녀석에게 도움을 받기는 하였지만 평범한 것은 아니지. 불알친구로써 성공했다는 사람들로는 너랑 나랑 또 감연이 녀석 뿐인가?”
“그렇겠지.”
“쯧. 같이 야학을 하던 애들이 보고 싶다.”
연형칠은 그 말을 하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지금까지 징용에 끌려 나갔던 아이들 중에서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물론 마을의 청년들이 병윤의 형제들, 자신의 형제들, 감연 뿐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없었다. 병윤은 서글프다는 얼굴로 연형칠에게 한 마디 말한다.
“쯧. 빌어먹게도 말이지. 내 친구들을 사지로 몰아 놓는 개자식은 아직 살아서 더러운 숨을 쉬고 있는데 말이야.”
“박출환 그 개자식.”
연형칠은 자동적으로 이빨을 갈았다. 사실 자신이 징용을 가지 않게 된 것은 장인어른의 힘이 컸다. 하지만 그 대신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전부 생환소식이 없었다. 박출환이 전부 끌고 갔기 때문이다.
해방 전에 자신 역시 마을 어르신들과 같이 그 박출환을 끝장내기 위해서 행동했지만 그 인간은 도망치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하지만 박출환에 대한 원한이 깊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연형칠의 분한 얼굴에 병윤은 오히려 살기에 가득한 눈빛을 하고는 말한다.
“일본의 어르신보다는 그 박출환을 찾아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끔 지옥의 삶을 보여줄 거다.”
그렇게 말하는 병윤의 말에는 하나하나 살기가 가득했다. 연형칠은 비록 그 살기가 자신에게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일단 살기에 몸이 떨렸다.
“그래. 잘 말했다. 그 자식만큼은 편히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 그 개자식만큼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살려서 지옥의 삶을 봐야 한다. 우리들의 동갑내기 친구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면 말이지.”
현재도 병윤이 각 군정에 미리 약을 쳐서 박출환에 대한 수배령을 내린 상태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현철환 시장의 생각은 어떻게 생각 하냐?”
“쯧. 모르겠다. 너랑 같이 찾아서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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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출환은 이미 사현리 마을사람들에게 찍힌 몸입니다. 아직까지는 등장할 징후가 없어보이죠. 아무래도 박출환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6.25 전쟁 도중의 일일 것 같습니다. 거기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지 아니면 개버릇을 못 주고 행동할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이런! 12시에 올릴 것을 지금 올렸네! 어쩔 수 없이 내일은 한 편만 올립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