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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7월 7일, 병윤과 연형칠은 문경 시장 현철환을 찾았다. 연형칠이 직접적으로 찾아와서 답을 주리라고는 미처 예상을 못했지만 병윤이 연형칠과 함께 찾아온 것은 너무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현철환은 병윤과 연형칠을 번갈아 보면서 흠흠 거리고는 얼굴을 고치며 묻는다.
“둘이 가깝다고 하지만 이렇게 같이 방문할 줄은 몰랐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현철환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이 녀석과는 같은 고향 친구 사이입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이해가 가는 얼굴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의아스러웠다. 한반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협 그룹의 회장이 이렇게 여유스럽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 의문은 생각으로 끝내야 했다. 지금 이 의문을 꺼내면 병윤에게 실례였다. 그래서 현철환은 두 사람에게 말한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병윤과 연형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들 쇼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형칠이 현철환을 보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시장님이 제안한 그 건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눈빛을 번쩍이고는 연형칠의 말에 집중한다. 연형칠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신중하게 생각을 끝마치고 입을 열었다.
“그 제안에 대해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말에 현철환의 얼굴은 순간 밝아진다. 현철환은 연형칠의 손을 붙잡으며 연신 소리친다.
“고맙네. 고마워. 자네에게 내 큰 은혜를 입었구만.”
갑작스러운 현철환의 행동에 연형칠은 얼떨떨하다가 이내 의아한 눈빛으로 현철환을 바라보고는 이내 묻기 시작한다.
“으음. 솔직히 시장님께 궁금하신 사항이 있습니다.”
“뭔가? 궁금한 것이 있다니?”
“재한일본인연맹의 분도 히로시 회장과 시장님 간에는 도대체 어떤 사이입니까? 굳이 그 일에 팔을 뻗고 나서는 것이 궁금합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휴우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해방 전에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네.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해방 전에 그 쪽에 소속되지 않았던가. 그 조선건국동맹이라는 독립단체에 말이야.”
“예. 그런 적이 있기는 합니다.”
조선건국동맹은 해방 전에 우파, 좌파를 아울러 모집하고는 독립을 위해 행동했던 독립단체였다. 물론 해방 후에 독립이라는 최대 목적이 없어지자 뿔뿔이 흩어져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 때, 내가 한 번 일제 경찰들에게 쫓기고 있을 때, 도와줬던 인물이지. 그리고 문경의 조선건국동맹을 위해 전력으로 도와준 사람이야.”
그 말에 연형칠은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지금 그를 재한일본인연맹의 회장 직에 앉힌 것 입니까?”
“내 개인적으로 그렇게 은혜를 갚고 싶군.”
“......”
“사실 이건 문제가 되기는 하겠지. 사적으로 그런 중요한 자리를 앉혔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안을 하신 이유에 대해선...”
그 때, 현철환이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연형칠에게 묻는다.
“그런데 자네는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가? 무슨 이유라도 있는가?”
그 말에 연형칠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할 뿐이다.
“TV 방송을 만들 때, 배경설정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요리를 하기 전에는 양념을 뿌려줘야 아 이 방송이 설득력이 있구나 라고 사람들이 여길 것입니다.”
현철환은 연형칠의 대답에 납득하고 말았다.
“그렇군. 내 오해를 해서 미안하구만.”
그 뒤에 연형칠의 질문에 현철환은 성실하게 대답해준다. 연형칠은 어느 정도 내용들이 담긴 수첩에 미소를 지으면서 현철환에게 말한다.
“시장님의 대답에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방송의 부정적인 여파를 축소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모실 생각인가?”
그 물음에는 병윤이 대답한다.
“소재를 파악해야지요. 그 다음에 설득하면 됩니다.”
“그야 그렇겠지요...”
현철환은 그 말을 하면서 병윤의 대답에 영 미덥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사람이니까 소재를 파악하는 것은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설득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말이죠.”
현철환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제 친우의 부탁과 또 존경할만한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것은 온당한 일입니다. 시장님께서는 걱정 마시고, 그 분도 히로시 회장에게 말씀을 전해주시면 됩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납득하고는 이내 그러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 뒤에 이야기를 진행했는데 결국 촬영 일자는 최종적으로 8월 초에 촬영하기로 결정되었다.
1947년 7월 19일, 여운형이 암살범에게 피격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 신문을 강타했다. 피격을 당한 여파로 지금 여운형은 중상을 입었고, 언제 하늘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그 여운형의 치료는 재생치료병원에 하기로 하였다. 일차적으로 서울대병원의 사람들이 응급 치료를 행했고, 본격적인 치료는 재생치료병원의 병재가 하기로 하였다.
“......”
급히 헬기를 통해 환자를 이송하여 여운형의 상태를 본 병재는 전문가의 눈으로 샅샅이 훑어보더니 이내 여운형의 가족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조금 늦었다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그 말에 여운형의 친동생인 여운홍이 병재를 보고는 한 마디 묻는다.
“그럼 치료를 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없습니다.”
“그럼 부탁하네.”
병재는 그 말에 으음 하고는 여운형의 상태를 바라본다. 여운형은 지금 중태였다. 아마 지금 생사를 두고 싸우고 있을 것이다. 이미 나이가 들은 몸이라서 생명의 불꽃은 꺼지고 있었다. 병재는 곧장 자신을 따르는 의사들을 대동하고는 즉시 수술 준비를 시작한다.
병재는 매번 하는 외과수술이지만 꽤 중요한 인물의 외과수술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얼굴이었다. 병재는 곧 메스를 비롯한 의료 장비를 동원하여 여운형의 외과수술을 도맡았다. 총알을 빼내고, 또 상처를 꿰매고 후속조치를 취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여운형의 생명은 간신히 붙들어 맸다. 병재는 익숙한 눈길로 여운형을 바라본다. 아마 자신의 손에 따라서 여운형이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했다. 여운형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 싶었다.
그 모습을 보자 병재는 쯧 하고는 한 마디 내뱉었다.
“이거 한 소리 듣겠군.”
그 말에 주위 의사들이 병재에게 물어본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한 소리를 듣는다니 누구한테...”
병재의 혼잣말에 의사들이 민감하게 반응을 하자 의사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 혼잣말입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의사들은 그 말에 아 예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운형을 돌본다. 병재는 휴우 한숨을 쉬고는 생각에 잠긴다. 그 때, 자신의 아내인 메리 간호사가 병재에게 다가와 한 마디 말한다.
“저 선생님. 지금 누군가에게 전화 연락이 왔습니다.”
그 말에 병재는 정신이 번쩍 들고는 메리에게 묻는다.
“누군데?”
메리는 그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짓고는 말한다.
“그... 여보도 잘 아는...”
“휴우. 내 예상이 들어맞았군.”
병재는 털레털레 일어나며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는 자신의 진료실에 가서 대신 전화를 받는 정필중에게 한 마디 묻는다.
“정 형께서 너무 수고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필중은 이마에 식은 땀을 내면서 병재에게 말한다.
“이 박사님의 화가 장난이 아니야.”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휴우. 미안하이.”
정필중은 병재에게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건네주고는 자신은 병재에게서 한 발 물러선다. 병재는 송수화기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한 마디 말한다.
“예. 전화 바꿨습니다.”
-자네인가?-
“예. 접니다. 박사님.”
-한 가지 궁금한 적이 있는데. 왜 그를 살렸는가?-
“그게 제 일입니다.”
-자네는 은근히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군.-
“오히려 박사님을 위해서 한 일입니다.”
-허? 나를 위해서. 그래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하는지 들어보지.-
“박사님. 암살범의 배후에 누가 있을 것 같습니까?”
-그런 것을 묻는 이유는 뭐지?-
“아마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여운형의 정적에 이 박사님과 백범 김구를 비롯한 각 우익인사들이 있다고 답을 할 것입니다.”
-쯧. 자네는 나에게 암살 배후가 있다는 의혹을 지웠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예. 그렇습니다.”
-자네 실망이군.-
“죄송합니다. 박사님.”
-휴우. 자네니 한 번 참겠네. 만약 자네가 이런 일을 다시 하게 된다면 난 자네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볼 수밖에 없겠군.-
“......”
-이만 연락은 끊지. 오늘만큼은 자네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군.-
“죄송합니다. 박사님.”
그 것으로 이승만과의 전화 연결이 끊어졌다. 병재는 휴우 하고 한숨을 쉬면서 정필중과 메리를 쳐다본다. 정필중은 긴장한 눈초리로 병재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되었나?”
병재는 씁쓸한 얼굴을 짓고는 정필중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아무래도 유야무야 넘어간 것 같습니다. 뭐 실망했다는 말을 잔뜩 들었지만 말입니다.”
“으음...”
“아마 몽양 선생이 깨어난다면 한 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잠정적 은퇴를 한 번 종용해야지요.”
“몽양 선생의 성격으로 듣지는 않을 텐데?”
“그 때가 되면 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 사람의 명은 그 것으로 끝일지도 모르지요.”
정필중은 그 말에 굳은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겠네. 자네가 그렇게 결정을 하였으니 어쩔 수 없겠지.”
그렇게 여운형의 치료에 대해서 일단락이 되었다.
한편, 돈암장에서는 이승만이 화난 얼굴로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비서 윤치령이 이승만의 눈치를 보며 묻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박사님.”
이승만은 그 말에 화를 불같이 내며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되기는. 쯧 정적 한 놈 없애는 줄 알았는데.”
“......”
“여기서 병재 군이 방해가 될 줄은 몰랐군.”
“그럼 그를 다시 한 번 거리를 두는 셈입니까?”
이승만은 그 말에 짜증과 힐난의 눈빛으로 윤치영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오늘따라 실망하는 인물들이 꽤나 많구만.”
윤치영은 그 말에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이승만에게 말한다.
“죄... 죄송합니다. 박사님.”
“여운형을 살렸다고 하지만 그를 내칠 수는 없지.”
“그래도 이번 건으로 그가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동조할 가능성은 없는 셈입니다. 이대로 시간을 가다가는...”
이승만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윤치영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를 모함해서 무슨 이득을 얻는가? 자네는?”
“모함으로 들렸습니까?”
“내 눈으로 모함으로 들렸어. 그의 자리를 한 번 차지하고 싶은 건가?”
윤치영은 그 말에 순간 눈치를 채고 이승만에게 말한다.
“결코 그런 일이 아닙니다. 박사님. 그저 저는 박사님께 충언을 드리고자 하고 싶은 말입니다.”
“흥. 그 녀석은 결코 야심을 품을 그릇이 아니야. 아마 왕의 자리를 노렸다면 나에게 적극적으로 아부하고, 또 이렇게 여운형의 치료를 거부했겠지.”
“......”
“그래도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군. 쯧 자기 말로는 암살 배후를 지웠다고 소리를 하는데.”
윤치영은 그 말에 눈을 반짝이고는 이승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걸 다른 세력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승만은 그 말에 짐짓 화를 풀고 의아한 눈빛으로 윤치영에게 말한다.
“호오? 그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요즘 박사님을 거슬리게 하는 한민당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입니다. 한민당과 여운형 간의 관계는 앙숙 중에 앙숙이지 않습니까? 우리들은 혐의를 벗어두었으니 대중들의 혐의는 다른 세력에게 향할 것입니다. 그 때, 양념을 친다면.”
이승만은 그 말에 순간 얼굴이 밝아지면서 윤치영에게 말한다.
“거 참 좋은 생각이군. 당장 시행하게.”
윤치영은 이승만의 기쁨을 받자 순간 미소를 지으면서 이승만에게 말한다.
“알겠습니다. 박사님. 지금 당장 실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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