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83화 (38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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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7월 24일, 재생치료병원 병실 안 침대에서 여운형은 눈을 껌뻑인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며칠 전에 그 총격에 쓰러지고, 지금 정신을 깬 것 같았다.

“......”

여운형의 옆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바로 여운형의 동생인 여운홍이었다. 여운홍은 깜짝 놀라며 여운형에게 한 마디 말한다.

“형님 일어나셨습니까?!”

여운형은 눈을 껌뻑이더니 간신히 상체를 힘겹게 일으키고는 여운홍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여기는?”

“휴우. 형님. 정말로 죽은 줄 알았습니다.”

“내가 묻는 것이다. 여기는 어디냐?”

여운홍은 여운형의 일갈에 끄응 침음성을 흘리더니 대답을 한다.

“여기는 문경의 재생치료병원입니다. 형님.”

“문경? 경성과는 거리가 꽤 될텐데?”

“헬기를 태우고 급히 이송시켜서 여기에 모셔온 것입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시선을 병실 안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동생 여운홍에게 시선을 향하며 한 마디 말한다.

“그런가...”

여운형은 뭔가 회한에 가득한 표정이었다. 여운홍이 자신의 형 여운형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형님을 살린 것은...”

“그래. 재생치료병원의 길병재 군이겠지. 아무래도. 이 박사를 따라다니는 그가 나를 치료하다니.”

여운홍은 그 말에 할 말이 있는지 우물쭈물 거리면서 말한다.“

“솔직히 저도 의외였습니다. 그가 거부할 줄 알았는데...”

여운형은 그 말에 여운홍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마 정치보다는 자신의 직업의식을 따라야 했을 것이다. 그 것이 의사이기 때문이지. 그나저나 난 이제 일을 끝마칠 줄 알았는데 하늘이 아직 일이 남아있다고 말씀을 하시는 구나.”

여운홍이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여운형에게 한 마디 말한다.

“형님. 이건 제 진심인데. 이제 좀 쉬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쉬어? 그게 무슨 소리냐? 지금 이 한반도가 얼마나 격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혼돈의 시간 속에서 우리 한민족이 살아가려면 나라도 힘을 보태야 할 것을...”

여운홍이 그 말에 여운형에게 한 마디 말한다.

“형님. 형님만 한반도의 주인공입니까?”

“뭐? 무슨 소리야?”

여운홍은 진심으로 걱정어리고 열정적이기 그지없는 얼굴로 말한다.

“형님이 없으면 한반도는 산산이 붕괴되냐고 물었습니다.”

“너...”

“형님이 없어도 이 곳은 잘 돌아갑니다. 형님의 역할이 한반도 사람들의 의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운홍의 말에 여운형은 묵묵부답이었다. 여운홍의 말은 계속 되었다.

“그리고 꼭 그렇게 위험하게 살아야겠습니까? 지난번에도 집까지 난리 나고, 형님의 가족들의 안위까지 위협 당하고, 이번에는 절명할 수 있는 총격을 맞았습니다. 형님의 역할이 중하고, 형님이 차지하는 것이 많다고 한들 지금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촛불에 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형님 없어도 이미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홍아! 지금 너 그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여운형이 냅다 여운홍에게 소리를 지르자 여운홍 역시 소리를 드높인다.

“형님! 제 이야기를 똑바로 들으십시오! 형님은 그냥 자기 할 일을 하고 간다고 하지만! 제발 주위 사람들을 돌봐주십시오! 형님만 믿고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형님이 없으면 붕괴하는 사람들이 천지라고요! 이제는 조금 쉽시다! 사람은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이제 휴식의 때라고요!”

여운홍의 말에 여운형은 말없이 여운홍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여운형과 여운홍 형제를 향해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바로 여운형의 치료를 도맡았던 병재와 그의 전속 간호사 메리였다.

병재는 떨떠름한 얼굴로 여운형을 쳐다보면서 나직히 할 말을 한다.

“일어나셨습니까?”

병재의 왠지 꺼름칙한 태도에 여운형은 피식 한숨을 짓고는 말한다.

“자네가 내 목숨을 살릴 줄은 몰랐어.”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는 나를 계속 괴롭히려고 치료를 하는 것이군.”

여운형의 한 마디에 병재는 씁쓸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지으며 여운형에게 말한다.

“아마 제가 살펴봤을 때, 여기서 휴식을 한다면 몸은 건강해질 것입니다.”

“......”

“제가 한 마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마 선생님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까지 잠재우려면 많은 휴식 시간이 필요하실 것입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병재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자네는 그런 것까지 보는 건가?”

“지금도 살얼음판 같은 곳을 가야하나? 라는 망설임이 보입니다.”

그 말에 순간 여운형은 입을 다 물고는 병재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병재가 한 말은 정말인 것 같았다. 여운형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내 궁금한 것이 있네. 왜 자네는 그 이 박사를 따라다니는 건가?”

병재는 그 말에 하아 한숨을 쉬고는 여운형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그 분이 없었다면 소중한 분을 잃을 뻔 했습니다.”

“소중한 분이라...”

“예. 그리고 선생님은 한 가지 착각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병재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게 뭐지?”

“제 형제들이 큰 뜻을 위해 나서줄 것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 자네 소인배였군.”

여운형의 차갑고 날카로운 한 마디에 불구하고 병재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소인배라. 예. 저는 소인배입니다. 솔직히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수많은 부정부패, 그리고 피해 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 알고는 있지만 관심이 없습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얼굴을 구기면서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비겁자군. 자네는...”

“휴우. 비겁하다라. 맞는 말씀입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병재의 눈빛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마디 말한다.

“아니군. 자네는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야. 어떤 곳에 관심을 쏠렸다고 말할 수 있겠군.”

순간 병재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여운형을 바라본다.

“내가 저번에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 아마 자네가 비밀리에 경성까지 찾아와서 누군가를 죽이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

“......”

“자네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그게 정답인 것 같군. 자네를 보니 한 이야기가 떠올라. 불란서의 어느 한 작가가 쓴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이었지.”

“선생님이 건강하신 것을 보니 전 할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병재는 여운형에게 등을 돌리고는 어딘가로 발걸음을 걷는다. 그 때, 여운형이 한 마디 병재에게 소리친다.

“기다리게. 자네는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복수가 아닌가?!”

“......”

그 말에 병재는 순간 우뚝 멈춰 선다. 그리고는 스산한 눈빛으로 여운형을 바라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글쎄요. 그건 선생님이 맞춰보십시오. 이만...”

병재는 그 말을 하고난 뒤 바로 여운형과 여운홍의 모습들에게서 거리를 멀어진다. 병재의 모습이 사라지자 여운형은 순간 몸이 떨려온다. 아까의 그 병재에게서 느낀 거친 살기. 아무래도 자신이 병재를 잘못 판단한 것 같았다.

“홍아. 물... 물 좀 다오.”

여운홍은 그 말에 급하게 침실 옆 탁자 위에 있는 물 잔에 물을 따르고는 자신의 형 여운형에게 그 것을 건네준다. 여운형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지 물을 연거푸 마시고는 휴우 한숨을 쉰다. 그 때, 여운홍이 여운형을 바라보며 묻는다.

“형님. 그건 무슨...”

“너도 보았군. 그의 진면목에 대해서 말이야.”

“예. 마치 한 마리의 엄청난 거친 짐승 같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람 살리는 의사보다는 사람들을 무표정하게 죽이는 마치 그런 학살자 같았습니다.”

여운홍의 표현에 여운형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신을 진정시킨다.

“그래. 맞는 말이야.”

“그런 이가 의사를 하니 조금 뭔가...”

“그가 진정으로 복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여운형의 물음에 여운홍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아니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뭇 사람을 벌벌 떨만한 살기를 진하게 내뿜는 그가 누군가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아까 형님이 병재군에게 물어보신 것은... 그 경성에 찾아와 누군가를 죽이려 한다는 정보는 어떻게 얻었습니까?”

여운형은 그 말에 씁쓸히 웃으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지금은 이미 멀어져 버린 사람인 박헌영에게서 들은 정보야.”

“으음. 그 말씀은...”

“아무래도 그 형제 전부가 공산당에서 멀어진 것들 중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군.”

“......”

“그리고 또 그를 이 박사에게서 멀어질 수 있게끔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생각이 나.”

여운형의 말 한 마디에 여운홍은 심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지금 이제 정신을 차렸는데. 형님은 벌써부터 정략을 꾸미십니까?”

여운홍의 한 마디에 여운형은 떨떠름한 얼굴을 짓고는 여운홍에게 말한다.

“휴우. 맞는 말이다. 미안하군. 일단 네 말대로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여운형이 그렇게 말하자 여운홍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자신의 형을 쳐다보며 한 마디 말한다.

“휴우. 아무리 형님이라도 이제 쉬십시오. 아까 그 병재군에게 듣지 않았습니까? 몸과 마음이 평안해지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난 이렇게 휴식을 한다고 하지만 그 청년은 아직 마음의 안위를 찾지 못하는 것 같군.”

“또 그 소리입니까?”

“알겠네. 알겠어. 조용하지. 조용히 쉬고 있을게.”

여운홍의 제지에 결국 조용히 침대에 누워서 쉬기로 한 여운형이었다.

같은 시각, 어떤 이가 누군가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그런데 벽에 붙은 벽보들이 심상치 않았다. 반 수 이상이 정치관련 사회관련 글들이었지만 거기에는 떡하니 누군가에 대한 수배서가 붙어 있었다. 그 수배서의 얼굴을 보고 지금 벽보를 바라보고 있는 이는 부들부들 몸을 떤다. 그 때, 그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놀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아니. 이 얼굴은 박 접장님이 아니십니까?”

그 말에 박 접장이라고 불린 사람은 순간 조용해지며 한 마디 말한다.

“으으. 이 놈들. 나를 그토록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

그 수배서의 내용에는 박출환에 대한 얼굴과 살려서 데려오면 미화 천만 달러를 지불하고, 중요한 목격 정보를 말해준다면 최대 미화 백만 달러까지 지불하겠다고 써져 있었다.

“박 접장님. 이건... 박 접장님이 지금 이 남한에 간첩으로 있다는 것은 알지만. 박 접장님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노리는 사람이 있습니까? 남한에서 박 접장님은 그다지 유명치 않다고 하던데. 이건...”

그 말에 수배서를 바라보는 박출환은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문광단군. 지금 이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네.”

그 말에 박출환 옆에 있는 문광단이 한 마디 말한다.

“지금 이렇게 돌아다니면 혹시 우리들의 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쯧. 얼굴이라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 아니겠는가? 이미 그 곳에서 얼굴이나 행적을 뜯어 고쳤으니 들킬 일은 없을 걸세.”

박출환의 한 마디에 문광단은 이내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묻는다.

“그런데 박 접장님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노리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아직까지 박 접장님은 모습을 그리 드러내지 않았습니까?”

박출환은 그 묻는 말에 생각을 하더니 한 마디 간단하게 대답한다.

“내 과거의 적들이야. 이 것만 알고 있게나.”

문광단은 그 말에 박출환에게 자세한 것을 묻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박출환이 과연 어떤 일을 했기에 저렇게 높은 금액이 붙어있을지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였다. 또 중국군정의 공인으로 딱 찍히지 않았던가? 박출환이 경성에서 한 것은 연극에 다녔다는 정보밖에 들은 기억이 없었는데. 지금 이렇게 수배를 붙인 것을 보니 아무래도 박출환은 과거에 큰일을 한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금액이 높고, 중국군정이 직접적으로 배포했다면 과거 박출환은 이 남한에서 정말 큰 사람들을 건드린 것과 다름없었다. 그 때문에 문광단은 박출환에 대해서 존경심이 생겨났다.

‘아마 남한의 부패 세력들의 주구를 건드린 그런 사람이 아닌가? 아니면 정말로 남한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매국노를 노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크게 금액이 붙을 리는 없겠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박출환을 바라보며 문광단이 착각을 하는 와중에 박출환은 마음속이 지금 심란했다.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 부메랑으로 계속 자신을 향해서 날라 오고 있었다. 하지만 박출환은 오히려 이를 악물고 생각한다.

‘웃기는 소리. 그 새끼들은 과거 나에게 몸이나 정신까지 바치는 노예 새끼였다고. 한낱 주인을 물더니 단단히 착각하는 군.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예 새끼였는지는 두고 보자고. 길씨 일가.’

박출환은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길씨 일가에 대해서 이를 갈았다. 그리고 지난 과거에 그들을 너무 자비롭게 행동한 것에 대해 후회를 했다. 그냥 불문곡직하고 가지고 놀다가 죽여 버렸으면 지금 이렇게 후환이 없을 것을. 언젠가 기회가 될 때, 그들을 파멸시키고 가지고 놀다가 죽일 것이다. 박출환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박출환은 그들을 넘어서려면 아직 갈 길들이 많았다.

‘흥. 주인은 결코 죽지를 않지. 노예 새끼들이 주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보여주지.’

박출환은 그렇게 의지를 불태우고는 문광단에게 고개를 돌리며 한 마디 말한다.

“문광단군. 이제 한 번 활동을 시작해야지.”

문광단은 순간 박출환의 호출에 다가가고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한다.

“예. 접장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박출환이 길씨 가족 뿐만 아니라 사현리 마을사람들에게 품은 감정들은 그냥 나에게 종속되는 노예나 다름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마을사람들의 재산, 생명, 그리고 모든 것들을 자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토록 마을에서 악독한 일들을 저지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혀 반성을 하지 않죠. 혹여 박출환이 뒤늦게 후회를 하고 갱생할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박출환은 이런 놈입니다. 뭐 그의 최후야 독자 여러분들이 알아서 생각하십시오.

이에 대해서 혹여나 의문이 있거나 궁금하신 사항이 있다면 저에게 질문을 던져주십시오. 그냥 이 글을 볼 때마다 질문을 던지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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