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84화 (38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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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7월 27일, 여운형은 당분간 잠정적으로 은퇴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일방만파 TV를 타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그런 여운형의 결심을 되돌리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좌우합작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규식이었다.

한복을 가지런히 입고 나타난 김규식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여운형을 바라보며 답답한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이제와 잠정적으로 은퇴를 하겠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여운형은 이미 결심을 굳게 한 듯한 표정으로 김규식에게 말한다.

“미안하게 되었소.”

“끄응. 당신 없이 이 좌우합작운동을 이끌어나갈 사람이 없소. 그 곳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어쩌려고 그러시오?”

“우사(김규식의 호) 지금 당신의 능력으로 그 위원회를 충분히 이끌고 있소.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활동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소.”

여운형의 담담한 표정에 김규식은 끄응 하고는 여운형을 바라본다. 여운형은 휴우 한숨을 쉬고는 김규식에게 한 마디 털어 놓는다.

“그리고 어차피 이 휴식은 나에게 있어서 약이 될 것이오.”

“그 말은 돌아오겠다는 소리이오?”

“그 언젠가는 모르겠지만 말이오. TV에서 보기로는 내 암살범의 배후가 한민당이라고 말들이 많은데...”

김규식은 그 말에 쯧쯧 거리며 여운형에게 한 마디 말한다.

“몽양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은 많소. 한민당도 포함될 수 있겠지.”

“......”

“휴우. 나에게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설득할 말들이 없구려. 당신 말대로 당신은 휴식할 필요가 있겠소.”

여운형은 김규식이 납득한 것 같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우서 당신이 이해해주어서 정말 고맙소.”

“그나저나 몽양 당신은 이제 어떻게 휴식을 즐길 것이오?”

“이 곳에 휴식하면서 재생치료병원에 있는 요양원의 환자들을 돌보면서 살아보려고 하고 있소.”

“아. 그 문둥병 환자들을 말이오?”

“그렇소. 전국 각지에 있는 문둥병 환자들이 그 요양원에 다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니 만큼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들었소. 나 역시 그 곳에 한 팔 걷고 도울 생각이오.”

“흠...”

“내가 경성에 있다가는 은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암살할 사람들이 있을까봐 조금 두렵소. 아니 나만 다치면 상관이 없는데 가족들까지 위협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상당히 두렵소.”

김규식은 여운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휴우. 당신 생각이 그러하니 어찌 말리겠소만. 그나저나 여기는 이 박사의 세력권이라고 들었는데...”

“......”

“끄응. 조심하시오. 이 박사 역시 당신을 암살하려던 배후 중 하나이오.”

그 말에 여운형은 고개를 저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이 박사는 여기에 내가 있는 한 건들지는 못하오.”

김규식은 그 말에 아! 하고는 눈치를 채며 여운형에게 말한다.

“이 박사의 세력권이니까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겠군. 이 박사가 당신을 싫어하더라도 그 곳에서 당신이 다쳤다는 소식이 들리면 이 박사가 상당히 난감해질터이니 말이오.”

“바로 그렇소.”

“흠. 최상의 안전한 장소를 제공받은 셈이군. 그래도 조심은 하는 것이 좋겠소. 당신을 죽이고자 하는 미친놈들은 널려 있으니 말이오.”

“하하. 내 걱정은 하지 마시고, 우서 당신의 일이 늘어난 것을 걱정하시오. 이 일에 대해서 내 미안한 감정이 들지만. 휴우. 난 좀 쉬겠소.”

김규식은 일이 늘었다는 여운형의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린다.

“내가 병자의 휴식을 너무 방해한 것 싶소. 하여튼 난 가보겠소.”

여운형은 김규식을 손으로 배웅을 해주며 한 마디 말한다.

“하하. 잘 가보시오.”

여운형의 밝은 미소에 김규식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는 여운형의 침실에 나간다. 그리고는 여운형은 자신의 침대 옆에 있는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한다.

같은 시각, 병윤은 자신의 여동생과 또 장평균, 그 외 아이들과 함께 나와서 마을의 냇물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따갑고, 지글거리는 햇살 아래서도 물가에 있으니 물의 시원함이 확 느껴지면서 아이들은 잘만 놀고 있었다. 병윤은 효혜를 목마 태우고는 잘 놀고 있었다.

냇가에서는 병재와 메리 부부가 아이스박스를 들고, 냇가의 나날들을 즐기고 있었다. 메리는 햇빛과 또 더운 날씨에 자신의 남편 병재에게 고개를 돌리며 한 마디 말한다.

“여기서의 여름은 정말 지옥과도 같아요.”

그 말에 병재 역시 동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메리에게 말한다.

“미국에 있을 때만 하여도 그다지 불편한 감이 없었는데 말이지.”

“예. 이 곳은 진짜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옥불 같은 구석이 있어요.”

병재는 지옥불이라는 단어를 쓰는 메리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뭐 여기서의 여름은 다 그래. 그래서 에어컨이 정말 너무 좋다고 하잖아.”

메리는 그 말에 공감을 하면서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예. 에어컨 없이는 잠도 못 자겠어요. 솔직히 한국 와서 좋은 점은 에어컨을 사시사철 틀 수 있다는 점뿐이에요.”

“그래. 여기는 돈만 있으면 전기는 상당히 풍족하니 말이야.”

그 말에 메리는 공감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한다.

“맞아요. 여기서는 여름과 겨울 빼고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렇지. 하지만 난 미국에서도 여기가 좋아서 지금 살고 있지.”

병재의 아련한 말에 메리는 피식 웃으면서 병재에게 묻는다.

“또 추억을 생각하시는 거에요?”

“당신도 고향에서 추억 같은 것이 많이 없어?”

“있기는 하죠. 내 고향 친구들을 가끔 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요. 또 제 부모님을 한 번 더 뵙고 싶고 그래요.”

병재는 그 말에 메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번에 휴가일수들을 모아서 미국에서 보내는 것이 어때?”

메리는 그 말에 병재를 잠시 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한다.

“당신 여기서의 일도 많잖아요. 또 하루도 마다않고 찾아오는 환자들은 어쩌려고 그래요. 지금은 여기에 사는 것에 만족스러워요. 가족들과의 연락은 문경에 주둔한 미군부대에서 연락을 할 수 있으니 걱정거리는 없어요. 그러니 그 일은 몇 년 뒤에 생각하는 것이 좋겠어요. 올해에 대학 건립도 있고, 또 대학에서 적응하는 문제로 몇 년을 소비할 것 같아요.”

병재는 메리의 말에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렇지. 그런 점들이 있었지. 휴우. 그래도 당신에게 휴식을 주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일을 많이 벌인 감들이 있었군.”

“후후후. 그래도 당신이니까 이만큼 일을 벌였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 내 여보야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해야지.”

병재와 메리 사이 간에 닭살 돋는 행각이 계속 되자 아이들과 놀아 주던 병윤은 왠지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

‘끄응. 나도 여자를 한 번 사귀어봐야 하나.’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장씨 아저씨의 아들인 장평균이 병윤에게 물장구를 치면서 한 마디 외친다.

“히히히히!”

병윤은 난데없는 장평균의 물벼락에 자신 역시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장평균에게 물벼락을 내린다. 병재와 메리는 냇가에서 부부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것으로 병윤은 마을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1947년 8월 5일, 동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한동안 동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던 후세 다쓰지에게서 한 인물들이 찾아와 방문했다. 후세 다쓰지는 자신을 방문했다는 인물들을 맞이하여 한 자리에 식사를 대접한다.

“그래서 저를 찾고 있는 목적이 이번에 재한일본인연맹 분들의 부탁 때문에 그렇습니까?”

그 말에 후세 다쓰지를 맞이하는 한 사람이자 이번 일의 책임자로 내정된 공윤기 기획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예.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으음 다시 한 번 묻어보는데 재한일본인연맹이라면. 그 조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들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공윤기 기획자는 후세 다쓰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흐음...”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공윤기 기획자에게 한 마디 말을 한다.

“당신들은 조선 분들이시군요.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소만.”

공윤기 기획자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후세 다쓰지에게 말한다.

“그 일에 대해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솔직히 일본인, 조선인 가릴 것 없이 당신을 존경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또 당신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렇게 직접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까는 재한일본인연맹의 사람들의 일로 인해서 찾아온다고 하지 않았소?”

공윤기 기획자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그 것 역시 맞는 말입니다. 우리 조선인에게 있어서 우리 조선인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씁쓸하게 여기면서 공윤기 기획자에게 말한다.

“뼈아픈 현실이군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저를 직접 찾았다는 것에 위안이 되는군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겠습니까?”

공윤기 기획자는 후세 다쓰지의 동의를 받자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다.

“이번에 조선에서 한 번 연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설이라...”

“선생님의 안전을 포함한 모든 것은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그저 조선에서 선생님이 평소 가지셨던 생각과 사상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윤기 기획자에게 말한다.

“그런데. 이 것들은 전부 무엇입니까?”

그 말에 공윤기 기획자는 후세 다쓰지에게 설명을 해준다.

“이번에 선생님도 TV라는 물건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TV라... 그 영화 같은 것을 어떤 한 기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 지금 저 사람들 전부 다 TV에서 나오는 영상들을 촬영하시는 분들입니다.”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이거 조심해야겠습니다. 까닥 잘못하면 내 실수가 방방곡곡 보여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공윤기 기획자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우리 쪽에서 선생님이 우려하실 것들은 전부 잘라내 편집할 것입니다.”

“흠. 알겠습니다. 그런데 조선으로 가는 배편이나 기타 필요한 부분은...”

“아. 걱정하실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전부 준비하겠습니다.”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잘 되었다는 얼굴을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선으로 언제 떠나면 되겠습니까?”

“선생님이 원하시는 시간대로 잡으십시오. 어차피 선생님 역시 여기에 할 일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부담스럽지 않게끔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말에 후세 다쓰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윤기 기획자에게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들은 내가 떠날 때까지 여기에 있는 것입니까?”

“하하. 아무래도 그래야 되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이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저희들이 따로 숙소를 잡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 사람 더 소개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한 사람 더 라면?”

“아아. 예전에 조선에 연관이 깊었던 사람입니다.”

“흠...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소개라면 믿을 수 있겠군요.”

공윤기 기획자의 긍정적인 반응에 후세 다쓰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시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선생님만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후세 다쓰지는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공윤기 기획자를 포함한 촬영 방송인원들을 남겨두고 자신의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발걸음을 종종 걸으면서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집이었다. 그는 그 집에 문을 두들기며 한 소리 외친다.

“우에시바 안에 있는가?”

후세 다쓰지의 말에 곧 발걸음이 들리더니 이내 어떤 한 중년 남성이 문을 열고 후세 다쓰지를 맞이한다.

“아니. 후세 선생님이 아니십니까? 여기에는 어떻게.”

우에시바라고 불리는 중년 남성은 자신을 찾아온 후세 다쓰지를 보고 묻는다.

“지금 조선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

그 말에 우에시바라는 중년 남성은 씁쓸한 웃음을 내비치며 한 마디 말한다.

“조선이라... 오랜만에 그 이름을 듣는군요.”

“흠. 그 쪽에 자네가 가르쳤다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다네.”

“예. 저로써는 그 아이들을 찾을 면목이 없지만요.”

“그래. 요즘은 도장은 잘 하고 있는가?”

“문제 거리는 없습니다. 요즘 제 모든 것을 전수받을 사람도 있습니다.”

“아. 그 아이를 말이군.”

“그나저나. 조선에 갈 기회라니. 흠...”

“그 쪽에서는 자네의 이름을 키바오니 기에라고 불렀더군.”

그 말에 우에시바는 얼굴을 구기고는 후세 다쓰지에게 한 마디 말한다.

“쯧. 그 이름을 왜 부르십니까? 저에게 안 좋은 이름입니다. 그건...”

“알고 있네. 그래도 조선에서는 그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가 싶은데...”

그 말에 우에시바는 휴우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후세 다쓰지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로써는 떨치고 싶은 이름입니다.”

============================ 작품 후기 ============================

저는 오늘도 댓글만을 기대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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