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92화 (39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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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우에시바 츠요시는 자세를 잡고는 병윤을 바라본다. 병윤의 자세는 미유키와 거의 동일한 모양이다. 일명 자연체, 일부러 틈을 주면서 상대방의 공격을 유인하여 반격할 수 있는 적절한 자세였다. 병윤에게서 쏟아지는 투기는 우에시바 츠요시 그가 느끼기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아주 충분했다.

‘내가 가르쳤다고 하였지만. 정말이지. 이건.’

아무래도 자신 역시 병윤에게 함부로 달려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투기들이 우에시바 츠요시의 피부를 따갑게 찌른다. 몸은 한껏 긴장하고, 눈은 병윤 만을 응시하며 집중에 집중을 거듭한다. 결국 우에시바 츠요시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곧장 병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병윤 역시 그에 따라 반응을 한다. 우에시바 츠요시의 날카로운 공격들이 병윤에게 쏟아졌고, 병윤은 아까 미유키와의 대련 때처럼 최소한의 동선으로 피하거나 공격을 흘렸다. 그러나 우에시바 츠요시 역시 만만치 않았다. 공격의 연환은 기본적으로 동선을 최소한으로 축소시킬 것이었다.

동작이 큰 움직임은 도리어 큰 틈이 된다. 그래서 우에시바 츠요시의 공격들은 그런 큰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공격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미유키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그냥 파파팍! 하고 무언가 번쩍이고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두 사람의 대련 모습은 미유키가 봤을 때, 감명을 준다.

‘사부와 저 사람도 정말이지 대단하구나.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 아마 두 사람의 경지에 다가서려면 얼마만큼 노력해야할까? 아니면 경험을 해야할까?’

미유키는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저런 대단한 사부 밑에서 무술을 배우고 있는 내 자신과 그리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한편, 병윤을 상대하는 우에시바 츠요시의 얼굴은 그리 편해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 봐주기로 결심한 모양이군.’

자신이 생각했을 때, 자신의 공격이 흘려지거나 병윤이 회피할 때마다 자신이 공격당할 수 있는 틈이 생겼지만 병윤은 그 틈을 애써 무시하고는 공격을 흘리거나 피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취한다. 그나마 체면을 생각해서 자신을 향해 간간이 공격을 하는데. 그 공격은 자신이 충분히 피할 수 있거나 막을 수 있는 범위 내였다. 그러나 그런 공격 역시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점점 공격을 하면서 호흡이 조금씩 힘들어지는 것을 느낀다. 온 신경을 병윤에게 공격을 하는 것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우에시바 츠요시는 공격할 간격을 점차 늦추면서 자신의 호흡을 회복시킨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이대로는 끝이 안 나겠군.’

우에시바 츠요시는 왠지 위험한 기술을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껏 몸을 틀더니 이내 병윤에게 달려들었다. 주먹을 뻗은 팔이 먼저 나가고는 그와 동시에 발이 뻗어 나간다. 팔과 다리가 동시에 나오는 공격, 자신은 이 것을 이면 공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을 감수하고, 또 위력이 제대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상대방의 의중을 찌를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병윤은 간단하게 그 이면 공격을 흘리거나 피해낸다. 먼저 주먹을 뻗어 나가는 것을 간단히 손등으로 쳐내며 방향을 흘리고, 또 발차기의 경우는 간단히 하체의 위치를 바꾸며 절묘하게 피해낸다.

‘나도 여기까지인가 보군.’

결국 우에시바 츠요시는 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을 단련해오고, 무술수행을 해왔건만 병윤의 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곧 병윤에게서 거리를 두고는 이내 자세를 풀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대련을 해보니 알겠구나.”

병윤은 그 말에 조금 티가 났나? 라는 얼굴이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싱긋 웃으면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미 넌 나를 넘어섰구나. 이 것 역시 나의 패배로 생각해도 좋겠지.”

순간 미유키의 얼굴은 깜짝 놀랐다. 갑작스러운 사부의 패배 선언에 미유키는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의 사부를 바라본다. 그러나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런 미유키와 상관없이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무술의 재능이 있다고 여겼는데 나도 거기까지인가 보구나.”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말한다.

“거기까지라는 말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것을 뛰어넘을 수는 있습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말에 훗 하고 웃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그래. 네 말이 맞겠지. 그러나 그에 도달하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내 자신은 모를 것이다. 그래도 속은 시원하구나. 나 역시 앞으로의 목표가 생겨났다. 이번의 패배는 내 자신에게 좋은 디딤돌이 되겠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는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 역시 방심을 할 수가 없습니다.”

“후후. 방심이라. 이미 그 너머의 경지는 한 번 바라보았는가?”

“그 너머의 경지라면?”

“역사 속에서 극에 달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술의 경지를 말이다.”

병윤은 그 말에 우에시바 츠요시를 바라보더니 이내 대답을 한다.

“바라는 보았습니다. 무한의 경지를 말입니다.”

무한의 경지라는 말에 우에시바 츠요시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래. 그 경지는 어떻던가?”

“단순한 영역 넓히기였습니다.”

“그 것으로 끝인가?”

“후후. 달리 말하는 표현이 있겠습니까? 바위를 부수거나 나무를 쓰러뜨리거나 강철을 으깬다는 그런 식상한 표현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렇군. 단순한 영역 넓히기라.”

“그리고 그 경지는 사실 무기를 빌리면 간단히 이룰 수 있습니다.”

“무기라고 한다면?”

“총입니다. 권총이든 소총이든 각종 총이 있으면 그 경지는 이미 이룰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우에시바 츠요시는 한숨을 내쉬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나 역시 무술의 순수성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어차피 무술이란 상대방을 해를 입히는 기술들을 의미하는 것. 자기수양이든 뭐든 그건 부차적인 문제겠지.”

“......”

“그래. 그 무한의 경지는 단순히 권총을 들면 이룰 수 있는 경지였던가?”

“저는 단순한 영역 넓히기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권총의 총알 개수는 한계가 있으니 무한의 경지보다는 유한의 경지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만 말입니다.”

“만약 권총이 없으면 그 무한의 경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냐?”

“그건 단순한 발걸음입니다. 제 자신의 공격범위를 단순한 이동으로 순식간에 상대방에게 달려드는 것 뿐입니다.”

“으음. 그렇게 되는 군.”

병윤과 우에시바 츠요시가 말한 무한의 경지는 단순히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에 있었다. 팔과 다리에서 뻗어 나올 수 있는 공격범위를 이동을 통해서 그 영역을 확장시켜나가는 것. 다만 그 전후의 경우가 다른 점은 바로 시야일 것이다. 의식적으로 거리를 좁히는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좁히는가? 경지의 차이점은 아마 두 가지의 경우의 차이점에 해당되었다.

만약 무한의 경지에 들어서게 된다고 치면, 상대방이 영역에 들어서게 되는 경우 자신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다가가 공방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공격이 있겠지만 그 것들을 모조리 흘려보내거나 또 회피해낼 수 있었다. 그 것이 병윤이 말하는 무한의 경지였다.

“오늘 너랑의 대련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고 가는 구나.”

“하지만 무한의 경지에 이른들 무술이 무기를 이기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 말에 우에시바 츠요시는 싱긋 웃으면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 맞는 말이겠지. 아무리 단련된 사람이라도 총알 한 방이면 죽어나가는 시대이다. 극에 달하는 자는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겠지만 총알을 피한다한들 포탄이나 폭격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무술의 영역은 자기수양이나 호신의 영역으로 급격히 줄어들겠지.”

“......”

“이제 무술 이야기는 그만두는 것이 좋겠지. 나 역시 한계를 파악하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실마리를 얻었으니 말이야.”

“그럼 이제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우에시바 츠요시는 문득 정자를 보고는 병윤에게 다시 시선을 두며 말한다.

“저 쪽에서 너에게 못 다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군.”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그 것이 좋겠지요.”

결국 두 사람과의 대련은 여기서 끝이 났고, 정자에서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같은 시각, 박열은 어제 고향을 방문하면서 마을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다가 이번에 재한일본인연맹의 건물을 찾았다. 아무래도 문경이 발전함에 따라 그 연맹의 건물 역시 꽤 큰 편이었다. 그 건물 주위에는 순찰하는 경찰들이 눈에 보였다. 박열은 그 경찰들을 흘겨보고는 이내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건물 안은 아무래도 휴일을 맞아서 그런지 조금은 한산했다. 그러나 어제 연맹의 회장 분도 히로시가 알려준 장소를 향해 이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분도 히로시 회장의 집무실 앞으로 설 수 있었다. 박열은 일반합판나무로 된 문을 두들긴다.

-똑! 똑! 똑!-

그러자 안에서 목소리가 흘려 나온다.

“지금 밖에 누구십니까?”

박열은 분도 히로시 회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적절한 때 찾아왔다고 생각하며 한 마디 말한다.

“재일본조선인거류민단의 단장 박열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안에서는 목소리가 없고, 대신 안에서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박열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어제 이야기를 나눴던 분도 히로시 회장이었다.

“잘 오셨습니다. 자자 이 방 안으로 와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군요.”

박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도 히로시 회장의 집무실 안을 살펴본다. 꽤나 형편이 좋은지 집무실 안에는 장식품들이 놓여 있었고, TV 한 대가 눈에 보인다. 거기에 각 그림 액자들이 벽에 걸려 있었고, 일단 태극기와 일장기를 담은 액자가 눈에 보인다. 마지막으로 벽에 표어로 한 마디의 말이 일본어와 한국어로 적혀 있었다.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라는 어귀였다. 바로 후세 다쓰지 선생이 말한 말이다.

박열은 그렇게 집무실 주위를 바라보면서 분도 히로시 회장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휴우.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도 히로시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열의 말에 동조한다.

“예.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사실 두 단체 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로 간에 타국에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는 점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들의 경우는 이 곳이 해방되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편입니다.”

“그건 우리들 역시 같습니다. 아무래도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또 징용으로 끌려가다시피 해서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렇군요.”

“후후. 우리나 그 쪽이나 공통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쪽이나 이 쪽이나 차이점이 존재할 뿐 주류민족에게 경원시되는 존재라는 것을 말입니다.”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박열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우리 쪽이 편하기는 하겠지만 우리 조국이 원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쪽에서 조심을 하는 편입니다.”

“다만 민단 쪽에서는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요즘은 일본 정치인들이 우리들을 괜히 공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쯧쯧.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하여튼 민단 측과 우리 측은 서로 힘을 합칠 요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공통점도 많고, 우리 쪽에서 지원을 해줄 의향이 있습니다.”

박열은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분도 히로시 회장에게 묻는다.

“지원이라고 한다면?”

“우리 쪽에서 직접 나서서 민단 측을 탄압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럴만한 영향력은 있겠습니까?”

“물론 귓등도 안 듣는 최악의 경우가 있겠지만 최소한 자제를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박열은 그 말에 으음 하면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부디 그래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서로 간의 교류를 공식적으로 승인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서로 간의 교류를 통해서 지켜야할 사항들을 한 번 이야기를 해봅시다.”

곧 분도 히로시 회장과 박열 간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각 단체에 속한 사람들의 교육이나 또 파견, 서로 간의 장사, 그 외 지원 등 많은 것을 오고 갔지만 일단 가장 먼저 일치되는 점은 하나였다. 바로 일본 제국주의의 부정과 또 그에 따른 피해사실을 보존하는 것. 다만 목소리를 드높인 것은 천황의 존재 때문이었다. 박열은 이 모든 잘못의 핵심이 천황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분도 히로시 회장은 오히려 ‘기생충에게 조종당한 숙주의 행동은 숙주의 잘못인가?’라고 반문을 했다. 다만 메이지 천황, 다이쇼 천황, 쇼와 천황의 제국주의적 태도에 대해서는 잘못이 있다고 인정을 했다.

그렇게 서로 간의 토의를 통해서 두 사람 모두 물을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박열은 두 사람 간의 정리를 한 내용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이 안건을 가지고, 한번 공식적으로 양 단체의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안건을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두 사람이 결정하기에는 이 일은 너무 크죠.”

“일단 이렇게 큰일을 끝내놓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분도 히로시 회장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박열에게 말한다.

“저도 동일합니다. 그나저나 지금으로써 가장 큰 숙제는 후세 다쓰지 선생의 연설이 잘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본인이라고 말을 하면 경원시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많이 있다고 느낍니다.”

“자신들에게 호의적으로 다가간 이를 거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후세 선생님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합니다.”

“나와 역시 후세 선생님의 은혜를 많이 입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전 당신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궁금하다는 말씀은?”

“현재 문경 시장의 말을 들어보면 이 곳이 해방되지 전부터 그를 도왔다는 말씀을 들을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분도 히로시 회장은 씁쓸한 표정을 남기고는 한 마디 이야기한다.

“제 이야기는 좋을 것이 못 됩니다. 그래도 듣겠습니까?”

“사람 인생이라는 것이 좋을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분도 히로시 회장은 박열의 눈빛을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푹 쉬고는 박열에게 한 마디 말한다.

“휴우. 어쩔 수 없군요. 그리 궁금하시니. 전 원래 관동군의 헌병대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관동군의 헌병대? 으음...”

“후후.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알았습니다. 일본군의 헌병대는 워낙 악질적인 사람이야말로 행동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저는 어떻게 버텼나? 라고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죠. 사실 이 곳을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나 하면 마음이 계속 찔려서 하루도 긴장과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예. 제가 후자 쪽의 사람입니다. 사실 헌병대의 악명은 기상천외하지 않겠습니까? 제 조국의 기업들이 원활히 장사할 수 있게끔 하는 행위들이 결국 그 곳에 살고 있는 원주인들을 학살하고 약탈하고 좋게 말하면 쫓아내는 행위이니 말입니다. 사람이라면 그런 것을 버틸 수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말이죠.”

그렇게 말하는 분도 히로시 회장의 얼굴에는 회한으로 가득했다. 박열은 그런 분도 히로시 회장의 모습을 보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해 집중을 한다.

============================ 작품 후기 ============================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이 명언대로 분도 히로시 역시 그 과거를 겪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헌병대 소속이었으니 마음 찔리는 구석이 넘칠 것입니다. 그 상황 속에서 적응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가 있는 하면 반면에 그 상황에 대해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고, 또 후회하고 속죄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분도 히로시 회장은 명백히 후자입니다. 즉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결국 그 쪽 일을 그만둔 사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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